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68>임진년 주목할 상권

명동 안 부러운…수원역 vs 부평역 ‘용호상박’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열린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다시 말해 부동산 투자의 적기란 얘기다. 올해 어느 지역 상권이 뜰까. 임진년 주목할 상권을 꼽아봤다.

수원역, 잇따른 교통 호재…점포 권리금 ‘껑충’
부평역, ‘역세권+오피스권’인천 최고 복합상권

자영업자들은 올해 주목할 만한 수도권 소재 상권으로 수원역 일대를 지목했다. 점포거래 전문기업 점포라인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월 한 달간 진행한 ‘올해 주목할 만한 수도권 소재 상권은?’의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236명 중 78명(33%)이 수원역 상권을 선택했다.

33% 수원역 선택
유동인구 20만명

수원역 상권은 국철 1호선 수원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상권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나 수원 일대 대학으로 통학하는 대학생이 대부분 거쳐 가는 곳으로 하루 유동인구만 20만명을 상회하는 지역. 유동인구만 놓고 보면 서울 명동도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아울러 이달 초 수원시가 민간기업과 비용분담 공동협약을 체결하는 등 수원 역세권 개발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는 점은 상권의 향후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요소다.

수원역 일대는 도로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자가용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개발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면 상권을 찾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여기에 수원 신도시 입주민이 대거 늘어남에 따라 지역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업계는 외부인구와 지역민 소비가 모두 활발한 수원역이 최대 수혜지역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상권이 형성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상태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 상권정보업체 대표는 “같은 상권 내에서도 건물과 점포별 노화의 정도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점포를 얻을 때는 반드시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역 상권은 잇따른 ‘교통 호재’로 들썩이고 있다. 2013년 말 서울 왕십리와 수원을 잇는 지하철 분당선, 현재 역 앞에서 공사가 한창인 수인선 복선전철은 2015년 말 개통 예정에 있다. 2016년에는 서울 강남역과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로 이어지는 신분당선도 들어선다.

2010년부터 KTX가 수원역에 정차하기 시작한 데 이어, KTX 출발역으로 바꾼다는 계획도 나온 상태다. 하루 최대 20만명인 수원역 유동인구는 4∼5년 뒤에는 3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과 인천은 물론 안산·화성·시흥 등 경기도 주민들의 이동이 한층 편해진다.

이런 교통 호재는 수원이 명실상부한 경기 남부권의 최대 교통 요충지로 부상하는 것이어서 지역 상인들의 기대감은 최고에 달한 상태다. 가장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는 상권 중 하나는 수원역 맞은편에 음식점·커피숍 등이 포진한 ‘테마거리’다. 수원에 거주하는 10∼30대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오산·안양 등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원역에서 경기 남부권 대학으로 통학하는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런 기대감은 점포 권리금에도 반영되고 있다. 상권정보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수원역 인근 점포의 3.3㎡당 평균 권리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9년 125만원이던 것이 작년 말 257만원 선까지 올랐다.

점포라인 관계자는 “수원역이 인근 주요 도시를 모두 아우르는 교통편을 갖추게 되면 이 지역 상권이 인근 지역의 소비 수요를 빨아들이는 ‘중력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수원역전시장이나 매산시장 등의 영세 상인들도 수원에서 인근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역세권 수혜를 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역 인근 상인들에게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원역이 교통의 요지로 떠오르면서 롯데자산개발이 수원역 인근에 백화점·대형마트·쇼핑몰·영화관 등을 갖춘 연면적 21만㎡ 규모의 롯데몰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수원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군림한 애경의 AK플라자도 2014년 완공 예정으로 수원역과 연결된 연면적 8만6000㎡ 규모의 쇼핑몰을 새로 지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두 대형 쇼핑몰이 문을 열면 수원역 주변의 중·저가 의류매장이나 액세서리 가게 등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원역에 이어 많은 선택을 받은 곳은 인천 부평역 상권이었다. 부평역 상권도 올해 주목 받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안양 1번가, 안산 중앙동, 의정부 중앙로…’
수도권서 뜨는 상권 주목…자영업자들 몰려

부평역 일대는 역세상권의 특징과 오피스 상권의 특징이 어우러진 인천 최고의 복합 상권. 지역 명물로 통하는 지하상가 역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올해도 인천 최고 상권의 위상을 굳건히 할 전망이다.

인천의 동쪽 끝에 위치한 부평구는 원래 김포평야의 일부로 곡창지대였으나 수출공업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서면서 급속히 변모되었다. 주변에 대우자동차 등의 산업단지와 대규모의 아파트단지가 형성된 부평상권은 부평역 주변을 중심으로 인천최대의 상권으로 발전되고 있다.

1899년 개통되어 105년 동안 서울과 인천을 쉴 새 없이 연결해온 경인선국철은 서울역에서 노량진, 영등포를 지나 부천을 거쳐 인천의 관문인 부평을 지나간다. 부평은 영등포공업단지와 인천임해공업지대 사이에 위치해 있어 경인공업지대의 중심에 해당되는 곳이다.

따라서 자연히 교통시설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위치상의 장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부평역은 기존의 1호선과 인천선이 환승하는 유일한 지점으로 서울등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천시민들 역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역이다.

