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결과에 따라 각 지역별 부동산 시장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당선자들이 내세운 부동산 관련 공약들의 실현 여부 및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대 국회 개원 이후 부동산 시장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총선 결과 따라 각 지역별 시장 희비 엇갈려
당선자 부동산 공약 실현 여부에 관심 집중
4·11 19대 총선에서 각 당이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과거 굵직한 개발위주 공약과 달리 서민 주거복지를 중심으로 한 임대주택 공급물량 증대나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총선 결과 집값이 오른 지방에서는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둔 반면 집값이 떨어진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우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울에서도 집값이 비싼 지역은 여전히 여당이 강세를 나타내 눈길을 끌고 있다.
서민 주거복지에
공약 초점 맞춰져
한 부동산 정보업체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의 최근 1년간(2011년 4월1일 대비 2012년 4월6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는 ▲강원(9.99%) ▲전북(9.74%) ▲충북(9.03%) ▲울산(8.07%) ▲경북(7.28%) ▲부산(6.62%) ▲대전(6.61%)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강원도는 이번 총선에서 9석 모두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됐다. 강원도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3석, 통합민주당이 2석, 무소속 3석 등 비교적 여야 간 고른 분포를 보였었다.
강원, 전북에 이어 세 번째로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은 충북 역시 새누리당 5석, 민주통합당 3석으로 새누리당이 우세했다. 지난 18대에서는 통합민주당 6석, 한나라당 1석, 자유선진당 1석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새누리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반면 아파트 값이 하락한 ▲인천(-3.39%) ▲서울(-3.26%) ▲경기(-1.48%) 등 수도권에서는 민주통합당이 65석, 새누리당 43석, 통합진보당이 4석을 차지해 야당이 선전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여동야서의 전통적인 지역구도는 깨지지 않았지만 수도권과 충청, 강원 등 여야 접전지역의 경우 집값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며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소득 증가가 정당 선호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집값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서울은 48개 선거구 중 민주통합당 30석, 새누리당 16석, 통합진보당 2석을 확보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40석, 통합민주당 7석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민주통합당이 압승한 것이다. 다만 아파트값 상위 5개 지역의 의석은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서울 구별로 아파트 평당 매매가가 높은 지역은 ▲강남(3117만원) ▲서초(2818만원) ▲용산(2497만원) ▲송파(2269만원) ▲양천(1836만원) 순으로 이들 지역의 10개 선거구 모두 새누리당이 의석을 차지했다. 서울의 전체적인 판도와는 다르게 집값이 높은 지역은 여전히 여당이 우세한 모습이다.
규제완화? 가계부채?
활성화 대책 딜레마
각 구별로는 당선자의 개발 공약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시 각 자치구 당선자에 따르면 뉴타운과 재건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경우도 많았다. 도로망과 경전철 건설, 지하철 연장 등을 내세운 경우도 상당수였다. 서울 강남, 송파, 강동 등은 뉴타운 및 주요 재건축 단지의 원활한 추진이 공통된 공약이다.
강남을에서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른 새누리당 김종훈 당선자는 “개포, 은마아파트 재건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갑의 심윤조 당선자(새누리당) 역시 압구정, 청담삼익, 삼성상아, 삼성동아이파크 등 노후아파트의 재건축을 약속했다.
강동갑의 신동우 당선자(새누리당)는 고덕, 명일, 길동 재건축을 적극 추진하고 5·8·9호선의 연장 추진도 함께 공약으로 내걸었다. 강동을의 심재권 당선자(민주통합당)는 지하철 9호선 연장과 천호뉴타운, 성내천호구역 재정비 촉진지구 이행 공약을 주민들에게 제시했다.
송파갑의 박인숙(새누리당) 당선자는 제2롯데월드∼석촌호수∼올림픽공원∼풍납토성 등을 연계한 관광벨트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송파을에서 천정배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른 유일호 당선자(새누리당)는 잠실종합운동장 및 부지를 문화체육, 컨벤션관광 복합단지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걸었다.
“뉴타운, 재건축,
경전철” 이구동성
용산구의 진영 당선자(새누리당)는 경부선 및 중앙선의 지하화 추진, 신분당선 이촌역 경유 및 보광역 신설, 신안산선 만리재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동대문갑의 안규백 당선자(민주통합당)는 청량리∼창동구간의 전철을 지하화 하겠다고 했다.
“집값 비싼 지역은 여전히 여당 강세”
동대문을의 민병두 당선자(민주통합당)는 현 왕십리역까지 연장하기로 한 분당선의 기점을 청량리역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광진을의 추미애 당선자(민주통합당)는 건대∼구의∼강변역을 지식산업벨트로 묶어 체계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전철 2호선 지상구간의 지하화를 서울시 교통계획에 반영토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강남 지역의 경우 강동을을 제외하고 모두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당선돼 기존 추진 방향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통합당 및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선된 영등포와 종로, 노원 등은 뉴타운 사업이 전면 재검토되고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해제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강서, 관악, 구로, 금천, 서대문, 은평 등도 교통망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지역이다.
마곡지구 개발과 준공업지역 해제가 주요 공약인 강서를 비롯해 법원부지 행정복합타운 조성이 공약인 노원, 110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성을 내세운 성동,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현안인 용산 등 대규모 부지에 복합시설을 공약으로 내놓은 지역들도 다수였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강남 지역의 경우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당선돼 재건축 추진에 내용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서울시와의 협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며 “이에 반해 야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선된 노원, 종로, 여의도 등은 뉴타운 전면 재검토,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해제 등의 공약이 서울시와 같은 입장이어서 해제 수순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치권과 정부 일각, 건설업계 등에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소생시킬 추가 규제완화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은 경제에 파급력이 큰 만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경기 회복은커녕 주택시장이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너무 뜨거워도, 차가워도 탈이 나는 ‘양날의 칼’. 기회만 엿보고 있는 잠복된 매매심리를 섣불리 건드렸다 자칫 가계부채 같은 더 큰 뇌관을 건드릴까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규제 마지노선까지
과감하게 풀릴까
전문가들은 거래 활성화 조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가계 빚을 늘리는’대책에는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3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6만7541건)은 1년 전보다 무려 29.8%가 급감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거래는 43.9% 감소해 하락폭이 전국 최대였다.
이에 따라 총선 직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입법 방침을 꺼내든 여당은 물론 정부에서도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내부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 ▲취·등록세 감면 등 부양책과 함께 ▲서울 강남3구 투기지역 지정 해제 ▲총부채상환비율(DTI) 추가 완화 같은 부동산 규제의 ‘마지노선’까지 과감하게 풀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학계나 시장 전문가들도 대동소이하다. 모두 최근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규제완화의 필요성이나 시기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DTI 외에 다른 규제의 완화는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폈다. 구체적으로 세제 대책이 우선으로 꼽혔다. 취득세 감면혜택이 종료되기 직전인 작년 12월 크게 늘었던 주택 거래량이 올 1, 2월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취득세 완화는 거래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