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75>기업도시 재발견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4.09 11: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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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따라 투자하면 ‘대박’보인다

대기업이 있는 기업도시나 산업단지 인근 사업장은 집값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과 교육수준, 여기에 기업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집값 역시 주변부를 압도하면서 인기 주거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 등 대규모 사업장 인근 집값 높은 수준
인기 주거지로 인식…평균 30∼40% 비싸게 거래

기업도시가 다른 도시에 비해 30∼40%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자료에 따르면 포항·울산·구미·수원 등 대표적 기업도시의 대기업 직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동의 아파트 가격은 해당 시 평균보다 훨씬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울산·광양 등
지방 공업도시 급성장

대기업 직원들은 높은 소득수준만큼 구매력이 크기 때문에 대표적 고급 수요층으로 꼽힌다. 거기에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대기업의 지원도 뒷받침된다. 공장 등 생산설비가 함께 이전하는 곳은 고용 유발효과도 커 지속적인 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어 집값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수도권과 지방에 신규 공장을 짓거나 이전할 예정이다.

지역별로는 포스코가 위치한 포항 지곡동이 3.3㎡당 580만원으로 포항시 전체(433만원)보다 150만원 가량, LG와 삼성이 위치한 구미 관평동(569만원)이 구미시 전체(406만원)보다 160만원 가량 높다. 현대가 자리 잡은 울산 양정동 역시 757만원으로 울산시 전체(621만원)보다 130만원이 넘는 가격대를 형성했다.


대기업 직원들의 대거 입주로 수요층이 공급량을 웃돌면서 나온 현상이다. 삼성전자 인근인 수원 매탄동도 아파트 가격이 수원시 평균보다 100만원 가량 높다.

기업도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포항과 울산이다. 1970∼8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포항, 울산, 구미, 광양 등 지방 공업도시들이 급성장했다. 대기업에 입사한 인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서울 못지않은 지역 커뮤니티를 구성했다.

포스코가 위치한 포항 지곡단지는 990만㎡ 면적에 6000여 가구가 넘는 대규모 주택단지로 발전했다. 지곡 주택단지는 포스코 지원하에 조경시설과 잘 갖춰진 도로망 등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울산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공장이 인접한 양정동과 염포동 일대를 중심으로 주거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울산 시민의 4명 중 1명은 현대와 관계를 맺고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대그룹이 울산에서 미치는 영향은 크다. 현대그룹이라는 지역 경제기반 덕분에 2010년 기준 1인당 소득은 1627만원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수원, 파주, 화성 등이 대기업 이전 효과를 봤다. 수원 삼성전자, 파주 LG LCD 산업단지, 화성 삼성 반도체 및 협력업체 등이 이전하면서 성장이 두드러졌다. 주택시장은 물론 임대시장과 상권까지 활성화됐다. 수원, 화성은 대기업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전월세 등의 임대 가격도 최근 2∼3년간 치솟았다.

올해 역시 대기업 이전으로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지역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화성동탄신도시, 하나금융의 인천청라국제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전선은 오는 2015년까지 본사와 계열사 10여 곳을 안양으로 옮긴다. 안양공장이 있던 관양동에 첨단 R&D센터, 업무시설, 아파트, 복지시설 등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선다. 산업단지 브랜드는 첨단과학과 환경이 조화된 지역 이미지를 살려 ‘평촌 스마트스퀘어’로 정해졌다. 해당부지는 지하철 4호선 평촌역과 가깝고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쉽게 연결돼 향후 지역 주택시장에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삼성은 계열사 및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는데 가장 적극적이다. 평택고덕신도시에 2016년까지 기존 수원사업장의 2배가 넘는 신수종사업단지를 조성한다. 또한 동탄신도시에 2014년까지 총 34조원을 투입해 100만평 부지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건립한다.

이로써 삼성반도체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 총 10만여 명이 이주하게 된다. 이와 함께 올해 4월 서울 상일동에 8000여 명 규모의 삼성엔지니어링 본사가 이전을 앞두고 있어 주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및 상권에 열기를 넣고 있다.

LG전자는 2014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해 발광다이오드(LED)조명 및 수처리 생산라인을 평택에 짓는다. 평택은 경기도 최남단에 위치했지만 경기도 타 지역에 비해 공장부지가 많은데다 2시간 이내에 서울 진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해안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길목이고 평택항이 있어 운송 여건도 뛰어나다. 현재 평택 아파트 시장은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신규물량도 기대된다.

지난 2월 하나금융그룹은 인천 청라자유구역에 하나금융드림타운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총 34만㎡ 규모로 본사와 금융 R&D센터, 금융전문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연수시설, IT센터 등이 들어선다. 이와 함께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장, 체육관과 같은 각종 문화체육시설도 건립한다. 하나금융드림타운은 내년 상반기에 1단계 공사를 시작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전계획이 발표되면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시기를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전계획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 등을 고려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양·고덕·청라 등
수혜 지역으로 떠올라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의 대안으로 산업단지 등 배후 수요가 풍부한 ‘수익형 부동산’도 주목받고 있다. 산업단지 근처는 직장이 가까워 실주거 목적으로 선호되는데 고용수요가 풍부해 젊은층 비율이 높아 전·월세 수요가 많은 특징이 있다.

