'코로나19' 골프업계 후폭풍

시작도 못하고 한 해 농사 망치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포와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면서 요즘 골프계의 시계도 멈췄다.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것 뿐 아니라 아마추어 골퍼들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코로나19가 덮친 골프계의 현황을 살펴봤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 유럽, 한국을 비롯한 주요 골프투어가 취소나 연기 소식을 내놓았다. 어느 시점에 투어가 재시작 될지 아직은 불분명하다.

불분명한 
국내외 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지난 1월에 이미 중국 하이난에서 3월 첫째 주 개최 예정이던 ‘블루베이LPGA’를 취소한 바 있다. 이어 태국에서 3월20일부터 예정된 ‘혼다LPGA타일랜드', 오는 27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까지 3개 대회를 취소했다. 3개 대회가 축소되면서 상금 520만달러가 사라지고 현재로는 총 상금 699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줄어든 상금 규모가 됐다.

지난달 14일 유러피언투어는 4월 개최 예정이던 말레이시아의 ‘메이뱅크챔피언십’(250만유로)과 중국 선전에서 예정된 ‘볼보차이나오픈’(2000만위안)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메이뱅크챔피언십은 4월16일부터 나흘간 말레이시아 콸라룸프르의 사우자나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리고, 볼보차이나오픈은 4월23일부터 나흘간 중국 선전의 겐존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계속되는 취소·연기 결정
골프장 ‘예약 취소’ 급증


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중국 시리즈 대회 2020시즌 개막이 5월 말까지 2개월 늦춰졌다. PGA 투어 시리즈 차이나는 지난달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퀄리파잉 토너먼트 일정을 연기한다”며 “이에 따라 시즌 개막 역시 2020시즌 초반 예정된 4개 대회의 개최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래 PGA 투어 시리즈 차이나는 이달 말에 ‘사냐챔피언십’을 시작으로 개막할 예정이었다. 이후 ‘하이커우 클래식’‘충칭 챔피언십’‘광저우오픈’등이 예정돼 있었으나 모두 제 일정에 열리지 못하게 됐다. 
 

PGA 투어 시리즈 차이나는 “올해 10개 대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5월 말이나 6월 초에는 시즌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중국 시리즈에 출전할 자격을 부여하는 ‘퀄리파잉’ 토너먼트는 4월 말이나 5월 초에 치를 계획이다. 퀄리파잉 대회는 원래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개최 장소를 중국 이외의 동남아 국가로 변경했으나 결국 순연됐다.

중국에서 시즌을 치르는 PGA 투어 시리즈 차이나의 상금 순위 상위에 오른 선수들에게는 다음 시즌 PGA 2부투어인 ‘콘페리투어’ 출전자격을 준다.
 

KLPGA 투어는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내 개막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은 4월9일 제주도에서 열린다. KLPGA 투어는 오는 12일 치를 예정이던 ‘대만여자오픈 with SBS Golf’를 고심 끝에 취소했다.

KLPGA 투어 관계자는 “아직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취소나 무관중 경기에 관해 논의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는 지난 5일부터 나흘간 오키나와에서 갤러리 없이 무관중 경기로 치를 예정이었던 시즌 개막전 ‘다이킨오키드 레이디스’를 결국 취소했다.

개막전 이후로 예정된 대회들도 문제다. JLPGA는 3월 둘째 주에 고치현에서 ‘메이지야스다생명레이디스요코하마타이어토너먼트’, 3월 셋째 주에 가고시마현에서 ‘T포인트×ENEOS골프토너먼트’, 마지막 주는 미야기현에서 ‘악사레이디스’를 치를 예정이었다.

비상!
시즌 계획은?

일본에서는 다이아몬드프린세스 크루즈선이 정박했던 오키나와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일본 전역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면 다른 대회들의 정상 진행도 어려울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달 열릴 예정이던 ‘일본골프페어’도 취소됐다. 주최 측은 지난달 21일 “다수가 모이는 골프페어에 참석자와 출품 회사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피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발표했다. 

