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종교 중독증’ 부모에 고통 받는 아이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2.21 13: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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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기도→완치? “예수가 기가 막혀…”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잘못된 믿음이 한 가정에 씻을 수 없는 죄악으로 남았다. 전남 보성의 목사 부부가 세 자녀를 폭행하고 열흘이 넘도록 굶겨 숨지게 한 엽기적 사건이 발생한 것.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 부부가 ‘자녀들에게 붙은 감기귀신을 쫓아내겠다’며 아이들의 머리를 자르고 금식을 시키며 폭행을 가했다는 점이다. 광적인 믿음이 빚어낸 참혹한 사건. 사실 이번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부터 부모의 종교적 신념 탓으로 치료를 거부당하거나 학대받는 아동들의 사례는 꾸준히 있어 왔다. 종교 중독증에 걸린 부모들 밑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 그 기막힌 내막을 들여다봤다.

“감기귀신 쫓는다” 굶기고 손 묶고 매질…
‘부모의 종교적신념 탓’ 세상과 등돌린 아이들

‘아이를 훈계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말라. 채찍으로 그를 때릴지라도 그가 죽지 아니하리라.’ ‘네가 그를 채찍으로 때리면 그의 영혼을 스올(죽음 또는 죽은 자의 영혼이 거처하는 곳)에서 구원하리라.’(성경 잠언 23장 13절, 14절)

‘유대인에게서 40에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고린도후서 11장 24절)

빗나가 버린
‘신앙’

“성경 구절에 이렇게 나와 있어서….” 부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픈 아이들에게 붙은 귀신을 쫓아내겠다고 수일 동안 금식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손발을 묶고 폭행을 가했다는 엽기적인 사건 속 가해자는 바로 아이들의 부모였다. 부모의 잘못된 신앙심으로 인해 3남매 모두가 숨져버린 끔찍한 사건.

전남 보성경찰서는 지난 12일 자녀 3명을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박모 (43)씨와 부인 조모(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부부는 설날인 1월 23일 다른 때보다 밥을 많이 먹고, 자녀들이 몸에 귀신이 들어온 것 같다고 말을 하자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24일부터 사망한 2월 2일 새벽까지 금식을 해야 한다며 물만 먹인 후 체벌을 해 왔다고 진술했다.

또 자녀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식탁위에 엎드리게 한 채 양팔과 발을 스타킹으로 묶고 체벌을 해오던 중 2월 2일 오전 2시경 큰아들(7.초등1년)이 사망하고, 5시경 큰딸(9.초등3년)이, 7시경에 둘째아들(3.유치원)이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발견 당시 숨진 3남매 모두 나란히 누워 있었으며, 박씨 부부는 10일 동안 방문을 걸어 잠그고 ‘1주일 기도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며 시신 옆에서 8개월 된 막내딸을 데리고 기도하고 있었다.

사회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오직 자신들만의 믿음이 구원을 해줄 것이라는 광적인 믿음, 종교에 중독된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과거에도 접해본 적이 있다.

지난 1999년 8월20일에 방영된 SBS<그것이 알고 싶다>-‘잘못된 믿음’ 편에 등장한 신애 이야기는 종교중독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기도로 나을 수 있다”는 부모의 빗나간 신앙으로 죽음의 문턱에서도 치료를 받지 못했던 ‘그때 그 소녀’ 김신애(당시 9세)양.

당시 신애 이야기를 다룬 방송영상은 참혹 그 자체였다. 만삭 임신부처럼 부풀어 오른 배와 뼈만 앙상한 팔과 다리….

당시 신애는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 아픔이라도 덜하고 싶어요. 너무 힘들어요”라며 병원에 가고 싶다고 울부짖었다. 소아암 일종인 윌름 종양으로 진단 받은 신애는 초기에 종양만 제거하면 쉽게 나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아이의 아버지였다. 신애의 아버지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종교로 아이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신애를 강제로 퇴원시켰고 아이에게 신앙심과 기도를 강요하며 4년간 방치했다.

