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들킨 우오현 SM그룹 회장 ‘보복성 줄고소’ 막전막후

실패로 돌아간 언론 길들이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속이 빤히 보였던 SM그룹의 <일요시사> 길들이기가 수포로 돌아갔다. 회장님의 치부를 들춰낸 죄를 묻고자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본인들이 원했던 결말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던 속내만 여지없이 들통난 꼴이다. 

최근 들어 언론을 대하는 대기업의 대처법은 이전과 많은 부분에서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기사에 주목하기보단, 기사에 담긴 사실 자체에 불편함을 쏟아내며 언론중재위원회를 찾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언중위를 거치는 수순은 그나마 양반이다. 몇몇 대기업은 앞뒤 정황을 따지기보다는 사법적 판단을 앞세우려 한다.

빤히 보이는
불편한 속내

이렇다 보니 언론사와 기자는 꼼꼼해질 수밖에 없다. 취재 과정에서 사실 여부를 몇 번이나 검토해야 하고, 상반된 입장에 대한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고자 애쓴다. 거의 모든 기사 속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에 담긴 표현의 어긋남을 인정하고 반론보도를 수용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기사를 사이에 둔 언론사와 대기업 간 시시비비는 끊이지 않는다. 이쯤이면 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은 대기업 입장에서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 여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본인들의 치부를 공개한 언론과 기자의 펜을 어떻게든 길들이겠다는 목표만 강해질 뿐이다.

<일요시사>에 대한 SM그룹의 노골적인 괴롭힘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일요시사>는 2019년 10월18일 ‘<단독>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해당 기사는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모씨에 초점을 맞췄고, 한발 더 나아가 우 회장과 김씨 사이에서 태어난 우기원씨가 그룹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당시만 해도 김씨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룹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한 인물치곤 노출된 정보가 극히 미미했던 까닭이다. 어떤 계기로 SM그룹과 인연을 맺었고, 계열사 지분을 취득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일요시사>는 SM그룹 전·현직 관계자를 비롯한 다수의 취재원과 접촉해 취합한 증언을 토대로 김씨와 우 회장의 사실혼 관계를 파악했다. 당시 우 회장은 본처인 신모씨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수년 동안 ‘두 집 살림’을 해왔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경영 개입 ‘사모님 실체’ 단독 보도
그동안 게시된 기사 모두 모아 고소

물론 우 회장의 사생활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일요시사>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SM그룹 총수의 이야기를 보도하는 데 열중하기보다는, 우 회장의 사생활이 후계구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 것인지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실제로 당시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김씨는 SM그룹 승계 작업의 큰 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씨는 ▲동아건설산업 ▲삼라 ▲삼라산업개발 ▲경남디앤티 등 SM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상태였다.

김씨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신씨와 그의 딸들보다 많았고 <일요시사>는 이를 두고 김씨에 대한 우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인식했다. 당시 신씨의 경우 SM그룹 관련 지분이 단 1주도 없었다는 점에서 김씨와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씨의 세 딸이 보유한 SM생명과학 지분 역시 기원씨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었다.

우 회장과 김씨의 관계를 조망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승계 구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지 주목한 해당 기사에 대해 SM그룹 측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는 데 인색했다.

당시 SM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도, 확인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승계에 관한 질의에도 “후계구도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했을 뿐이었다.

사실혼 들통
개념은 어디로…

이처럼 <일요시사>의 질의에 명확한 답변을 꺼렸던 SM그룹은 정작 해당 기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자 상식 밖의 행동을 꺼내 들었다. 의도가 뻔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5월 SM그룹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및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을 이유로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해당 기사가 온라인에 공개된 지 7개월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019년 7월1일자로 송출된 ‘<단독> SM그룹 우오현 회장, 총리 동생에…대통령 동생도 품었다’와 2019년 12월2일 <일요시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단독> SM그룹-한미동맹친선협회-K사 기막힌 동거 내막’, 2018년 7월30일 보도한 ‘<단독>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 역시 같은 이유로 고소 절차를 밟았다.

