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83>‘엑스포 호재’들뜬 여수 분위기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6.04 10: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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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도시로 부활 ‘돈 자랑 마쇼잉∼’

이제 진짜 여수 가서 돈 자랑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2 여수 엑스포’가 개최되면서 전남 여수 부동산 분양시장에도 본격적인 훈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을 비롯한 외부 수요가 대거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일대 여수 아파트 분양시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세계박람회 개최로 교통망 등 기반시설 확충
지역 부동산 시장 훈풍…땅·집값 고공 행진

여수 지역은 엑스포 행사 자체가 큰 호재일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교통망, 편의시설 확충 등 기반시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 대교가 임시 개통됐고 KTX 전라선(익산∼여수) 고속화 작업도 완료되는 등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돼 눈길을 끈다.

전국 최고 상승률
분양시장도 활기

 
실제 여수시 여서동의 현대아파트(전용면적 74㎡)의 가격은 1억20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00만원 가량 올랐다. 올초 2억원에 거래되던 웅천동 웅천지웰 아파트1차(84㎡)도 최근 2억2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6월 분양한 웅천지웰2차는 614가구 모집에 1385명이 몰려 최고 24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집값과 땅값도 전국에서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여수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11%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6.9%)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가 역시 고공 행진이다.

지난해 전남 지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2.21%)을 보였던 여수시 땅값은 지난 3월 한달간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상승폭(0.32%)을 기록했다.


여수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는 이유는 여수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교통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이 대거 확충되고 각종 관광시설이 개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수에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용산∼여수 KTX가 운행에 들어간데 이어 지난달 순천∼완주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까지 3시간대에 닿게 됐다.

최근 3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사실상 끊겼던 것은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어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기존 아파트 매물도 많지 않아 입지와 주거환경이 좋으면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분위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여수시 인구는 늘고 있지만 아파트 공급은 2008년 이후 뚝 끊겨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다만 단기간에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것은 아닌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수엑스포 인근에 펜션을 지을 수 있는 돌산읍 도로변 땅값은 3.3㎡당 45만원인데 3년 전보다 15만원이나 올랐다. 엑스포를 핑계 삼아 서울에서 땅 좀 보겠다고 내려온다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여수엑스포 호재 외에도 최근 5년여간 지속된 통일교재단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인근 토지 매입으로 여수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고공 점프’ 중이다.

교통 여건 개선도 여수 지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엑스포를 앞두고 지난해 10월 KTX역이 생기고 최근에는 여수∼순천 자동차전용도로까지 뚫려 이래저래 수도권과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2007년 엑스포 유치 확정 이후 전반적으로 땅값이 40% 올랐고 아쿠아리움 등 엑스포 폐막 이후에도 계속 운영되는 시설이 많아 숙박용 토지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도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웅천지구에는 280만㎡ 땅에 2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웅천지웰이 조성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3차 단지(672가구) 견본주택에는 지난 5∼6일 1만5000여 명이나 다녀갔다.

지난해 6월 분양했던 웅천지웰2차는 당시 뜨거운 청약 열기 속에 전 주택형을 순위 내 마감했다. 평균 분양가가 3.3㎡당 620만원으로 2008년 분양한 웅천지웰1차보다 50만원 비쌌지만 614가구 공급에 모두 1385명이 청약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용 112㎡ 가구에는 최고 24대 1의 청약률(3순위)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때 시공사 부도로 사업이 중단됐던 여수 스타힐스 등 인근 지역 재건축 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다음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여수 분양 단지들이다.

▲웅천지웰3차 = (주)신영이 전남 여수 웅천택지지구에 최근 공급한 총 672가구 규모의 여수 웅천지웰3차가 최고 16.4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 순위내 마감됐다. 여수 웅천지웰 3차는 이달 지난 11일 3순위 청약을 마감한 결과 총 1299명이 청약해 평균 1.9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이 같은 수치는 침체된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성공적인 청약경쟁률로 평가받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무엇보다 여수시 최초의 대형 택지지구라는 점과 국내최고로 평가받는 바다 조망권을 갖춘 점, 그리고 인근에 종합 문화예술공원인 예울마루·인공해수욕장·마리나 등이 들어서는 여수 엑스포 최대 수혜단지라는 장점 등 때문에 성공적인 청약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이 이뤄지면서 계약률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파트 매매가 11%↑
빌라 매물도 인기

▲엑스포 힐스테이트 =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고 현대건설이 시공한 여수 엑스포 힐스테이트는 박람회 개최와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수 세계박람회장 출입구(제4문)와 직접 연결된 여수 엑스포 힐스테이트는 마래산을 뒤로하고 오동도와 남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내년 3월 입주예정으로 현재 잔여세대에 대해 동·호를 지정하여 계약 중이다. 총 2개블록으로 조성된 단지는 24동, 1442세대로 이루어진 대규모 단지로서 입주가 10개월 남은 현재 공급 형별 분양률은 60%를 육박한다. 101형 테라스하우스 및 150형은 이미 분양이 완료됐다.

