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7인 현미경 검증 ⑦재산현황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20 16: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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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 7인 숨겨둔 재산 없나? 대선 핫이슈는 '청렴'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김문수)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6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 그리고 배우자까지 살펴본데 이어 일곱 번째로 재산현황을 살펴봤다.

'상왕'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일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현 정권에서 '만사형통(萬事兄通ㆍ모든 일은 형을 통한다)'으로 불린 이 전 의원의 구속 수감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는 정점을 찍었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은 늘 임기 말 측근 비리에 시달리며 레임덕을 겪었다. 국민들은 매 정권마다 여지없이 반복되는 비리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이번 18대 대선에서만큼은 재산형성과정에서 한 치의 의혹이 없는 '청렴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박근혜 <21억1800만원>
정수장학회 등 차명재산 의혹 '무성'

국회 고위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2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총 21억1800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신고한 22억3800만원보다는 5800만원 가량 줄어든 액수다. 재산이 감소한 이유는 서울 삼성동 자택과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아파트의 건물가액이 3700만원 감소했으며, 생활비 등으로 예금액이 1470만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전직 대통령의 장녀라는 점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리 5선에 성공하고 집권당의 대표까지 역임한 화려한 이력을 감안한다면 그리 많은 재산은 아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을 둘러싼 차명재산 의혹은 끊이질 않고 있다.

우선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07년 7월, 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10·26사태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원을 생계비 명목으로 지원받았다"고 밝힌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돈에 대해 "경황이 없을 땐데 전 전 대통령 측의 심부름을 왔다는 분이 만나자고 해 청와대 비서실로 갔고 (그분이) 봉투를 전해주면서 이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아무 법적인 문제가 없으니 생계비로 쓰시라'고 해 감사하게 받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이 돈을 받은 시기는 1979년으로 당시 6억원을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약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야당의 의혹제기도 거세지고 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10일 "정수장학회는 5·16 이후 설립자를 강압해서, 쉽게 말해서 빼앗아 만든 장학회"라며 "박 전 위원장이 사회에 환원을 한다든가, 명확하게 정리를 하시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박지원 원내대표도 "박 전 위원장은 이사장에서 물러남으로써 사회에 환원했다고 주장하지만 새로운 이사장이나 이사들을 볼 때 국민 모두는 아직도 박 전 위원장이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수장학회는 물론 아버지가 빼앗은 재산들은 모두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현재 정수장학회 재산현황을 살펴보면 문화방송 주식의 30%, 부산일보 주식의 100%, 경향신문 사옥대지, 서울중구의 고급실버타운, 금융자산 200억 등이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05년까지 10년 동안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정수장학회가 이미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사회에 환원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에선 그동안 박 전 위원장과 관련된 사람들이 주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사진을 역임해 왔다며 정수장학회에 대한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필립(84)씨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이다.

김문수 <4억4443만원>
대선 준비 위해 1억 대출까지

올해 신고 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공식 재산은 4억4443만원이다. 이게 정말 그의 재산 전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신고한 내역이 사실이라면 20년 넘게 정치를 해온 그가 적어도 권력을 이용해 재산을 불리는 데 큰 욕심을 내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국회의원 4선과 경기도지사 재선에 성공하며 승승장구 해왔다. 하지만 김 지사는 외동딸의 결혼과 배우자의 저축예금 해약, 생활비 지출 등으로 지난해 4억8579만원이던 재산이 1년새 4135만원이나 줄어들었다.

특히 김 지사는 최근 자신의 이름으로 1억원의 신용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금까지 김 지사가 은행에서 받은 대출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김 지사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4억4400여만원의 약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 지사는 지난 4월22일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도전을 선언한 뒤 사무실 임대료 등을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1억원의 대출금 중 4800만원은 서울 여의도내 선거캠프로 쓰고 있는 N빌딩 임대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나머지는 월 임대료와 관리비 지불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는 월 8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당시 대출을 받으면서 "내 평생에 이렇게 많은 돈을 대출받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김 지사는 이번 신용대출과정에서 일반 직장인에게 적용되는 대출 이자율을 적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지난해 외동딸 결혼식으로 5000만원을 사용해 개인적으로 여윳돈이 없었다"면서 "당장 사무실을 얻을 돈이 없어 고민하던 끝에 신용대출을 받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비교적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의혹이 없는 편이다.

문재인 <11억7657만원>
동창회도 나가지마! 청렴의 아이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올해 신고한 재산은 직계 존·비속을 모두 합쳐 11억7657만원이다. 문 고문은 본인 재산 8억8864만원, 배우자 1억6556만원, 어머니 1억444만원, 장남 1792만원 등 모두 11억7657만원을 신고했다.

본인 및 직계 존·비속의 재산 종류는 부동산과 예금, 자동차 등으로 단순했고 주식이나 회원권 등은 전혀 없었다. 구체적으로는 본인의 경우 경남 양산시 매곡동 및 제주시 한경면 소재 토지가 모두 1억7974만원으로 신고됐다. 이어 본인 소유 건물로는 경남 양산시 매곡동 소재 주택(1억3400만원) 및 부산 사상구의 전세 보증금(7000만원)을 합쳐 2억3400만원 상당이었다. 문 고문의 차량은 2001년식 렉스턴(2900cc)으로 자동차보험상 차량기준가액은 592만원이었다.

