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화 프로가 만난 사람> 9세 꼬마 골퍼 원재와의 라운드

땅볼도 없고 뒤땅도 없다

아이들은 리드미컬하고 흥겹다. 아이들의 천성이다. 어른들도 덩달아 편안하고 흥겨워진다. 9살 골퍼 원재와의 라운딩은 그래서 흥미로웠다. 이번주 이기화 프로가 만난 사람은 골프의 ‘미래’이기도 하다.

원재가 골프클럽을 처음 잡는 날, “골프클럽을 오늘 처음 만져봐요”라고 말했다. 호기심 어린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난다. 두 손 안에 그립이 가득 찬다. 원재 엄마는 손가락에 물집 잡힐까봐 장갑을 끼워준다.

첫째 날

“골프를 쳐 본 적이 있나요?” 

“아뇨, 골프클럽은 오늘 처음 만져봐요.” 

원재는 9살이다. 


“여행오기 전날 골프 치는 선수들의 모습을 엄마가 TV로 보여주셨어요.” 

골프 돌아가는 건 알고 있단다. 빨리 골프를 치고 싶어서 이른 새벽부터 엄마 잠을 깨웠다고 한다. 원재 가족과 함께 골프 체조를 시작한 후 연습 없이 바로 필드를 돌기로 한다.

2년 전 베트남 나트랑 CC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골프장을 처음 맞이한다는 박현두 사진작가의 골프스윙이다. 박 작가의 하얀 공이 헛스윙 몇 번 끝에 아주 멀리 날아갔던 기억이다.

처음으로 골프장갑을 끼고, 처음으로 골프공을 들고, 처음으로 그린을 밟고, 처음으로 클럽을 잡고, 처음으로 공을 홀에 넣었다.

호기심 어린 두 눈 반짝반짝
처음 만져보고 미래 향한 샷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어린아이는 처음이라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공이 하늘로 향해 날았다. 원재가 신기해한다. 

원재가 골프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모두가 흐뭇해한다. 물론 헛스윙을 몇 번했지만, 끝내 성공했다. 그립 잡는 방법과 어드레스 자세만 알려주고 골프의 매너와 몇 가지 룰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었다.


원재는 땀이 범벅이 되도록 뛰어다닌다. 카트를 타고 다니는 나보다 공 앞에 먼저 다가가 거침없이 클럽을 휘두른다. 공이 땅으로 구르기도 하고 날기도 하고 뒤땅도 친다. 그러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파란 잔디 위에 놓여있는 공과 골프놀이를 할 뿐이다. 코치를 해주는 나만 공이 계속 떠 주길 바라서 간섭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째 날

오늘 아침부터 비가 조금씩 내린다. 골프치기에는 무리가 없다. 원재가 골프 치는 둘째 날은 골프 칠 때의 유의사항을 먼저 알려주기로 했다.

1.다른 플레이어가 스윙할 때 맞은편 앞쪽으로 멀리 있을 것. 2.스윙할 때 가까이 있으면 위험함. 3.공치고 있는 사람 앞 쪽으로 먼저 나가 있으면 위험도 하지만 상대 플레이어에게 심적 불안감을 주어 매너에도 어긋난다.

부모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원재는 “네”라며 씩씩하고 반듯한 자세로 대답한다. 첫날보다 땅볼도 없고 뒤땅도 없다. W/9 클럽으로 60야드를 날려 보낸다. 어린아이 클럽은 웨지와 9번 아이언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원재가 신나게 미소 짓는다. 공을 띄우는 재미가 있나 보다. 드라이버는 언제 쳐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 엄마가 다음 겨울 방학 때 사줄 거라 말한다. 여행오기 며칠 전, 원재 엄마는 클럽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나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개수를 준비하자고 전했다. 퍼터와 웨지, 2개만 이번 여행에 사가지고 왔다.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한다.

아이들의 스윙은 자유롭다. 막힘이 없다는 뜻이다. 몸이 시키는 대로 몸이 반응한다. 복잡한 생각,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100% 원심력으로 공이 날아간다. 자동으로 피니쉬 자세가 만들어진다. 선수시절 필자도 ‘100% 원심력을 이용한 스윙을 했었나?’ 떠올려본다. 초등학생보다 원심력을 이용하지 못 한 것 같다. 수많은 이론이 내 근육을 경직시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원심력을 깨닫는데 얼마나 세월이 흐를까. 평생 힘으로 대결하는 골퍼가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론은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근육의 움직임에 혼돈을 준다. 내가 필요한 것만 요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연성이 좋은 아이들은 원심력을 이용한 스윙을 한다. 이것이 본능일 것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거침없는 스윙
성장하는 실력

1990년대 초반 L.A 퍼블릭 골프장에서 퍼터와 피칭웨지만 2개를 들고 공놀이하는 모습은 나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 골프는 저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하는구나.’

장난치며 웃고, 심각해지며 공을 주고받고, 타수 경쟁으로 공뺏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놀이가 취미가 되고 취미가 특기가 되다보면 직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재는 100% 원심력을 이용한 스윙을 자연스럽게 한다. 그러나 어른 골퍼들은 원심력을 깨닫는데 얼마나 걸릴까. 힘 빼기 3년은 골프의 정설로 일컬어지고 있다.


셋째 날

비가 오락가락 내린다. 오전에는 쉬고 오후에 만나 9홀만 라운딩하기로 했다. 연이틀 18홀을 완주한 원재도 몸이 조금 고달픈가보다. 뒤땅을 많이 친다. 클럽 무게가 버거워 보인다. 둘째 날에 공이 잘 떠서 60야드 보냈던 기분으로, 오늘도 60야드를 보내고 싶어 한다.

“Don’t hit the ball, Just threw the ball!” 원재는 영어발음이 원어민 수준이다. 골프가 원래 서양 스포츠이므로 영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원재는 다시 원심력을 발동한다. 피니쉬가 저절로 된다. 원재는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이 문장을 기억 할 것이다.

원재 엄마는 퍼팅 자세가 참 좋다. 몸통이 흔들리지 않는다. 공을 보내고도 머리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공이 홀에 떨어지는 소리를 귀로 들으라는 팁을 아들에게 이야기 해 준다. 원재는 엄마가 하고 있는 동작을 흉내 낸다. 귀여워서 주위 사람들이 말을 건넨다. 옆 홀 아저씨들은 박수까지 쳐준다. 외국 골프장의 풍경이다.

 

그린 에티켓---------------------------------------

▲프로 선수들 게임을 보면 TV에서 그린을 정리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공자국, 스파이크 자국을 원상태로 보수해 주는 것도 매너이다.


▲상대방이 칠 공의 길을 밟거나 넘어서지 말며 되도록 공 뒤로 돌아가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공 진로 방향 앞뒤 쪽에 서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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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