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아내 토막살인’ 사건 숨겨진 진실 전말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4.23 10: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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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해 후 텃밭에서 상추 가꾼 남편의 ‘두 얼굴’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경기도 수원에서 토막살해사건이 발생한지 보름 만에 역시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또다시 토막 난 60대 여성의 변사체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은 30여 년 전 이 여성과 재혼한 남편. 강력전과 하나 없는 그는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부인을 토막 내 버린 것도 모자라 범행 후 너무나 태연한 모습으로 일관, 주변을 경악케 하고 있다. 점점 ‘잔혹’에 대해 무뎌지고 있는 사회, 토막 살인범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시흥 아내 토막살인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지난 16일 오전 8시20분께 시흥시 은행동 A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수거함에서 이모(69·여)씨의 시신이 12점으로 훼손된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씨의 시신은 알몸 상태로, 흰색 20ℓ짜리 쓰레기봉투 3개, 50ℓ짜리 봉투 3개 등 모두 6개의 쓰레기봉투에 나눠 담겨 있었다. 이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옷도 일부 담겨 있었다.

경찰은 지문감식을 통해 토막 난 시신을 이씨로 확인했다.

살해 후 옛 근무지
아파트에 유기

경찰조사결과 범인은 아파트 경비 일을 하는 이씨의 남편 최모(64)씨로 드러났다. 최씨는 지난 15일 새벽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 후 부인 이씨를 시흥시 목감동 자택에서 목 졸라 살해한 뒤 화장실에서 칼과 톱으로 시신을 토막 내 종량제 쓰레기봉투 6개에 나눠 담았다. 

이어 최씨는 다음날 오전 4시께 훼손한 시신을 집에서 20여km쯤 떨어져 있는 시흥 은행동의 A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내다 버렸다. 최씨는 지난 2009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편 최씨의 차 트렁크와 시흥시 자택 내부, 계단 등에서 나온 혈흔을 바탕으로 최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최씨 집 앞과 시신을 버린 아파트단지 CCTV를 각각 확인해 최씨의 차가 16일 새벽 두 곳을 오간 사실을 확인했다.

시흥 토막 난 변사체 발견…오원춘 사건 보름만에 또 ‘경악’
범인은 30년 전 재혼한 남편으로 밝혀져…“잔소리 하기에”

경찰은 이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이날 오후 7시10분쯤 참고인 신분으로 시흥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던 최씨를 긴급체포해 범행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다.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내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올 때마다 부인 이씨가 이를 따져 자주 말다툼을 벌였다”며 “사건 당일도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는데 이씨가 잔소리를 해 홧김에 살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씨와 이씨는 30년 전 재혼했으며, 최씨는 특별한 전과가 없다고 말했다.
 
대인관계 원만
부부금슬도 좋았는데

최씨 부부는 아들과 함께 시흥 목감동 B 빌라 반지하에서 거주했다. 이웃주민들에 따르면 최씨 부부는 친목 계모임을 할 정도로 평소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금슬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 이씨는 그 지역 이사와 부녀회장으로 활동하며 이웃들의 대소사를 잘 챙겼으며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음식도 챙겨주는 등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개인택시 영업을 하다 일을 그만 둔 최씨 역시 아파트단지 등을 돌며 임시직으로 경비 일을 하면서 주변 인심을 후하게 얻어 왔다. 주변 이웃들에게 최씨는 ‘법 없이도 살 사람’,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통했다.

이들 부부가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14일 이씨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이웃 주민에게 이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도 “15일부터 2박3일 간 강원도로 놀러 갈 계획이다”였다.

이렇듯 평범한 노후를 보내고 있던 부부에게 걱정이 있었다면 결혼한 아들이 아내와 별거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씨가 범행 후에도 주거지 인근의 낚시터에서 낚시를 즐기는가 하면, 텃밭에서 상추를 가꾸는 등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지내온 것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최씨가 낚시터에서 낚시를 즐긴 것은 이씨를 살해한 15일(일요일)이었으며, 텃밭에서 상추를 가꾸던 날은 시신을 유기한 16일이었다.

