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7000억 여야 ‘추경 게임’ 내막

밀고 당기고 버티고 ‘명분 싸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회 공전이 두 달 넘게 지속되는 와중에 추가 경정 예산안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추가 경정 예산안은 4월 말 국회에 제출됐으나 아직까지 심사 계획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에 국회 복귀와 추경 처리를 요구하며 압박했다. 자유한국당은 ‘총선용 예산’이라며 심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식물 국회에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자유한국당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추가 경정 예산안이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여는 출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추가 경정 예산안(이하 추경)의 중점 투자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안전에 투자되는 2조2000억원과 선제적 경기대응 및 민생경제 긴급지원을 위한 4조5000억원으로 규모가 총 6조7000억원에 달한다. 민생 추경 처리에 협조해달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어필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경제 폭망에 대한 반성’을 위해 경제 청문회부터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가당착
실효성 없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제로페이, 탈원전 가속 예산 등 이 정권의 고집불통 정책들을 추경으로 더 확대시킨 것 같다”며 정부의 추경안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황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전 세계가 유례없는 고용 풍년인데 우리만 마이너스 성장”이라며 “경제가 위기에 빠진 원인은 이 정권의 좌파경제 폭정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며 정부의 경제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국당의 말대로 한국의 경제 성장은 부진한 상황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계속해서 몰락하고 있고,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미중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경기 국면에는 정부가 빠르게 재정 확장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였던 벵트 홀름스트룀과 장티롤은 거시적 불확실성이 클 때는 국채라는 안전자산이 기업의 부담을 덜고 금융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추경은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일각에선 지금부터 추경안을 심사해 통과시킨다 해도 경기부양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재정 투입이 늦어질수록 하반기의 경기 반등이 더 어려워지는 건 필연적 결과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추경 처리를 일관적으로 거부하면서 총선용 예산에 이어 ‘경기 대응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맞서고 있다. 정부를 지탄하기 위해 경제 위기론을 꺼내면서 경제 위기에 가세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를 걱정하면서 추경을 거부하는 한국당의 모순에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두 달 넘게 공전…추경 카드 급부상
정상화 여는 출구? ‘그러다 말겠지’

한국당이 추경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적자 추경이 경기에 도움이 되는지 회의적이라는 입장과 제로페이 등 실효성 없는 추경, 총선용 추경이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응 추경서 경기대응, 국민안전 등으로 확대해 경기대응 예산을 전체 추경 규모의 3분의 2가 넘는 4조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작은 추경 규모로 정부는 GDP 성장률을 0.1% 제고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보다 한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조5000억원으로는 급변하는 경기하강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서도 확실한 경기부양을 위해 GDP의 0.5% 수준인 9조원 내지 10조원 투입을 정부에 권고했다.
 

▲ 국회 의안과 앞의 성과별 결산보고서

나 원내대표는 추경안 6조7000억원으론 국내총생산(GDP) 부양 효과가 0.03∼0.04%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무슨 경기부양을 할 수 있겠냐는 비관론을 내세웠다. 이번 추경이 경기 부양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나 원내대표의 의견에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예상한 경기부양 효과가 적으면 야당은 추경 규모 증액을 공격적으로 요구하고, 잘못된 예산을 꼬집고 나서야 한다. 그게 야당의 역할이자, 제1야당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야당이 경기가 회복되지 않기를 바라지 않는 거라면 비판하더라도 도와줄 건 도와주셔야 한다”며 “본인들이 얘기하는 것도 0.02%밖에 안 되더라도 그만큼이라도 되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4당 합심
정상화 신호?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심성 예산이라는 비판에 대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을 때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고, 추경을 아예 안 하게 되면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인 건 사실로 보인다”며 추경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국가채무비율은 어떤가. 기획재정부는 2020년 예산안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고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0%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가채무비율은 미국 107%, 일본 238%, OECD 국가 평균은 113%에 육박하고, 유로존 국가는 60%를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국가별 산업구조와 경제구조가 저마다 다르고 인구구조도 달라질 수 있기에 정확한 국가채무비율은 이론적으로 뒷받침되기 어렵다.

