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77>주거 트렌드 따라잡기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4.26 1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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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그 진화의 끝은 어디인가

최근 부동산 분양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틀을 벗어난 획기적인 신평면 개발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미분양 부담을 덜기 위해 디자인 경쟁에 뛰어들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차별화된 실속형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작은공간 넓게 쓰는 ‘미니맥스’등 실속형 유행
자유자재로 변형해 사용 ‘스마트 설계’도 눈길

아파트의 최근 주거 트렌드가 ‘다운사이징’ ‘실속형’등으로 변화함에 따라 평면도 진화하고 있다. 작은 공간을 넓게 쓰는 ‘미니맥스’바람이 불고 현재와 과거의 트렌드를 접목시킨 ‘모던헤리티지’스타일을 더한 다양한 평면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원하는 공간을 자유자재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설계도 눈길을 끌고 있다. 

“경쟁력을 높여라!”
건설사 간 경쟁 심화

▲작지만 넓게 쓰는 ‘미니맥스’ =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최근 1∼2인 가구의 증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등으로 주거 트렌드가 소형, 실속형으로 빠르게 재편됨에 따라 중소형 아파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소형 면적이라고 해서 내부 전용면적이 너무 작거나 생활 편의성이 떨어진다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십상이다. 한정된 면적 안에서 죽은 공간(dead space)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아이디어 설계를 더해 실내공간을 극대화하는 ‘미니맥스’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중소형도 4∼4.5베이(BAY)까지 적용 = 과거 대형아파트의 전유물이었던 4∼4.5베이 아파트가 소형 아파트에도 적용되고 있다. 최근 분양한 양산 반도 유보라4차 아파트는 전용면적84㎡에 방 4개를 전면 배치시키고 큰 방의 욕실을 전면에 노출시켜 혁신적인 4.5베이를 선보였다. 베이(BAY)는 아파트 전면부의 구획된 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베이 수가 늘어날수록 채광과 통풍이 좋아지고 발코니 면적이 늘어나 서비스 면적이 더 많아지는 효과가 있다.


▲채광, 환기, 수납 극대화한 부분 복층형 = 최근 거실 사용 공간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부분 복층형’이라는 신개념 평면이 개발돼 화제를 모았다. 거실부분이 복층으로 이뤄진 평면을 블록처럼 서로 엇갈리게 쌓아 올려 동 라인 전체를 복층으로 구성했다. 거실천장을 다른 실내공간보다 2배 이상 높게 만들어 채광과 환기를 극대화하고 넓은 실내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수납공간의 효율적 배치를 통하여 미니맥스 트렌드에 부응하는 평면도 여럿 선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천장보다 40㎝ 높게 만든 뒤 그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거나 화장대 아래 공간을 깊게 하여 수납공간을 확보해 주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틀에 박힌 아파트는 싫다’내 집은 내가 직접 설계 = 나만의 차별화된 주거 공간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니즈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거주자의 성향에 따라 쉽게 실내구조를 변형할 수 있는 ‘스마트’평면 설계가 점점 발전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스마트 설계 중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셀(smartcell)’과 ‘스마트핏(smartfit)’평면이다. 기존에도 유사한 가변형 설계 평면이 있었지만 구조 변경의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한정된 공간에 보다 다양하고 효율적인 공간배치가 가능해졌다.

▲무빙퍼니처 이용한 ‘스마트셀’ = 스마트셀은 움직이도록 설계된 무빙퍼니처(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가구)와 책상에서 침대로 바꿀 수 있는 트랜스포머 퍼니처(형태를 바꿔 다른 기능으로 활용이 가능한 가구)를 이용해 거주자가 좀 더 쉽게 공간을 변형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스마트핏’ = 스마트핏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집안 구조의 변형이 가능한 평면이다.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집을 옮겨 다니는 대신 무빙월(movingwall)과 무빙퍼니처(muvingfurniture)를 이용해 별도의 공사 없이 자유롭게 공간을 나누거나 합쳐서 활용할 수 있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모던헤리티지’ = 모던헤리티지 아파트는 현대를 뜻하는 모던(modern)과 유산을 뜻하는 헤리티지(heritage)의 합성어로 현대와 과거의 유산이 공존하는 아파트를 의미한다. 아파트와 우리의 전통 한옥을 접목시킨 한옥형 아파트부터, 넓게는 최신형 아파트에 과거의 대가족형 거주 스타일을 더하거나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매치시킨 테라스하우스까지 다양하다.


