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SM그룹 좀비기업 대해부

‘M&A 큰손’ 덩치만 크지 속은…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기업의 간판을 달고 있으나 사실상 수입이 없거나 재무구조가 엉망인 회사들이 있다. 이른바 좀비회사. 그룹 계열사에 이 같은 기업이 많다면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재계에선 이런 점 때문에 좀비기업의 퇴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M&A로 덩치를 키운 SM에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룹에 숨어있는 ‘좀비기업’ 17곳을 확인했다.
 

SM그룹은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M은 지난 5월말 기준 6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 기준 8조6160억원 수준으로 어엿한 대규모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경영난 계열
20개에 육박

1988년 광주서 우오현 회장이 삼라건설을 창업하면서 SM그룹의 모체가 탄생했다. 당시 우 회장 나이 36세 불과했다. 삼라건설이라는 사명은 삼라만상서 가져온 것으로 우 회장이 불교 집안에서 자란 영향이라고 전해진다. 

법인 설립을 마칠 무렵 광주서도 아파트 붐이 크게 일었고 이에 따라 삼라건설도 승승장구했다. 1997년 외환 위기가 닥치며 극심한 불황이 찾아왔지만 보수적인 경영을 해왔던 SM그룹은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헐값에 나온 수도권 택지를 집중적으로 인수해 사업을 확장했다.


외환위기는 M&A 기회를 줬다.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 이전에 잘 나가던 많은 기업들이 매물로 많이 나왔다. 이런 매물 가운데 우량 기업을 골라내서 그룹을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한 우 회장은 기업 사냥에 나섰다. 

첫 M&A는 진덕산업(현 우방산업)이었다. 기존의 삼라건설이 아파트 분양의 강자였다면 진덕산업은 강남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자유의다리-판문점 간 도로공사 등 기반시설과 대형 건축물을 주로 다뤄온 만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진출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후 3년간은 제조업에 집중했다. 건전지 브랜드 벡셀, 화학 회사 조양, 유리·건설자재 회사인 경남모직, 알루미늄 전문업체 남선알미늄, 스판덱스·화학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등을 이 시기에 인수했다. 

활발한 인수합병에 힘입어 2008년 그룹 매출 1조원을 돌파한다. 티케이케미칼 인수가 특히 결정적이었는데 6000억대 수준이었던 SM그룹은 매출 8000억의 티케이케미칼을 인수하며 단숨에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다.

돈 못 버는 계열사
방치되는 친족기업

2008년 이후에도 꾸준히 인수합병을 계속해 부실기업 전문회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5년 6월 말에는 자산총액이 4조원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 요건인 5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SM그룹의 폭풍성장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 상 계열사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SM그룹에는 그룹의 경쟁력을 낮추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얼마나 될까. 공정위 대규모기업집단 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SM그룹 계열사 가운데 자본잠식 상황에 놓여있거나 매출액이 없는 곳은 17곳으로 조사됐다.
 

완전자본잠식에 놓인 곳은 11곳으로 재무구조가 부실한 계열사가 많다는 점도 리스크다. 

2009년 설립된 경남티앤디는 매출액이 전무한 데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섬유제품 제조업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자본총액은 ?19억3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1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우 회장은 이곳 지분 46.29%을 가지고 있다(지난해 9월 기준). 이 외에 임원이 38% 지분을 가지고 있어 총 동일인과 관계있는 지분은 84.29%에 달했다.

자본잠식 허덕
전무한 매출

그루인터내셔널 역시 자본총액 -45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황에 놓여있다. 자산총액은 2억9900만원 수준. 이 회사는 2013년 6월14일 도매 및 상품중개업을 주 사업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종업원수는 4명이다. 

지난해 매출액 13억4100만원, 당기순이익 6200만원을 각각 시현했다. 이곳은 오너 일가의 친족이 1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델라노체도 사실상 기업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델라노체는 도매 및 상품중개업을 영위업종으로 2014년 12월8일 설립됐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무했다. 기업규모를 살펴보면 자산총액, 자본총액, 자본금이 각각 2000만원씩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곳은 우 회장의 친족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제품 제조업이 주사업 목적인 메디원 역시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 2011년 10월14일 설립돼 2014년 7월10일 계열사에 편입된 메디원은 지난해 자본총액이 -3억9400만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매출액도 전무했다. 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을 나타내고 있다. 종업원은 단 1명이다. 10억원의 자본금이 투입됐지만 현재까지는 그룹 내에서 손해만 끼치고 있는 상황. 메디원의 주식은 에스엠생명과학이 70%의 지분율을 가지고 SM그룹에 편입됐다.

바로코사도 완전자본잠식에 놓인 기업 가운데 하나다. 2000년 설립된 바로코사는 2016년 11월1일 SM그룹에 편입됐다. 종업원은 10명 규모다. 지난해 기준 부채총액 111억9400만원, 자산총액 86억2200만원으로 자본총액은 -25억7200만원이다. 매출은 75억6200만원을 올렸으나 3억94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삼라농원 역시 자본잠식 상태다. 2013년도에 설립된 삼라농원은 농업을 사업목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자산총액 65억6400만원, 부채총액 70억44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자본총액은 -4억8000만원이다. 매출액은 1억6100만원을 기록했지만 1억9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직원은 단 1명이다. 

