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84>복합쇼핑몰 파급효과

백화점 들어서면 그 주변도 뜬다!

최근 부동산 입지 중 인근에 복합쇼핑몰, 백화점 등 대규모 상업시설이 위치한 아파트·오피스텔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분양 광고에는 ‘인근 대형 마트 입점’등과 같은 대형 상업시설과의 접근성을 강조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상업시설이 필수적인 생활편의시설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상업시설 위치한 아파트·오피스텔 인기
인근 시장에 호재로 작용…주거·투자가치 높아

 

타임스퀘어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전용면적 84㎡ 규모의‘문래자이’아파트는 타임스퀘어 착공 직후인 2004년 1월 4억8000만원에서 완공시점인 2009년 9월 6억6750만원으로 약 2억원 가량 올랐다. 타임스퀘어를 비롯해 삼성동 코엑스, 동탄 메타폴리스몰 등 대형 복합쇼핑몰 입점은 인근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앞다퉈 복합단지 개발
전국 주요도시 건립붐

단순 쇼핑만 즐길 수 있는 백화점이나 상가와는 달리 대형 복합쇼핑몰은 지역 상권의 중심지로 발전함은 물론 쇼핑, 놀이, 공연, 교육 등을 한 번에 편리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 복합쇼핑몰 인근 부동산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을 주목해야 할까.
송도를 비롯해 평촌, 의정부, 하남 등에 대형백화점을 낀 복합쇼핑단지가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어서 일대 부동산시장의 훈풍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통사가 쇼핑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지역이나 그간 편의시설 부재로 주민들의 개점 요구가 높았던 수도권에 앞다퉈 백화점을 낀 복합단지 개발에 나서면서 침체된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최근 건립붐이 일고 있는 대형 복합쇼핑단지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아웃렛, 공연장, 문화센터, 영화관,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비롯해 경우에 따라서는 호텔도 함께 지어진다. 쇼핑과 문화생활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보니 유동인구도 풍부하다. 편리한 생활여건을 찾아 주택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백화점 직원 및 관계사들로 인한 지역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까지 꾀할 수 있어 주변 부동산 시장에서는 더없는 대형 호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형 상업시설은 인근 아파트 가격상승을 좌우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며 “특히 도심 라이프스타일이 강조되면서 대규모 상업시설은 식료품과 생필품 쇼핑뿐만 아니라 문화생활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더욱 선호된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신도시 = 송도국제도시에는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쇼핑타운 개발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이 백화점과 호텔, 마트, 영화관 등으로 구성된 ‘롯데몰 송도’(가칭)의 착공시기를 올해 4분기로 발표한 데다 이랜드그룹의 이랜드리테일이 송도IBD내 F6 블록 일대에 NC백화점, 쇼핑몰 등을 포함한 복합쇼핑단지, 호텔, 오피스 등의 개발계획을 밝히는 등 롯데와 이랜드의 복합쇼핑타운 조성으로 이 일대 부동산시장이 한층 활기를 띨 전망이다.

▲안양 평촌신도시 = 평촌신도시에서는 기존에 영업 중인 이랜드그룹의 NC백화점과 뉴코아아울렛에 이어 롯데백화점이 들어서 이 지역 유통시장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하 8층∼지상 30층, 연면적 18만2000㎡ 규모로 지어지는 GS복합쇼핑몰의 저층부 10개 층에 입점하게 된다.

▲김포 롯데몰 김포공항 =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앞에 조성 중인 ‘롯데몰 김포공항’은 대지 면적이 19만4700㎡(약 5만8900평)로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롯데몰은 내부에 백화점·쇼핑몰·할인점·영화관·호텔 등 다양한 시설을 짓고 대규모 용지에 테마파크·공원 등을 조성해 ‘도심 속 휴양지’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하남 유니온스퀘어 = 서울 강동구와 바로 인접해 있는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에는 신세계그룹이 2015년까지 쇼핑과 레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수도권 최대 복합쇼핑몰인 ‘하남 유니온스퀘어’를 짓는다. 11만7000여㎡에 건축 연면적 33만여㎡ 규모로 복합쇼핑몰에는 백화점, 패션전문관, 영화관, 공연 및 전시시설 등이 들어선다.

