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정치’ 제3지대 창당 시나리오

빅텐트 쳐도 도로 호남당?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해 2월 창당된 민주평화당이 1년6개월 만에 쪼개졌다. 총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도 여전히 낮은 지지율서 벗어나지 못하자, 대안정치연대가 ‘제3지대 창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대안정치연대는 이미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과 ‘빅텐트 전략’ 논의로 물밑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정치의 제3지대 창당,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 민주평화당 탈당 기자회견 갖는 대안정치연대 의원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지난해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반대한 국민의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만들어졌다. 이후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 평화당은 1∼3%의 지지율로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계속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고맙다

이대로는 내년 총선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평화당 탈당파의 판단이 작용, 지난 12일 평화당의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소속 의원 10명이 탈당 선언을 했다. 이들은 중도층을 위한 제3지대 정치세력 결집을 목표로 “새로운 대안정치 세력 구축을 위한 변화와 희망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평화당 전 원내대표였던 유성엽 대안정치 대표는 탈당 기자회견서 “적대적 기득권을 가진 양당체제 청산은 국민의 열망이자 시대정신”이라며 “국민적 신망이 높은 외부 인사를 지도부로 추대하고 시민사회와 각계 전문가가 대거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안 신당 건설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 청산을 위한 다당제의 실현과 가짜보수와 가짜진보를 배제한 중도층 키우기를 대안정치의 목표점으로 두고 “오직 국민만 보고 무소의 뿔처럼 흔들림 없이 변화와 희망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평화당에는 정동영·박주현·조배숙·황주홍·김광수 의원 5명만 남게 됐다. 대안정치 및 탈당에 대해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선거철 유랑단과 다름없다. 탈당쇼와 신당쇼, 이것으로 어떤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겠느냐”며 “당을 깨고 만드는 일을 밥 먹듯 여기는 모습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평화당은 이제 새로운 길,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갈 생각”이라며 평화당을 계속해 지킬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정 대표는 탈당을 주도한 박지원 의원을 겨냥해 “분당을 조종·기획한 구태정치”라며 비난했다.

이 같은 비난에 대해 박 의원은 “민주평화당은 결국 정동영 1인 정당이 될 것이고 마지막에는 정 대표도 (탈당파 쪽으로)오게 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민평당 1년6개월 낮은 지지로 제갈길
총선 8개월 앞두고 정계개편 신호탄?

평화당은 “명분없는 탈당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대안정치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지난 16일엔 “그래도 고맙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지난 12일 탈당을 선언했던 대안정치의 탈당계가 16일부터 발효되도록 해 평화당이 예정돼있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국고보조금은 15일 지급되는데, 탈당계가 15일 이전에 발효됐다면 의석수 차감으로 평화당 국고보조금 수령액은 6억원서 2억원으로 크게 감소할 수 있었다.

평화당 허영 최고위원은 유 대표와의 통화서 “유 대표께서 우리는 하나다. 총선 전까지 꼭 하나가 돼서 치르도록 노력하자”고 말한 것을 두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저도 꼭 잘 돼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다짐해본다.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일각에선 대안정치의 규모가 커지면 평화당을 흡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대안정치가 규모를 불린다고 해도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평화당과 다시 손을 잡는 건 예상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대안정치의 탈당 후 오히려 평화당의 지지율이 올랐는데 이는 구태정치와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 유성엽 대안정치연대 대표

변화·개혁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새 출발을 알렸던 대안정치는 ‘대안신당창당준비기획단’을 본격 가동한 뒤, 추석 연휴 이전에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늦어도 오는 11월 중에는 창당을 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하지만 대안정치 내부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외연을 확장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지난 20일 창당준비기획단 출범이 한 차례 연기됐다. 내부에선 신당 창당 작업과 인사 영입을 분리해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인사 영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분석이 힘을 받았다.