인구 유입이 꾸준하게 늘어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도 좋은 편이고 교통망과 편의시설 등도 기업 수요에 맞게 잘 갖춰져 있다. 소득 기반이 탄탄해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서울 강동 길동, 강서 염창동 등 경기 파주 파주리, 하남 신장동, 화성 동탄신도시 등이 있다.

지속적인 인구 유입 기대
환경 개선에 기업 지원도

실제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이나 안산과 같이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경우 임대수익률이 8%대까지 나오는 등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체가 밀집한 산업단지 지역의 배후 주거지는 기본적인 수요층이 탄탄한 데다 상주·유동 인구가 증가해 교육, 교통, 생활편의시설 등 주거환경 개선 여지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혁춘 상가114 팀장은 “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한 수익형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배후 수요가 풍부하여 물건이 나오면 거래가 바로 이뤄져 공실위험이 적다”며 “분양가도 대부분 1억 내외로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다음은 수도권 산업단지 인근에서 분양(예정) 중인 수익형 부동산 현황이다.

▲강동 와이시티 = 요진건설산업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이 결합된 ‘강동 와이시티’를 3월 말 분양 예정에 있다. 서울시 강동구 길동 414-4번지 일원에 조성되는 와이시티는 지하 2층∼지상 18층 규모로 도시형 생활주택 216가구, 오피스텔 72실 등 총 288가구로 구성된다.


와이시티는 강동역과 길동역의 더블 역세권에 위치해 탁월한 교통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강일 첨단업무단지 개발, 천호뉴타운 개발, 제2롯데월드 신축 등 다양한 개발 호재들을 보유하고 있어 배후 수요도 풍부하다. 단지 내에는 다양한 휴게공간과 피트니스센터 등 커뮤니티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쌈지공원과 옥상 미니정원 등 녹지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특히 2.9m의 높은 층고 설계로 내부 수납공간을 극대화시켜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확보했다.

▲염창역 팔레시움 = 중앙종합건설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오피스텔 ‘염창역 팔레시움’을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8층, 총 103실 규모로 전용 18.14㎡ 단일 타입이 모두 풀옵션 빌트인 형식으로 제공된다. 서울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서 도보 2분 거리로 여의도, 강남은 물론 김포공항 등으로의 이동이 용이하다. 주변에는 서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공항로가 인접해 있다. 2015년에는 월드컵대교가 개통될 예정이다.

9호선 라인에 주요 개발단지가 있다는 것 또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첨단산업단지, 국제업무단지가 조성될 마곡지구, 발산지구, 방화뉴타운 등 강서구 6대 개발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다.

▲하남 신장 하이렉스 = (주)도시플랜은 하남시 신장동 427-373번지 일대에 총 291실 규모의 풀옵션 ‘하남 하이렉스’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하이렉스 오피스텔이 위치한 이곳은 올해 4월 삼성엔지니어링 본사가 입주할 예정이며, 명품아울렛 매장인 하남 유니온스퀘어어도 2014년 오픈 예정이다. 첨단기술을 갖춘 회사들은 올 4월 입주(예정)하고 엔지니어링 복합단지가 2016년 입주(예정)하면서 3만5000명이 상주하는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배후 수요가 풍부한
수익형 부동산 주목”

▲파주 우린 = (주)유콘은 경기도 파주시 파주리 452-2외 8필지에 도시형 생활주택인 ‘ooreen(우린)’을 분양 중이다. 지상 1층∼4층, 7개동, 연면적 3698.01㎡ 규모 167세대로 이뤄진다. 세대별 평균 공급면적은 20∼24㎡로 전세대가 소형으로 구성된다. 분양가는 7000만원(실투자금 1600만)으로 인근시세보다 저렴한 합리적인 분양가로 책정돼 있다. 임대는 2년간 보장한다.


현재 인근산업단지의 100% 임차인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하다. 교육, 산업, 출판단지와 LG(LCD, 이노텍, 화학)가 인접해 지속적인 대규모 인구유입 및 도로개설, 확장(공사 중)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2번째인 파주페라리월드 부지선정이 검토 중이다. 파주 LG산업단지는 상주직원만 5만여 명에 달한다. 앞으로 5조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확정, 곳곳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어 공장이 완공되는 2018년까지 추가로 3만여 명의 직원이 유입시 임대사업의 요충지로 급부상 할 전망이다.

▲동탄 마에스트로 = (주)한미글로벌은 동탄신도시에 ‘마에스트로’ 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7층 규모로 전용면적 18.93㎡ 총 102실로 구성된 동탄신도시 최초의 초소형 오피스텔이다. 분양가는 9000만원대로 주변에 비슷한 전용면적을 가진 오피스텔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최근 투자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풀퍼니시드 시스템을 도입하여 완벽한 풀옵션을 제공하며, 특히 체계적인 설계로 넓은 수납공간을 만들어 공간 활용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거래 바로 이뤄져
공실위험 적어

삼성전자 반도체 신규 16라인 근무인력이 투입, 추가로 신규 17라인 증설, 한림대 종합병원이 오는 2012년 하반기 개원할 예정이어서 입주시기가 맞물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낼 수 있다. 또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 등 1300여 개의 기업체로 조성되는 IT단지(45% 입주)도 조성 중이어서 추가적으로 유입되는 배후수요가 풍부한 것이 장점이다. 입주는 2012년 11월 예정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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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