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7000억 여야 ‘추경 게임’ 내막

밀고 당기고 버티고 ‘명분 싸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회 공전이 두 달 넘게 지속되는 와중에 추가 경정 예산안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추가 경정 예산안은 4월 말 국회에 제출됐으나 아직까지 심사 계획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에 국회 복귀와 추경 처리를 요구하며 압박했다. 자유한국당은 ‘총선용 예산’이라며 심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식물 국회에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자유한국당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추가 경정 예산안이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여는 출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추가 경정 예산안(이하 추경)의 중점 투자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안전에 투자되는 2조2000억원과 선제적 경기대응 및 민생경제 긴급지원을 위한 4조5000억원으로 규모가 총 6조7000억원에 달한다. 민생 추경 처리에 협조해달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어필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경제 폭망에 대한 반성’을 위해 경제 청문회부터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가당착
실효성 없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제로페이, 탈원전 가속 예산 등 이 정권의 고집불통 정책들을 추경으로 더 확대시킨 것 같다”며 정부의 추경안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황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전 세계가 유례없는 고용 풍년인데 우리만 마이너스 성장”이라며 “경제가 위기에 빠진 원인은 이 정권의 좌파경제 폭정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며 정부의 경제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국당의 말대로 한국의 경제 성장은 부진한 상황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계속해서 몰락하고 있고,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미중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경기 국면에는 정부가 빠르게 재정 확장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였던 벵트 홀름스트룀과 장티롤은 거시적 불확실성이 클 때는 국채라는 안전자산이 기업의 부담을 덜고 금융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추경은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일각에선 지금부터 추경안을 심사해 통과시킨다 해도 경기부양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재정 투입이 늦어질수록 하반기의 경기 반등이 더 어려워지는 건 필연적 결과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추경 처리를 일관적으로 거부하면서 총선용 예산에 이어 ‘경기 대응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맞서고 있다. 정부를 지탄하기 위해 경제 위기론을 꺼내면서 경제 위기에 가세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를 걱정하면서 추경을 거부하는 한국당의 모순에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두 달 넘게 공전…추경 카드 급부상
정상화 여는 출구? ‘그러다 말겠지’

한국당이 추경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적자 추경이 경기에 도움이 되는지 회의적이라는 입장과 제로페이 등 실효성 없는 추경, 총선용 추경이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응 추경서 경기대응, 국민안전 등으로 확대해 경기대응 예산을 전체 추경 규모의 3분의 2가 넘는 4조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작은 추경 규모로 정부는 GDP 성장률을 0.1% 제고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보다 한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조5000억원으로는 급변하는 경기하강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서도 확실한 경기부양을 위해 GDP의 0.5% 수준인 9조원 내지 10조원 투입을 정부에 권고했다.
 

▲ 국회 의안과 앞의 성과별 결산보고서

나 원내대표는 추경안 6조7000억원으론 국내총생산(GDP) 부양 효과가 0.03∼0.04%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무슨 경기부양을 할 수 있겠냐는 비관론을 내세웠다. 이번 추경이 경기 부양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나 원내대표의 의견에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예상한 경기부양 효과가 적으면 야당은 추경 규모 증액을 공격적으로 요구하고, 잘못된 예산을 꼬집고 나서야 한다. 그게 야당의 역할이자, 제1야당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야당이 경기가 회복되지 않기를 바라지 않는 거라면 비판하더라도 도와줄 건 도와주셔야 한다”며 “본인들이 얘기하는 것도 0.02%밖에 안 되더라도 그만큼이라도 되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4당 합심
정상화 신호?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심성 예산이라는 비판에 대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을 때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고, 추경을 아예 안 하게 되면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인 건 사실로 보인다”며 추경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국가채무비율은 어떤가. 기획재정부는 2020년 예산안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고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0%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가채무비율은 미국 107%, 일본 238%, OECD 국가 평균은 113%에 육박하고, 유로존 국가는 60%를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국가별 산업구조와 경제구조가 저마다 다르고 인구구조도 달라질 수 있기에 정확한 국가채무비율은 이론적으로 뒷받침되기 어렵다.