▲의정부 복합쇼핑센터 = 상반기 중 경기 의정부시에 초대형 복합쇼핑센터인 신세계 의정부역사점이 들어선다. 연면적 14만5124㎡ 규모로 백화점 매장뿐 아니라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형 서점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편의시설을 두루 갖춘 복합쇼핑몰을 선보일 계획이다. 의정부 상권은 현재까지 백화점이 출점되지 않아 경쟁 점포가 없는 데다 의정부와 주변 지역을 포함하면 상권 규모가 100만명이 넘는다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수원 광교신도시 = 수원 광교신도시에서는 2017년까지 최고 56층의 대형복합단지 ‘에콘힐’이 조성된다. 주상복합 5개 동을 비롯해 30층 규모의 업무용 빌딩, 8층 높이의 백화점 등 총 10개 동 건물이 지어진다. 에콘힐에는 현대백화점이 입점할 예정이다.

▲대전 유니온스퀘어 = 대전 서구 관저동 일대에 조성되는 대형 복합쇼핑몰 ‘신세계 유니온스퀘어’는 2015년 입점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34만여㎡ 규모로 들어설 신세계 유니온스퀘어에는 총 부지의 30%인 10만여㎡는 아울렛 쇼핑시설로, 나머지 24만여㎡는 아이스링크와 암벽타기 등의 스포츠 시설, 영어체험교실 등의 교육시설, 테마파크 등의 교육·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 센트럴스퀘어 = 부산 서면 도심 한가운데 개장한 복합쇼핑몰 ‘센트럴스퀘어’는 서면 ‘더샵 센트럴스타’ 내 지하 2층∼지상 2층 총 4개 층에 약 3만4800m²규모로 조성된다. 부산지역 최대 유동인구를 가진 서면 상권 내에 들어서는 센트럴스퀘어는 서면 지역에서 부족한 휴게시설과 문화시설을 보완한 ‘도심 속 휴양 쇼핑몰’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영업면적의 절반 가량을 문화 휴게 놀이시설로 꾸몄다.

복합쇼핑몰(몰링형 상가)이 들어서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2009년 오픈했다. 연면적이 36만㎡(약 11만평) 정도다. 엄청난 크기다. 여기에다 경방백화점을 신세계2로 개조했고, 그와 붙여 기존 신세계백화점이 한 덩어리로 연결돼 있다. 전체 연면적은 38만7300㎡(11만7000여 평) 정도다.

이 타임스퀘어가 들어서면서 영등포 상권에 대 변화가 벌어졌다. 기존 부도심 상권은 침몰하고 타임스퀘어에는 인파가 몰렸다. 영등포역세권 백화점인 롯데도 침체를 입을 정도.

초대형 타임스퀘어
영등포 상권 바꿔

타임스퀘어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롯데백화점 영향력이 영등포 상권에서 가장 컸다. 2007년 매출이 5000억원 규모였다. 타임스퀘어가 자리 잡으면서 2010년 기준 롯데는 4900억원으로 주저앉았고 타임스퀘어는 1조2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매출고를 올렸다. 타임스퀘어와 한 덩어리로 뭉쳐있는 경방 신세계와 기존 신세계백화점의 매출도 2007년 각각 1200억원, 1300억원에서 2010년 8200억원, 3800억원 껑충 뛰었다.