▲실버세대를 위한 ‘한옥형 아파트’= 아파트 내외부에 한옥 디자인을 도입한 한옥형 아파트는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차가운 도시 아파트들 사이에서 한옥의 온기 있는 설계가 결합돼 실버세대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한옥형 아파트는 올해의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꼽히기도 한다.

▲‘한지붕 두가족’ 세대 분리형 = 세대 분리형(two in one)아파트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부모 자식 세대가 한 집에 거주하면서도 별도의 아파트처럼 독립된 생활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임대주택사업의 활성화 영향으로 주거와 임대를 혼합한 형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세대는 본인이 거주하고 또 다른 세대는 임대를 놓는 방식으로 기존 세대 분리형에 비해 독립성이 극대화된 것이 특징이다.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출구의 분리 등 신경을 쓰고 있다.

▲정원을 품은 ‘테라스하우스’ = 고가의 타운하우스에서 볼 수 있던 테라스하우스가 최근에는 도심의 일반 아파트에도 적용되고 있다. 아파트의 편리함은 유지하면서 마당과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 생활을 원하는 수요자들을 위한 맞춤형 설계이다. 아파트 베란다를 테라스 형식으로 넓게 만들어 정원을 가꾸거나 야채 등을 경작할 수 있는 텃밭을 꾸려 도시 속에서 전원생활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과거에는 비선호 층이었던 아파트 1∼2층 공간에 테라스하우스를 적용한 사례도 선보였는데 이례적으로 분양에서 로열층에 비해 더 높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침체된 수도권 분양시장이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평면과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는 건설회사가 늘고 있다. 인구와 주거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도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아파트를 공급하면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급와인바에 골프장까지 등장
오피스텔 등 수익형도 차별화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를 잘 점검하고 새로운 디자인과 평면들을 따져봐야 한다”며 “동시에 새롭게 선보이는 평면들이 통풍, 채광, 환기, 실내동선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갖추고 있는지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남다른 커뮤니티 시설
거래 가격에도 영향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는 ‘아파트를 분양받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생각에 편의시설 등을 일일이 따지기보다 투자가치에 초점을 맞췄던 수요자들이 최근에는 직접 거주하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살기 편한 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생활 편의시설이 아파트 단지로 속속 들어오면서 피트니스센터나 골프 연습장, 수영장 등의 운동시설은 물론 영어마을, 공부방 등 교육시설과 북카페, 소극장, 게스트하우스 등 문화시설까지 등장해 주민들이 대부분 일상생활을 단지 안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리빙’이 가능해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 경로당이나 몇몇 운동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전부였던 아파트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입지와 브랜드만으로 승부하던 시대가 가고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로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새로운 경쟁의 시대가 찾아온 셈이다.

다른 단지와 차별화할 수 있는 마케팅 포인트를 찾기 위한 건설사 간 경쟁도 뜨겁다. 동부건설이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분양 중인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에는 마사지, 음악, 아로마테라피 등을 즐길 수 있는 릴렉스룸과 스카이라운지가 만들어진다. 스카이라운지는 야간에 와인바로 운영된다.

영종지구 ‘우미린’은 입주자 공용 펜트하우스와 스카이라운지를 최상층에 설치한다. 스카이라운지에는 하늘이 바라보이는 실내 정원이 만들어진다. 야외에는 음악분수도 들어선다. 인천 청라지구 주상복합 ‘청라 롯데캐슬’의 일부 동 옥상에는 ‘스카이 그린큐브’라는 독특한 모양의 공중정원이 자리 잡았다.


