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화 프로가 만난 사람>

‘5인5색’핑크하우스의 5박6일

한여름 아침에만 피는 메꽃 색채의 핑크하우스는 외벽이 온통 연 핑크색이다. 가라판 시내에서 남쪽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이곳에 정현주(전 아나운서)와 그의 친구들은 새벽에 도착해 짐을 풀고 브런치로 사이판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이판에 1주일 먼저 도착한 필자도 오늘부터 함께 합류. 한국에서 만들어온 음식을 내 몸이 먼저 고마워했다. 쾌적하고 참 넓은 204호는 복층으로 5명의 친구들과 우정을 다지기에는 충분했다. 

비치로드에 활짝 피고 지는 불꽃은 붉은 환타색이다. 잎보다 꽃이 범벅이다. 불꽃 같다 하여 불꽃이라 부른다고 어느 교민이 말해주었다. 원주민이 부르는 이름도 있는데 좀 외워지지 않는 꽃 명이라 나도 그냥 불꽃이라 부른다. 큰 창문 안으로 아침 햇살과 함께 비추어지는 불꽃을 열정의 꽃이라고 부르고 싶다. 환상이다. 바닷바람도 상큼한 향을 보태준다. 

친구들 5명 자신만의 눈으로 보고 자신만의 느낌으로 쓰기로 한다. 모두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필자에게 조목조목 전해왔다. 5인5색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MC 정현주

골프로 인해 수년 전에 만난 정 선생과의 인연은 사이판 여행을 함께함으로써 태초부터 잘 알고 지낸 사람 같다. 그의 골프 코치로 시간이 흐른 가운데 두터운 우정으로 참 배울게 많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아나운서답게 말솜씨가 아름답다. 골프 칠 때는 한 샷 한 샷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서도 즐겁고 유쾌하게 상대를 배려하면서 여유 있게 라운딩을 한다. 진정으로 골프를 사랑하는 골퍼임이 틀림없다. 골프친구가 많다는 것은 인품이 그의 몸 안에 내재되어있기 때문이다. 세상 살아가는데 구김 없는 그런 사람을 누구나 좋아한다. 


둘째 날, 줄기차게 비가 내린다. 킹피셔CC는 오늘이 축제날이다. 비, 바람, 거센 파도가 그린 가장자리를 뒤엎을 기세다. 이것 또한 자연의 에너지다. 잠시 고요해진다. 바다 물거품이 조용히 사그라든다. 킹피셔CC코스 안에는 필자 포함 5명뿐이다. 2조로 나뉘어 서로를 “파이팅!” 응원하며 자연의 혜택을 모조리 받으며 공을 날린다. 빗속을 뚫고 나가던 공은 보이질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비에 흠뻑 젖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배꼽잡고 웃는다. 홀인원 마크가 찍힌 공을 치기가 아까워 다른 공으로 바꾼다. 

홀인원의 추억에서부터
오랜 벗과의 우정까지

정현주 MC의 30년 만에 첫 홀인원이었다. 베스트 스코어 75. 요즘은 기본기를 다시 굳건히 다지는 시간으로 이기화 프로에게 사사받는다. 이 원고를 쓰기 바로 며칠 전, 필자와 이현 대표, 남영희. 소노펠리체 3번 홀. 두 달 만에 또 홀인원의 기쁨을 나눈다. 

“붙이는 것은 기술이고 들어가는 것은 운이라고 한다.”

홀인원은 붙이는 기술과 들어가는 운까지 합쳐진 종합 예술이다. 홀인원은 동반자와 함께한 울림이기도 하다. 필자도 그 해에 2회 홀인원이 있었다. 그때 기억으로 당시 가장 가깝게 우정을 나눈 벗들과 플레이할 때 일이 벌어졌다. 나의 기술 50%, 동반 친구들 50% 파동에너지가 합쳐졌다는 것을 나이 60이 되어서 알게 됐다.

