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76> 4·11 효과 전망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4.18 17: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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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새얼굴들, 새바람 일으킬까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해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정치와 부동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대선에 앞서 치러진 총선 이후 부동산 시장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주요 정당 공약 전·월세 등 주거안정에 초점
가격하락세 지속 등 침체 계속될 가능성 높아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정당에서 내놓은 부동산 관련 공약들이 시장 활성화보다는 전·월세 시장 안정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에서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개발호재마저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기대심리 역시 없어 침체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심성 공약 없다
과거와 다른 양상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장기간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총선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데다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하면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뉴타운 등 개발공약이 선거의 주를 이뤘지만 올해는 시장 상황상 개발공약이 먹히는 시점도 아니어서 거의 없는 상태다. 올해 선거에서는 뉴타운 출구전략이나 그동안 지지부진한 개발의 추진을 보완하는 형태의 공약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것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민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많아 그로 인한 기대감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장기침체로 투자자가 사라진데다 회복에 대한 기대감마저 꺾인 상태로, 선심성 공약이 나와도 시장이 반응하기 힘든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정책들이 나왔지만 실제 시행된 것은 많지 않아 정책에 대한 신뢰감도 사라진 상태라 총선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총선 후에도 부동산 시장 침체는 계속되면서 상반기까지 가격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약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월세 상한제인데 이 경우 오히려 도입초기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등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개발보다는 주거복지 쪽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시장에 임대차 시장 외에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각 당에서 내놓은 부동산 공약이 시장 활성화보다는 주거복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시장침체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각 당의 공약 대부분은 임대주택이나 주택바우처 제도 등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시장 정상화와 관련된 공약은 거의 없는 상태로 특히 공약에 임대주택 물량을 많이 책정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임대주택 확대가 어려웠던 점 등으로 미뤄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당들이 주거복지에 올인한 반면 시장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많이 느끼는 것 같지 않아 총선으로 인한 시장 상승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총선 이후 대선을 앞두고 공약이 나온다 해도 후속 추진력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 반응은 시큰둥할 것이라는 것이다.

쟁점 법안들 19대서 해결책 모색
답보 재개발·재건축, 재논의 관심

또 다른 전문가는 “올해 화두가 분배와 복지인데다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DTI규제 완화, 보금자리주택 폐지 등은 역풍이 우려돼 꺼내기 쉽지 않은 카드일 것”이라며 “대선 전까지는 규제완화 움직임이 미지근할 수밖에 없고 거래활성화대책이라 해도 취·등록세 완화 정도만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정당들은 선거 이후 추진할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주로 전·월세 시장 안정 등 주거복지와 지역개발 내용 등인데 실제 이행될 경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삶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10대 맞춤정책’을 밝혔다. 이중 30∼40대를 위해서는 “내 집의 꿈을 현실화하고 집 없는 서러움을 덜어드릴 것”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전·월세상한제와 저소득 전세자금 이자부담 경감, 뉴타운 문제해결 등이 포함됐다.

민주통합당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7대 비전’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공약엔 부동산관련 내용으로 전·월세상한제와 민간임대주택 등록제 도입, 실수요자형 주택공급 확대, 공공임대주택 연평균 12만호 공급, 뉴타운 및 재개발 제도개혁 등이 담겼다.

여야 정책방향 비슷
재원부터 해결해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19대 총선 공약의 공통된 특징은 전·월세시장 불안 장기화 등으로 서민 주거고통이 심각해지자 주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담겼다는 점이다. 두 정당 모두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와 전·월세시장 안정, 저소득·취약계층 주거부담 완화와 임대용 주택 활성화 등 큰 틀에서의 정책추진 방향이 비슷하다.

지역별 공약은 두 당 모두 주로 지역 내 숙원사업이나 광역교통 인프라 구축, 지역특성 강화 등이다. 경기도는 GTX조기 추진과 낙후된 경기북부권 개발, 수도권 광역교통 시스템 구축, 제2외곽순환도로의 조속한 완공추진 등이 담겼다. 인천은 구도심 재개발 활성화대책 추진과 동인천역 주변 등 재정비촉진사업 추진 지원, 부평미군기지 이전부지의 공원화 등 지역 현안사업 지원 등이 추진된다.

세종시와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가 조성되고 있는 대전 등 충청권은 두 당 모두 해당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약속했다. 또 지역 발전을 위해 광역교통 인프라 확충과 주거환경개선사업 등도 진행될 예정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강원도는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주요 철도망 확충 등 광역교통 여건이 개선된다. 지역개발이 한창인 경상남도는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로봇비지니스벨트, 김해 테크노밸리 산업단지 조성지원, 진주혁신도시 성공적인 완료, 부산도시철도 양산선 건설 등이 공약으로 나왔다.

남해안 권역인 전라남도와 부산은 해안 도시답게 특색 있는 개발 공약이 발표됐다.  전라남도는 해양관광 확대를 위한 인프라 조기개발과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방 등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관광 활력도시 적극 추진이, 부산은 부산항 남항 국제수산관광단지 조성과 북항 재개발, 글로벌 해양수산 허브도시 육성 등이 선거 공약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재원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건설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는 LH가 분양주택을 지어 얻은 이익으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가능했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이런 방식이 불가능하다.

결국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원활하려면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돼야 한다. 하지만 양당 모두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없어 보인다.

주택정책에 대해 민주당은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를 400가구까지 늘리겠다고 했고 새누리당은 뉴타운 기반시설설치비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민간 주택 시장이 회복되지 않고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쉽지 않을 것이며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총선 이후 달라질 재개발·재건축 이슈에도 시선이 쏠린다. 지난 1월 말 서울시가 뉴타운, 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관련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이후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이슈가 재개발·재건축으로 크게 압축된 분위기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던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부과의 일시 중지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여전히 쟁점 사안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쟁점 사항은 4·11 총선 이후 재구성될 19대 국회를 통해 재논의될 예정이어서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시장에서 조금은 다른 변화의 기류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선자 공약 분석
선행지표로 활용”

한 부동산 정보업체는 뉴타운, 재개발·재건축, 리모델링의 핵심 쟁점으로 5가지를 꼽았다.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부과문제와 소형주택의무비율 확대, 세입자의 사업 참여기회 확대, 분양가상한제 폐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여부 등이다.

4·11 총선 이후 서울 수도권 당선자들이 부동산 시장의 민감한 이슈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주요 쟁점사항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주요 쟁점사항의 특징을 점검하고 투자전략을 미리 조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총선 이후 부동산 정책변화가 예상되므로 미리 분석해 선행지표로 삼아야 한다. 19대 국회에서는 달라진 조직만큼이나 부동산 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기대된다.

최근까지 답보 상태를 보여 온 다수 정책들도 재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던 다수 법안들의 시행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쟁점 법안들도 19대 국회에서 해결책이 다시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책 방향을 답습하기보다는 새로운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전망이어서 당선자들의 부동산 공약이나 정책 성향을 미리 분석해 투자를 위한 선행지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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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