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81>5·10 대책 완전해부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5.21 11: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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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15번째 ‘처방’…‘약발’먹힐까

정부가 또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MB정부 들어서만 총 15번째 부동산 정책이다. 그러나 너무도 잦은 정책에 때문인지 아직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 발표…‘노무현 빗장’풀어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 투기·거래신고 해제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에 따라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가 주택투기지역과 거래신고지역에서 해제된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박아둔 ‘철통’규제의 마지막 빗장이 풀리는 셈이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은 3년 이상 보유에서 2년으로 줄고 일시적 2주택자의 종전주택 처분 기한은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강남권 중심으로
 주택시장 활성화”

1대 1 재건축은 기존 주택 면적의 10% 이상 늘려 지을 수 있게 된다. 재개발사업에만 적용됐던 용적률 인센티브제도는 재건축사업까지 확대돼 재건축 주택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이번 대책은 주택시장이 과열됐던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됐던 규제들을 정상화해 시장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지원, 서민 주거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우선 규제 정상화 차원에서 투기요인이 크지 않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지정된 주택 투기지역과 주택거래신고지역을 해제하기로 했다. 2003년 주택 투기지역 지정 이후 9년 만에, 2004∼2005년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후 7∼8년 만이다. 이로써 남은 주택 투기지역은 전국에 한 곳도 없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서울 여타지역과 같이 적용(40%→50%)된다. 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가산세율(10%p)도 적용되지 않고, 생애 최초 구매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다른 지역보다 수요가 많은 강남 3구의 마지막 남은 규제까지 풀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침체된 주택시장을 일정 정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서민들을 위한 중소형·임대주택 공급도 활성화하는 등 주택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정부는 도시 내 서민들을 위한 중소형·임대주택 공급 활성화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파트 일부를 별도 구획해 2세대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현재 85㎡ 초과하는 경우에만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85㎡ 이하 규모의 아파트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별도 구획하는 면적 상한(30㎡ 이하)도 폐지하되 주거환경 등을 고려해 최소구획면적(14㎡ 이상)을 설정할 계획이다.

중소형·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무주택자 주택구입금 지원 확대

신축 외에 리모델링 시에도 세대구분형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2∼3인용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서는 30∼50㎡의 원룸형에 대한 주택기금 지원 한도(80만원/㎡→100만원/㎡)로 상향한다. 입주민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공동이용 거실이나 취사장, 세탁실 등 주민공동생활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그 면적은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키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입주민 선호와 단지특성에 맞는 재건축이 될 수 있도록 1:1 재건축에 대한 주택규모 제한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1:1 재건축은 기존 주택면적의 10% 범위 내에서 면적을 증가시키는 재건축 제도로 용적률 범위 내 추가공급되는 세대는 85㎡ 이하로 건설된다.

정부는 1:1 재건축 시 기존 주택의 면적 증가 범위를 (현행 0% 이내)를 확대하고 기존주택 면적의 축소도 허용키로 했다. 구체적 면적증감 범위는 이달 중 확정된다.


뉴타운지구 내에서 재개발사업에만 적용되던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도 재건축사업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용적률을 국토계획법상 상한까지 허용하되 증가된 용적률의 20∼5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제도다.

아울러 뉴타운 기반시설 설치비에 대한 국고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택지지구 내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의 블록단위당 세대수를 계획변경 시 당초 세대수의 10%에서 2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블록형 용지 내 단독주택 건설 시 사업계획 승인대상을 20세대 이상에서 30세대 이상으로 완화해 단독주택 수요자의 다양한 선호에 맞게 주택건설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는 무주택자의 주택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금융·세제 정책이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가구 1주택의 비과세요건이 2년으로 단축되고 2년 안에 집을 팔아도 세금을 깎아준다는 점이다.

생애 최초주택구매자금 지원액을 늘리고 보금자리론의 대상·한도도 늘렸다. 지금까지 9억원을 넘지 않는 주택 1채를 가진 사람은 무조건 3년을 보유해야 양도차익에 따른 세금을 물지 않았다. 이민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3년 내에 집을 팔면 양도차익에 맞춰 6∼38%의 세금을 내야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1가구 1주택자는 2년 보유만 하면 언제든 세금 부담 없이 집을 사고 팔 수 있다.

주택 매매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주택 두 채를 보유한 사람에 대한 양도세 특례기준은 ‘2년 내 종전주택 양도 때 양도세 비과세’에서 ‘3년 내 종전주택 양도 시 양도세 비과세’로 바뀐다. 종전 주택을 사고 최소 1년이 지나 다른 집을 사야만 1가구 1주택 비과세 적용을 받는다. 1가구 1주택자가 집을 산 지 2년 내에 집을 팔면 양도세 부담이 덜어진다.