롯데건설이 경기도 용인에서 분양 중인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는 야외 골프장을 선보인다.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에는 파3 골프장 6홀이 들어서는데 골프장은 아파트 소유자들의 대지면적에 포함되는 땅으로 아파트 소유자들의 재산이다. 골프장 운영 주체 역시 아파트 입주민들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실내 골프연습장이 아닌 야외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은 이 아파트가 처음이다.

커뮤니티 시설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자이’는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등을 갖췄다. 이곳은 강남권에 오랜만에 들어선 대단지 새 아파트인 데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라는 점 못지않게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것으로 입주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이 같은 커뮤니티 시설 덕분에 이들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은 주변 아파트에 비해 월등히 높게 형성돼 있다. 이런 움직임은 아파트를 넘어 오피스텔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화건설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활성화 단지에 분양 중인 ‘송파 한화 오벨리스크’가 대표적인 예다. 1500여 실 대단위 규모를 살려 소규모 오피스텔이 시도하지 않았던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했다. 피트니스클럽, 독서실, 북카페 등을 설계했다.

앞으로도 커뮤니티 시설을 차별화하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커뮤니티 시설에 집중 투자해 입소문이 나면 부족한 입지와 브랜드를 만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양해지고 고급스러워지는 커뮤니티 시설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일부 아파트에서는 관리비 부담 때문에 입주민들이 커뮤니티 시설을 외면하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이 아예 방치된 곳도 있다.

수익형 부동산도 진화하고 있다. 투자 상품으로 최근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받자 건설사들이 차별적인 상품 출시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홀로 단지’를 분양받기 꺼려하는 수요자의 심리를 고려해 오피스텔이 매머드급 단지로 조성되는가 하면, 고급스런 커뮤니티시설이나 편의시설들이 단지에 대거 들어서기도 한다. 또 새로운 수익형 브랜드 론칭, 도시형 생활주택에 타운하우스 스타일 접목 등도 눈길을 끈다.

요진건설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공급하는 ‘풍산역 와이하우스’는 대표적인 타운하우스풍의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주택 면적은 전용 39∼59㎡ 규모의 소형인데도 대형 평형의 특징인 타운하우스 개념을 도입하고 저층저밀도 단지로 설계해 답답한 주거공간 이미지를 벗고 있다.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로 승부를 건 수익형 부동산도 있다. 유림 E&C가 부산 동구 초량동 일대에 분양 중인 ‘로미오&줄리엣’은 각 단지 내 약 330㎡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했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들이 차별화된 상품으로 소형 아파트 시장에 적극 뛰어 들면서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이 차별화되고 고급화되면 임대도 쉽고 수익률도 높아지게 마련. 다만 수익형 상품에 투자할 때는 가격·입지 경쟁력뿐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도 함께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과거 획일화됐던 전원주택 등 세컨드하우스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은퇴한 노후세대가 여가를 즐기며 별도 공간을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캥거루하우스’가 대표적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차별화가 한창이다. 내·외부 벽면을 친환경 황토로 마감한 ‘힐링 전원주택’이 나오고 있다. 서울 근교에서 주거와 별장을 겸해 사용할 수 있는 ‘준반값 타운하우스’는 싼 가격이 경쟁력이다. 전원주택에 관심을 가지는 연령대가 점차 내려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젊은층 사이에서 전원주택이 세컨드하우스로 떠오른 데다 올봄 신학기부터 시행 중인 ‘초·중·고교 주 5일제 수업’이 수요에 불을 댕기고 있다. 금요일을 끼고 매주 2박 3일 가족휴가를 누리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30∼40대 학부모 사이에서 주말 가족 여행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획일화서 고급화로
입소문 타고 대박 
 
전원주택 용지로는 서울에서 두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고 풍경이 빼어난 경기도 가평·양평 일대와 강원도 횡성·평창·원주 등이 핵심 사업지다. 이 일대에서 전원주택을 갖기 위해선 1억5000만원 이상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역별로 시공과 인허가에 소요되는 비용은 거의 비슷해 땅을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원주택 용지로 조성된 토지를 사느냐, 토지 매입 후 직접 개발하느냐에 따라서도 비용과 시간에 차이가 난다. 요즘은 건축기술이 발달해 발주 이후 약 45일이면 주택이 완공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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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