타임스퀘어는 상가 부동산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래서 요즘 이런 부동산 몰이 유행이다. 일명 몰링형 복합상가라고 불린다. 몰링형 상가가 들어서면 주변 상권이 위축될 수도 있고 아니면 시너지를 낼 수도 있는데, 어떻게 변신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점에 상가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앞으로 상권의 변화에 대해 유심히 관찰해야 손해 보지 않는다. 대규모 몰링형 상가가 들어서면 주변 상권이 죽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발 빠르게 변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체류형 몰링상가가 이처럼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속속 자리 잡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능력 있는 주체의 철저한 관리 및 운영이 꼽힌다. 수요분석을 기반으로 한 MD구성을 통해 선별적으로 업종을 입점 시킨 뒤 관리까지 일체형으로 진행시킨 게 안착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체류형 몰링상가들은 분양에만 급급한 일부 상가들과 달리 입점 후에도 지속적인 활성화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복합쇼핑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오락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요인이다. 체류형 몰링상가에서 수시로 펼쳐지는 각종 이벤트와 행사들은 단순한 쇼핑을 뛰어넘어 진정한 여가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쟁 관계 상가 권리금↓
주요 상권 상가 임대료↑


최근 들어서는 체류형 몰링상가의 확대발전에 대해서도 긍정적 의견이 늘고 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신도림 디큐브시티, 용산 아이파크몰, 동탄 메타폴리스 등 이미 여러 곳에서 검증받은 수요문화인만큼 추가 적용과 확장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강한 것이다.

체류형 몰링상가의 본격 도입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복합쇼핑몰 도입 전후로 철저한 계획과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개별 점포들의 수익률 저하와 경쟁격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과거 지역 내 랜드마크를 표방하며 등장했던 테마쇼핑몰들 중에는 분양 이후 활성화에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적 집단의 체계적 운영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대목이다.

한 상가전문가는 “소비자들의 체류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복합쇼핑몰들의 성공적 운영사례가 늘고 있어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상업시설 도입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체류형 몰링상가가 완전한 전국적 트랜드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신뢰와 노하우, 책임감을 가진 운영주체의 능력과 지속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역·미아삼거리·신림역 등 주요 상업 지역에서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 이후 쇼핑몰과 경쟁 관계에 있는 상가의 권리금은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형 부동산 정보업체 ‘에프알 인베스트먼트’가 건대입구역 로데오거리, 미아삼거리 역세권, 영등포역 일대, 신림역 일대 등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 지역의 상가(1층·50㎡ 기준) 40개를 대상으로 권리금을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10∼20% 정도 떨어졌다.

영등포역 맞은편 대로변에 있는 상가의 권리금은 2010년 1월 2억5000만원에서 최고 4억원까지 형성됐지만, 올 1월엔 최고 권리금이 3억2000만원으로 줄었다. 에프알 인베스트먼트의 안민석 연구원은 “롯데백화점 등에 이어 대형 쇼핑몰인 타임스퀘어까지 등장하면서 수요가 겹치는 의류·외식 관련 업종의 수요가 쇼핑몰로 일부 넘어갔다”고 말했다.

미아삼거리 역세권에 있는 11개 상가의 평균 권리금도 2010년 3억4000만∼4억원에서 올 1월 3억원 중반대로 낮아졌다. 건대입구역 로데오거리 주변 8개 상가의 권리금도 2억2000만∼2억7000만원에서 1억4000만∼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주요 상권에 있는 상가의 월 임대료는 오름세다. 미아삼거리 상가의 월 임대료는 2010년 330만∼400만원에서 최근 350만∼520만원까지 상승했다.

안 연구원은 “주요 상권의 1층 상가는 프랜차이즈 경쟁이 심해져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계약을 끝나면 임대료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임대료가 오르다 보니 일부 세입자들은 권리금을 포기하고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 도움
동종업종은 피해

이와 반대로 대형 쇼핑몰과 업종이 겹치지 않는 상가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 생기면 유동 인구가 많아져 상권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형 쇼핑몰이 전반적인 상권 활성화에는 도움을 주지만, 경쟁 관계인 업종은 매출이 주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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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