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키맨’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01 10:28:38
  • 호수 1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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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별장서 함께 술도 마셨다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김학의 성접대 의혹’ 사건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이에 중간다리가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게 전달된 익명의 투서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투서의 내용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까. 법조계는 투서의 내용과 공개 시점에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가명으로 보냄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과거 김학의 검사장님 계실 때 춘천지검에 근무하던 검사입니다. (중략) 김학의 검사장을 그런 험지에 빠지게 한 분이 당시 A씨(현 변호사)입니다. 거의 매일 술을 드셨고 윤중천 사장을 김학의 검사장님에게 소개시켜준 분입니다. 문제가 된 별장서의 음주에도 동석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자주 그곳을 드나들면서 당시 부장검사나 서울서 온 지인들을 데리고 다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분이 왜 조사에서 누락됐는지 혹시 과거사진상조사위원장인 김갑배 변호사와 절친(연수원 17기 동기)이어서 그런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투서 접수
내용은?

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지난 26일 투서를 공개했다. 발신자는 춘천지방검찰청 박정의(가명)로 돼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연결해준 ‘키맨’인 A씨에 대한 조사가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그 이유를 A씨가 과거사위원장이었던 김갑배 변호사와 절친한 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검찰의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사례에 관한 진상규명을 위해 발족한 조사단 중 일부 조사위원은 지난해 12월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서 당시 수사 검사의 외압 등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의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법무부 소속 과거사위 산하 기관이다.

민간 조사단원인 김영희 변호사 등 6명은 당시 “조사대상 사건과 관련된 검사 중 일부가 조사 활동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단원 일부가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며 “일부 사건에 대해 민·형사 조치를 운운하는 것에 압박을 느끼고 단원이 조사 및 보고서 작성을 중단하겠다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검찰총장이 엄정한 조치를 취해 조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당시 김 변호사는 외압이 있었던 사건명과 외압 행사 방식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현재 조사단의 총괄팀장을 맡고 있다. A씨를 언급한 투서는 김 총괄팀장 앞으로 수신됐다.

현직 변호사 ‘김-윤중천’ 연결
전직 과거사위원장 절친 주장도

조사단의 기한 연장과 관련해 과거사위와 갈등이 벌어진 사례도 있다. 당시 조사단이 과거사위 측에 김 전 차관에 대한 조사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일부 위원이 “조사단 활동기한이 연장되면 사표를 쓰겠다” “(사건에) 욕심 내지 말라”고 발언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투서에 언급된 김갑배 변호사는 과거사위원장이었다. 김 변호사는 2017년 12월부터 위원장을 맡아오다 지난해 12월 법무부에 돌연 사의를 표명한 바 있는데 이 사실은 지난 1월 뒤늦게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당시 복수의 언론을 통해 “사건의 조사 방향 설정 및 쟁점 파악 등을 정리해가는 과정서 어려운 점 등이 있었다”고 사유를 밝혔다. 

일각에선 과거사위 내부적으로 갈등이 빚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 변호사는 “그 점은 (사실이)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의 설명에도 법조계에서는 조사단의 외압 폭로와 김 변호사의 사의 표명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김 총괄팀장 앞으로 온 투서에 A씨의 존재와 김 변호사가 언급됐다. 김 변호사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A씨를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투서에 거론된 연수원 17기 동기인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을 전혀 모른다는 반박이다.

A씨 등장
돌연 부상


이 때문에 법조계 내에서는 투서와 관련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먼저 투서의 내용 중 사실관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내용들이 포함됐다는 점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높다.

복수의 언론에서는 변호사 박모씨를 유력한 A씨 후보로 지목한다. 박씨는 윤씨와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에 그는 윤씨 부인의 변호를 맡았던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투서가 주장하는 내용과 박씨가 실제 김 전 차관에게 윤씨를 소개시켜줬는지는 구분지어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전 차관이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 윤씨를 알았다기보다 충북지역 검사장 모임서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사법 적폐 청산 운동을 펼치는 서기호 변호사는 지난 27일 YTN라디오와 한 인터뷰서 “김 전 차관이 윤씨를 알게 된 경위는 박씨가 소개했다기보다는 당시 원주나 충주, 이쪽 지역 검사장 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서 김 전 차관이 윤씨를 알게 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며 “윤씨는 그쪽 지역서 일종의 스폰서였다”고 내다봤다.

유력 후보
수면 위로

또 김 변호사가 과거사위원장이었을 당시 박씨를 조사 대상서 제외시켰을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투서는 A씨와 김 변호사가 절친한 사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연수원 17기 동기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와 박씨의 관계는 연수원 17기 동기라는 점을 제외하고 두 사람의 친분을 증명할 만한 근거가 없다.

오히려 김 변호사가 “검찰 과거사위가 조사단으로부터 여러 번 중간보고 등을 받았지만, 조사 대상에 누구를 빼라거나 넣으라고 못한다. 그랬으면 조사단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반박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투서는 A씨의 출석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단서를 제공한 점, 의도적으로 조사 대상서 누락됐다는 점을 밝힌 점, 투서의 마지막에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점 등이 그렇다.

그러나 투서를 공개한 조사단의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새겨지고 있다. 조사단 김 팀장은 “오늘 편지를 받았다. 보도에 참고하기 바란다”며 투서가 들어온 즉시 언론에 공개했다. 물리적 시간상 조사단이 투서의 내용을 제대로 검증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과거사조사단, 당일 투서 공개
출석 압박용? 반응하는 정치권

실제 조사단 측은 A씨가 누구인지, 제기한 의혹들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황인지, 편지를 쓴 사람이 실제 검사인지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조사단의 투서 공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러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내다본다. 조사단이 A씨의 출석을 압박하기 위해, 또는 조사단이 검찰 측 고위 인사를 조사할 동력을 얻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정치권도 투서에 반응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A씨가 예전 최순실 특검의 특검보였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연결해준 A씨도 재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김 전 차관 재수사를 ‘야당 입막음용 수사’라고 보고 반발하고 있다. 과거사위가 김 전 차관 재수사를 검찰에 권고하면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한국당 곽상도 의원을 수사대상에 포함한 반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제외했기 때문이다. 

진위 여부
밝혀진다

나 원내대표는 “재수사 권고가 실체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면 A씨와 조 의원도 포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드루킹 재특검’을 받지 않으면, ‘김학의 특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의 정체는 검찰의 수사과정서 밝혀질 공산이 크다. 과거사위가 검찰에 수사를 권고했기 때문에 투서 역시 검찰 쪽으로 넘어간다. 이때 투서 내용의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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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