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72>‘한파 없는’세종시 완전 해부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3.19 11: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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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행정수도로…불패신화 ‘바통터치’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세종시 분양 열기를 등에 업고 충청권 주변 지역의 집값까지 들썩이고 있다. 작년 한 해 20% 이상 올랐다고 한다. 세종시의 투자 가치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전망은 어떨까.

투자 가치·전망 밝아…충청권 주변까지 ‘들썩’
아파트 가격 크게 올라 “올해 분양물량 쏟아져”

2012년 정부청사 1단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세종시는 참여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였던 사업으로 순차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2012년 4월 1단계로 국무총리실, 12월까지 2단계로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10개 기관이 이주한다. 2014년까지 모두 36개 기관이 이동하며, 총 1만452명의 공무원이 움직이게 된다.

1만 공무원 대이주
미분양 수요도 늘어

여기에 16개 국책연구기관과 종사자 3353명도 2013년까지 이전하게 된다. 이는 4대강 사업과 함께 MB정부가 가장 많은 자본과 시간을 투입해 추진하는 것이다. 전체 사업은 2030년에 마무리될 예정으로 있어 지방 주택시장과 연계한다면 2012년 세종시의 파급효과는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 분양 열기를 등에 업고 충청권 주변 지역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세종시 정부부처 이전을 앞두고 충남, 충북 등 충청권 일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시세를 분석해본 결과 세종시가 포함된 충남 연기군의 기존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5.3% 올랐다. 이런 가운데 충북 청주는 22.9%가 올랐고, 충주는 19.8%가 올랐다. 충남 지역은 논산이 21.1%로 연기군 상승률을 훨씬 웃돌았다. 그 밖에 천안 12.7%, 아산 12.9%, 공주 7.5% 등 다른 지역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종시 정부부처가 본격적으로 이전되는 올해에는 가격 상승률이 더 커지고 있다. 충남 천안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1월 1%에서 2월에는 0.8% 올라 무려 1.8%가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0.7% 오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상승률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 활황의 진원지였던 부산은 같은 기간 동안 0.6% 올랐다. 아산 역시 작년 1∼2월에는 1.1% 올랐지만, 올해에는 1.4% 올랐고, 논산의 경우도 작년 0.5%에서 올해는 0.7%의 상승률을 보이는 등 상승률이 커지고 있다.

전셋값은 더 올랐다. 천안은 올 1∼2월 2.1% 올랐고, 아산은 1.8%, 논산은 1.2%, 충북 청주는 1.4%, 충주는 0.6% 등으로 전셋값 상승세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종시 인근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커지고 있는 것은 세종시 정부부처가 올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이전함으로써 그 기대감이 인근 지역에까지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충남 천안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물량 부족으로 최근 중소형 아파트 매매에 눈을 돌리는 사람도 늘어난데다가 올해 들어 세종시 분위기가 더 뜨거워지면서 그 후광효과를 기대하고 투자하려는 문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일에는 아직까지 입주한 아파트 물량도 적은데다 기반시설 부족도 하나의 원인이다. 세종시 인근 지역은 세종시 후광효과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개발호재도 많아 이미 외부 투자 수요가 많이 들어온 상태다.

신축 5000만원 웃돈 붙어 거래
오름세 지속…중소형 위주 매매


우선 충북 충주는 충주기업도시, 충주산업단지 등으로 기업유치가 많아지면서 꾸준히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충주기업도시는 전국 6개의 기업도시 중 유일하게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92%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지난 1월에는 롯데칠성음료와 맥주공장 설립에 관한 투자 협약을 체결하는 등 충주 내 개발들이 속속 탄력을 받으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청주의 경우 충남 천안∼충북 청주공항 복선전철 사업, 오송산업단지 등의 호재 영향을 받고 있다. 청주지역은 이런 호재에 힘입어 건설사들이 신규 공급도 서두르고 있다. 올해 청주권에만 1만3000여 가구의 아파트 공급이 예정되어 있다. 미분양 적체현상이 심각한 지역으로 꼽혔던 천안과 아산지역은 세종시와 불과 30km 거리이어서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며 최근 들어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세종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인근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도 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충북·충남의 미분양 가구 수는 지난 2010년 1월 각각 4918가구, 1만3950가구였지만 올 1월에는 1077가구, 7159가구로 줄어들었다.

세종시 인근 지역은 지가상승률도 높게 나타났다. 논산은 지난 한 해 동안 1.1%가 올랐고, 공주와 아산은 0.9%, 충주는 0.7%, 천안은 0.6%, 청주는 0.4% 등의 순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세종시가 포함된 연기군은 2010년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2008년에는 3.8%가 떨어졌고, 2009년 1.3%가 하락했다가 2010년에는 0.7%로 반등했고, 작년에는 1.1%가 올랐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세종시가 중앙 정부부처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이전기관 공무원뿐만 아니라 외부 투자자들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정부부처 이전 기대감은 앞으로도 주변 지역 부동산 시장에 활력소 구실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얼어 있지만 한파에서 유일하게 비켜간 곳이 세종시다. 7월 세종시가 공식 출범하고 하반기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6개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할 예정이라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분양 열기도 식을 줄 모른다.

