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SM그룹 좀비기업 대해부

‘M&A 큰손’ 덩치만 크지 속은…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기업의 간판을 달고 있으나 사실상 수입이 없거나 재무구조가 엉망인 회사들이 있다. 이른바 좀비회사. 그룹 계열사에 이 같은 기업이 많다면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재계에선 이런 점 때문에 좀비기업의 퇴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M&A로 덩치를 키운 SM에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룹에 숨어있는 ‘좀비기업’ 17곳을 확인했다.
 

SM그룹은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M은 지난 5월말 기준 6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 기준 8조6160억원 수준으로 어엿한 대규모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경영난 계열
20개에 육박

1988년 광주서 우오현 회장이 삼라건설을 창업하면서 SM그룹의 모체가 탄생했다. 당시 우 회장 나이 36세 불과했다. 삼라건설이라는 사명은 삼라만상서 가져온 것으로 우 회장이 불교 집안에서 자란 영향이라고 전해진다. 

법인 설립을 마칠 무렵 광주서도 아파트 붐이 크게 일었고 이에 따라 삼라건설도 승승장구했다. 1997년 외환 위기가 닥치며 극심한 불황이 찾아왔지만 보수적인 경영을 해왔던 SM그룹은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헐값에 나온 수도권 택지를 집중적으로 인수해 사업을 확장했다.

외환위기는 M&A 기회를 줬다.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 이전에 잘 나가던 많은 기업들이 매물로 많이 나왔다. 이런 매물 가운데 우량 기업을 골라내서 그룹을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한 우 회장은 기업 사냥에 나섰다. 

첫 M&A는 진덕산업(현 우방산업)이었다. 기존의 삼라건설이 아파트 분양의 강자였다면 진덕산업은 강남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자유의다리-판문점 간 도로공사 등 기반시설과 대형 건축물을 주로 다뤄온 만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진출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후 3년간은 제조업에 집중했다. 건전지 브랜드 벡셀, 화학 회사 조양, 유리·건설자재 회사인 경남모직, 알루미늄 전문업체 남선알미늄, 스판덱스·화학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등을 이 시기에 인수했다. 

활발한 인수합병에 힘입어 2008년 그룹 매출 1조원을 돌파한다. 티케이케미칼 인수가 특히 결정적이었는데 6000억대 수준이었던 SM그룹은 매출 8000억의 티케이케미칼을 인수하며 단숨에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다.

돈 못 버는 계열사
방치되는 친족기업

2008년 이후에도 꾸준히 인수합병을 계속해 부실기업 전문회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5년 6월 말에는 자산총액이 4조원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 요건인 5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SM그룹의 폭풍성장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 상 계열사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SM그룹에는 그룹의 경쟁력을 낮추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얼마나 될까. 공정위 대규모기업집단 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SM그룹 계열사 가운데 자본잠식 상황에 놓여있거나 매출액이 없는 곳은 17곳으로 조사됐다.
 

완전자본잠식에 놓인 곳은 11곳으로 재무구조가 부실한 계열사가 많다는 점도 리스크다. 

2009년 설립된 경남티앤디는 매출액이 전무한 데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섬유제품 제조업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자본총액은 ?19억3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1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우 회장은 이곳 지분 46.29%을 가지고 있다(지난해 9월 기준). 이 외에 임원이 38% 지분을 가지고 있어 총 동일인과 관계있는 지분은 84.29%에 달했다.

자본잠식 허덕
전무한 매출

그루인터내셔널 역시 자본총액 -45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황에 놓여있다. 자산총액은 2억9900만원 수준. 이 회사는 2013년 6월14일 도매 및 상품중개업을 주 사업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종업원수는 4명이다. 

지난해 매출액 13억4100만원, 당기순이익 6200만원을 각각 시현했다. 이곳은 오너 일가의 친족이 1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델라노체도 사실상 기업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델라노체는 도매 및 상품중개업을 영위업종으로 2014년 12월8일 설립됐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무했다. 기업규모를 살펴보면 자산총액, 자본총액, 자본금이 각각 2000만원씩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곳은 우 회장의 친족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제품 제조업이 주사업 목적인 메디원 역시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 2011년 10월14일 설립돼 2014년 7월10일 계열사에 편입된 메디원은 지난해 자본총액이 -3억9400만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매출액도 전무했다. 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을 나타내고 있다. 종업원은 단 1명이다. 10억원의 자본금이 투입됐지만 현재까지는 그룹 내에서 손해만 끼치고 있는 상황. 메디원의 주식은 에스엠생명과학이 70%의 지분율을 가지고 SM그룹에 편입됐다.

바로코사도 완전자본잠식에 놓인 기업 가운데 하나다. 2000년 설립된 바로코사는 2016년 11월1일 SM그룹에 편입됐다. 종업원은 10명 규모다. 지난해 기준 부채총액 111억9400만원, 자산총액 86억2200만원으로 자본총액은 -25억7200만원이다. 매출은 75억6200만원을 올렸으나 3억94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삼라농원 역시 자본잠식 상태다. 2013년도에 설립된 삼라농원은 농업을 사업목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자산총액 65억6400만원, 부채총액 70억44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자본총액은 -4억8000만원이다. 매출액은 1억6100만원을 기록했지만 1억9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직원은 단 1명이다. 

