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학의 법률사무소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12 14:43:49
  • 호수 12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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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잘 만나 방 얻고 사건 맡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퇴임 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행적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법무부 차관이던 시절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으로 사임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일요시사>는 김 전 차관의 중학교 친구이자 그가 변호사 활동을 하는 데 조언을 해준 A 변호사를 통해 ‘변호사 김학의’를 추적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15일 법무부 차관으로 취임했다. 취임 6일 후인 21일 김 전 차관은 강원 원주시 소재 한 별장서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인물로 지목됐다. 당일 김 전 차관은 의혹을 부인하며 차관직서 사임했다. 경찰은 조사 끝에 김 전 차관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성접대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차관 사임
변호사 변신

김 전 차관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 이후 변호사로 전직했다. 2015년 11월13일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에 변호사 자격등록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변회는 등록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해 12월15일 서울변회는 상임이사회를 열어 김 전 차관에 대한 변호사 자격등록 부적격 및 입회 거부 의견을 최종확정, 이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에 전달했다.

당시 서울변회는 “김 전 차관이 공직자로서 향응을 받은 점에 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 ‘혐의 없음’ 결론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이 충분하다”며 “이는 공무원 재직 중 위법행위로 인해 퇴직한 경우로 볼 수 있어 변호사로서 직무를 수행함에 현저히 부적절하고 변호사법이 규정한 등록거부사유에 해당한다”고 입회 거부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변협의 생각은 달랐다. 대한변협은 2016년 1월25일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 “김 전 차관의 변호사 자격등록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한변협이 서울변회의 결정을 뒤집고 김 전 차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변회가 적용한 현행 변호사법이 아닌 2013년 김 전 차관이 퇴직할 당시의 변호사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는 서울변회로부터 입회 거부를 통지받자 김 전 차관이 반박하며 내세운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기존 변호사법 제8조 1항 4호는 ‘직무 관련성 있는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 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이로 인해 퇴직한 자에 한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동법은 2014년 5월 ‘직무 관련성 있는 위법행위’ 부분이 삭제돼 지금에 이른다. 직무와 관련 없는 비위를 저지르거나 징계를 받아 퇴직한 판·검사도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이 강화된 것이다. 

대한변협은 자격요건이 강화되기 이전의 변호사법을 적용해 김 전 차관의 변호사 등록을 허용했다. 김 전 차관이 받고 있는 혐의가 직무와 무관하다는 결론이다.

대치동 사무실
친구에게 빌려

변호사의 길이 열린 김 전 차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빌딩 5층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그곳에는 B법률사무소가 자리하고 있다. A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률사무소다. 등기부에 따르면 A 변호사는 2016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이 빌딩 5층 전체에 대한 전세 계약을 맺었다.

A 변호사는 대형 로펌서 30년 동안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주로 기업M&A와 환경 쪽 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를 종합하면, A 변호사는 2013년 7월 말 대형 로펌을 나와 자신의 이름으로 개인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그러다 2015년 2월 대형 로펌서 함께 일한 변호사들과 또 다른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A 변호사는 그곳을 나와 2016년 1월 지금의 B법률사무소를 차렸다. 대한변협이 김 전 차관의 변호사 자격등록을 허용한 시점도 2016년 1월이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변호사의 길이 열린 김 전 차관은 A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A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김 전 차관이)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변호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를 찾아와 이런저런 자문을 구해서 얘기해줬다. 변호사는 내가 30년 이상 했으니 (김 전 차관에 비해)한참 선배”라고 말했다.

극비리 개업 대치동 사무실 방문해보니…
40년 지기 변호사 “불쌍해서 빌려줬다”

A 변호사는 1984년 9월부터 현재까지 계속 변호사 활동을 해왔다. 반면 검사장을 지낸 김 전 차관은 검찰 고위직 출신이지만, 변호사 활동은 이제 막 시작한 상태였다. 김 전 차관은 A 변호사로부터 민사사건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형사사건을 주로 맡은 바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에게 민사는 낯선 영역이다.

김 전 차관과 A 변호사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김 전 차관과 친구 사이라고 말한 A 변호사는 “중학교 3년을 같이 다녔다. 고등학교는 다르지만, 내가 서울대 법대 75학번이고 김 전 차관은 76학번이다. 나보다 대학은 1년 후배고 시험은 3년 후배다. 그 일(성접대 파문)이 있기 전 1년에 한두 번은 만났던 사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전 차관의 직장 주소는 A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B 법률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한다. 직장 전화번호 역시 B 법률사무소와 동일하며 이메일 역시 B 법률사무소의 것이다. A 변호사는 <일요시사>를 통해 김 전 차관이 자신의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아니라고 밝혔다.

