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75>기업도시 재발견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4.09 11: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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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따라 투자하면 ‘대박’보인다

대기업이 있는 기업도시나 산업단지 인근 사업장은 집값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과 교육수준, 여기에 기업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집값 역시 주변부를 압도하면서 인기 주거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 등 대규모 사업장 인근 집값 높은 수준
인기 주거지로 인식…평균 30∼40% 비싸게 거래

기업도시가 다른 도시에 비해 30∼40%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자료에 따르면 포항·울산·구미·수원 등 대표적 기업도시의 대기업 직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동의 아파트 가격은 해당 시 평균보다 훨씬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울산·광양 등
지방 공업도시 급성장

대기업 직원들은 높은 소득수준만큼 구매력이 크기 때문에 대표적 고급 수요층으로 꼽힌다. 거기에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대기업의 지원도 뒷받침된다. 공장 등 생산설비가 함께 이전하는 곳은 고용 유발효과도 커 지속적인 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어 집값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수도권과 지방에 신규 공장을 짓거나 이전할 예정이다.

지역별로는 포스코가 위치한 포항 지곡동이 3.3㎡당 580만원으로 포항시 전체(433만원)보다 150만원 가량, LG와 삼성이 위치한 구미 관평동(569만원)이 구미시 전체(406만원)보다 160만원 가량 높다. 현대가 자리 잡은 울산 양정동 역시 757만원으로 울산시 전체(621만원)보다 130만원이 넘는 가격대를 형성했다.


대기업 직원들의 대거 입주로 수요층이 공급량을 웃돌면서 나온 현상이다. 삼성전자 인근인 수원 매탄동도 아파트 가격이 수원시 평균보다 100만원 가량 높다.

기업도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포항과 울산이다. 1970∼8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포항, 울산, 구미, 광양 등 지방 공업도시들이 급성장했다. 대기업에 입사한 인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서울 못지않은 지역 커뮤니티를 구성했다.

포스코가 위치한 포항 지곡단지는 990만㎡ 면적에 6000여 가구가 넘는 대규모 주택단지로 발전했다. 지곡 주택단지는 포스코 지원하에 조경시설과 잘 갖춰진 도로망 등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울산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공장이 인접한 양정동과 염포동 일대를 중심으로 주거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울산 시민의 4명 중 1명은 현대와 관계를 맺고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대그룹이 울산에서 미치는 영향은 크다. 현대그룹이라는 지역 경제기반 덕분에 2010년 기준 1인당 소득은 1627만원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수원, 파주, 화성 등이 대기업 이전 효과를 봤다. 수원 삼성전자, 파주 LG LCD 산업단지, 화성 삼성 반도체 및 협력업체 등이 이전하면서 성장이 두드러졌다. 주택시장은 물론 임대시장과 상권까지 활성화됐다. 수원, 화성은 대기업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전월세 등의 임대 가격도 최근 2∼3년간 치솟았다.

올해 역시 대기업 이전으로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지역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화성동탄신도시, 하나금융의 인천청라국제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전선은 오는 2015년까지 본사와 계열사 10여 곳을 안양으로 옮긴다. 안양공장이 있던 관양동에 첨단 R&D센터, 업무시설, 아파트, 복지시설 등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선다. 산업단지 브랜드는 첨단과학과 환경이 조화된 지역 이미지를 살려 ‘평촌 스마트스퀘어’로 정해졌다. 해당부지는 지하철 4호선 평촌역과 가깝고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쉽게 연결돼 향후 지역 주택시장에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삼성은 계열사 및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는데 가장 적극적이다. 평택고덕신도시에 2016년까지 기존 수원사업장의 2배가 넘는 신수종사업단지를 조성한다. 또한 동탄신도시에 2014년까지 총 34조원을 투입해 100만평 부지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건립한다.

이로써 삼성반도체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 총 10만여 명이 이주하게 된다. 이와 함께 올해 4월 서울 상일동에 8000여 명 규모의 삼성엔지니어링 본사가 이전을 앞두고 있어 주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및 상권에 열기를 넣고 있다.

LG전자는 2014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해 발광다이오드(LED)조명 및 수처리 생산라인을 평택에 짓는다. 평택은 경기도 최남단에 위치했지만 경기도 타 지역에 비해 공장부지가 많은데다 2시간 이내에 서울 진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해안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길목이고 평택항이 있어 운송 여건도 뛰어나다. 현재 평택 아파트 시장은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신규물량도 기대된다.

지난 2월 하나금융그룹은 인천 청라자유구역에 하나금융드림타운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총 34만㎡ 규모로 본사와 금융 R&D센터, 금융전문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연수시설, IT센터 등이 들어선다. 이와 함께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장, 체육관과 같은 각종 문화체육시설도 건립한다. 하나금융드림타운은 내년 상반기에 1단계 공사를 시작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전계획이 발표되면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시기를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전계획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 등을 고려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양·고덕·청라 등
수혜 지역으로 떠올라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의 대안으로 산업단지 등 배후 수요가 풍부한 ‘수익형 부동산’도 주목받고 있다. 산업단지 근처는 직장이 가까워 실주거 목적으로 선호되는데 고용수요가 풍부해 젊은층 비율이 높아 전·월세 수요가 많은 특징이 있다.