결국 9살이 된 신애는 몸무게 20㎏에 종양이 5㎏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로 변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몇 년 전과 아프리카 기아처럼 기형적인 모습은 도저히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 관계자들의 계속된 설득에도 아이의 아버지는 치료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아이의 병을 신앙으로 고치겠다”는 말 뿐. 그러나 방송이 나간 직후 신애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검찰이 친권상실소송까지 검토하며 부모에게 압력을 가한 끝에 신애는 4개월 뒤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종양제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신애는 학교를 다닐 정도로 건강을 되찾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신애의 부모는 또다시 치료를 거부했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아이가 깨끗이 나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신애의 아버지는 “신애가 하나님의 능력으로 반드시 나을 것이라는 응답을 받았다”며 “사람의 손으로 하는 치료는 결코 계속 받을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종양의 재발로 신애는 2002년 5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예수님이 다
고쳐주실거야

부모의 잘못된 신앙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아이는 신애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14살이던 정아는 7∼8개월 전부터 원인 모르게 배가 불러오고 있었다. 퉁퉁 부은 발에는 진물이 흐르고 얼굴은 점점 말라가고 숨쉬기도 힘들어 일 년째 방안에 누워있던 상태였다.

당시 정아도 믿음으로 병이 나을 수 있다는 부모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정확한 병명조차 모르고 매일 매일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아 역시 자신의 병이 기도로 치료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었다.

열정적 믿음으로 미화된 잘못된 믿음의 실상 '왜?'
내면의 헌신이 없다면, 곧 중독으로 변할 수 있어

또 지난 2010년에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던 2개월 영아가 “수혈은 교리에 어긋난다”는 부모의 반대로 수술을 받지 못해 숨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아이는 2010년 9월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대동맥과 폐동맥이 나눠지지 않고 모두 우심실로 연결된 선천성 심기형 등 여러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다.

아이는 생후 18일 만인 24일 폐동맥을 묶는 첫 수술을 받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의사는 심장 기형을 바로잡는 폰탄(Fontan) 수술을 제안했다. 회복 가능성은 수혈을 수반하면 30∼50%지만 수혈하지 않으면 5% 미만이라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었다.


이씨 부부는 “딸을 살리고 싶지만 남의 피를 받게 할 수 없다”며 “수혈 없이 수술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호와의 증인은 ‘피를 먹지 말라’고 강조한 구약성경 레위기 17장 10∼14절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수혈을 금기시한다.

병원은 이씨 부부가 수혈 수술을 계속 거부하자 이씨 부부를 상대로 법원에 진료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부장판사 이성철)는 “딸의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수술을 친권자들이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병원은 수혈을 시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지만 이씨 부부는 “딸 같은 증상의 환자가 무수혈 수술로 살아난 적이 있다”며 법원 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다른 병원으로 딸을 옮겼다.

그러나 아이는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옮겨 입원한 지 일주일을 못 채우고 숨졌다. 수술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 어머니 김모씨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무수혈 수술 방식을 고수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들만의 생각으로 자신들만의 종교적 신앙심을 가지고 기본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믿음으로 칭하는 사람들. 이들의 모습에서 자신들 외에는 모든 것을 부정해 버리는 이기적으로 변한 우리사회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종교중독자로 분류하고 ‘강박적인 종교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감정과 행위가 분리되어 있고, 종교적 지침에 열심인 듯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것을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 기독교 상담전문가들은 종교중독을 이해하려면 ‘주물’의 개념을 올바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물이란 그 자체로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 대상이나 관습 혹은 비합리적으로 헌신을 바치는 대상을 일컫는데 예를 들어,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가 되었는가보다는 예배에 참석했다는 것이 안도감을 준다면 그것이 주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신중독
구별해야

이에 따라 신앙생활의 초점을 주물의 대상에 두지 않고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에서 오는 충만함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종교적 주물이 신앙을 왜곡하지 못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예수전도단 중독자 상담학교 설립자 다빈 스미스(Darvin W. Smith) 박사는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드리는 많은 시간과 물질들이 자기도취와 종교 중독에 의해 드려진 것일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 “내가 많은 것을 드리면 하나님께서 틀림없이 더 많은 것을 주실 것이다. 헌신적으로 생활하면 하나님께서 나의 문제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실 것”이라는 식의 믿음은 신앙의 옷을 입은 불신앙이요, 종교중독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종교 일에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내면의 헌신이 없다면 그 헌신은 중독으로 변할 수 있음을 직시하고, 헌신과 중독을 잘 분별하는 지혜가 오늘을 사는 모든 종교인들에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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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