엑스포 힐스테이트는 여수 최초의 주민복합커뮤니티센터를 갖추고 있다. 5층 규모의 커뮤니티센터에는 휘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스파시설, 멀티미디어실, 독서실, 노인정 등의 시설이 마련돼 단지 내에서 고품격의 여가문화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단지 내 중앙광장을 비롯한 배드민턴장, 퍼팅그린, 테마별 휴게소(5곳) 및 친수공간으로 조성된 어린이놀이터(3곳), 단지 외곽을 둘러싼 순환 산책로를 통해 건강과 여유를 찾는 웰빙라이프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상업용지 및 주상복합용지에 설치될 생활편익시설도 엑스포 힐스테이트의 편익을 높여줄 예정이다. 그리고 단지내 중학교와 반경 1km 이내에 초등학교(2개), 중학교(2개), 고등학교(3개) 총 8개의 학교가 위치하여 우수한 교육 여건을 갖췄다. 단지에 연접한 박람회장의 관광 및 생활 인프라는 엑스포 힐스테이트의 품격을 높여줄 전망이다.

단지 외부로는 북측으로 마래산(385m), 남측으로 자산공원(108m), 동측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오동도와 남해안을 조망할 수 있어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췄다. 박람회장 내 위치한 크루즈터미널과 아쿠아리움, 수산체험장, 이동식 바다숲 등으로 엑스포 힐스테이트는 해양 관광·레저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 휴양 단지가 될 예정이다.

산업 약화에 신도시-구도심 양극화 심각
이건희·통일교 땅 매입하면서 뜨기 시작

여수 부동산시장은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1980년대 ‘돈 자랑하면 안 되는’지역으로 통했던 여수는 인근 어획량이 줄어들고 관련 산업이 약화되면서 불황이 닥쳤다. 외환위기와 여수시·여천시·연천군의 통합 등을 거치며 신도시와 구도심의 양극화도 심각했다.

여수 부활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시작됐다. 2006년 말 이건희 회장이 여수 궁항마을로 불리는 사곡4구의 섬 모개도를 매입하면서 인근 땅값이 뜨기 시작한 것. 당시 사곡리 일대 땅값은 1년새 6배가 치솟았다. 이후 2007년 엑스포 유치까지 확정되며 여수는 지방 부동산시장의 핵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이후 통일교재단까지 여수 부동산 매입에 가세했다. 이 재단의 계열 기업인 일상은 2007년 이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와 남면 금오도, 화정면 낭도 등 섬 지역 땅을 집중 매입했다. 일상은 기존에 확보한 여수시 화양면과 소호동 일대에 해양리조트와 72홀 규모 골프장 사업도 진행 중이다.

재건축 아파트와 빌라 매물도 인기다.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덕충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는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투자자들이 관심이 많은 대표적인 아파트는 ‘엑스포 힐스테이트’ 뒤편에 있는 ‘여수덕충주공’아파트.
덕충주공아파트는 인근 장미 빌라 대광빌라와 함께 재건축 구역지정을 추진 중이다. 조합은 이르면 내년 초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근 한려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 사는 어떤 사모님이 여유자금을 투자한다면서 덕충주공아파트 10채를 사갔다”고 전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묻지마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수 지역은 급하게 오른 만큼 향후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도 큰 편이다. 바다 조망과 대단지는 투자가치가 있지만 단기간에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거품은 없는지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특히 엑스포 자체가 일회성 행사인 데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을 볼 때 여수 엑스포 호재가 현 시점에서 대부분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여수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엑스포를 유치했을 때인 4년 전만 해도 여수지역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300만원에 불과했다”며 “최근 2배 넘는 650만∼700만원 수준으로 오른 것이 비이성적으로 느껴지긴 한다”고 말했다.

‘묻지마 투자’주의
거품 푹 꺼질수도

W공인중개사는 “인근에 새 아파트가 없어 신규분양아파트가 관심을 끌 순 있지만, 웃돈을 받고 거래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나 빌라는 오를 만큼 올랐다”며 “인구 유입 효과나 관광객 수요를 노려 숙박업소를 짓는 것이 그나마 낫지만, 이것도 지금은 많이 늦은 감이 있다”고 조언했다.


여수엑스포기획단도 행사가 끝나고 여수를 찾는 방문객 수요가 급감할 것을 우려해 숙박시설을 최소한으로 정했다. 일회성 행사 때문에 주거를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분양권 웃돈이나 재건축 아파트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했다가는 자칫 자금이 묶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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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