바미당
줄다리기

실제 대안정치 중진 의원들이 ‘제2의 안철수’를 찾기 위해 인재영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가 없고, 평화당 잔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보안을 요하는 사안이고 아직 초기 단계라 공개할만한 게 없다”며 “좋은 분들은 많은데 그분들을 설득해 모셔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3지대 창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큰 상황인 만큼 당분간 정치권 인사들이 몸을 사리며 관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대안정치를 대안이라고 생각했다면 민주당 밖에 있는 호남 세력들은 총결집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며 “평화당 잔류 의원들마저도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대안정치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와중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20일,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손 대표는 “바미당이 중심에 서는 빅텐트를 준비하고 정치와 경제의 새판 짜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당의 자강론을 내세웠다. 그는 당내 비당권파의 퇴진 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며 내년 총선을 위해 모든 채널을 동원해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들을 끌어들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기자회견 갖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하지만 “대안정치나 평화당 중심으로 제3지대가 구축된다면 바미당이 지역주의 정당이 돼 버릴 것”이라며 연대엔 선을 그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안철수·유승민과 함께하겠다는 것은 보수야당으로 가겠다는 선언으로, 우리가 가려는 개혁야당의 길과 다르다”며 “별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안정치 장정숙 대변인은 “지금 바른미래당과 통합을 생각하는 정치집단은 없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상식”이라며 “대안정치의 입장은 더더욱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목표는 지역정당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호남 의원
물밑작업

유 대표는 손 대표가 대안정치와의 통합에 선을 그은 데 대해 “본인의 솔직한 구상을 밝히지 않았다고 본다”면서도 “손 대표는 당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런 뜻을 내부에 강하게 표시한 게 아니겠느냐. 이는 대내부용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미 대안정치는 바미당 내 호남계 세력들과 물밑작업 끝에 신당을 만든다는 구상으로 평화당 탈당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미당과 대안정치가 물밑으로는 제3지대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정계개편 과정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안정치 내에서는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과 중진인 천정배·박지원 의원이 외연 확장을 위해 인재 영입을 위해 여러 사람을 접촉하고 있다. 일부 호남계 바미당 의원들은 최우선으로 영입해야 할 인물들로 꼽힌다.

바미당 박주선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주도해 빅텐트를 쳐야 하며 대안정치연대 의원들과 빅텐트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바미당 주승용·김동철 의원도 지속적으로 평화당 의원들과 교류해왔고, 대안정치 출범식 때 바미당 주승용·박주선 의원이 축사를 맡으면서 이들이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대안정치와 다시 뭉칠 가능성을 보였다. 만약 바미당 당권파인 호남계 의원들이 당권을 지키고 안철수·유승민계가 탈당할 경우에는 대안정치와 바미당의 당대당 통합이 점쳐지지만, 당권을 잃을 경우에는 이들이 탈당해 대안정치와 따로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대안정치의 행보를 두고 ‘도로 호남당’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에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호남계 의원들로 뿔뿔히 흩어졌던 국민의당 의원들을 다시 모으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제3지대 창당으로 중도층을 잡기 위해서는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바미당과 손? 주도권 줄다리기
다시 뜨는 안 “그와는 달라야”


대안정치가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떠오르면서 ‘안철수 역할론’도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보수 야권에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바미당, 우리공화당이 각각 흩어져 있는 만큼 보수통합의 필요성이 계속해 대두돼왔다.

안 전 대표는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을 흡수하면서 20대 총선서 38석을 확보했던 정치인이다. 지도부 교체를 두고 막혀있는 바미당과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 구도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이 안 전 대표에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안철수 전 바른정당 대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서 보수통합과 관련해 안 전 대표를 거론했다. 나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 모두 같이 하는 게 진정한 반문연대”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 전 대표를 영입해 당내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도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빠른 복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뭐가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서 이렇게 빨리 복귀하면 안 전 대표 본인에게 마이너스만 될 뿐”이라며 “복귀설은 보수대통합에 이용하려는 이들의 바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정치의 외부인사 영입에도 안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안정치 의원들은 이미 특정 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간 제3지대 신당의 한계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참신하고 훌륭한 인재를 찾지만, 신당이 특정 한 사람을 중심으로 가는 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다시 뜨는
안철수 왜?

박지원 의원이 안 전 대표에 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안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을 낮게 점칠 수 있는 이유다. 박 의원은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는 본래 보수인데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진보로 위장취업했다가 실패하니까 다시 보수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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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