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불나는’ LG화학 배터리 미스터리

여기서 ‘펑’ 저기서 ‘펑’…안팎으로 뒤숭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정감사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화두로 떠올랐다. 계속되는 사고원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ESS 화재 절반 이상이 LG화학의 특정 시기에 생산한 배터리서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화재 원인과 관련해 배터리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개월째 배터리 사고의 원인과 정부 조사발표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LG화학 배터리 사고제품이 모두 특정 시기, 특정 공장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정 시기
특정 공장서…

LG화학 제품의 화재사고 건수는 총 14건으로 전체 화재 26건의 54%를 차지했다. 특이점은 14건 화재 모두 2017년 2분기부터 4분기 동안 LG화학 중국 남경공장서 만들어진 초기 물량이라는 것이다. 

LG화학 제품 화재 중 2018년 이후에 생산된 제품은 단 한 번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 열악한 설치 환경과 배터리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PCS 등의 문제였다면 2018년 이후 제품에는 왜 단 한 번의 화재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이 의원은 “이 시기에 만들어진 LG화학의 배터리 제품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 이원은 그 근거로 삼성SDI의 경우 총 9건의 화재가 일어났는데 ‘2014년 3분기(1건), ‘2015년 3분기(1건)’ ‘2015년 4분기(1건)’ ‘2016년 4분기(1건)’ ‘2018년 2분기(4건)’ 등 제조일자가 다양했지만 LG화학은 2017년 2∼4분기 중국공장 초기모델서만 화재가 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30일 발생한 충남 예산 소재 태양광발전소 ESS배터리 화재사고 당시 LG화학이 사고 이전에 방문해 배터리셀 하나하나를 점검해 문제가 될 만한 셀(일명 약한 셀)들을 찾아 새 배터리로 교체를 해주고 전력변환장치인 PCS도 점검을 마쳤다. 

ESS 화재 54% LG 제품…中 남경 제품
자발적 리콜 요청…원인 규명이 먼저?

이 의원에 따르면 LG화학 담당자들도 이 발전소만큼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했고 LG화학 담당자들은 조사 과정서 ‘멘붕이 왔다’는 식의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부분이 배터리가 당초 생산과정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부분이라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정부 민관합동 조사단은 ESS배터리 화재 원인에 대해 배터리시스템 결함,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미흡, 운용 환경 관리 미흡, ESS 통합관리 체계부재 등 4가지를 들은 바 있다.

이 의원은 “최초 발화지점에 대한 확진도 매우 중요한데 정부는 이 지점서 솔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실상 ESS 배터리 시설의 화재는 배터리 및 배터리보호시스템의 결함서 비롯됐다는 게 유력하다”는 이 의원은 “정부의 발표를 복기해 살펴보면 ‘배터리시스템 결함’과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 미흡’은 삼성SDI, LG화학이 만든 배터리와 배터리보호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말과도 같다”며 “결론적으로 배터리와 배터리보호시스템이 무결점하다면 ‘배터리 랙’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되지 않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감서 이슈
관계자 멘붕

2018년 9월1일 발생한 충북 영동군 ‘다니엘영동태양광’ ESS화재는 LG화학 배터리 2017년 4분기 제조제품이 설치된 곳이었다. 화재 원인 감식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법안전감정서를 통해 ‘배터리 모듈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2018년 12월17일에 발생한 충북 제천의 화재도 발화 지점은 배터리였다. 지난 5월4일에 발생한 경북 칠곡의 사고도 LG화학의 배터리서 시작됐다. 배터리제조사가 자신들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발화가 PCS 쪽에서 시작해 배터리 쪽으로 전도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증명된 바가 없다. 

이번 이 의원의 ESS화재 조사에는 LG화학의 담당 관리자들도 포함돼 진행됐다.

LG화학 관련자들은 의원실의 화재 최초 발화지점이 배터리 시스템 ‘랙’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배터리시스템에서의 발화는 결국 이 시스템을 제조해 납품한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 이라는 점도 부인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녹취록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조사과정서 LG화학에게 2017년에 생산된 ESS배터리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요청했지만 아직 LG는 관련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LG화학 내부서도 리콜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으나 경영진은 리콜을 진행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판매된 물량까지 리콜을 진행해야 해 약 1500억원의 추가비용과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은 12월까지 자신들이 실험을 진행해 원인분석을 더 꼼꼼히 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 LG화학 배터리

이 의원은 LG화학에 대해 “글로벌 리더기업으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사람들이 사건은 은폐하고 물밑서 쉬쉬하며 합의를 종용해서는 안될 일”이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관련 화재가 재발할 때마다 국가 경쟁력과 기업의 신뢰는 무너질 것”이라며 “특정시기 생산된 관련 배터리가 전국에 198개소나 더 있다. 지금이라도 자발적인 리콜을 진행하는 것이 당장의 손해보다 미래의 신뢰와 세계시장을 점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열린 국감장서도 비슷한 맥락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문제가 됐던 배터리들이 주로 난징공장서 제조한 것이 맞지만 민관협동 조사위원회서 발표했듯 화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원인은 아니다”라며 “현재 유관기관과 실증 재현실험을 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원인이 밝혀지는 대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콜 결정은?
자발적 조사


LG화학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LG화학이 제품 결함을 숨기거나 교체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동일한 이슈가 없도록 하는 것과 실사용자의 추가적인 피해를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에 최근 발생한 화재의 경우 아직 원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선제적 조치로 2017년 남경공장산 배터리를 포함한 사이트는 70%로 제한가동 중이며 손실비용에 대해 당사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원인 규명활동은 정밀실험 및 분석은 물론, 사이트보다 더 가혹한 환경의 시험까지 포함해 올해 말을 시한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만약 명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더라도 교체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 발표하는 정부 민관합동조사단

의원들이 주장한 자발적 리콜 여부에 대한 질문에 관계자는 “배터리가 소비재는 아니기 때문에 리콜의 개념이 아닌 교체 등으로 관련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LG화학에는 악재가 겹치게 됐다.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문제가 제기된(중국 남경공장 생산) 배터리가 만약 해외 사업장서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터리 교체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험 배터리 전국 198개소…추가 피해 우려
소송과 실적 악화·화재까지…겹치는 악재

LG화학이 해당 제품의 국내외 판매 물량에 대해 리콜을 진행하게 될 경우 약 15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대외적 신뢰도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LG화학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업황 악화로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감소한 데다, 전지 부문서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508억원) 대비 57.7% 감소한 2754억원에 그쳤고, 2분기 영업이익(2675억원) 또한 전년 7033억원 대비 62% 급감했다. 

LG화학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ESS 충당금 이슈와 전지 부문 적자가 LG화학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배터리 부문서 성장을 기대했지만 이 또한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LG화학은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서 번 돈을 미래 성장 동력인 배터리에 쏟아 부었다”며 “배터리 부문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라 LG화학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도 LG화학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송과 맞소송이 이어지며 양사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나, 양측이 소송전에 열중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서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LG화학의 앞뒤로 자리하는 중국과 일본 기업이 LG화학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는 우려다. 

잇따른 악재
소송전 발목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시장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며 “원통형 배터리인 삼성SDI와 달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으로 형태가 비슷해 직접적인 경쟁상대”라며 “먼저 소송을 제기한 것은 LG화학이지만 최근 ESS 화재 등의 악재가 겹치며 외려 곤란해진 상황”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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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