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85> 아주 특별한 아파트

집 없는 설움 ‘착한 아파트’로 푼다

<일요시사=장결철 르포라이터> 수도권 아파트가 장기적인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주목을 받는 아파트들이 있다.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지역조합 아파트와 싼 분양가에 재산세·양도소득세 등 절세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내집마련 지름길’분양전환 임대아파트 각광
광교신도시·운정지구 등 전국서 공급 봇물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주변보다 저렴한 분양가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특정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서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아파트를 건립하는 사업방식으로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위험요소도 존재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3곳서 조합원 모집
3.3㎡당 600만원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조합을 결성, 사업주체가 돼 토지를 확보하고 그 위에 짓는 집을 말한다. 일반 주택사업과는 달리 시행사가 따로 없고, 토지 매입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자가 발생하지 않아 분양가가 시세보다 10∼20% 가량 저렴하다.

사업 추진 속도도 일반 주택사업에 비해 빠른 편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있는 경우 의견조율에 어려움이 있는데다 관련 규제도 복잡해 속도가 더딘 게 보통이다. 이에 반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내 집 마련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조합원을 모집해 진행하기 때문에 세부 사업에 대한 의견조율 기간이 줄어든다.


추진 절차도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간소해 신속한 사업이 가능하다. 최근 시장에 나오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단지 디자인과 조경, 부대시설 등이 민간분양 아파트를 능가할 정도로 좋아졌고, 분양가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로 수요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추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분양가가 저렴하면서 사업 속도도 빨라 최근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토지 소유권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경우 사업이 길어지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현재 지역주택조합원을 모집하거나 조합원모집 이후 일반분양 중인 단지는 수도권 6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3곳에 이른다. 지난 2007년 5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대체적으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방의 지역조합주택 3.3㎡당 분양가는 600만∼700만원대다.

서희건설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328번지 일대에 ‘서희 스타힐스’를 분양한다. 스타힐스는 지하 2층~ 지상 최고 24층의 12개동 844세대 규모로 분양가는 3.3㎡당 600만원대이다. 2015년 3월 입주할 예정으로 현재 조합인가(2012년 1월3일) 승인과 계약계좌를 아시아 신탁사에서 자금을 관리해 안전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조합원 모집이 끝난 뒤 일반분양 중인 단지도 있다. 한화건설이 삼성전자 천안사업장 인근 충남 천안 차암동 제3일반산업단지 E-3블록에 짓는 ‘한화 꿈에그린 스마일시티’는 전체 1052가구 중 389가구를 이달 중 일반 분양한다. 분양가는 3.3㎡당 600만원대다.

경남 거제시 사동면 ‘거제 STX칸’도 전체 1030가구 중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30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680만원이다.

경기도 김포시 걸포 걸포2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는 ‘김포 한강로 더 루벤스’가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전용 72~84㎡ 총 547가구로 구성된 단지이며 3.3㎡당 분양가는 770만원선이다.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걸포 오스타 파라곤’의 3.3㎡당 시세가 1000만원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0만원 가량 저렴하다. 특히 이미 토지소유권을 모두 확보한 상태라 안정성도 있다.


부산에서는 수영구 민락동에서 센텀민락 지역주택조합이 ‘효성그룹 센텀 더 루벤스’조합원을 모집한다. 전용 85㎡ 총 395가구 규모의 단지로 토지소유권이 모두 확보됐으며 분양가는 3.3㎡당 800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조합원 자격을 얻으려면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이전에 6개월간 해당지역에 거주해야 하며 조합주택 입주일까지 자기 집이 없어야 한다. 정식 분양 절차를 거치지 않아서 청약통장 없이 전용 85㎡ 이하 중소형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땅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거나 조합 갈등으로 사업 지연 또는 중단 등으로 사업이 중간에 틀어질 수도 있어 토지매입, 조합원 모집상황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최근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 지역조합주택사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수동 성수1지역주택조합이 사업차질로 조합설립인가를 취소당했다. 사업이 중단돼 시공사가 조합 채무를 인수하게 되면 조합원들이 그동안 납부한 투자금은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조합원 모집이 제대로 안 돼 사업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있다”며 “내 집을 마련하려다 장기간 돈이 묶일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 모집과 사업부지 확보가 제대로 진행 중인지,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위해 신탁사가 자금관리를 하고 있는지도 확인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분양 아파트는 넘쳐나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은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이다. 최근 오른 전셋값으로 계약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추가비용 마련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내 집 마련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분양전환 임대 아파트’다. 5-10년 장기간 전세로 거주하다 내 집으로 분양전환할 수 있어 초기 비용부담이 덜하고 투자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또 입주자와 회사 측이 합의하면 의무임대기간의 절반(2년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분양전환도 가능해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구성원 간 갈등으로
도중 틀어질 수도”

임대아파트는 주택공사나 도시개발공사, 민간 건설업체가 소유주가 되어 서민들에게 임차해 주는 아파트로 건설주체, 임대기간 등에 따라 여러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크게 영구임대, 국민임대, 공공임대, 민간임대 등으로 구분 할 수 있으며 이 중 공공임대와 민간임대아파트만이 의무임대기간 후 분양전환이 가능하다.

