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이상득 구속 '숨겨진 꼼수' 전격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16 09: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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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죄부 남발하던 검찰 '상왕 구속' 청와대와 눈 맞췄나?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상왕'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일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불과 지난달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불법사찰과 디도스 공격에는 '배후가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던 검찰이었다. 비난여론을 의식한 검찰이 드디어 정의의 칼을 빼든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의심스러운 점들이 많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일 전격 구속됐다. 이날 이 전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은 "내 돈 내놓으라"면서 이 전 의원의 넥타이를 멱살 잡듯 당겼고, 또 다른 피해자는 날계란을 던졌다.

달라진 검찰?
짜고 치는 고스톱

이 전 의원은 계란을 바로 맞지는 않았지만 일부가 튀어 옷과 손 등에 묻었다. 피해자들은 "이상득 도둑놈" "구속시켜라" 등을 외치며 이 전 의원과 몸싸움을 벌였고 바닥에 드러누워 울부짖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검찰청에서 자신의 넥타이를 잡고 계란을 던진 이들에 대해 "(검찰이) 저런 사람들을 통제도 못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이 지칭한 '저런 사람들'은 이 전 의원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저축은행에 어렵게 모은 돈을 맡겼다가 전 재산을 날린 서민들이었다. 이날 이 전 의원의 만면에는 '침통함'보다 어딘가 모를 '당당함'이 묻어났다.

사실 이 전 의원의 비리의혹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이 전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가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으며, 여비서의 계좌에서는 정체불명의 뭉칫돈 7억여원이 발견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지금껏 이 전 의원은 뭉칫돈의 출처에 대해 "축의금 등으로 받은 돈을 장롱 속에서 보관해오다 사무실 운영비로 쓴 것"이라며 "저축은행 관련해서 어떤 부탁을 받은 적이 없고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해왔다. 이 밖에도 수많은 의혹을 받아온 이 전 의원이지만 검찰은 늘 수사의지 박약을 지적당하면서도 이 전 의원을 어쩌지 못했다.


"마치 치밀하게 짠 각본대로 움직이는 듯"
검찰 장악한 MB, 검찰과 사전교감 있었나?

그러나 최근 검찰이 달라졌다. 그냥 달라진 것이 아니라 확 달라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서면조사' 하며 굴욕을 자초했던 검찰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을 전격 구속한 것이다. 또 여권의 정두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체포동의안 표결까지 진행했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일단 검찰 수사의 칼날은 현정권의 권력핵심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권에서도 유독 임기 말이 되면 측근비리에 매서웠던 검찰이었기에 특별할 것도 없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검찰수사에 대한 반발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역대 정권에서의 측근비리 수사와는 뭔가 다르다는 지적이었다.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장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11일 "검찰이 권력핵심들을 계속 수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며 "이 전 의원의 경우에도 (뇌물수수 금액이) 3~5억 그러는데 억지로 사건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억여 원을 받은 혐의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2억여원, 코오롱그룹으로부터 공식 회계처리하지 않은 1억5000만원을 각각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 전 의원은 대기업 사장을 지낸 6선의원 출신으로 지난 3월 공직자 재산등록 때 신고한 재산만도 77억원에 이르는 거물 정치인이다. 게다가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진 시기에 이 전 의원은 압도적으로 당선이 유력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선대본부에 있었다. 그러한 그가 고작 2~3억원을 받기 위해 소위 '듣보잡'이었던 저축은행 관계자를 만났다는 사실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물타기 수사 비판
무엇을 노렸나?

또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저축은행비리 수사선상에 함께 올려놓은 것도 일종의 물타기 수사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방탄국회'라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여당의 모 의원은 "의원들이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해 부결시킨 것이 아니다. 우선 현재 검찰이 가지고 있는 증거는 관련자 진술이 전부다. 당사자인 임석 회장조차 정 의원에게 준 것이 아니라고 진술했는데도 검찰이 정 의원을 공범으로 몰고 있다. 심지어 검찰은 임 회장이 놓고 간 물건에 돈이 들어 있어 정 의원이 이를 즉각 돌려보낸 사실을 확인까지 했다. 이 같은 무리한 수사가 의원들의 반감을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 의원은 이명박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서 한때 '왕의 남자'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 파동'으로 이 대통령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인물이다. 이후 다른 개국공신들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정 의원은 장관은 커녕 모든 요직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어왔다.

정 의원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나온 자리에서 "나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며 감정에 복받친 듯 눈시울이 붉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눈엣가시 같은 정 의원을 이번 사건을 통해 제거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정 의원과 함께 수사선상에 오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또한 야권의 대표적인 '저격수'로서 이명박 정권을 견제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원내대표는 "내가 돈을 받았다면 (지역구인) 목포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치명적인 이미지 훼손을 감수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물타기 수사'를 통해 대통령 자신과 여당에 쏟아질 비판을 분산시키는 한편 평소 골칫덩이였던 정적들을 견제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어 냈다는 평가다.

이상득이 박근혜 대선출정식 초친 이유 뭔가?
"사태 커지면 좋을 것 없다" 정치적 메시지 전달

마지막으로 이 전 의원이 법원에 출석한 날짜와 시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법원에 출두한 시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대선출정식이 한창이었다. 덕분에 박 전 위원장이 지난 4년여 동안 손꼽아 기다린 대선출정식은 '이상득 법원 출두'라는 빨간 자막으로 온통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얄궂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심문기일은 이 전 의원 측이 원할 경우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의원 측이 워낙 경황이 없어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주위의 수많은 보좌진들과 새누리당 관계자들까지 이 같은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 전 의원이 박 전 위원장에게 무언의 정치적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한 정치평론가는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정치9단' 이 전 의원이 박 전 위원장의 출정식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특히 날짜는 물론 시간까지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 전 의원이 법원에 출두한 10시30분은 박 전 위원장이 출마선언문을 낭독하던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이 전하고자 했던 '정치적 메시지'에 대해서는 "평소 이 대통령과 거리를 두며 견제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박 전 위원장이지만 현정권의 비리의혹은 분명 정치적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이번 사태가 확대되면 대선정국 내내 (이번처럼) 현정권 관련 비리가 톱뉴스를 차지할 것이다. 너한테 좋을 것이 없다. 유력 대권주자로서 이번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데 반드시 힘을 보태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일련의 사건을 종합해보면 도저히 갑작스럽게 수사를 당한 사람이라고 보기가 힘들다. 마치 치밀하게 짠 각본대로 움직이는 듯하다. 구속을 피하진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 최대한 혐의를 작게 만들고, 정치적 파장을 가급적 줄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검찰과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야권에서는 대통령 측근의 연이은 구속으로 이 전 의원의 문제를 더 이상 덮을 수 없게 되자 차라리 임기 중에 털고 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9단 이상득 
정치적 의도는?

현재 사정라인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법무장관, 한상대 검찰총장, 그리고 BBK 주임검사로 이명박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최재경 중수부장 등이 건재해 있다. 지금이라면 사실상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수사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오히려 차기정권 하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들에 미리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은 측근비리로 곤혹을 치른 역대정권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측근비리를 예방하는 데 힘쓰기 보다는 검찰을 꽉 움켜쥐고 비리가 발각되지 않도록, 만약 발각 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도록 하는 데 더 노력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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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