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82> 5·10 대책 수혜주는?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5.29 1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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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린 돈’택지지구에 몰린다

택지지구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5·10 대책’의 수혜주로 택지지구 아파트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조치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단축이 있다.

기반시설 좋은 택지지구 미분양 노려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인근 시세보다 저렴

그동안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일정 기간은 다시 청약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대책으로 85m²(전용면적 기준) 이하 공공택지에서 분양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분양 계약일로부터 1년이 지난 뒤 되팔 수 있다. 지난해 9월 과밀억제권역 중 투기과열지구를 제외한 지역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1∼5년에서 1∼3년으로 완화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환금성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의미다.

‘내집 마련’ 찬스
각종 혜택 ‘쏠쏠’

따라서 내집 마련 실수요자나 여윳돈 투자자라면 수도권 외곽지역에서 분양되고 있는 소규모 택지지구나 신도시 아파트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내집 마련을 꿈꾸고 있는 실수요자라면 이번 기회에 택지지구 미분양을 노려보는 좋은 기회라고 조언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에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형국인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일부 미분양 아파트 시장이 호전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건설업체들이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의 경우 주거 입지 여건과 구매 조건이 유리한 택지지구 미분양 물량을 이번에 노려볼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이처럼 감소하고 있는 데에는 최근 금융혜택 등 유리한 조건에 넉넉한 물량이 보장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택지지구는 도로와 공원, 교육시설 등 각종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체계적으로 형성돼 있어 입주 후 만족도가 높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분양 아파트는 아파트 자체 하자가 원인이기보다, 입지여건은 뛰어나지만 경기 침체로 물량이 충분한 상황”이라며 “잘 고르면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온기가 감돌고 미분양 아파트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기반시설이 좋은 택지지구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4개월 연속 줄었다.
국토해양부자료에 따르면 4월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1385가구로 전월(6만2949가구) 대비 1564가구 줄어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할인한데다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내집 마련을 신규 분양물량으로 고려하고 있는 실수요자라면 택지지구 미분양 중심으로 노려보는 것이 현명하다”며 “택지지구는 도로, 공원, 교육시설 등 각종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체계적으로 조성돼 입주 후 주거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인근 시세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도권의 경우 택지지구 가운데 교통여건 등이 좋아 도심 및 강남 접근성이 좋은 곳이 눈에 띈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는 아파트 자체 하자가 원인이기보다는 입지여건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중도금 무이자나 이자후불제 등 금융혜택뿐만 아니라 분양가 할인을 해주는 곳도 많아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5·10 부동산 대책의 최대 수혜지로 강남권 보금자리지구가 꼽히면서 공급물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대책의 주요골자인 강남3구 투기지역해제, 보금자리지구 전매제한 및 거주의무기간 완화, 오피스텔 세제감면 등의 혜택을 강남권 보금자리 지구가 고스란히 누릴 수 있기 때문.

먼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에 따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기존 40%에서 50%로 완화됐다. 투기지역해제는 주택거래신고지역도 자동으로 해제돼 주택거래 신고기간이 기존 15일에서 60일로 늘어나고,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도 사라지게 됐다.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는 강남권 오피스텔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임대할 경우 취득세, 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혜택이 적용됐지만 강남3구의 경우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묶여 있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에 따른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로 오피스텔도 일정요건을 갖추고 있으면 지방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보금자리지구의 전매제한 기간 및 의무거주기간도 완화 되면서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보금자리주택에 적용되는 전매제한 기간이 5∼10년에서 2∼8년으로 줄었고, 의무거주기간도 5년에서 1∼5년으로 단축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지구의 경우 그린벨트를 해제한 지역인 만큼 쾌적성이 뛰어나고, 민간아파트도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돼 가격적인 메리트가 충분해 실거주 뿐 아니라 투자가치도 동시에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 경기 침체로
물량 충분한 상황”

올해 강남권 보금자리지구는 강남보금자리지구, 세곡2보금자리지구, 우면2보금자리지구 등에서 아파트 총 2907가구와 오피스텔 약 2558실이 쏟아질 예정이다. 다음은 각 지구별 조성 계획이다.

▲강남보금자리 = 올해 강남 보금자리지구에는 알짜 블록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줄줄이 쏟아진다. 5월 A7블록에 전용 59∼84㎡ 765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된다. 공동 주택 10개동 가운데 3개동 210가구가 그린홈 시범단지로 조성된다. 시공은 계룡건설산업 컨소시엄(계룡건설산업·현대산업개발·금호산업)이 맡았고, 지난해 말부터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보금자리주택과 달리 사전예약 방식을 활용하지 않고 청약저축 또는 주택청약종합저축가입자를 대상으로 본청약을 받는다.

‘최대 수혜’강남권 보금자리지구
아파트·오피스텔 물량 쏟아진다

오피스텔 공급도 계획돼 있다. 대우건설은 강남보금자리지구 내 처음으로 ‘강남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을 5월 말 공급한다. 6월 유탑ENG가 7-5, 7-6블록에 전용 25∼34㎡ 총 513실을, 7월에는 신영이 강남보금자리지구 7-15블록에 소형오피스텔 690실을 각각 공급할 예정이다. 이밖에 하반기에는 정동 AMC가 7-11, 7-12블록에 오피스텔 459실을, 대상산업이 연내에 업무용지 7-3, 7-4블록에 오피스텔 495실을 각각 내놓을 계획이다.