뿐만 아니라 부평역을 중심으로 시내버스 16개, 좌석·광역·공항버스 13개, 마을버스 30여 개의 노선이 운행 중이다. 여기에 부평역 2km거리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송내IC가 위치해 있는 것을 보면 부평역이 외부의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낮에 주부들 많고
밤엔 젊은층 몰려

이러한 지리적 요건과 함께 발전해온 부평역 일대는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이 대우사태로 흔들리고 중소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경제의 침체와 함께 한동안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인천의 문화·경제의 중심지이자 가장 번화한 상권으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2000여 세대의 동아아파트를 비롯해 부평극장, 재래시장, 대한예식장,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대한극장, 진선미예식장 등과 주변 10여 개의 은행 및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부평역 상권은 10∼20대 상권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부평지하상가의 1000개가 넘는 매장은 대부분 여성의류, 화장품, 쥬얼리, 이동통신 등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업종이 대다수이다.
또 번화길과 문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로데오거리는 인천최대규모의 의류 상권으로 국내 유명 의류브랜드 다수가 집결해 있는 곳이다. 유동인구를 분석해보면 낮 시간대에는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주부들이 많고, 저녁이 되면서 10∼20대의 유동이 급격히 많아지는데, 저녁 6∼8시 사이가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모이는 시간대다.


먼저 부평로데오거리를 살펴보면 건대입구역에 있는 로데오거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곳의 임차시세는 1층 50㎡(15평) 매장을 기준으로 권리금 2억2000만∼3억5000만원 수준인데 서울시내의 웬만한 상권보다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번화1길 ABC마트에서 문화의 거리 르까프매장까지의 의류 상권은 부평역 로드상권 중 최고의 요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텔슨상호저축은행을 끼고 시장로터리로 내려가다 왼쪽 편에 있는 더바디샵 매장에서 로데오 초입으로 연결되는 골목도 미샤, 더페이스샵 등이 입점해 있는 상급지라 할 수 있다.

다만 의류·화장품 등의 업종다수가 지하상가 내에 입점해 있는 상태여서 상당부분의 소비가 지하상가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창업자들이 로데오거리보다는 오히려 지하상가에 점포를 내려는 성향을 가진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문화의 거리의 경우 소비연령층이 다소 높은 것이 특징인데 입점해 있는 브랜드 역시 30∼40대 위주의 것이 많은 편이다. 시세는 권리금 1억∼2억원, 보증금 6000만∼1억원, 임대료 120만∼210만원 수준이다. 매장 앞에 노점상이 길게 자리 잡고 있어서 길 건너편에서의 간판노출이 쉽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시장길 대로변과 그 밖의 지역은 위의 입지에 비해 다소 여건이 떨어지지만 경우에 따라 업종선정이 잘 된 자리의 경우 상당한 매출이 기대되는 곳이다. 시장길 대로변은 패스트푸드, 이동통신, 분식 등이 주업종이며 진선미예식장으로 이어지는 먹자골목은 중대형 음식점 위주의 상권이다.

시세는 99㎡(30평) 규모의 음식점을 기준으로 권리금 8000만∼1억7000만원, 보증금 1억2000만∼2억원, 임대료 280만∼380만원 선으로 권리금은 저렴하고 보증금이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젊은 사람들과 퇴근길 직장인이 동시에 몰려드는 곳이 바로 먹자골목이어서 오히려 판매업종보다 음식점 장사가 더 실속 있다는 현지인들의 설명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부평역 상권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인 부평지하상가는 서울강남역에 비견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점포수만 1100여 개에다 8000여 평의 규모로 형성된 이곳은 10∼20대가 소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권으로 중저가 캐주얼 의류와 여성의류, 화장품 등이 주업종이다.

역사건물 내에 롯데마트와 멀티플렉스극장이 입점해 있는데다 부평역지하상가와 신부평지하상가, 성일로지하상가, 중앙지하상가 등이 하나의 큰 지하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하상가 자체에서 소비행위를 하는 계층이 매우 많은 것이 장점이지만 화장품과 같은 일부업종은 너무 많이 입점하는 바람에 몇몇 매장이 조기에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 수도권 상권은
불황서 자유롭다”

부평지하상가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상가가 길게 퍼져 있어서 위치에 따른 매출차이가 매우 큰 편이므로 점포를 구할 때 가급적이면 지하철 이용자들의 동선이 확보되는 자리를 일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다. 시세는 위치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는 가운데 1층 2칸(5∼6평 안팎)기준으로 보증금 2000만∼4000만원, 임대료 70만∼180만원, 권리금 5000만∼3억원까지 형성되어 있다.

동인천역사와 주안역 상권이 상권의 힘을 유지하지 못하고 차츰 하락세를 겪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부평역 상권은 아직까지 커다란 어려움 없이 꾸준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들이 외지로 이전함에 따라 지역경제가 위축되었던 부분들 역시 최근 수출 4공단 리모델링 등 수출산업공단의 첨단화 계획과 물류중심지로의 도시재생사업 등 자구노력의 성과가 발생된다면 어느 정도 치유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낙후된 시설과 대형유통시설의 진입으로 활기를 잃어가던 부평종합시장 등 재래시장들도 다양한 현대화 사업을 통해 다소나마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부평역 상권은 구매력이 왕성한 10∼20대를 공략하는데 성공함과 동시에 지역 상권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인천제일의 상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역과 부평역 상권에 이어 안양 1번가 상권을 선택한 응답자가 42명(18%), 안산 중앙동 상권을 선택한 응답자가 35명(15%), 의정부 중앙로 상권을 선택한 응답자가 28명(12%) 순이었다. 비록 수원역과 부평역 상권을 선택한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지만 다른 지역을 선택한 응답자들 역시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주요 상권은 불황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는 자영업자들의 믿음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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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