‘SM그룹 우오현 회장, 총리 동생에…대통령 동생도 품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동생 문재익씨가 2018년부터 SM그룹 계열사인 KLCSM에서 선장으로 근무 중이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은 이낙연 전 총리의 셋째 동생인 이계연씨가 2018년 삼환기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지난 30년 동안 건설업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던 계연씨가 삼환기업의 적임자인지 의문을 표한다.

의도 뻔한
꼬리물기

‘SM그룹-한미동맹친선협회-K사 기막힌 동거 내막’은 과거 김씨의 개인회사로 인식됐던 K사에 관한 기사였다. 이 회사는 우 회장의 친여동생 우현의씨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미동맹친선협회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사가 작성될 무렵 K사의 대표이사는 이모씨였고, K사는 이씨의 개인회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일요시사>는 취재를 통해 K사가 SM그룹의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을 다뤘다. 


<일요시사>는 K사(2009년)와 한미동맹친섭협회(2010년)는 설립할 때부터 같은 사무실을 썼다는 점을 주목했다. 한미동맹친선협회는 SM그룹의 특수관계사였고, 현의씨는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이자 SM그룹 대외협력 총괄사장을 맡던 상태였고, 우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고문이었다.

앞에서 열거한 기사들은 세간에 공개되지 않았던 SM그룹 내부 사안을 다룬 <일요시사> 단독 보도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국민의 알 권리에 충분히 부합할만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SM그룹이 고소를 앞세웠다는 건,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어떻게든 기사의 생명을 단절시키겠다는 의도기 자명했다. 이 같은 SM그룹의 의도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에서 또 한 번 여지없이 드러났다.

SM그룹은 앞서 열거한 네 편의 기사 이외에도 ▲17개 SM그룹 좀비기업 대해부(등록 2018년 6월15일) ▲우오현 SM그룹 회장, 1인 36역(등록 2018년 6월1일 겸직왕) ▲<탄핵 후폭풍> 좌불안석 친박기업 백태(등록 2017년 3월10일) ▲박근혜와 특별한 SM그룹, 왜?(등록 2016년 12월19일) 등 SM그룹을 언급한 대다수 <일요시사> 기사를 문제 삼았다. 작성 시기가 4년을 훌쩍 넘긴 기사를 걸고넘어지는 일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자본 권력 앞세운 대기업 무리수
노골적인 ‘재갈 물리기’ 수포로

이 과정에서 해당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들은 물론이고, 편집인과 발행인까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논조를 나타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를 작성한 기자에게 ‘이 기사로 인해 다른 기자들마저 송사에 휘말린 것’이라는 심적 부담을 짊어지게 하려는 얕은 수마저 엿볼 수 있다.

물론 개인이든 집단이든 누구나 소송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 소송은 단순 횡포에 불과하다. 의도가 뻔한 겁주기식 고소와 소송 돌입을 계획했던 SM그룹의 행위야말로 ‘전략적 봉쇄 소송’의 본질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행위는 커다란 위험요소를 내포한다. 무엇보다 힘을 가진 자의 심기를 거슬렀을 경우 적잖은 고초가 뒤따른다는 공포심을 조성할 수 있다.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다 오히려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약자가 되레 범죄자로 전락하는 광경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SM그룹의 <일요시사> 길들이기는 수포가 돼 버린 상황이다. 지난달 13일 서울방배경찰서는 SM그룹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안에 대해 일제히 ‘불송치(혐의 없음)’결정을 내렸다. 법률상 범죄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SM그룹이 지난 1년간 <일요시사>에 재갈을 물리고자 심혈을 기울였던 모든 작업이 소득 없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제 공은 SM그룹으로 넘어갔다. 단지 본인들이 불편하다는 속내를 내비치며 언론을 상대로 무력행위를 거듭해 온 SM그룹이 자정의 노력을 갖지 않는다면 지금껏 불거진 구설 이상으로 세간의 의혹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당연했던
‘혐의 없음’

언론계 관계자는 “바른 보도를 추구하는 기자들은 대기업 입장에서 언제나 위협의 대상이다. 덕분에 기자를 향한 고소·고발이 일상화되는 양상”이라며 “재력이 펜을 꺾으려는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SM그룹이 벌인 이번 행동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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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