▲세곡2보금자리 = 세곡2보금자리지구에는 오는 12월 1, 3, 4단지 3개 블록 총 1634가구 중 사전예약 신청분 711가구를 제외한 전용 59∼114㎡ 923가구가 신규 본청약으로 공급된다. 본청약 물량을 면적별로 살펴보면 59㎡ 153가구, 84㎡ 238가구, 101㎡ 229가구, 114㎡ 303가구 등이다.

세곡2보금자리지구의 경우 강남보금자리지구를 중심으로 북측과 동측 2개 지구로 나눠져 있다. 북측지구에 위치해 있는 1단지에 사전예약물량 514가구를 제외한 전용 59∼114㎡ 총 273가구가 공급된다. 강남구 수서동의 광평로와 접해 있고, 3호선 일원역이 가까워 교통여건이 양호하다. 단지에 단청, 담장 등 전통 한옥 디자인이 적용되고, 단지 내에는 안길, 샛길 등의 전통마을이 형상화 된다.

동측지구에 위치하고 있는 3단지에는 사전예약 물량 38가구를 제외한 전용 59∼101㎡ 총 158가구가 일반에 선보인다. 4단지는 사전예약 물량 159가구를 제외한 전용 59∼114㎡ 492가구가 본청약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수서차량기지 남쪽과 접해 있고 3호선 수서역과 8호선 장지역, 8호선과 분당선 환승역인 복정역을 각각 이용할 수 있다. 탄천과 대모산이 가까이 있어 자연친화단지로 조성된다. 청약은 전용 59㎡의 경우 청약저축 또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전용 101㎡과 전용 114㎡는 청약예금 또는 주택청약종합저축가입자 중 청약예치금이 각각 600만원, 1000만원 이상 납입한 사람이 청약할 수 있다.

▲우면2보금자리 = 우면2보금자리지구에는 6월 SH공사가 서초 네이처빌 3·6단지 전용 59∼114㎡ 총 505가구를 분양한다. 단지별로 살펴보면 3단지의 경우 전용 84㎡ 246가구, 114㎡ 152가구 총 398가구, 6단지는 전용 59㎡ 30가구, 84㎡ 30가구, 114㎡ 47가구 총 107가구 등이다.

전용 59㎡와 84㎡의 경우 철거민을 상대로 특별분양물량으로 책정돼 있는 만큼 일반인에게 공급되는 물량은 전용 114㎡ 총 199가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청약예금 또는 주택청약종합저축가입자 중 예치금액이 1000만원 이상인 자가 청약 가능하다. 우면산터널 초입에 위치해 강남권뿐 아니라 과천∼의왕 간 고속도로 선암IC, 경부고속도로 양재IC 등의 도로망도 가까이 있어 타지역으로 접근성이 우수하다. 주변에 우면산, 문화예술공원, 양재시민의 숲 등의 녹지공간이 풍부해 주거 쾌적성도 좋다.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상권으로 불리는 택지지구에 분양 중인 상가들도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양천 신정3지구, 구로 천왕지구, 강동 강일지구, 마포 상암지구, 서초 우면 3지구 등이 있다. 이 지역은 대규모의 아파트 공급을 통한 탄탄한 배후 소비수요를 확보한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더불어 분양 중인 상가도 인근 지역에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으면서 소리 소문 없이 좋은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 택지지구는 다른 지역 택지지구와 달리 새로운 상권이 형성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데다 기존 소비수요는 덤으로 흡수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들 택지지구 내 근린상가는 독점상권이 보장되는 경우도 많아 또 다른 이점으로 작용한다.

“개발호재 있다고
묻지마 투자 주의”

이들 지역에 관심이 있는 수요층들은 대부분 인근 거주자들이다. 상가 투자의 특성상 인근에 임대관리가 쉬운 쪽에 투자를 하려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 내의 택지지구의 경우 수도권이나 지방의 택지지구와는 차별성도 있다. 입주가 빠르게 이뤄지고 주변 상권과의 연계성이나 생활여건 조성이 빠르기 때문이다. 지하철·학교·도로·편의시설 등 기반시설을 확보가 용이한 것도 타지역 택지지구에 비해 투자자나 임차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 아무리 유망지역 상가라고 하더라도 주의사항은 있기 마련이다. 최근 택지지구의 상업용지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요즘 택지지구 내 상가의 투자 여건이 달라지고 있다. 제과점·편의점·약국 등을 독점적으로 입점할 수 있다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선뜻 투자할 만하다. 우선 임대가 된 상가는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좋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업소처럼 2년 뒤에 재계약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임대료 또한 높은 값에 책정돼 있다면 공실 위험성이 상존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택지지구 상가의 장기 공실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비싼 상가는 사지 않는 게 좋다. 고가로 분양받은 상가는 임대수익률 악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장기 공실을 부르기 때문이다.


택지지구 상가는 분양가가 대부분 높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전체 택지지구 면적 중 상업용지 비율이 낮은 곳을 고르는 것도 요령이다. 상업비율이 높은 택지지구는 상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입지가 좋은 곳을 제외하면 공실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가114 권혁춘 팀장은 “서울의 택지지구는 대체로 상가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게 큰 특징”이라며 “상권을 지탱해주는 배후세대 원활한 입주가 상권활성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므로 잘 체크해야 하며, 개발호재가 있다고 무턱대고 투자하기 보다는 실현가능성 여부를 따져본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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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