최근 현대엠코와 한양이 분양한 ‘세종 엠코타운’아파트 일반청약 결과, 576채 모집에 1순위에서만 7211명이 신청해 평균 12.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특히 84㎡는 115채 신청에 3861명이 몰리면서 33.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세종시 분양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며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세종시는 먼 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말 첫마을(2-3생활권) 1단계를 시작으로 이미 입주를 시작했다. 현재 퍼스트프라임 1, 2단지와 공공임대 아파트(A-2, D블록) 등 총 2242채에서 입주가 진행 중이다. 아직 입주 초기라 생활편의 시설은 부족하지만 편의점과 음식점, 미용실, 세탁소가 하나 둘씩 들어서고 있다. 첫마을 1, 2단계 아파트 주민(1만7000명) 입주가 본격화하고 정부부처가 이전하면 현재 9만6000명 정도인 인구가 올해 말에는 약 13만500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주를 시작하면서 이 일대 아파트 가격도 꿈틀대는 추세다.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첫마을 1단계 149㎡ 규모 로열층의 경우, 2년 전 분양가가 3억5000만원대였으나 지금은 5000여만원의 웃돈이 붙은 상태다.

1만700채 분양 예정
수익형 부동산도 관심

연내 청약을 계획한 수요자라면 세종시 분양 물량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에 분양 예정인 물량은 1만700여 채로 그중 8300여 채가 상반기에 몰렸다. 분양 물량 대부분이 수요층이 두꺼운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이고, 1000채가 넘는 대단지도 있어 실수요자의 관심을 끌 만하다.


주택청약종합저축과 청약부금, 청약예금 가입자가 청약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최초 주택공급 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로부터 1년 동안 전매가 금지된다. 청약 자격은 전용 85㎡ 이하의 경우 서울과 부산은 청약통장 예치금액 300만원, 기타 광역시는 250만원, 일반 시군 지역은 200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앞으로는 세종시 안에서도 입지 조건에 따라 투자 가치가 갈릴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분양 물량은 1생활권에서 주로 나온다. 1생활권은 중앙행정타운, 업무 및 상업시설을 남쪽에 두고 북쪽으로 주거지가 배치된다.

1-1생활권은 세종시 외곽순환도로 바깥에 자리하고, 이주자택지와 단독주택지, 저층아파트로 이뤄진다. 중앙에 도시공원이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호반건설은 오는 11월 L8블록에서 445채, 유승종합건설은 하반기 M9블록에서 713채를 분양할 예정이다.

1-2생활권은 중앙행정타운 배후지로 고층 아파트가 밀집했다. 과학고와 외국어고가 들어설 예정이라 학군 프리미엄이 가장 높다. 호반건설은 3월, L2블록에서 전용 84㎡ 470채를 내놓는다. 근린공원을 끼고 있어 녹지공간도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양도 3월, M7블록에서 84㎡ 520채를 분양할 예정이다.

1-3생활권은 5000여 채로 이뤄진 초대형 단지다. 방축천이 흐르고 중앙행정기관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단지 중앙에 복합커뮤니티가 있는 타원 형태다. 한신공영과 현대엠코는 이미 분양을 마쳤다. 중흥건설이 이달 말부터 모델하우스를 열고 M3블록에 866채를 분양한다. 3월에는 M4블록에 1375채를 분양할 예정이다. 상업시설과 중앙행정기관이 있어 이전 기관 종사자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지만, M4블록의 경우 폐기물처리 시설이 가까운 게 약점이다.

1-4생활권은 뒤로 원수산이 있고 앞으로는 방축천이 흘러 도심 친수공간이 마련되는 등 생활권 가운데 가장 쾌적하다는 평가다. 간선급행버스(BRT)가 지나는 곳이라 교통도 편리하다. 그중 브랜드 아파트인데다 입지조건도 좋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눈길을 끈다. 5월 M7블록에 84㎡ 876채를 분양할 예정이다. 대전유성 연결도로 개통으로 대전과 세종시 간 이동이 편리할 뿐 아니라 중앙공원과 호수공원, 국립수목원이 인접해 자연환경도 좋은 편이다.


“감언이설 속지 마세요”
‘묻지마 투자’유의해야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임대수익형 부동산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공무원 특별공급도 없어 수요층도 두껍다.

대우건설은 상반기 세종시 1-5생활권 C24블록에 오피스텔 1886실을 공급할 계획이다. 먼저 1036실을 1차 분양하고 850실을 추가 분양한다. 계룡건설도 1-5생활권 C-3-2블록 2000㎡ 용지에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결합형 상품 240채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1-5생활권에는 중앙행정타운이 있어 공무원 수요를 겨냥한 수익형 상품 공급을 집중적으로 한다”며 “첫마을 건너편 2-4블록 상업용지에서도 추가 공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분양권 불법전매 등 
비정상 거래 단속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세종시의 투자 가치는 높은 편이라고 전망한다.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정부기관 이전이 이뤄져 유입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이주인구 특성이 단기 거주보다 장기 거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기반 수요를 확보했다. 이주수요뿐 아니라, 관련 회사나 업체가 지사 등을 설립할 가능성이 있으며, 인근 지역 수요자가 유입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도안신도시 등 주변에 더 나은 주거지를 조성하면 인구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주인구가 선호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프리미엄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입지가 좋고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 위주로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묻지마 투자’에도 유의해야 한다. 세종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최근 분양권 전매 및 토지 분양 광고가 쏟아진다. 인근 부동산은 외지에서 온 투자자로 가득하고 공인중개사의 감언이설이 난무한다.

이에 따라 당국에서는 분양권 불법 전매 등 비정상 거래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을 벌이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거주 기능이 미비한 상황에서 형성된 웃돈은 거품일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세종시는 분양권 전매를 1년간 할 수 없으며 현재 거래 가능한 물건은 오직 퍼스트프라임뿐”이라면서 “투자에 나서기에 앞서 물건의 거래 가능성과 프리미엄의 적정성을 따져보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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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