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20대 국회 막차 탄 정은혜 의원의 포부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몫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저 승계됐어요!”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은혜 의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지난 8월 민주당 이수혁 전 비례대표의 주미대사 임명 이후 다음 비례대표 순번이었던 정 의원의 승계가 예상되자 <일요시사>가 인터뷰를 여러 번 요청했던 터였다. 개인 연락망으로 기자에게 뉴스를 먼저 전하는 의원이라니. 국회 내에서 잘 보지 못했던 ‘젊은 피’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 정은혜 바른미래당 의원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요시사>는 국회에 입성한지 15일이 된 ‘신입사원’ 정 의원을 국회의원회관 645호서 처음 만났다. ‘헌정 사상 최초로 출근 첫날 국정감사에 투입된 국회의원’ ‘20대 국회의 민주당 최연소 의원’ ‘1983년생 워킹맘’ 등 여러 모로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 의원실 문을 열자 그의 분홍 자켓에 어울리는 밝고 낭랑한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주당 최연소

“제가 28세까지는 반지하에 살았거든요. 12평 되는 반지하에 가족 6명이 살았죠. 아버지가 저희 집 2층에 미혼모들이 살 수 있도록 집을 사셨어요. 저희 어머니는 어려운 이웃 100명에게 식사를 대접하곤 하셨는데 쌀이 없을 땐 외상으로 사서 쌀을 지어주시기도 하셨어요.”

개척교회 목사 집안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부터 미혼모들과 함께 자랐다. 교회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부모님의 신념 아래, 그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간호하며 봉사하는 부모님을 보며 성장했다. 학업에 있어 금적적 지원을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정 의원은 사회적 약자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국가의 작은 정책과 지원이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몸소 깨달았다고 한다. 이는 그가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열심히 공부해서 4년 동안 장학금을 받고 수석 졸업을 했어요. 하루에 7시간씩 카페서 알바도 하고요. 20세 때는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 있는 월세 6만원짜리 쪽방촌서 살았어요. TV, 에어컨, 냉장고, 가스레인지도 없었어요. 그런 곳에서 1년을 살다 고시원서도 1년 살고요.”


2002년 스무살이 된 그는 정치인의 꿈을 안고 부산에 위치한 신라대학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청년 정치인으로 ‘금수저’ 논란이 있었던 정 의원이었다. 정 의원의 결코 녹록치 않았을 예상 밖의 20대 시절 이야기를 듣자, 최근 ‘공정’을 외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도 한때 본인이 겪었던 어려운 현실에 강한 불만을 가지진 않았을까.

“저는 요즘 시대 청년들이 공정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똑똑하다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현실에 적응해서 살아갈 생각을 했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야 해서 사실 공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불공정 문제를 제기할 그런 힘도, 생각도 없었죠.”

정 의원의 긍정적인 모습 이면에 숨겨진 빠른 적응력과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학 특혜 문제가 이슈화 됐을 때 ‘그런 특혜 자체가 와닿지 않는 이야기라 감흥이 없다’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사실 얼마 전에 문재인 대통령 연설 중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건 ‘고교 무상교육’이었어요. 전 김대중정부 시절에 가정형편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아요. 고등학교는 1분기에 20만원 정도 내야 하는데 그것도 낼 형편이 안 됐거든요. 학급서 한 명씩 지원을 해주는 정책이 있었는데 제가 그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그게 제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됐어요.”

반지하, 알바, 쪽방촌, 유학, 워킹맘…
실제 경험 기반으로 ‘정은혜 생활법’ 추진

본인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 준 당에 감사함을 보답하고 싶었던 탓일까. 정 의원은 스무살에 열린우리당을 선택해 정당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이유로 선배라 부를 수 있는 정치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후로 ▲민주정책연구원 미래기획실 인턴연구원 ▲18대 대선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 부대변인·청년정책단장 ▲더불어민주당 상근 부대변인 등을 거치며 정치인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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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필수 덕목인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학을 수석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서 공부를 이어갔고 28세 때부터 영어학원을 다니며 유학을 준비했다. 2016년 총선서 낙선한 뒤에는 같은 해 9월 미국 유학길에 올라 2018년에 하버드 케네디 스쿨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수혁 대사의 주미대사 임명을 알게 된 날이 지난 8월8일이에요. 그 날이 딸아이 돌이었거든요. 당에서 승계 소식을 전했을 때 기쁘단 생각보다는 ‘아이 어디다 맡기지’라는 생각이었어요.”

정 의원은 하버드 케네디 스쿨서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뒤 지난 1월 입국해 현재 14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육아와 살림을 하는 도중 당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승계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아이 걱정에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정 의원은 국회 입성 전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학원서 일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맞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고 자연스레 국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아이는 국가서 키워주는 게 아니고 나라가 가정서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낳아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더 건강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현재 정부에선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1명당 70만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집에서만 아이를 돌보는 가정은 월 10만∼20만원이 가정보육수당으로 지원된다.

현재 정 의원은 가정보육수당을 100만원으로 인상해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집에서 맘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라떼파파법’의 발의를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은 현재 1년으로 규정돼있는 육아 휴직기간을 3년까지 늘려 남녀 동일하게 양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도 담았다.

이외에도 정 의원은 실제 경험이나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것을 기반으로 ‘정은혜 생활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은혜 생활법은 ▲미혼모 출생신고 공개유예 ▲스토킹 방지법 ▲아동성교육 내실화 ▲층간소음 방지법 ▲공무원시험 영어 과목 폐지법 등 실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12가지 사안을 다룬 법안으로 구성됐다.

정 의원에게 현재의 국회의 문제점을 묻자 그는 국회를 케이크에 비유해 답변했다.
 

“맛있는 케익을 만들려면 달콤한 생크림도 있어야 하지만 짠 소금도 있어야 해요. 다양한 재료들이 적절히 배합됐을 때 최고의 케익이 나오거든요. ‘세대 공존’과 ‘다양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의원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2030세대가 관심을 갖는 주제는 50대 남성 의원이 관심을 갖는 주제와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어떤 한 성별이나 한 세대가 국회를 과도하게 대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총선 6개월 앞두고…
“끝까지 할 일 한다”

앞으로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정 의원은 어떤 의원이 되고 싶을까.

“말과 글로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 자리는 제가 원하는 일을 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장소죠. 중요한 스피커를 갖게 된 거니깐요. 국회의원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최대한 현장에 많이 나가야 돼요. 나가서 사람들 얘기를 듣고 보좌진분들이랑 상의해서 관련 법안을 만들고 다른 의원님들과도 같이 얘기하고 교류해야죠.”

디딤돌 역할


민주당 최연소 국회의원으로서의 포부도 함께 밝혔다.

“제가 청년 비례대표로 선출이 됐어요. 전 2030뿐만 아니라 30대 이하의 미래 세대들을 대변하고 싶어요. 20년, 30년 후면 그들이 주인공이니깐요.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몫까지 대변하라고 저를 뽑아주신 거라 생각해요.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sangmi@ilyosisa.co.kr>
 

[정은혜 의원은?]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하버드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민주정책연구원 미래기획실 인턴연구원
▲제18대 대통령선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 부대변인
▲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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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