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원료 재료 ‘모나자이트 제품’ 주의보

곳곳이 위험…방사능 끼고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라돈 침대 공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라돈이 검출된 원인은 모나자이트란 돌가루를 썼기 때문. 정부 조사 결과 모나자이트는 일부 온열 매트와 건강 팔찌,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벽돌, 타일 등 건축자재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생활 속 곳곳에 퍼져있는 방사선 노출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공산품의 라돈 검사와 검출 기준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3일, 한 매체서 대진침대에 들어간 음이온 파우더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진침대에 함유된 음이온 파우더에는 환경부가 정한 실내 공기 라돈 기준(1m³당 200Bq)의 3배가 넘는 620베크렐(Bq)의 라돈이 검출됐다. 라돈은 토양이나 암석, 물 속에서 라듐이 핵분열할 때 발생하는 무색·무취의 가스로 높은 농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암, 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수거 600여개
집단소송 예고

이후 논란이 점차 확산되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조사가 시작됐고 원안위는 5월10일 라돈(Rn) 검출 논란을 일으킨 대진침대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는 대진침대 모델 9개에 대해 매트리스 속 커버를 조사한 결과 라돈이 검출되긴 했으나 그 농도가 환경부 권고 기준(1m3당 200Bq)보다 훨씬 적은 1m3당 58.5였고, 방사능으로 인한 피폭량은 연간 최대 0.15mSv로 안전 기준치(1mSv)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안위는 5월15일 2차 조사 결과서 대진침대 매트리스 일부 모델서 라돈 피폭량이 기준치의 최대 9.35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1차 조사 결과를 뒤집었다. 

원안위는 1차 조사 때는 문제가 된 모나자이트가 포함된 속커버만 조사했으나 이후 매트리스 스펀지에서도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것이 확인돼 2차 조사에서는 스펀지까지 추가 조사하고 호흡을 통해 유입되는 내부 피폭까지 합산하면서 방사선 피폭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원안위는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 수거 명령 등의 행정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진침대는 음이온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나자이트라는 광석을 사용했는데 이 성분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것이 알려지면서 음이온 관련 제품에 대한 위험성도 제기됐다. 즉 모나자이트는 음이온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침대·팔찌·목걸이·벽지 등에 사용되고 있으나 미량 함유된 우라늄과 토륨 등이 1급 발암물질인 라돈과 토론(라돈의 동위원소) 등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대진침대에 이어 까사미아가 2011년 판매한 매트서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된 상품은 2011년 당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제조된 세트상품으로, 토퍼 1개와 베개 2개, 바디필로우(몸통베개) 1개 등 총 4개로 알려졌다. 

이처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침대서 연이어 라돈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라돈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됐다. 

기준 3배 라돈 검출…전량 수거 명령
사태 수습 안됐는데…제품 추가 발견


지난달에는 기능성 베개 브랜드 ‘가누다’의 베개 커버와 가구업체 ‘에넥스’의 매트리스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 라돈침대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서 추가로 라돈 발생 제품이 발견된 것이다.

지난달 18일 원안위는 티앤아이의 가누다 베개, 에넥스 매트리스, 성지베드산업의 더렉스베드에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정한 가공제품 안전기준(연간 1밀리시버트)을 초과한 방사선이 검출돼 해당 업체에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누다 베개의 경우 지난 5월31일 라돈이 검출된다는 소비자의 제보가 접수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회사 측은 자체 조사·측정을 통해 지난 7월26일 가누다 베개 2종 모델(견인베개, 정형베개)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원안위는 소비자로부터 수거한 6개의 시료를 확보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을 통해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베개 커버서만 라돈·토론이 측정됐다. 2종 모델 모두서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모델은 2011년 3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약 2만9000개가 판매됐다. 현재까지 약 1200여건의 자발적 리콜이 신청됐고 900여개가 수거된 상태다.

에넥스도 지난 8월21일 매트리스서 라돈이 검출된다는 소비자 제보를 받고 자체 조사를 통해 8월26일 매트리스 1종 모델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문제가 된 제품명은 ‘앨빈PU가죽 퀸침대+독립스프링매트리스Q(음이온)’이다.
 

