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80>불꽃 튀는 마천루 경쟁

‘하늘로 하늘로’코리아 스카이라인이 바뀐다

“높이, 더 높이”
하늘에 맞닿을 정도로 까마득한 ‘마천루(摩天樓)’ 경쟁이 치열하다. 대한민국의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바꿔놓을 초고층 빌딩들이 전국에 속속 자리 잡고 있다.

‘구름 맞닿을’초고층 빌딩들 전국 속속 자리 잡아
305m 동북아타워 최고…620m 용산트리플원 주목

'마천루’는 매우 높고 많은 층을 가진 건물을 말한다. 초고층 건물이라고도 한다. 1931년 세워진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1m)이 유명하다. 어느 정도 높이 이상의 건물을 마천루로 분류할지에 대한 공식적이거나 세계 공통인 기준은 없다.

‘삼일빌딩…63빌딩…
 동북아무역타워…’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150m 이상의 고층 건물들을 마천루로 분류한다. 현재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건물 중에서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칼리파’가 828m로 가장 높다.

국내에선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삼일빌딩’(31층·114m)을 최초의 마천루로 본다. 이후 완공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지어진 ‘63빌딩’(63층· 249m)이 한동안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그러나 2003년 ‘목동 하이페리온’1차(69층·256m), 2004년 ‘타워팰리스’3차 G동(73층·264m),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등의 아파트가 완공되면서 1위 자리를 내주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빌딩은 ‘동북아무역타워’다. 동북아무역타워(Northeast Asia Trade Tower, NEATT)는 인천 송도신도시에 있는 마천루다. 305m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 전망대는 2010년 2월 개장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과 송도유시티 옆에 있다.

최근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서게 될 초고층 건물의 설계안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욕 ‘그라운드 제로’설계의 총괄 책임자인 다니엘 리베스킨트, 파리의 ‘퐁피두 센터’로 유명한 렌초 피아노 등 세계적인 건축거장이 다수 참여해 용산 일대를 수놓을 환상적인 스카이라인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트리플 원’이란 빌딩은 총 층수 111층, 높이 620m에 이르는 규모로 주목을 받았다.

‘단군 이래 최대 도심 개발사업’이라고 평가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용산화물·차량센터가 있는 철도정비창과 한강철교에서 원효대교 사이 서부이촌동 일대 56만6800m² 땅에 랜드마크 타워를 비롯해 쇼핑몰·호텔·백화점·아파트 등 60여 개 동을 짓는 복합 개발 프로젝트를 말한다.

총 사업비만 31조원 이상 들어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 개발사업으로, 이 사업은 당초 2006년 8월 추진 계획이 확정됐다. 하지만 각종 난관에 부닥치면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다 최근 들어 다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용산역일대는 입지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황금입지’란 평가가 많다. 지하철과 철도만 15개 노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부인 데다 KTX로 인천공항까지 31분이면 가고 전국 어디든 2시간대에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강 접근도가 높고 국내 최초의 국가공원인 ‘용산공원’으로 조성될 미8군 용지도 걸어서 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사업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보니 토지의 주인인 코레일이 2007년 사업자 공모를 시작하자 코레일과 SH공사를 비롯한 국내 유수의 금융회사와 건설사가 대거 사업자로 참여했다. 개발 시공을 맡게 되는 건설투자자로는 컨소시엄을 주도한 삼성물산을 비롯해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17개사가 참여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었다. 지급됐어야 할 땅값이 계속 연체되자 2010년경 코레일은 건설사들에 지급보증을 요청했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자금난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투자자 컨소시엄을 이끌었던 삼성물산이 코레일 측과 심각하게 대립하다 사업 주도권을 내놓고 철수하는 위기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현지 주민들의 반발, 경기 침체로 인한 사업성 악화도 원활한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

좌초되는 듯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이후 새로운 투자해법들이 제시되며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 삼성물산이 사업운영권을 내놓은 뒤 LG CNS, LG전자 등이 신규 사업자로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7월엔 사업 참여자들이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늘리는 한편 땅 주인인 코레일이 4조원이 넘는 랜드마크 빌딩의 사전매입, 토지대금 분납에 따른 이자 대폭 인하 등에 합의하면서 전기를 맞게 됐다.