삼라농원은 우 회장의 딸 우연아씨가 대표로 있다. 이 곳 지분은 우 회장의 친족이 1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에스씨파워텍은 매출액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115억원 수준. 재무상태도 긍정적이지 않다. 10억원의 자본금이 들어갔지만 현재 자본총액은 2억5500만원 수준으로 자본잠식 상태. 

에스씨파워텍은 전문직별 공사업을 주사업 목적으로 2007년1월3일 설립됐다. 우방건설산업이 에스씨파워텍 지분 100%를 소유하면서 SM그룹에 편입됐다. 종업원은 3명 규모로 크지 않다.
 

온양관광호텔도 자본이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해말 기준 자산총액 459억3900만원, 부채총액 514억27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자본총액은 -57억88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액은 60억3100만원을 기록했지만 270억9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숙박업을 영위하는 온양관광호텔은 종업원 64명 수준이다. 2003년 7월29일 설립된 온양관광호텔은 지난해 10월30일 SM 계열사에 편입됐다. 온양관광호텔은 현재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SM그룹은 온양관광호텔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울코퍼레이션 역시 완전자본잠식 상황.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1억800만원, 부채총액 1억4300만원을 기록했다. 자본총액은 3500만원으로 자본이 바닥을 드러낸 셈. 지난해 3억8500만원의 매출액을 시현했지만 11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울코퍼레이션의 종업원은 한 명도 없다. 친족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우 회장의 친족이 한울코퍼레이션의 지분 50%를 쥐고 있다. 30%는 임원이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통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액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경영에 대한 성과가 전무한 것. 1억3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으로 경영 사정이 긍정적이지 않다. 자산총액 50억6200만원, 부채총액 27억8300만원을 각각 기록했으며 종업원은 없다. 

1981년 설립된 한통엔지니어링은 2007년6월18일 SM그룹에 편입됐다. 2010년에 매각을 추진한 바 있으나 매각이 무산된 뒤 현재까지 SM그룹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분 구조는 우 회장이 19.96%를 가지고 있고, 삼라 39.93%, 동아건설산업 39.93%를 각각 기록했다.

기원토건도 매출이 전혀 없었다. 당기순이익도 7000만원 적자. 재무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자산총액 7억900만원, 부채총액 500만원으로 부채가 거의 없는 상황. 전문직별 공사업을 하는 기원토건의 종업원은 0명으로 사실상 사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매각
더 어려운 회생

삼라산업개발은 자본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9억9800만원, 부채총액 28억9700만원을 기록했다. 자본총액 -18억9900만원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삼라산업개발은 임대업(부동산 제외)을 사업목적으로 1997년 설립돼 SM그룹과 함께 했다. 

우 회장이 지분 47%를 가지고 있으며, 임원 등이 41.33%의 지분을 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의 지분만 88.33%를 기록할 만큼 지분율이 높다.

우방토건도 완전자본잠식 상황에 처해있다. 자산총액은 300만원에 불과하다. 부채총액은 1억2200만원이다. 자본총액 -1억1900만원으로 자본이 바닥을 드러냈다. 2004년 12월1일 설립된 우방토건 역시 2013년 5월29일 M&A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됐다. 경영 상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매출액은 전무하며, 1억2300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코사주류도 자본 상황이 좋지 않다. 자산총액 18억3000만원, 부채총액 202억7500만원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월등히 많은 상황이다. 자본총액 -201억1200만원 완전 자본잠식 상황을 맞은 것. 

이코사주류 역시 2016년 12월8일 M&A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됐으나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매출액이 위안이다. 매출액 170억5600만원, 당기순이익 8000만으로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 이코사주류는 바로코사가 지분 100%로 자회사로 두고 있다.

물고 물리는 계열사
커져가는 리스크

부동산업체 일산프로젝트 역시 재무구조가 부실하다. 2008년7월 설립돼 2016년 11월29일 SM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자산은 1억6300만원인데 반해 부채가 202억7500만원에 달한다. 자본총액은 -201억12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매출액은 전무하다. 7억9200만원의 당기순손실로 실적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인프라개발도 회사에 돈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1000만원, 부채총액 5억3500만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웃돌았다. 자산총액은 -5억25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2016년 계열사에 편입됐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없었다. 당기순이익은 -4200만원으로 적자. 한국인프라개발은 SM계열사 동아건설산업이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한류우드개발에이엠 역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자산총액 6700만원, 부채총액 2억4900만원으로 부채 규모가 자산총액보다 크다. 자본총액은 -1억82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황이다. 

수익성도 높지 않다. 지난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4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현재 동아건설산업이 87.20%로 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설립된 한국인프라개발은 2016년 M&A를 통해 SM그룹에 편입됐다. 직원은 4명이다.

궤도권 순항
연쇄 경영난

재계의 한 관계자는 “SM그룹은 미래를 보고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지만 그 성과가 궤도에 오른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부채 비율이 전체적으로 높은 많큼 유동성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연쇄적으로 경영난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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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