공공임대아파트는 LH 또는 지방도시공사 등에서 공급하며 영구임대아파트나 국민임대아파트와는 달리 5년이나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 할 수 있다. 청약통장이 있어야 하고 무주택 자격 요건을 갖춘 상태로 분양전환 시까지 세대주 및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 한다.

민간임대아파트는 LH나 지방도시공사 외에 민간 건설업체가 분양하는 것으로 의무임대기간은 통상 5년이다. 과거 판교신도시와 같이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민간임대아파트도 공공임대주택으로 편입되어 10년의 의무임대기간이 적용되었으나 분양전환 시기가 너무 길어 민간 건설사들의 임대아파트 공급을 꺼리면서 2009년 임대주택법 개정을 통해 10년 민간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시기를 5년으로 단축했다.

분양전환방식은 공급주체에 따라 공공임대아파트와 민간임대아파트가 조금 다르다. LH 등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공공임대아파트는 대개 5년 혹은 10년의 임대기간이 종료된 후 분양전환 된다. 임대의무기간의 1/2이 경과하면 사업자와의 협의하에 분양전환을 결정할 수 있도록 공고 등에 명시는 되어 있지만 임대기간을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렴한 분양가 내세운 지역조합 아파트
시세보다 10∼20% 싸고 추진 속도 빨라


민간임대아파트는 입주신청 자격을 사업자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보증금, 임차인 자격, 분양시기 등을 임대사업자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 또 공공임대아파트와 동일하게 임대사업자와 합의를 통해 임대의무기간의 1/2이 경과하면 분양전환 할 수 있다. 다만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는 경우 5년 공공임대아파트 규정을 따르게 돼 입주신청 자격이나 분양 전환 방식 등에서 공공임대 단지처럼 적용을 받는다.

분양가 결정시기와 방법도 다르다. 공공임대아파트는 분양 전환 당시 인근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한다. 주변 아파트 시세에 대한 감정평가금액의 80∼90%수준으로 분양가격이 정해진다.

반면 민간임대아파트는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5년 공공임대아파트 규정을 따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입주자 모집 공고 시점을 분양가를 결정하는 확정분양가를 적용한다. 최근에는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확정분양가와 더불어 분양전환 시점에서 감정평가금액 중 낮은 금액으로 분양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경쟁력이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전셋값 상승 걱정 없이 임대 기간 동안 거주하다가 해당 아파트를 주변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분양 받을 수 있다. 주변 아파트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된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2∼3년 후 전환 시점에서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거나 일부 주거 선호도가 높은 경우는 지역 아파트 평균시세보다 더 높은 시세를 형성하기도 한다.

2008년 1월 동탄신도시에 입주한 5년 민간임대아파트인 푸른마을 모아미래도 전용면적 59㎡는 의무임대기간의 1/2이 지난 2010년 7월에 분양가 1억6820만원에 분양전환돼 현재는 2억475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임대기간 동안 매월 지불한 월세 금액을 고려하더라도 상당부분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세금부담도 적다. 임대기간 동안 취득세는 물론 재산세가 부과되지 않아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임대 기간이 보유기간에 포함돼 분양 후 바로 매도하더라도 양도소득세를 비과세 받을 수 있어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근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경우 독자적인 단지가 조성되고 고급화되는 추세다.


대규모 택지지구 내 위치하는 경우가 다수여서 기반시설 이용도 편해 입주민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다만 일반 분양아파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임대·분양되는 만큼 꼼꼼히 따져봐야 할 사항이 많다.

분양전환 아파트는 공급 주체에 따라 분양가 결정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분양하는 임대아파트 가격뿐만 아니라 주변 아파트 가격동향도 살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가격이 크게 오른 후 가격조정이 나타나고 있는 지방의 경우는 분양전환시점에 분양가를 결정하는 임대아파트가 유리할 수 있고 아파트값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는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에 분양가를 결정하는 확정 분양가 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

차익에 절세까지
단지 고급화 추세

분양 가격 결정 외에도 체크해야 할 사항이 있다.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무주택자격을 유지해야 분양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기본이다. 민간 임대아파트는 대형 건설사보다는 지방에 거점을 둔 중소 건설사가 주로 공급하는 경우가 많아 법정관리나 부도가 나는 경우 임대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민간임대아파트 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있고 매년 갱신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민간임대아파트는 공공임대아파트와는 달리 분양전환 시점에서 기존 거주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하는 강제조항이 없어 계약서 작성시에는 우선 분양권이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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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