도심에 100층짜리
업무용 빌딩도 늘어

이를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사업은 자금 압박을 상당 부분 덜어내게 된 것이다. 사업에 다시 탄력이 붙은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최근 이곳에 들어서게 될 23개 초고층 빌딩의 최종 디자인을 완성해 공개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 측은 이 설계안을 바탕으로 오는 9월까지 기본설계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 건축허가를 받은 뒤 곧바로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16년에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도심에 100층짜리 업무용 빌딩 신축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주거용 건축물의 마천루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주거용 건축물의 경우 입주민들이 생활하는 터전이라는 점에서 주거만족도를 높이는 각종 첨단기술 및 공법이 적용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도심지역 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주거용 건축물도 초고층으로 지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각종 첨단기술이나 공법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랜드마크 빌딩 시공사가 선정된 이후 초고층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인천 청라지구에 58층짜리 주상복합건물 ‘더 레이크파크’를 짓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 A28블록에 들어서는 이 건물은 766가구 규모다.

주거용 건물도 “높이, 더 높이”
건설사들 최첨단 공법 적용

서울 용산지역에 들어서는 용산랜드마크 빌딩은 동부건설 작품이다.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은 35층짜리 주상복합건물로, 이미 골조공사 등이 마무리된 상태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용산공원과 남산까지 볼 수 있는 최적의 단지라는 평가다.

풍림산업은 인천 남구 학익동에 53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용현학익 엑슬루타워’를 공사 중에 있다. 지상 53층으로 아파트 중에서는 삼성동 아이파크를 뛰어넘어 역대 최고층이다.

금호건설은 경기도 부천시 중동신도시에 ‘리첸시아중동’을 분양 중이다. 최고 66층 238m 높이로 ‘부천의 타워팰리스’로 불리며 부천 스카이라인을 바꿀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분양 중인 주거 중에서 가장 높은 층수를 자랑한다.


업무용 빌딩과는 달리 주거용 건축물은 입주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공법이 적용된다. 입주민들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을 철저하게 보장해야 되는 과제가 있다.

포스코건설은 창호근접추종공법을 개발, 인천 청라지구에 58층짜리 주상복합건물 ‘더 레이크파크’에 적용하고 있다. 이 공법은 건축물의 창호공사를 골조공사 후 최단기간 내에 시공하는 것이다.

일반건축물의 경우 골조가 10층 올라가면 1층부터 창호공사를 시작하는데, 창호근접추종공법은 골조가 3층 올라가면 1층부터 창호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럴 경우 공기가 크게 단축되는 효과가 있고, 당첨자들도 여유 있게 이사를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 좁아 앞으로
 블루오션이 될 것”

동부건설은 내년 입주를 앞둔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에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기반으로 통합설계관리를 적용했다. BIM은 3차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건축물을 입체적으로 설계하는 기법으로, 기존의 2차원 설계방식에 비해 설계 오류 및 시공상의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

현재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현대산업개발의 지상 72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해운대 아이파크’도 새로운 공법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현대산업개발은 해운대 아이파크를 건설하면서 고강도 콘크리트 기술, 칼럼쇼트닝 보정 설계 등을 적용했다.


고강도 콘크리트는 초고층 건축에서 필수적인 사항으로 현대산업개발은 장시간 화재에 노출됐을 때에도 견딜 수 있는 내화성능까지 갖춘 고강도 콘크리트 기술을 자체 개발해 적용한 것이다. 또 초고층빌딩의 기둥축소 현상을 보정하는 칼럼쇼트닝 보정 설계를 적용해 지진 및 해일 등 자연재해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초고층 건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설계나 공법 등도 새로워졌다”며 “국토가 좁고, 도심 개발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초고층 주거용 건축물은 앞으로도 크게 각광을 받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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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