본인 소유 예금은 신한은행 저축예금과 머니마켓 펀드(MMF), 삼성생명 종신보험 불입액을 합쳐 3억8528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문 고문은 재산 총액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적재산권으로 본인이 펴낸 책 <문재인의 운명>의 5년 간(2011~2016년) 연간 소득 금액을 3억6841만원으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의 5년 간(2011~2016년) 연간 소득금액을 595만원으로 각각 추산해 신고했다. 최근 5년간 본인과 배우자, 어머니, 장남 등 직계 존비속의 세금 납부액은 8813만원이었고 체납액은 전혀 없다. 문재인 고문은 평소 자신은 물론 부인에게도 동창회 등에 나가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 친인척 비리예방에 철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7887만원>
대선주자 중 제일 가난

올해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신고한 재산은 지난해 보다 4031만원 감소한 7887만원이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자녀 학자금과 생활비, 부동산가액 변동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여야를 통틀어 대선주자 중 제일 가난하다. 고향 남해에서 이장으로 시작해 이장, 군수, 도지사로 10여 년간을 활동했다. 그 사이 떨어진 선거만 다섯 번이나 된다. 재산을 모을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자신의 경제적 열세를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는 성공한 사업가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변호사 출신의 문재인 상임고문과의 차별화 포인트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8년의 재임 기간 중 전 국민의 10%를 서민에서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을 자신의 정책적 모델로 제시한다. 룰라는 임기 중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라는 가족수당을 서민층에게 직접 지급하는 정책을 통해 내수를 증진시키는 한편 서민층 가정의 자활의지를 북돋았다.

김 지사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마늘농사를 지었다. 남들 안가는 전문대에 가야했던 삶의 과정에서 소외당하는 서민들과 궤를 같이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자신이 사회적·경제적 약자의 입장에서 커오고, 그런 입장에서 정치와 행정을 맡아왔기 때문에 서민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리는 게 김두관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손학규 <2억8264만원>
돈 빌려 후보등록…가난하다니 '발끈'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올해 재산으로 지난해 2억9418만원보다 1154만원 줄어든 2억8264만원을 신고했다. 손 고문의 재산이 감소한 이유는 채무이자 납부 등의 요인 때문이다. 재산 내역별로는 ▲건물(7억6000만원) ▲자동차(748만원) ▲예금(1억4016만원) ▲채무(6억25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손 고문 본인 예금이 지난해 1억8112만원에서 올해 1억4016만원으로 4000만원 이상 감소했다. 예금 감소 이유는 전세권 해지·계약, 채무이자 납부, 예금 변동, 정치자금 포함 등이었다. 손 상임고문 본인 소유인 경기 광명시 철산동 아파트 가격은 4억1000만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빚은 3억1500만원이었고, 배우자 명의로 된 2002년식 렉스턴의 가격은 748만원이었다.

특히 손 고문은 18대 대선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대선 후보 등록 기탁금 6000만원을 지인 4명으로부터 조금씩 빌려 낸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 고문은 정치인 가운데 재산이 적은 편에 속한다. 손 고문은 경기 광명시에 아파트가 있고 18대 국회의원 때 지역구였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채무가 6억2500만원으로 많다. 한편 손 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산이 2억8000만원이면 가난한 편이다"라는 질문을 받고 "2억8000만원이나 되는데 왜 그게 가난하냐? 아파트도 갖고 있고 가난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정세균 <26억8796만원>
민주통합당 의원 중 최고 부자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올해 26억8796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민주통합당 의원 중에는 가장 많은 재산으로 지난해 신고한 24억38만원보다 2억8757만원 늘어난 액수다. 정 고문의 재산이 늘어난 이유는 토지 공시지가 상승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 내역별로는 ▲토지(16억9101만원) ▲건물(12억4200만원) ▲자동차(6109만원) ▲예금(3억7634만원) ▲유가증권(6081만원) ▲채무(7억433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북 포항 북구에 있는 정 고문 배우자 명의 땅값이 공시지가 상승 덕에 지난해 13억8002만원에서 올해 16억9101만원으로 3억1099만원이나 올랐다. 반면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본인 소유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8억2400만원에서 올해 8억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정 고문은 1950년 전북 진안에서 4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어렸을 땐 가정 형편이 무척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78년 쌍용그룹의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이후 상무이사의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 했다. 또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엔 내리 5선을 했다.

정 고문은 이 과정에서 착실히 재산을 모아 지금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 이사비용을 충당하느라 빚도 늘었다. 정 상임고문 본인의 채무는 지난해 4억7480만원에서 올해 7억4330만원으로 2억6850만원 증가했다. 이밖에도 정 고문 부부가 보유한 승용차는 2008년식 체어맨W(3233만원)와 2010년식 제네시스(2876만원) 등 2대로 나타났다.

안철수 <1500억원> 추정
재산 절반 기부에도 대선주자 중 최고 부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경우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재산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안 원장의 재산은 그저 추정할 뿐이다. 그가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토대로 단순 추정해보면 그의 재산은 1500억원 내외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14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 가량(1500억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재산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대선주자 7인 중에서는 최고의 부자다.

이러한 그도 한때는 돈 때문에 고민을 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얼마든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수 있었지만 지난 1995년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 뒤 매달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999년 4월26일 CIH바이러스(체르노빌 바이러스) 사건이 일어나면서 적자가 나던 회사는 흑자로 전환되었고 그 후 큰돈을 벌게 된다.

한편 안 원장은 ‘안철수재단’을 이번 달 중으로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안 원장의 개인재산으로 운영된다. 재단 실무 총괄 사무국장에는 김현숙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중국법인 대표가 선임됐다. 안철수재단은 일자리 창출과 교육지원 등을 위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사회 기회 격차 해소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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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