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LIG넥스원서 때아닌 사외이사 관리부실 논란이 나왔다. LIG넥스원서 최근 사외이사가 갑작스레 별세했다. 지병에 의한 사망이었다. LIG넥스원은 부고 기사를 보고 알았다. 부랴부랴 사임 공시를 냈다.
LIG넥스원은 지난 20일, 정병철 사외이사가 별세해 사외이사를 중도 퇴임했다고 밝혔다. 사망원인은 평소 앓던 지병이었다. 향년 72세. 정 사외이사는 능력있는 경영인이었다. 그의 경력은 LG그룹서 쌓았다.
몰랐나?
정 사외이사는 경남 하동 출신으로 경복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69년 LG화학에 입사하면서 LG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LG반도체 관리본부 전무, LG상사 사업지원담당 부사장,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LG산전 대표이사 사장, LG CNS 대표이사 사장 등 거쳤다. 지난 1999년 LG전자 재직 시절에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는 2006년까지 LG그룹에서 경영을 맡았다.
2008년부터는 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경력을 쌓았다. 정 사외이사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전경련 국제경영원 회장, 한국광고주협회 회장,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경제연구원 부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3년에는 전경련 부회장직을 사임하고 다시 2016년 LIG넥스원의 사외이사 자리를 수락하면서 범LG가로 돌아왔다. 7년 만의 복귀였다.
하지만 이번 불의의 사망으로 LIG넥스원의 사외이사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사망 시점이 돼서야 사임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사망하고 나서 사외이사 중도 해임을 알리는 경우는 드문 상황이다.
통상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사외이사직을 내려놓거나 회사 측에서 사임을 권유하기 때문이다.
2016년 3월 재선임된 정병철 사외이사의 임기는 2019년 3월까지였다. 특히 정 사외이사의 사인이 지병에 의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정 사외이사가 제대로 활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LIG넥스원의 사외이사 시스템이 원할히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LG맨’ 정병철 전 전경련 부회장 별세
부고 나서야…사외이사 관리부실 논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사외이사제도는 대학교수, 변호사 등 일정자격 요건을 갖추고 대주주의 영향력을 받지 않은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기업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도입됐다.
사외이사제도의 도입은 주식회사 3대기관인 주주총회, 감사, 이사회 중 2개 기관에 대한 임원선임과 기능을 크게 바꾸는 결과를 낳게 된다.
특히 이제까지 기업의 주요 사항에 대한 내부의사를 결정하는 기관이었던 이사회가 새로운 형태의 외부감시기구로 완전히 독립, 설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제도다.
국내에선 ‘증권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상장회사들은 사외이사 도입이 의무화됐다.
우리나라도 1998년 4월부터 상장법인의 경우 이사수의 4분의 1 이상(최소1인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을 의무화했고, 2000년 1월부터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법인의 경우 3인 이상, 2001년 1월부터는 전체이사의 2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1년 2월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77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비중은 48.8%에 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LIG넥스원 측은 갑작스럽게 별세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동안 사외이사 역할을 제대로 해왔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정 사외이사는 “2016년 3월에 선임된 이후 2018년 7월까지 24번의 이사회가 있었는데 단 한번 빠졌다”며 “건강상의 문제로 사망한 것은 기사를 보고 알았지만 이사회 활동을 정상적으로 활동했다”고 답변했다.
정 사외이사의 건강 사항까지 체크하지는 못했지만 별세하기 전까지 사외이사의 역할을 다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취지였다.
보통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75% 기준으로 판단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2014년부터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이 낮은 사외이사의 재선임 시 75% 이상 참석하지 않은 사외이사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전에는 60%였다.
이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면 정 사외이사의 활동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LIG넥스원이 정 사외이사의 별세 시점까지 파악을 못했다는 점은 좀 의아한 대목”이라면서도 “다만 정 사외이사의 이사회 활동이 왕성했던 점에 비춰보면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은 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