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김정수 기자 = 현 정부 들어 대통령-국무총리 동생을 영입해 주목받았던 SM그룹(<일요시사> ‘SM그룹 우오현 회장, 총리 동생에…대통령 동생도 품었다’ 7월1일 기사 참조) ‘2대 주주’가 우오현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의문의 인물은 김혜란 삼라 이사. SM그룹 내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다수 확보한 핵심주주로, 우 회장 장남 우기원씨의 친모이기도 하다. SM그룹은 사실상 특수관계인인 김 이사의 존재와 지분 취득 배경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 우오현 SM그룹 회장

SM그룹서 김 이사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SM그룹은 재계 서열 35위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준재벌)에 속하는 대기업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기업총수다. 우 회장에 이어 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2대주주가 김 이사다. 

복잡한 
우씨 가족

김 이사가 어떤 배경으로 SM그룹 지분을 취득하게 됐는지는 비밀로 남아있다. 김 이사는 법적으로 사주 일가와 아무 연관이 없는 ’개인주주’다. 현행법상 공시 의무를 진 기업은 사주 일가의 지분 변동을 공시할 때 ‘친인척’ 혹은 ‘특수관계인’으로 표기해야 한다. 김 이사는 친인척 혹은 특수관계인으로 공시된 적이 없다.

그렇다면 김 이사는 SM그룹과 어떤 인연으로 지분을 취득하게 된 것일까. SM그룹 전·현직 관계자, 김 이사를 잘 아는 지인 등 <일요시사>가 지난 1년간 취재한 이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우 회장은 김 이사와 사실혼 관계로 아들 기원씨를 낳았다.

SM그룹 핵심 관계자는 “우 회장과 김 이사는 오랫동안 혼외관계로 같이 살았다. 현재는 사실상 부부나 다름없다. 두 사람 사이서 얻은 자식이 기원씨”라고 말했다. 


기원씨는 올해 27세로 우 회장의 장남이다. SM그룹 계열사인 기원토건을 거쳐 라도(지분 100%소유)의 대표이사가 됐다. 현재는 SM그룹 본사서 인수합병 관련 업무를 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오너 일가도 없는 주요 계열 지분 보유
수십년 내연관계 확인…장남은 혼외자

실제로 기원씨는 김 이사와 특수관계로 보인다. SM그룹의 계열사인 라도의 법인등기등본부에 따르면 기원씨의 자택 주소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71, XX1 XX7호다. 기원씨 자택의 부동산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소유자는 김 이사였다. 해당 부동산은 지난 2005년 12월 중순 김 이사가 SM그룹 계열사인 삼라건설로부터 매입했다.   

현재 우 회장과 김 이사가 함께 살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우 회장이 SM그룹 대표이사로 등기돼있지 않아 자택 주소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 회장은 SM그룹 계열사에 사내이사로만 등기된 상태다. 법인 대표이사는 등기 과정서 자신의 자택 주소를 신고해야 하는데 사내이사는 등기 의무가 없다.

우 회장은 삼라마이다스, 삼라희망재단, 삼라산업개발 등의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다. 관련 법인등기부와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우 회장은 2000년 7월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금호타운 8층 아파트를 매입했으며, 2017년 6월 영등포구 당산동2가 진덕빌딩으로 주소를 옮겼다.

진덕빌딩은 SM그룹 본사 건물로 지하 3층부터 지상 10층까지 자동차 관련 시설 및 업무시설 용도이기 때문에 우 회장이 거주할 수 없다. 우 회장의 실거주지가 진덕빌딩이라면 관련법을 위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우 회장이 자택 주소를 의도적으로 감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런데 김 이사와 사실혼 관계인 우 회장은 본처와도 아직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M그룹 총수 일가와 SM그룹 전·현직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우 회장은 본처인 신모씨와 이혼하지 않고, 법적으로 부부관계다. 우 회장이 수년동안 ‘두 집 살림’을 해온 셈이다.


사실혼 관계
기원씨 낳아

이 때문에 우 회장의 혈연관계는 조금 복잡하다. 대외적으로 1남4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우 회장의 자녀는 1남3녀다. 우 회장과 김 이사가 장남 기원씨를 낳았다면, 우 회장과 신씨 사이서 우연아(42) 대한해운 부사장, 우지영(41) 태초디앤씨 대표이사, 우명아(37) 신화디앤디 대표이사가 태어났다.

