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발상의 전환이 새 퍼터를 탄생시키다

골프채 중에서 가장 민감한 퍼터는 수백년간 뒷부분 힐 쪽에 샤프트를 연결하는 일자형 블레이드 형태 하나로만 유지되어 왔었다. 그 상식의 틀이 19세기 후반, 엉뚱한 골퍼에 의해 깨졌다. 그 발상의 전환으로 인해 오늘날 사용되는 퍼터는 샤프트가 중앙에 끼워졌거나, 헤드 뒷부분을 둥그렇게 만든 말렛형 퍼터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했다. 그 전환을 이끌어낸 골퍼는 누구였을까?

화가 치밀어…

120여년 전인 1896년 뉴욕의 한 골프장. 홀컵까지 거리는 1미터 남짓에 왼쪽으로 경사져 있다. 아더 프랭클린 나이트는 퍼팅 자세를 잡았다. 홀컵 하나 거리 정도 왼쪽으로 겨냥하면서 늘 사용하는 블레이드 형태의 퍼터를 정확히 밀었지만, 볼은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홀컵을 빗나가고 말았다. 아더는 화가 치밀었다. 

퍼팅이 성공했으면 클럽 토너먼트에서 1등을 할 수 있었다. 보기 플레이어 수준의 평범한 주말골퍼인 아더가 속한 모학 골프동우회는 뉴욕의 스케넥터디라는 조그만 타운에서 19세기 여느 동우회처럼 주말마다 라운딩을 가지곤 했다.

승부욕이 남달랐던 아더는 어느 날부터인가 퍼팅 때문에 번번이 돈을 잃었다. 퍼팅만 하면 볼은 중심에 맞지 않고 자꾸 안쪽으로 잡아 당겨지는 것이었다.

요즘이야 블레이드, 말렛, 토우, 힐, 센터 샤프트 등 원하는 대로 맞춤 제작도 할 수 있지만 백년 전에는 힐 부분에 샤프트가 꽂힌 블레이드형 한 가지뿐이었다. 아더는 퍼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일 퍼팅의 실패는 아더로 하여금 새로운 퍼터를 발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직업 자체가 발명가였던 아더는 연구에 몰두했다. 퍼터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보겠다는 발상이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
20세기 초 알루미늄 발명

수년간 퍼터하고 씨름을 하면서 그는 히코리 재질의 나무 샤프트를 힐 대신 헤드 앞쪽의 토우 부분에 꽂아보기도 하고, 헤드 한가운데에 집어넣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세 종류의 퍼터를 가지고 아더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제까지의 퍼터 중에서 무게 배분이 가장 잘된 헤드를 만들었고, 그 중심에 샤프트를 집어넣은 퍼터를 하나 완성했다. 심혈을 기울인 퍼터를 들고 그는 골프장으로 갔다. 여러 차례 연습 퍼팅을 해보던 아더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까지 사용했던 어느 퍼터보다도 퍼팅이 잘되면서 백발백중 홀컵으로 볼이 빨려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는 펄쩍펄쩍 뛰면서 이 퍼터에 센터샤프트 퍼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음 주 동우회 모임에 아더는 새로 만든 퍼터를 들고 나가 우승을 했을 뿐 아니라, 가장 낮은 퍼팅수를 기록하며 클럽에서 퍼팅을 가장 잘하는 골퍼가 됐다. 센터샤프트 퍼터는 이렇게 열성적인 한 발명가의 수년간 노력 끝에 탄생됐다.

1902년 아더는 이 퍼터의 이름을 자신이 사는 타운 이름을 따서 ‘스케넥터디 퍼터’라고 이름 짓고 곧바로 특허를 신청한 뒤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진 퍼터는 불행히 많은 골퍼에게 어필하지 못했고 판매도 기대에 못 미쳤다. 새 발명품이 부진을 보이자 아더는 이번에는 샤프트에서 헤드로 발상을 옮겼다. 당시에는 스틸로만 제작되었던 헤드 재질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아더는 다시 차고에 틀어박혔다. 얇고 날카로운 블레이드 형태만이 퍼터로 인정됐던 시대에서 헤드를 둥글고 묵직하게 만드는 말렛 퍼터 같은 또 다른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1년여의 연구 끝에 이번에는 샤프트는 센터에 그대로 둔 채, 헤드의 재질을 스틸 대신 알루미늄으로 만든 말렛센터 퍼터를 고안해냈다.

두 번째 퍼터는 바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사용해본 골퍼들도 모두 만족해했다. 종전의 블레이드 퍼터에 비해 헤드 무게감으로 안정도를 더해주기 때문이었다. 많은 프로골퍼들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 퍼터는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들의 필수품이 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미국 최고의 아마추어 골퍼 중 한 사람이었던 월터 트레비스도 그 수혜자 중 한 명이었다. US아마추어 3연패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던 선수였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퍼팅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차에 그는 알루미늄 센터샤프트 퍼터가 발명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바로 아더에게 퍼터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아더는 심혈을 기울여 퍼터를  제작했고 월터만의 센터샤프트 퍼터는 그와 궁합이 잘 맞았다. 출전한 대회마다 월터는 우승을 했고, 1904년에는 미국 최초로 영국 아마추어 오픈에서도 우승을 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트레비스의 이름을 타고 이 퍼터는 순식간에 세계 제일의 퍼터가 됐다.

아더의 야심작이었던 센터샤프트 퍼터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었다.

수백년 일자형 블레이드 하나로 유지
말렛형 퍼터 등 여러 가지 형태 발전

돌풍을 일으키면서 아더를 돈방석에 앉힐 줄 알았던 센터샤프트 퍼터는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20세기 초반의 골프계는 여전히 영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던 상황. 미국 골퍼에게 영국 아마추어 트로피를 빼앗겼다는 사실에 자존심을 구긴 영국왕실골프협회는 공식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910년 이 퍼터의 사용을 일방적으로 금지시켰다.

그 후 1952년까지 무려 45년 동안 센터샤프트 퍼터는 미국에서만 사용되고 영국에서는 금지됐으니, 당시 영국인들의 분노를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반면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영국과 달리 센터샤프트 퍼터가 대유행했다. 미국골프협회마저 적극적으로 이 퍼터를 권장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인기와는 무관하게 이 퍼터는 또다른 분쟁에 휘말렸다. 트레비스가 우승하던 당시부터 이 퍼터는 정작 발명가인 아더의 퍼터라기보다는 ‘트레비스 퍼터’로 더 알려졌고, 트레비스 본인도 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었던 것.

이 같은 사실에 화가 난 아더는 특허권을 주장하며 트레비스 측에 소송을 걸었다. 

분쟁도


트레비스도 지지 않고 당시 대형 골프클럽 제조사였던 스팔딩사와 손을 잡고 비슷한 퍼터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양측의 공방은 그렇게 수년간 지속되다가 합의 단계에 들어가게 됐고, 센터샤프트 퍼터는 아더의 소원대로 뒤늦게 스케넥터디 퍼터로 명명됐다. 21세기 골퍼들이 다양한 형태의 퍼터를 사용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더가 실현한 발상의 전환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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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