기재부의 일부 관료들은 40% 혹은 45%를 적정 국가채무비율로 보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40%까지도 괜찮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통일 변수와 저출산 등 경제를 움직일 변수가 한국과 외국이 달라 수치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단순히 국가채무 숫자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채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한국당은 수치만으로 추경안을 반대할 게 아니라 정부가 국채 관리 능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추경안에 대해 지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기는 늘 변동이 있기에 추경은 필요한 요소다. 비단 이번 정부뿐 아니라, 지난 정부서도 본 예산을 설정 후 매해 추경을 해왔다. 본 예산이 편성되고 실제 예측했던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경기는 흘러왔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개 10조원 내외로 추경하는 형태가 반복됐다.

민생용?
총선용?

지난 2009년 지방선거를 앞둔 이명박정부는 28조4000억이라는 역대 최대 추경을 편성했다. 또 총선을 앞둔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는 11조6000억원으로 지금 두 배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경기 하락 리스크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의 어려움을 정치 공방용으로만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당은 한 정권의 단기적 시안보다 국가의 미래적 시안을 중요시 할 필요가 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추경을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들이 있고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들도 있고 중소상인들에 대한 지원들도 있다”며 “그야말로 경기 활력과 수출을 위한 예산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한국당의 총선용 추경에 대한 주장을 반박했다.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한 경우 편성할 수 있다. 나 원내대표는 “불순한 추경예산을 말끔히 걷어내겠다”며 삭감해야 될 대표적인 예산으로 제로페이(76억원)와 탈원전 예산 등을 거론하며 ‘독소 예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당이 지적하고 나선 제로페이와 탈원전 예산 외에도 생애주기별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 2883억과 실업자 증가와 구직활동 증가 추세에 대응한 실업급여 8214억원이 편성돼있다. 또 저소득층과 노인, 영유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보강을 위한 1238억도 추가로 편성됐다.

먼저 굽히긴 싫고…
무조건 밀고 막고∼

민생과 동떨어진 추경안이라면 한국당은 국회 파행을 이끌어갈 것이 아니라, 본 예산 심사 때 실효성과 필요성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제 한국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야 사이에 아무리 다툼이 있다 해도 국회 내에서 싸워야 한다”며 “당리당략을 버리고 민생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한국당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서 한국당과 절충점을 찾았지만, 한국당이 추경의 필요성을 따지기 위한 경제실정 청문회를 요구하면서 또다시 협상에 난항을 겪게 됐다. 한국당은 경제 악화의 배경에 문재인정부의 정책 실패가 있다고 주장하며 원인 파악과 더불어 추경의 필요성을 따지려면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상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합의 불발 시 국회 단독소집을 포함한 결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미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번 주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바미당 단독으로 역할을 하겠다”며 “단독소집을 포함해 국회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행동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미당 의원 28명만으로는 국회 임시국회 소집 요건인 재적의원 4분의 1을 충족할 수 없지만, 국회 정상화를 원하는 다른 정당과 연대를 하겠다는 걸로 해석된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는 국민 모두의 바람이라 야당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국회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보였다.

무엇이 문제?
대화 급선무

한국당의 연이은 ‘경제 청문회’ 요구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당과의 국회 정상화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추경 논의를 앞두고 한국당이 대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면 가장 먼저 다뤄질 이슈는 결국 추경”이라며 “한국당이 추경 언급을 시작한 것 자체가 국회 정상화 신호”라고 말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지난 추경 보니…

2009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생안정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28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2013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입결손 충당과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국회에 요청했고, 이 추경은 제출된 바로 다음 날 상정됐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엔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45일이 걸렸고, 지난해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이 통과되는 데도 역시 45일이 걸렸다. 두 해 평균 약 7조원대 추경으로, 이명박·박근혜정권 때의 추경예산에 비하면 훨씬 소규모라 할 수 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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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