지난해 참가자가 역대 최대인 6만명을 돌파했던 골프페어는 아시아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동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린다. 일본의 골프 시장이 미국 다음으로 크기 때문이다.

올림픽 차질
날아간 일정

이 골프페어는 올해로 54회를 맞는다. 참가자들이 다양한 신제품 모델을 시타하거나 골프산업과 관련된 심포지움이나 각종 세미나가 열리는 등 골프 업계 관계자들이 모두 모이는 이벤트다. 각종 단체는 물론 경제산업성 등 일본 정부에서도 후원하고 있는 세계 3대 골프 이벤트다.

3년 전에는 시타장을 확보하기 위해 도쿄빅사이트에서 패시픽코 요코하마 컨벤션홀로 장소를 옮겨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1월17일에 참가 부스가 모두 팔리면서 흥행을 기대했던 주최 측은 고심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일본에서는 크루선의 코로나19 확진자 외에도 전역으로 바이러스 확진자가 늘고 있으며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 3개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올림픽 티켓 경쟁 판도마저 바뀔 전망이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 텃밭이었던 LPGA 투어 ‘아시안 스윙’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LPGA 투어 사무국은 태국 대회를 필두로 아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3개 대회를 모두 취소했다. 한 달 일정이 통째로 날아가면서 선수들도 혼란에 빠졌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3위 박성현, 6위 김세영은 일찌감치 아시아 대회 불참을 선언한 터라 차질이 없을 전망이고 문제는 도쿄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위해 상반기 ‘올인’을 선언한 선수들이다. 


세계랭킹 15위 이내 4명까지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 가운데 세계 12위(2월28일 현재)로  한국선수 중 5번째인 박인비는 비상이 걸렸다.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는 4년 만에 시즌 개막전부터 나서며 상반기 ‘다승’으로 도쿄행을 이뤄내겠다는 각오였지만 대회 취소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올림픽 경쟁 판도 악영향
오갈 데 없어진 선수들

도쿄행에 근접해있는 이정은과 역전을 노리는 김효주도 마찬가지다. ‘한다 빅오픈’으로 시즌을 연 이정은은 아시아 대회에 모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원치 않는 휴식에 들어가게 됐다. LPGA 타일랜드 출전에 맞춰 태국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김효주는 불가피하게 3월 중순에야 실전 무대에 오르게 됐다.

코로나 19로 인해 프로들뿐 아니라 아마추어들도 시즌이 시작되는 시기에 골프를 즐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최대 골프 예약 서비스 엑스골프(XGOLF)의 지난달 26일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 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지난달 23일 이후 영남 지역 예약 취소율은 지난주 37%에서 65%로 높아졌다.

또 호남 지역도 67%, 강원과 경기, 충청 지역 역시 40% 이상의 높은 취소율을 나타냈다. 특히 공항 방문에 대한 부담이 커진 제주도의 경우 예약자 전원이 예약을 취소해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전체 예약 취소율은 지난주 49.06%, 이번 주 43.10%로 오히려 줄었지만 영남 지역은 지난주 37.74%에서 이번 주 65.38%로 껑충 뛰었다. 제주 역시 예약 취소율이 40%에서 100%로 급증했다.

엑스골프는 “코로나19의 확산 영향으로 예약위약금이 엄격했던 예전과 달리 신안(안성)과 킹스데일(충주) 등을 포함한 많은 골프장에서 별도의 위약금을 받지 않고 있다”며 “내장객들도 사우나와 식사를 하지 않고 바로 귀가하는 등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줄 취소
강제 휴업

엑스골프 조성준 대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2월 초부터 ‘골프장 캐디 마스크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며 “현재 XGOLF와 제휴된 300여개 골프장에서 캐디 마스크 캠페인에 동참해 코로나 예방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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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