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배터리 기술 유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의 SK이노베이션 압수수색을 두고 LG화학의 사전 인지설이 확산되고 있다. 압수수색 시점도 묘한 상황이 겹치면서 ‘기획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7일 오전 SK이노베이션 본사 등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이 사실이 처음 보도된 것은 이날 2시30분. 다른 언론사의 두 번째 기사는 2시36분 노출됐다.
LG화학은 그로부터 약 30여분 뒤인 3시∼3시15분 사이 ‘경쟁사 경찰 수사 보도 관련해 알려드립니다’란 제목의 입장문을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했다. LG화학 측은 “보도를 보고 알았다. 확인 요청 전화가 많아 작성한 것”이라고 했지만,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갑자기 사안이 발생하면 내부 부서·관계자들 회의 등을 거쳐 자료를 작성하고 결재·배포하는데 적어도 2∼3시간, 길게는 반나절 이상도 걸린다.
LG화학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미리 알고 자료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입장문은 A4 용지 두 장 분량에 달하는 장문이라 업계에선 사전 인지한 것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경찰 수사 상황을 담은 입장문 내용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LG화학은 “불공정행위가 사라지는 계기가 되고 국가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 강화되기를 바란다”면서도 “경찰에서 경쟁사 관련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고소 4개월이 지나 이뤄진 점, 양사 CEO 회동 다음날 이뤄진 점 등 경찰의 압수수색 시점을 두고도 석연치 않다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