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마지막 국감 관전포인트

고성에 막말 ‘안 봐도 유튜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선선해진 기온과 함께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내달 30일부터 10월18일까지 예상된다. 매년 국감 때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피감기관들을 감사해야 하는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감의 고질적 문제,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헌법 제61조 제1항).’ 국회가 국감서 행정부를 감시하고 감독하지만,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짧은 국감 기간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피감기관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잠깐 반짝

국회는 지난해 사상 최다 기록(2017년, 피감기관의 감사 대상 672곳)을 80여곳 늘리며 753곳의 기관을 감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결국 주말을 제외한 16일의 감사 기간 동안 하루 평균 47곳의 기관을 감사하면서 ‘몰아치기 감사’와 ‘부실 감사’의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국정감사 NGO(비정부기구) 모니터단’은 지난해 국감 성적을 ‘C학점’으로 평가했다. 역대 국감 중 가장 많은 피감기관을 선정해 효율적인 감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국감 모니터단은 “국방위의 경우엔 32개 기관을 하루 만에 감사했다”며 “12시간 국감 중 한 번도 질문 받지 못한 기관이 무려 29개에 달했다. 하루 10개 이상 동시 수감기관은 375개로 전체 피감기관 753개의 49.8%에 이른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국감장서 한 명의 의원에게 주어진 질의시간은 10분 남짓이다. “짧게” “간단히” “예, 아니오만 대답하세요”라는 멘트가 자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정감사에 채택된 일반 증인은 총 2500여명. 그중 2000여명만이 출석했는데, 이들 중 10%에 해당하는 증인들은 단 한 마디도 못하거나 단답형 대답만 하고 돌아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국감서 의원들의 꼼꼼한 감사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들 역시 짧은 시간 내에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하니 국감장이 폭로장과 싸움판으로 바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국감의 본질인 정부 정책 점검, 집행 점검 등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여당은 정부를 옹호하기 바쁘고, 야당은 여당과 정부의 실책을 드러내기 위한 여야 간 힘겨루기 양상이 매해 국감장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현재 무소속)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서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선 감독을 몰아세워 논란이 됐다. 손 의원은 “출근도 안하면서 2억원을 받느냐”고 질타하거나 “일본 전임 감독과 비교하면 너무 편한 근무 조건” “사과하시든지, 사퇴하시든지 하라”며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해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내년 선거 앞두고…또 몰아치기?
누구 위한 국감? ‘상시’ 대안으로

이관희 경찰대 교수는 “국감이 20일 동안 진행되지만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면 실제 기간은 15일에 불과하다”며 “짧은 시간에 몰아치기 국감을 하다 보니 호통형 질의, 묻지마 폭로 등 인기영합적인 한건주의와 수박 겉핥기 부실 국감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피감기관들에 대한 질의를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맡다 보니 중복으로 자료를 요청하거나 질의가 반복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책을 제시해야 할 의원들이 보좌진들에게 개별적으로 의존해 위원회 차원의 정책적 지원으로 연결되기도 어렵다.


국정감사 모니터단은 100명이 넘는 기업인 증인을 불러 정부 감사가 아닌 ‘기업 국감’으로 전락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국감서 매년 기업인들에 대한 증인 채택이 늘고 있다. 지난 17대에는 연 평균 52명, 18대 77명, 19대 124명, 20대 119명 기업인이 국회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의원들이 기업인을 증인대에 세워 의원 본인 홍보와 여론의 관심을 받으려고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산업 이슈 등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인을 증인으로 세워놓고 호통을 치거나 몰아세우기로 일관해 여론몰이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증인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몇몇 거물 기업인들에게 집중돼 증인으로 출석해 입도 못 떼고 돌아가는 기업인도 많았다.
 

이 교수는 특히 “국감은 국가·지방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민간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기업에 엄청난 관폐를 끼치고 있다”며 “정작 국감을 받아야 할 곳은 국회”라고 비판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감의 본래 취지는 국가 정책이 올바로 집행됐는지 여부를 따지는 자리인데 의원들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기업인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민정감사가 됐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내에서는 몰아치기 국감을 탈피하기 위해 국감 기간을 늘리거나 아예 ‘상시국감’으로 제도로 손질하자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실제 지난 19대 국회서 여야는 정기국회 전과 정기국회 기간으로 분리 실시하기로 합의 했지만 결국 유야무야 됐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과 달리 국회의원들이 정기적으로 기간을 정해 정부를 감사하는 국감은 한국 밖에 없다”며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몰아치기식의 국감이 아닌 연중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상시국회 체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니 부실…

하지만 야당이 수시로 국정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피감기관 역시 ‘한 달만 버티자’는 생각에 국감 상시화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감이 지금 형태로도 잘 돌아가야 나올 수 있는 얘기”라며 “국감에 문제가 있다고 상시 국감을 하자고 하면 문제를 상시화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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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