“사무실 공간이 두세 개 비어서 거기를 빌려줬다. 빈방이 있어서 (김 전 차관에게) 전대했다. 빌려준 것이다. 내 사무실에 소속된 변호사가 아니다. 사업자등록도 다르다. 완전히 독립돼있다.”

같은 주소
같은 이메일

A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이 B 법률사무소의 이메일 주소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합동법률사무소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합동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은 서로 간에 업무 협조도 거의 없을 정도로 따로 움직이지만, 같은 법률사무소의 명칭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전 법률사무소에 있을 때도 우리 후배들과 별도의 일을 했지만, 같은 이메일 주소를 썼다. 그런 의미로 (김 전 차관이 B 법률사무소) 이메일 주소를 쓰는 일을 내가 허락했을 것이다. (이메일 사용을) 막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다.”

B 법률사무소와 김 전 차관의 전문분야는 다르다. B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은 환경과 관련된 사건을 수임했다. A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검찰 출신인 김 전 차관은 형사사건을 전문분야로 한다. 

“나는 형사사건을 거의 안 한다. 여기(B 법률사무소)에 있는 사람들도 기본업무가 다 환경 쪽이다. 일반형사사건은 수임할 일도 없고, 능력도 없다. 검찰청에 다니지도 않는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출신이니 업무적으로 겹치지 않는다.”

하청 받아 사건 변호
전화, 이메일도 동일


<일요시사>는 김 전 차관이 변호한 사건을 알아보기 위해 판결문을 열람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민사상고, 형사 제1심 단독공판, 형사항소공판 등의 사건을 주로 맡아 변호했다. 이 중에는 B 법률사무소 변호사들과 함께 맡은 사건도 있다. 김 전 차관과 A 변호사가 함께 변호사로 이름을 올린 사건도 확인됐다. A 변호사는 김 전 차관과 동업을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바로 옆에 있으니 어쩌다 일을 같이한 경우가 있기는 하다. 변호사가 일을 하다 보면 친구에게 하청을 주기도 한다. (김 전 차관은) B 법률사무소 소속이 아니다. 내가 고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준비서면에 이름을 쓰면 개인 법률사무소니까 변호사 이름을 쭉 쓰지 않나. 그때 B 법률사무소의 명칭을 쓰는 것이다. 명칭을 쓰는 것은 법률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다.”
 

김 전 차관은 성접대 의혹으로 독자적인 활동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 전 차관이 사무실에)나온 적은 거의 없다. 얼굴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어디 일이 있겠나? 누가 일을 줘야 할 것 아닌가. 김 전 차관이 검사장과 차관을 했다고 사람들이 일을 주겠나? 딱하다.”

A 변호사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친구 김학의’를 도와준 것일 뿐 ‘변호사 김학의’와 같이 일을 하기 위해 사무실을 내어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 주변인에 대한 취재가 그 주변인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친구 김학의
딱해 보여서”


그는 “(김 전 차관에게)사무실을 빌려줬더니 주변서 괜히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을 많이 하더라. 난 중학교 친한 친구여서 빌려준 것이다. 세상 인심이 이렇구나(라고 느꼈다). 무슨 한센인 보듯이 한다. (김 전 차관은)엄청난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인데, 조금 기다렸다가 진실이 드러나고 (취재)하면 되는 건데, 드러나기 전에 죽여놓고 보자는 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조차 싫어할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친구가 보기에 민망스럽고 불쌍해 보인다. 친구에게 방 빌려주는 것도 안 된다고 한다. 지금 (기자가)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까 ‘주변서 걱정하는 게 기우가 아니었네’라는 생각이 든다”며 “나한테까지 관심을 가지다니 말이다. 기자님이라면 부모와 친구가 어려운 일을 겪으면 곁도 안 내주고 도망 다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학의 반격 왜?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자신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을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전날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고소장에서 김 전 차관은 해당 여성이 2013년 검찰·경찰 수사 당시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차관은 이들 여성을 아예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4월과 이듬해 3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서 여성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한 여성이 문제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며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역시 무혐의로 끝났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미 같은 혐의로 두 차례 수사를 받아 혐의 입증이 어려운 점을 간파한 김 전 차관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라 분석한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에 대한 판단을 일단 보류한 점도 맞대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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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