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구 공천룰 비교

뚜껑 열어보니 ‘그저 그렇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공자는 ‘제대로 된 사람’이 정치를 해야 정치가 살아나고, 그렇지 않으면 정치가 잘 되지 않는다(其人存則政擧, 其人亡則政息)고 했다. 정치서 ‘사람’은 그만큼 중요한 문제다. 최근 민주당은 새로운 공천 룰을 도입해 정치 개혁을 하고자 했다. 진정한 정치 개혁은 인물 개혁이다. 그러려면 정당의 공천 과정을 개혁해야 하며 이는 공정한 공천 룰의 마련으로 시작된다. 지난 20대 공천 룰과 달라진 점을 <일요시사>가 집중 분석했다. 
 

▲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 및 정치 신인 우대 등을 골자로 하는 공천 룰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국회서 현역의원 경선 및 전략공천 최소화 등의 내용이 담긴 제21대 총선 공천심사 및 경선 룰을 발표했다. 내년 총선서 여성·청년·신인 등의 참여에 가산점을 부여해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줄이고자 했다. 현역 의원은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으나 공천 룰이 공개됐을 때 실상 크게 불리하지 않다는 평이 나왔다.

여성·청년↑

민주당은 공천 기조를 ‘객관적인 상향식 공천’과 ‘예측 가능한 시스템 공천’으로 정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총선 공천에 대해 “전략공천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절차에 따라 추진하겠다”며 “어떤 경우에도 사적인 이해관계가 작용하지 않도록 시스템 공천을 반드시 실현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천 룰은 ▲경선 방식 ▲권리당원 규정 ▲정치 신인·여성·청년·장애인 참정 확대를 위한 가산점 항목 신설 ▲음주운전·성범죄·병역 비리 등 후보자 도덕성 검증 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경선은 ‘국민참여방식’으로 본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투표를 통해 당내 경선을 치르게 된다. 경선엔 ‘권리당원 50%, 국민안심번호 선거인단 50%’를 적용한다. 권리당원의 선거권 행사를 위한 권리행사 시행일은 2020년 2월1일로 정했으며, 이에 따라 2019년 8월1일 이전에 입당한 권리당원 가운데 2019년 2월1일서 2020년 1월31일까지 1년간 당비를 6회 이상 납부한 당원에게 선거권이 부여된다.


여기에 여성·청년·장애인 지원자에 대한 가산점이 소폭 상승했다. 여성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공천심사 때 여성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최고 25%까지 줄 수 있도록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성 정치인에 대한 가산점 부여가 여성할당제 같은 제도보다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 강훈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여성 후보자가 공천자로 결정되도록 인센티브를 준 것으로, 최대한 여성 공천이 많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만약 여성 공천이 30%까지 포함이 되지 않으면 보완해 나갈지에 대해 추가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청년 지원 가산점 주목
도덕성 검증 기준 강화

청년 지원자 가산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지난 20대 총선서 예비후보에 등록했지만 경선에도 나서지 못했던 청년들이 허다했다. 민주당은 청년을 포함해 장애인·당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에 대해서도 가산 범위를 현행 10∼20%서 10∼25%로 높였다.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에는 중도 사퇴해 보궐선거를 치르면 감산점을 10%서 30%로 대폭 강화하는 등 현역 기초단체장들의 총선 출마를 사실상 원천봉쇄했다. 윤 사무총장은 “되도록 출마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선출직 공직자가 경선에 대거 도전할 경우 기초단체장들의 대규모 공백상태가 발생할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또, 현역의원은 경선 원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고 단수 후보 선정 기준은 지난 선거보다 강화했다. 후보자 평가 시 하위 20%를 받은 의원들에게는 10% 감산했던 것을 20%로 확대했다.

이외에도 도덕성 검증 기준이 추가됐다. 음주운전·성범죄·병역비리 등 공직선거후보자 자격 및 도덕성 기준이 강화돼 음주운전은 선거일 전 15년 이내 3회 이상, 최근 10년 이내 2회 이상 적발된 경우 부적격 처리한다. 특히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난해 이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에는 내년 총선 공천서 아예 배제된다.
 


이는 최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과 국민 정서에 맞는 측면을 보완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윤 사무총장 역시 “지금까지 후보자 자격심사위에선 주로 사법적 판단이 이뤄진 경우에 대해서만 심사했으나,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 수준이 높아진 데 맞춰 사법처리와 관계없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행동이 있을 경우에도 심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역 의원은 경선…불리?
“사실상 더 유리” 평가도

무엇보다 이번 공천룰의 ‘뜨거운 감자’는 신인 정치인에 대한 가산점 추가 항목이다. 민주당은 신인 정치인에게 10∼20%의 가산점을 주겠다는 항목을 추가했지만, 사실상 현역에게 더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대 총선에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만 당 후보를 뽑았다. 이와 달리, 21대 경선서 ‘권리당원 50%, 국민안심번호 선거인단 50%’를 적용했다.

당비를 일정 기간 낸 권리당원의 투표가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은 일반 국민에게 의향을 물어 반영하는 것이다.

‘권리당원 50%+안심번호 50%’룰이 신인에게 불리하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 윤 사무총장은 “당원을 상대로 자신을 알리는 선거운동을 하고, 1년 전에 미리 룰을 확정해 당원 모집 기회도 주어지게 돼서 오히려 신인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리당원에 대한 명부는 현역 의원들만 갖고 있다. 현역 의원은 해당 지역 권리당원이 누군지 알기에 친분을 쌓기도 한다. 또, 권리당원 명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은 해당 지역위원회에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저촉될 수 있기에 이들이 신인 도전자에게 명부를 내어줄 가능성은 낮다.

경선 때가 되면 현역 의원만이 권리당원에게 직접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민주당 원외 관계자는 “룰을 딱 보는 순간 현역이 유리하구나 생각했다”며 “정치 신인 가산점이 있다지만, 뒤집기 힘든 구조다. 사실상 ‘알아서 하라’고 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구관이 명관?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소장은 “명부를 개방하든지 아니면 해당 지역 당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서 신인들의 정책설명회라도 최소한 마련해야 한다”며 “이런 조치가 없으면 겉으로는 상향식 공천으로 보여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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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