<조선일보> 유료 인물검색 프로필에는 우 회장의 가족사항이 본처 신씨를 비롯해 3녀(우연아·우지영·우명아)라고 기재됐다. 물론 <조선일보> 인물검색 프로필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료는 아니다.

하지만 해당 프로필은 우 회장이 직접 작성하고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최종 수정일은 2017년 1월23일이다.  

<조선일보> 측은 “본인이 제공한 프로필의 수록을 원칙으로 하며, 본인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 경우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작성자가 제3자 제공에 동의해야만 이 프로필이 공개된다”고 밝혔다. 과거 우 회장은 <조선일보>와 두 차례(2009·2016년) 인터뷰를 한 인연도 있다.  
 

SM그룹 측은 우 회장의 혼외관계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장님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도, 확인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고 입을 다물었다.

우 회장의 이 같은 사생활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우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가 향후 SM그룹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분 어떻게?
특수인 비노출

현대·롯데·두산·금호 등 재벌 대기업서 일어난 ‘형제의 난’ 사건은 모두 그룹 후계문제가 발단이었다. 경영권을 둘러싼 총수 일가의 다툼은 상호 고소·고발로 이어진다. 결국 총수 일가가 검찰수사를 받고, 기업 경영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 파장은 임직원들에게 미친다. 

<일요시사>가 SM그룹 총수일가 지분을 분석한 결과 우 회장과 김 이사의 사실혼 관계는 그룹 후계구도의 핵심 변수다. 먼저 김 이사가 SM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모두 4곳으로 ▲동아건설산업 ▲삼라 ▲삼라산업개발 ▲경남디앤티 등이다.

동아건설산업 지분은 라도(38.18%), 우 회장(19.21%), 삼라마이더스(14.93%), 삼라(14.93%), 우방산업(6.52%), 김 이사(6.22%) 등이 소유하고 있다. 

동아건설산업의 최대주주는 기원씨의 개인회사 라도다. 우 회장과 김 이사가 우호지분으로 작용하게 되면 기원씨가 사실상 동아건설산업을 지배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동아건설산업의 종속회사인 경남기업과 한류우드개발에이엠, 한동엔지니어링, 한국인프라개발, SM중공업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이뤄진다.    


삼라는 우 회장(60.96%), 삼라희망재단(16.72%), 기원토건(11.42%), 김 이사(10.90%) 등이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기원토건은 기원씨의 이름을 따서 만든 회사인 것으로 전해진다. 

본처와 법적 부부…2세 승계 뇌관 불가피
세 누나보다 배다른 남동생에 유리한 구도 

삼라는 SM그룹 지배구조서 핵심인 SM스틸(옛 신광)의 2대 주주다. SM스틸은 1대 주주 우 회장을 필두로 삼라, 동아건설산업, 삼라산업개발 등이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SM스틸은 SM하이플러스→남선알미늄→남선홀딩스→경남모직→TK케미칼(→케이엘홀딩스→대한해운→대한상선)→SM상선→삼라농원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김 이사는 SM스틸의  주요 주주인 동아건설산업, 삼라개발, 삼라의 지분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삼라산업개발의 지분은 우 회장(47.00%), 김 이사(33.33%), 박도순(8.00%) 등이 보유하고 있다. 삼라산업개발은 SM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SM스틸의 주식 6.07%를 확보하고 있다. 이외 김 이사는 경남디엔티 주식 15.00%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로서 김 이사가 SM그룹 승계에 큰 축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 회장의 본처와 딸들도 가지지 못한 지분이다. 그만큼 우 회장과 김 이사의 신뢰가 두텁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 이사는 향후 아들 기원씨 승계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우 회장 본처는 SM그룹 관련 지분이 단 1주도 없다는 점에서 김 이사와 대조된다. 또 세 딸이 보유한 SM생명과학 지분 역시 아들 기원씨에 비하면 초라하다. 

두 집 살림
그룹은 모르쇠

SM생명과학은 우연아 부사장(32.56%), 우지영 대표이사(21.71%), 우명아 대표이사(21.71%) 등으로 지분이 쪼개졌다. 이마저도 아버지인 우 회장이 나머지 지분을 모두 쥐고 있다. SM생명과학을 지배하더라도 자회사인 삼환기업과 손자회사 삼환기술개발 정도에 그친다. 기원씨보다 그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사실상 승계가 아들 기원씨에게 굳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SM그룹 관계자는 “후계구도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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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