인구 유입이 꾸준하게 늘어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도 좋은 편이고 교통망과 편의시설 등도 기업 수요에 맞게 잘 갖춰져 있다. 소득 기반이 탄탄해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서울 강동 길동, 강서 염창동 등 경기 파주 파주리, 하남 신장동, 화성 동탄신도시 등이 있다.

지속적인 인구 유입 기대
환경 개선에 기업 지원도

실제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이나 안산과 같이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경우 임대수익률이 8%대까지 나오는 등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체가 밀집한 산업단지 지역의 배후 주거지는 기본적인 수요층이 탄탄한 데다 상주·유동 인구가 증가해 교육, 교통, 생활편의시설 등 주거환경 개선 여지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혁춘 상가114 팀장은 “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한 수익형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배후 수요가 풍부하여 물건이 나오면 거래가 바로 이뤄져 공실위험이 적다”며 “분양가도 대부분 1억 내외로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다음은 수도권 산업단지 인근에서 분양(예정) 중인 수익형 부동산 현황이다.

▲강동 와이시티 = 요진건설산업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이 결합된 ‘강동 와이시티’를 3월 말 분양 예정에 있다. 서울시 강동구 길동 414-4번지 일원에 조성되는 와이시티는 지하 2층∼지상 18층 규모로 도시형 생활주택 216가구, 오피스텔 72실 등 총 288가구로 구성된다.


와이시티는 강동역과 길동역의 더블 역세권에 위치해 탁월한 교통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강일 첨단업무단지 개발, 천호뉴타운 개발, 제2롯데월드 신축 등 다양한 개발 호재들을 보유하고 있어 배후 수요도 풍부하다. 단지 내에는 다양한 휴게공간과 피트니스센터 등 커뮤니티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쌈지공원과 옥상 미니정원 등 녹지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특히 2.9m의 높은 층고 설계로 내부 수납공간을 극대화시켜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확보했다.

▲염창역 팔레시움 = 중앙종합건설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오피스텔 ‘염창역 팔레시움’을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8층, 총 103실 규모로 전용 18.14㎡ 단일 타입이 모두 풀옵션 빌트인 형식으로 제공된다. 서울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서 도보 2분 거리로 여의도, 강남은 물론 김포공항 등으로의 이동이 용이하다. 주변에는 서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공항로가 인접해 있다. 2015년에는 월드컵대교가 개통될 예정이다.

9호선 라인에 주요 개발단지가 있다는 것 또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첨단산업단지, 국제업무단지가 조성될 마곡지구, 발산지구, 방화뉴타운 등 강서구 6대 개발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다.

▲하남 신장 하이렉스 = (주)도시플랜은 하남시 신장동 427-373번지 일대에 총 291실 규모의 풀옵션 ‘하남 하이렉스’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하이렉스 오피스텔이 위치한 이곳은 올해 4월 삼성엔지니어링 본사가 입주할 예정이며, 명품아울렛 매장인 하남 유니온스퀘어어도 2014년 오픈 예정이다. 첨단기술을 갖춘 회사들은 올 4월 입주(예정)하고 엔지니어링 복합단지가 2016년 입주(예정)하면서 3만5000명이 상주하는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배후 수요가 풍부한
수익형 부동산 주목”

▲파주 우린 = (주)유콘은 경기도 파주시 파주리 452-2외 8필지에 도시형 생활주택인 ‘ooreen(우린)’을 분양 중이다. 지상 1층∼4층, 7개동, 연면적 3698.01㎡ 규모 167세대로 이뤄진다. 세대별 평균 공급면적은 20∼24㎡로 전세대가 소형으로 구성된다. 분양가는 7000만원(실투자금 1600만)으로 인근시세보다 저렴한 합리적인 분양가로 책정돼 있다. 임대는 2년간 보장한다.


현재 인근산업단지의 100% 임차인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하다. 교육, 산업, 출판단지와 LG(LCD, 이노텍, 화학)가 인접해 지속적인 대규모 인구유입 및 도로개설, 확장(공사 중)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2번째인 파주페라리월드 부지선정이 검토 중이다. 파주 LG산업단지는 상주직원만 5만여 명에 달한다. 앞으로 5조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확정, 곳곳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어 공장이 완공되는 2018년까지 추가로 3만여 명의 직원이 유입시 임대사업의 요충지로 급부상 할 전망이다.

▲동탄 마에스트로 = (주)한미글로벌은 동탄신도시에 ‘마에스트로’ 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7층 규모로 전용면적 18.93㎡ 총 102실로 구성된 동탄신도시 최초의 초소형 오피스텔이다. 분양가는 9000만원대로 주변에 비슷한 전용면적을 가진 오피스텔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최근 투자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풀퍼니시드 시스템을 도입하여 완벽한 풀옵션을 제공하며, 특히 체계적인 설계로 넓은 수납공간을 만들어 공간 활용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거래 바로 이뤄져
공실위험 적어

삼성전자 반도체 신규 16라인 근무인력이 투입, 추가로 신규 17라인 증설, 한림대 종합병원이 오는 2012년 하반기 개원할 예정이어서 입주시기가 맞물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낼 수 있다. 또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 등 1300여 개의 기업체로 조성되는 IT단지(45% 입주)도 조성 중이어서 추가적으로 유입되는 배후수요가 풍부한 것이 장점이다. 입주는 2012년 11월 예정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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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