지금까지는 구매 후 1년 내 팔 때의 세율이 양도차익의 50%, 1년 이상∼2년 미만 때 40%였지만 앞으로는 6∼38%를 적용 받는다. 양도차익이 1200만원 이하인 주택을 1∼2년 사이에 매각한다면 종전에는 600만원(기타세제 제외) 가량 세금을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72만원 가량만 부담한다는 뜻이다.

주택구매 유도 위한
금융·세제 정책도

임대사업자는 임대사업용 주택을 구매 때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또 수도권 공공택지와 개발제한구역 해제지구의 85㎡ 이하 주택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3∼10년에서 1∼5년으로 대폭 줄이고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기간을 폐지하기로 했다.

실수요자의 주택구매여건 개선을 위해 1가구 1주택자가 2년만 보유한 뒤 집을 팔아도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고 2년 미만 단기보유 때에도 중과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최초주택구매자금의 지원액은 1조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린다.
무주택자에게 지원되는 우대형Ⅱ보금자리론의 지원대상과 한도가 확대되고 주택금융공사의 동일인 대출보증한도도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무주택자의 주택구매를 유도하려는 조치다.

주택공급은 중소형·임대주택 공급활성화와 재건축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1:1 재건축 시 기존 주택면적의 10%만 늘릴 수 있게 한 면적 증가범위를 확대키로 하고 이달 중 세부내용을 확정하기로 했다. 용적률을 국토계획법상 상한까지 허용하고 증가한 용적률의 20∼5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용적률 인센티브제도’가 1대 1 재건축에도 적용돼 재건축에 따른 임대주택 의무건설 부담을 덜어줬다.

정부는 아파트 일부를 나눠 2세대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세대 구분형 아파트’의 범위를 85㎡ 이하에도 적용하고 2∼3명이 생활하는 30∼50㎡의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택기금 지원을 ㎡당 100만원으로 20만원 늘려줄 예정이다.


“제한적 효과에 그칠 것”
시장·전문가 반응 냉담

무주택자에게 지원되는 우대형Ⅱ 보금자리론의 지원요건과 한도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과 유사한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다. 소득요건은 45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대상 주택은 시가 3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늘어난다. 지원한도도 1억원에서 2억원이 된다. 우대형Ⅱ의 지원 금리는 이번달 2일부터 4.4∼4.65%에서 4.2∼4.45%로 낮아진 상태다.

정부는 우대형Ⅱ의 보금자리론 수요 증가에 대비, 지원한도를 1조5000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신혼부부 등을 겨냥한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금은 올해 지원규모가 1조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미 1∼4월 대출액은 8300억원에 달한다. 주택금융공사의 동일인 대출보증한도도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최초 분양자에 대한 중도금 보증지원이 확대되면 자금조달과 금리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내놓은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시장에서 제한적인 효과를 내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과열기에 도입된 과도한 시장규제가 정상화됨으로써 주택거래가 시장기능에 따라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정책 효과에 부정적인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나 취·등록세 감면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요를 자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주택 거래를 늘리기 위해 직접적으로 수요측면을 자극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주택 관련 규제를 풀기 보다는 금융규제를 완화하거나 세제 혜택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남 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돼 주택담보인정비율이 40%에서 50%로 완화되더라도 많은 수요를 이끌어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 시세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굳이 빚을 내면서까지 집을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매물만 더 쌓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으로 오히려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미 정책들이 다 반영됐고, 추가로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방안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 정책에 대해 그동안 수요자들이 실망을 많이 해왔는데, 대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정책이 나오게 되면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협조 없이
효과 기대 어려워”

부동산 정보업체 유엔알컨설팅은 “최근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대책 기대감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서 반짝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번 반쪽자리 대책으로 실망감에 따른 급매물이 대거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 3구의 투기지역을 해제했지만, 서울시가 소형평의무비율 상향 등 재건축 시장을 옥죄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간 정책이 엇박자로 나가면서 시장에 ‘약발’이 받지 않기 때문에 이번 부동산 대책이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 가운데 그나마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에 대해서는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85㎡ 이하 공공택지는 3년에서 1년으로 줄고, 그린벨트를 해제한 보금자리주택까지 장기간 설정된 전매제한 기간과 거주의무기간을 단축해 분양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개발제한구역 해제지구의 보금자리 외 주택만 분양권 전매제한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금자리주택도 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를 통해 수도권 7만6032가구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도권은 재고 주택의 가격하락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분양권 전매가 맥을 못 추는 상황이었지만, 전매 규제완화로 인한 유동성과 환금성이 더해진다면 유망 신규 분양사업지 중심으로 청약통장 사용을 이끌어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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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