기재부의 일부 관료들은 40% 혹은 45%를 적정 국가채무비율로 보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40%까지도 괜찮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통일 변수와 저출산 등 경제를 움직일 변수가 한국과 외국이 달라 수치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단순히 국가채무 숫자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채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한국당은 수치만으로 추경안을 반대할 게 아니라 정부가 국채 관리 능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추경안에 대해 지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기는 늘 변동이 있기에 추경은 필요한 요소다. 비단 이번 정부뿐 아니라, 지난 정부서도 본 예산을 설정 후 매해 추경을 해왔다. 본 예산이 편성되고 실제 예측했던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경기는 흘러왔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개 10조원 내외로 추경하는 형태가 반복됐다.

민생용?
총선용?

지난 2009년 지방선거를 앞둔 이명박정부는 28조4000억이라는 역대 최대 추경을 편성했다. 또 총선을 앞둔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는 11조6000억원으로 지금 두 배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경기 하락 리스크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의 어려움을 정치 공방용으로만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당은 한 정권의 단기적 시안보다 국가의 미래적 시안을 중요시 할 필요가 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추경을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들이 있고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들도 있고 중소상인들에 대한 지원들도 있다”며 “그야말로 경기 활력과 수출을 위한 예산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한국당의 총선용 추경에 대한 주장을 반박했다.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한 경우 편성할 수 있다. 나 원내대표는 “불순한 추경예산을 말끔히 걷어내겠다”며 삭감해야 될 대표적인 예산으로 제로페이(76억원)와 탈원전 예산 등을 거론하며 ‘독소 예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당이 지적하고 나선 제로페이와 탈원전 예산 외에도 생애주기별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 2883억과 실업자 증가와 구직활동 증가 추세에 대응한 실업급여 8214억원이 편성돼있다. 또 저소득층과 노인, 영유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보강을 위한 1238억도 추가로 편성됐다.

먼저 굽히긴 싫고…
무조건 밀고 막고∼

민생과 동떨어진 추경안이라면 한국당은 국회 파행을 이끌어갈 것이 아니라, 본 예산 심사 때 실효성과 필요성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제 한국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야 사이에 아무리 다툼이 있다 해도 국회 내에서 싸워야 한다”며 “당리당략을 버리고 민생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한국당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서 한국당과 절충점을 찾았지만, 한국당이 추경의 필요성을 따지기 위한 경제실정 청문회를 요구하면서 또다시 협상에 난항을 겪게 됐다. 한국당은 경제 악화의 배경에 문재인정부의 정책 실패가 있다고 주장하며 원인 파악과 더불어 추경의 필요성을 따지려면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상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합의 불발 시 국회 단독소집을 포함한 결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미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번 주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바미당 단독으로 역할을 하겠다”며 “단독소집을 포함해 국회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행동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미당 의원 28명만으로는 국회 임시국회 소집 요건인 재적의원 4분의 1을 충족할 수 없지만, 국회 정상화를 원하는 다른 정당과 연대를 하겠다는 걸로 해석된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는 국민 모두의 바람이라 야당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국회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보였다.

무엇이 문제?
대화 급선무

한국당의 연이은 ‘경제 청문회’ 요구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당과의 국회 정상화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추경 논의를 앞두고 한국당이 대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면 가장 먼저 다뤄질 이슈는 결국 추경”이라며 “한국당이 추경 언급을 시작한 것 자체가 국회 정상화 신호”라고 말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지난 추경 보니…

2009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생안정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28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2013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입결손 충당과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국회에 요청했고, 이 추경은 제출된 바로 다음 날 상정됐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엔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45일이 걸렸고, 지난해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이 통과되는 데도 역시 45일이 걸렸다. 두 해 평균 약 7조원대 추경으로, 이명박·박근혜정권 때의 추경예산에 비하면 훨씬 소규모라 할 수 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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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