구력 28년 김혜숙

파란하늘, 푸르른 바다, 파란 잔디는 김혜숙 골퍼의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고 한다. 베스트 스코어는 80이지만 공이 잘 안 될 때에는 아직도 짜증이 난다. 하지만 골프는 신사도를 지켜야 하므로 표정을 숨기고 쳐야하는 자신이 바보스러워지는 것 같다고 한다. 김혜숙 골퍼의 솔직한 고백은 많은 골퍼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대체로 골프를 시작한 것은 몇 십 년 됐지만 실질적으로 공을 친 횟수는 충분하지 않다. 골프는 그래서 달리 구력이란 표현을 쓴다. 일반적으로 프로들은 몇 톤 트럭 분량의 공을 연습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안 맞으면 안 되는 대로 잘 맞으면 잘 맞는 대로 골프코스 이 구석 저 구석 공과 함께 다니는 것도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비오는 날 한가하게 골프코스를 자유롭게 누비며 다니면서 뷰 포인트의 절벽을 배경으로 친구들과의 기념사진은 오랜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연주자 강인희

짧은 3년의 구력은 골프를 좋아하기에 충분했다. 여성이 3년 만에 95전후 스코어를 낸다면 분명 타고난 운동신경과 노력의 대가가 있었을 것이다. 잠시 갤러리 운영도 하면서 틈틈이 점토를 구어 만드는 테라코타 작업을 하고 있는 강인희 작가는 좋은 친구들과 바람, 햇살을 받으며 보드라운 잔디를 밟고 걷는 게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한다.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며 프로샵에서 산 단체복 나이키 골프치마로 갈아입고 서로의 옷맵시를 바라보며 깔깔거리며 웃었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절로 웃음이 난다. 같은 모양과 같은 컬러 치마를 한국에서도 똑같이 입고 골프모임을 한 번 더 한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종이컵이 아닌 세라믹 커피 잔에 커피향 온전히 100%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뒷조에서 비를 잠시 피하고 커피 배달 왔으니 함께 마시고 가자고 한다. 커피 잔에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갓 뽑아온 커피는 따뜻하다. 코스 안까지 정성스레 서비스를 해준 킹피셔 직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우정 그리고 삶이 듬뿍 담긴 커피 맛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핸디10 권성례

미국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골프는 클럽 멤버들과 소통하는 재미에 세월 가는 것을 잊은 체 지금 나이 64세,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당시 무료한 시간에 골프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끔씩 생각을 한다. 참 다행이다. 그때 배우기 시작한 운동은 멤버들과 골프사랑에 빠져 오늘까지 이어온 셈이다. “모든 시작은 그 이전의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 다양한 문양의 밝은 색채를 띤 까스텔바작 골프웨어가 잘 어울리는 그녀는 자전거와 쇼핑하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 

각계각층의 골프사랑
구력보단 라운딩 의미

골프를 거침없이 친다. 특별히 더 잘하려고 조이지도 않는다. 슬렁슬렁 치는 모습은 남 보기도 편하다. 어느 날 사이판 마리아나CC 우먼즈 데이 게스트로 출전해 우연찮게 이글을 기록한다. 마리아나 10번 홀 그린은 포대그린이므로 공이 낙하하는 것을 정확히 볼 수 없다. 그린에 올라가 주위를 살폈으나 보이지를 않아 없어진 줄 알았는데 운 좋게도 홀 속으로 들어가 주인이 공만 빼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글이다. 남의 잔치에 와서 그 날 ‘오늘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의사 박정희

골프를 너무 좋아하는 남편 어깨너머로 시작한 골프는 5년이 되었다. 골프의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사이판 골프 여행을 하면서 골프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더 잘치고 싶다는 희망과 욕심이 생겼다는 박정희 골퍼는 여행이 취미다. 맑은 공기와 햇빛과 구름마저도 만끽하고 싶다. 날마다 새로운 골프장의 새로운 환경을 자유롭게 누비면서 걷고 준비하고 공을 날린다. 

30대의 골프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50대가 되면 골프가 재밌어진다. 60대가 돼서야 골프의 진수를 알게 된다. 골프는 무제한의 자연공간에서 동반자들과 함께 호흡하게 되는 것이다. 핑크하우스에서 갈비, 두루치기, 김치찌개와 시원한 맥주 한 잔은 한층 여행을 고조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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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