더욱이 최씨는 경찰이 부인의 신원을 파악하고 집으로 찾아간 16일 오후 4시께에는 집 안에서 태연히 TV를 시청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웃주민 B씨는 “최씨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어떻게 사람을 죽여 놓고 그렇게 뻔뻔했는지…. 수원 살인사건을 저지른 조선족도 사람 죽여 놓고 책도 보고 밥도 잘 먹는다고 하던데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라고 말했다.

평범한 이웃의 엽기살인?
“포괄적 대책 필요”

이처럼 평범한 이웃의 엽기 강력범죄가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수원과 시흥에서 일어난 토막살인사건의 범인들은 이전의 연쇄살인범 강호순, 유영철과 같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와는 다른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이들은 도심 속 자신의 주거지에서 살해 후 시신을 무참히 훼손한 것은 물론이고 아파트 단지 내에 시신을 유기하는 등의 잔혹성을 보여줬다. 때문에 이들이 무엇 때문에 이처럼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살인마’들의 시체 처리 방식에 대한 연구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토막 살인마’들의 시체 처리 방식 분석해보니…
“주택에서 살해한 경우 토막으로 이어질 확률 높아”

손상경 경기경찰청 과학수사실장은 2005∼2008년 경기도에서 발생한 35건의 시체 훼손 사건을 분석해 한국심리학회에서 <살인 후 시체 처리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면식 여부와 범행 동기에 따라 시체를 처리하는 유형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분석인데, 수원 사건의 피의자 오원춘과 시흥 아내 살해사건의 피의자 최씨에게 이 같은 특성이 나타난다.


논문에 따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면식이 없는 경우(15건)에는 시체를 유기하는 비율이 80%(12건)로, 시체 훼손(2건)이나 암매장(1건)을 택한 경우보다 훨씬 많았다.

이 경우 강간 후 살인을 하거나 살인 후 강간을 하는 등 성 목적 동기를 가진 가해자가 많았다. 수원의 엽기 살인마 오원춘도 면식이 없는 피해자를 강간할 목적으로 접근,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하려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반면 면식 관계(20건)일 경우에는 금전적인 목적의 살해가 많았으며 암매장이 50%(10건)로 시체 훼손(3건)이나 유기(4건), 방화(3건) 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35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29건(82%)이 저녁에서 밤 시간대에 일어났고, 사체 처리는 90% 이상 새벽 시간대에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체 훼손과 유기는 초범보다 전과자에게서 더 많이 발견됐고, 계획적 살인보다 우발적 살인에서 더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원 사건과 시흥 사건에서처럼 시체를 토막 낸 경우는 5건(14%)이었는데 사건발생장소가 모두 주택이었다. 살인범이 잘 알고 있는 곳이거나 연고가 있는 곳을 유기 장소로 택한 경우는 16건 중 11건으로 나타났다.

시흥 사건 피의자 최씨도 아내를 살해한 뒤 자신이 과거 근무했던 아파트단지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훼손된 시체를 유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손 실장은 논문에서 “주택에서 살해 한 경우 일수록 시체를 토막을 내는 비율이 높으며 이때 시신을 유기할 때는 주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장소를 선택하거나, 범행 발각의 두려움으로 인해 야산에 암매장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토막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은 주로 이동의 편리성과, 피해자의 신원을 숨기기 위한 의도가 가장 높고 자신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익숙한 곳에 시체를 유기하면 ‘사람들이 잘 모를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도 엽기적인 잔혹 범죄는 있어 왔지만 최근 사회가 점점 메말라가면서 범죄 역시 날로 흉포해지고 있는데, 사회성이 형성되는 청소년기부터 인격형성에 대한 중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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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