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센크루프 ‘편법 하청’ 피해담

사람 잡는 공포의 외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승강기 설치 작업을 하던 40대 하청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해당 공사는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코리아’가 진행한 작업이었다. 최근 1년 반 동안 티센크루프 작업 현장서 숨진 노동자는 5명. 더욱이 이번 사고는 박양춘 티센크루프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앞선 사망사고에 대해 소명한 지 하루 만에 발생해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중대재해 동향보고’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쯤 평택시 팽성읍의 4층짜리 공사현장서 엄모(48)씨가 추락해 숨졌다. 조사 결과 4층서 승강기 발판 설치공사를 하던 엄씨는 지지대가 무너지며 12m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현장엔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망은 설치돼있지 않았다. 

또 추락사

사고가 난 건물의 주인은 A 건설업체에 전체 리모델링 공사 도급을 줬고 A업체는 철거·전기통신·소방·마감 등 공사를 나눠 분리 발주했다. 승강기 설치공사는 승강기 제조업체인 티센크루프와 설치업체인 B 업체가 컨소시엄을 꾸려 맡았다. 하지만 티센크루프는 B 업체의 공사 물량이 많아 기간 안에 설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도중에 다른 업체와 구두계약을 맺었다.

엄씨가 속한 업체는 티센크루프와 연간 단기계약을 맺고 승강기 설치 전 단계를 시공하는 업체였다.

엄씨의 죽음으로 지난 1년 반 사이 티센크루프의 작업현장서 사망한 노동자는 5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3월 경기 남양주시의 한 대형마트서 무빙워크를 정비하던 20대 노동자가 발판에 가슴이 끼여 숨졌고 같은 해 10월 부산의 한 아파트서 승강기 교체공사를 하던 50대 노동자가 25층서 추락해 사망했다. 


올 3월에도 부산의 한 아파트서 승강기를 교체하던 30대 노동자 2명이 18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이들은 모두 하청노동자였다.

잇따라 사고와 관련해 박양춘 티센크루프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감사장에선 앞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한 질의가 오갔다.

박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한 의원은 승강기 업계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티센크루프가 협력사와 체결한 승강기 설치·유지관리 공동도급계약은 원청 지위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불법 하도급”이라며 “위험한 설치·유지관리 업무를 외부공정으로 맡기는 등 위험의 외주화를 방조하고 있어 특별감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3월 이후 5명 사망…하청 구조 때문?
국감 출석 하루 만에…정부 특별감독 나선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설치 및 유지관리 업체의 구체적인 작업 내용과 안전 조치에 대해 티센크루프가 간섭·지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사망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없음을 강조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박 대표는 결국 사퇴했다. 티센크루프 측은 “회사는 현재 내부적으로 조사팀을 꾸려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으며, 전국 모든 현장의 설치작업을 중단시키고 안전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티센크루프 측 관계자는 “아시아 본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한국에 입국해 안전대책 회의를 진행 중”이라며 “독일 인사 안전 총괄임원(CHRO)과 함께 사고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박양춘 티센그루프 대표

승강기 업계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가 잇따른 사고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승강기 설치공사는 하도급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티센크루프 같은 대형 승강기 제조업체들은 지역 중소 설치업체들과 공동 수급방식으로 사업을 따낸다. 

형식상으로는 티센크루프가 설치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려 공사 입찰에 참가하지만 실제로는 티센크루프가 공사를 수주해 설치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이다. 협력업체가 설치와 유지보수 등 현장의 위험을 모두 떠안는 셈이다.

한정애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티센크루프가 지난해 약 65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남기며 2011년에 비해 10배 이상 성장하는 동안 직원 수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17% 남짓 증가한 것도 그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이은 사망사고에 정부도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티센크루프에 대해 특별감독에 나선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고용부는 본사뿐 아니라 시공현장 안전보건관리 실태 전반을 점검하고 본사의 경영체계를 근원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근로감독관 및 안전보건공단 전문가 12명과 국토교통부 합동으로 안전보건 경영방침, 안전관리 체계, 도급계약의 적정성 등에 대한 특별감독을, 시공현장은 기획감독을 하기로 했다. 

엄중한 책임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협력업체가 안전관리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원청의 적정한 공사금액 지급과 공사기간 부여가 수반돼야 한다”며 “원청이 안전한 작업환경 및 여건을 조성하도록 지속적인 지도점검을 실시하고 안전관리가 불량해 사고가 다발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중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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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