삼라농원은 우 회장의 딸 우연아씨가 대표로 있다. 이 곳 지분은 우 회장의 친족이 1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에스씨파워텍은 매출액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115억원 수준. 재무상태도 긍정적이지 않다. 10억원의 자본금이 들어갔지만 현재 자본총액은 2억5500만원 수준으로 자본잠식 상태. 

에스씨파워텍은 전문직별 공사업을 주사업 목적으로 2007년1월3일 설립됐다. 우방건설산업이 에스씨파워텍 지분 100%를 소유하면서 SM그룹에 편입됐다. 종업원은 3명 규모로 크지 않다.
 

온양관광호텔도 자본이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해말 기준 자산총액 459억3900만원, 부채총액 514억27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자본총액은 -57억88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액은 60억3100만원을 기록했지만 270억9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숙박업을 영위하는 온양관광호텔은 종업원 64명 수준이다. 2003년 7월29일 설립된 온양관광호텔은 지난해 10월30일 SM 계열사에 편입됐다. 온양관광호텔은 현재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SM그룹은 온양관광호텔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울코퍼레이션 역시 완전자본잠식 상황.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1억800만원, 부채총액 1억4300만원을 기록했다. 자본총액은 3500만원으로 자본이 바닥을 드러낸 셈. 지난해 3억8500만원의 매출액을 시현했지만 11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울코퍼레이션의 종업원은 한 명도 없다. 친족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우 회장의 친족이 한울코퍼레이션의 지분 50%를 쥐고 있다. 30%는 임원이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통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액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경영에 대한 성과가 전무한 것. 1억3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으로 경영 사정이 긍정적이지 않다. 자산총액 50억6200만원, 부채총액 27억8300만원을 각각 기록했으며 종업원은 없다. 

1981년 설립된 한통엔지니어링은 2007년6월18일 SM그룹에 편입됐다. 2010년에 매각을 추진한 바 있으나 매각이 무산된 뒤 현재까지 SM그룹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분 구조는 우 회장이 19.96%를 가지고 있고, 삼라 39.93%, 동아건설산업 39.93%를 각각 기록했다.

기원토건도 매출이 전혀 없었다. 당기순이익도 7000만원 적자. 재무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자산총액 7억900만원, 부채총액 500만원으로 부채가 거의 없는 상황. 전문직별 공사업을 하는 기원토건의 종업원은 0명으로 사실상 사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매각
더 어려운 회생

삼라산업개발은 자본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9억9800만원, 부채총액 28억9700만원을 기록했다. 자본총액 -18억9900만원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삼라산업개발은 임대업(부동산 제외)을 사업목적으로 1997년 설립돼 SM그룹과 함께 했다. 

우 회장이 지분 47%를 가지고 있으며, 임원 등이 41.33%의 지분을 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의 지분만 88.33%를 기록할 만큼 지분율이 높다.

우방토건도 완전자본잠식 상황에 처해있다. 자산총액은 300만원에 불과하다. 부채총액은 1억2200만원이다. 자본총액 -1억1900만원으로 자본이 바닥을 드러냈다. 2004년 12월1일 설립된 우방토건 역시 2013년 5월29일 M&A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됐다. 경영 상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매출액은 전무하며, 1억2300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코사주류도 자본 상황이 좋지 않다. 자산총액 18억3000만원, 부채총액 202억7500만원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월등히 많은 상황이다. 자본총액 -201억1200만원 완전 자본잠식 상황을 맞은 것. 

이코사주류 역시 2016년 12월8일 M&A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됐으나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매출액이 위안이다. 매출액 170억5600만원, 당기순이익 8000만으로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 이코사주류는 바로코사가 지분 100%로 자회사로 두고 있다.

물고 물리는 계열사
커져가는 리스크

부동산업체 일산프로젝트 역시 재무구조가 부실하다. 2008년7월 설립돼 2016년 11월29일 SM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자산은 1억6300만원인데 반해 부채가 202억7500만원에 달한다. 자본총액은 -201억12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매출액은 전무하다. 7억9200만원의 당기순손실로 실적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인프라개발도 회사에 돈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1000만원, 부채총액 5억3500만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웃돌았다. 자산총액은 -5억25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2016년 계열사에 편입됐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없었다. 당기순이익은 -4200만원으로 적자. 한국인프라개발은 SM계열사 동아건설산업이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한류우드개발에이엠 역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자산총액 6700만원, 부채총액 2억4900만원으로 부채 규모가 자산총액보다 크다. 자본총액은 -1억82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황이다. 

수익성도 높지 않다. 지난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4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현재 동아건설산업이 87.20%로 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설립된 한국인프라개발은 2016년 M&A를 통해 SM그룹에 편입됐다. 직원은 4명이다.

궤도권 순항
연쇄 경영난

재계의 한 관계자는 “SM그룹은 미래를 보고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지만 그 성과가 궤도에 오른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부채 비율이 전체적으로 높은 많큼 유동성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연쇄적으로 경영난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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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