원안위가 해당 모델 6개의 시료를 확보해 정밀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서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넘겼다. 해당 모델은 2012년 8월에서 11월까지 244개가 팔렸다. 현재까지 자발적 리콜을 통해 신청된 5건 모두 수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약속했지만…
계속되는 공포

아울러 원안위는 지난 6월25일 성지베드산업의 더렉스베드 제품서 라돈이 검출된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 시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14개의 시료 중 4개서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업체에 따르면 이 제품은 2013년부터 6000여개가 판매됐고 이 중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제품은 1210개다. 그러나 원안위는 “이를 입증할 자료가 불명확하고 매트리스 모델도 구분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원안위는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해 2013년부터 판매된 더렉스베드 6000여개 전제품에 대해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했다. 제품 수거 시엔 해당 업체가 모나자이트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향후 해당 업체의 결함 제품 수거 등 조치가 조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생활용품 등에 추가 결함 사례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석 연휴 전까지 ‘라돈침대’ 전량 수거를 약속했던 원안위는 약속과 달리 아직도 600여개를 수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돈침대(대진침대) 피해자 집단소송 청구액이 520억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만 이렇다 할 피해자 구제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라돈침대 파문이 일어난 지 5개월간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일관해 원안위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김성태(비례대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3일 원안위의 라돈침대 수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수거 대상 약 6만8000여개 중 미수거량이 600여개(지난 1일 기준)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수거량은 대진침대·까사미아 제품 각각 500여개, 90여개 등이다.
 

원안위는 미수거량도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7000여개라고 했던 미수거량은 8월 말 9000여개로 늘었다. 9월 중순에는 다시 2만여개라고 정정했다. 원안위는 지난달 18일 미수거량이 2100여개로 줄었고, 추석 연휴 전 수거 및 해체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우왕좌왕
소극적 대처

처분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라돈침대 원인 물질인 모나자이트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며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예고하며 정부에 보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인 로덱법률사무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청구액은 5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체적 피해 소송건수와 환불 소송건수는 각각 600여건, 5000여건이다. 가습기살균제(약 100억원대)·BMW 차량화재(약 40억∼50억원대) 사건과 비교하면 소송 액수는 생활안전 사건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피해 질병 인정 범위를 폐암뿐 아니라 폐질환과 백혈병, 갑상선, 피부질환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안위의 관리 소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07년 방사능 온열매트(모나자이트 사용) 사태를 계기로 2012년 ‘생활 주변 방사능 안전관리법’이 제정됐지만, 방사능 원료물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내의 모나자이트 수입업체는 한 곳이고, 납품한 회사는 50여개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정부가 피해자 대책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피해를 숨기며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 차원서 피해자 전수조사와 역학관계를 파악해 피해자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개최된 ‘생활 속 방사능 물질 사용 얼마나 안전한가’를 주제로 한 소비자 포럼서 원안위 생활방사선안전과 채희연 과장은 “소비자 불안을 경감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춘 생활방사선 제품안전 실현을 목표로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의 규제 현황과 문제점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열 매트, 건강 팔찌, 화장품…
벽돌, 타일 등 건축자재도 나와

그러면서 제도적 개선 방향으로 의심제품 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방사선 위해제품 안전조치 실효성 확보 등에 대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식품첨가물과 기구·용기, 의약품·의약외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 관리 품목에서 음이온 효과를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과 박종섭 팀장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사선 관리 업무에 제외돼있어 제도적 개선을 통해 원료물질부터 제품까지 추적·조사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개정하고 신체 밀착 일상 생활용품에 모나자이트 사용 제한을 검토하는 등 라돈 관리에 관한 범부처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주영수 교수는 “수집된 정보와 수거된 제품에 대해 노출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집단적 피해가 발생할 때 조사 등 법·제도가 만들어져 국가 시스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위원장은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라돈과 같은 방사성물질은 국가가 방조해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본 상황”이라며 “그동안 생활 속 방사성물질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유사 침대류 조사, 라텍스 문제 등 공중위생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제품의 특허 관리와 식약처의 모나자이트 사용 의심 또는 유사 성분을 포함한 제품의 유통, 원안위 감마방사선에 대한 측정 등 산업부, 특허청 등 관련 부처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조사의 영역과 책임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6단독 신상렬 부장판사는 지난 2일 강모씨 등 69명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낸 1억38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 기일을 열었다. 

소비자 측은 “측정기를 갖고 (침대를) 검침해봤더니 기준치를 초과하는 피폭량이 나왔다”며 “중대 과실로 의한 손해배상을 하라”고 밝혔다. 

반면 대진침대 측은 “인과관계가 없다. 판매 당시에도 정해진 법령을 준수했고 과실이 없다”고 책임을 부인했다. 또 “이 사건 외에도 제기된 소송이 많은데 대한민국이 피고로 된 사건도 있다”며 “소관인 원자력위원회 입장을 보면서 (입장을 정하면서)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피해 숨기며
무능한 모습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라돈침대 집단분쟁 조정위원회에 대해서도 “대진침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소비자 분쟁 소송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강씨 등은 각 200만원 상당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 소송을 제기했다. 2차 변론 기일은 다음 달 13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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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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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