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48>유망 상권 가이드

옛 구로공단…디지털단지가 뜬다!

구로·금천 지역 일대가 관내에 집중된 디지털단지를 등에 업고 서울지역에서 자영업자와 상가투자자에게 주목을 받는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태원 꼼데가르송길, 신사동 세로수길, 종로 삼청동길, 합정역 카페거리 등도 유망한 상권으로 꼽힌다.


‘구로·금천’투자자들이 꼽은 베스트 신흥 상권
권리금 시세 회복…주택 매매·전세가도 오름세

점포거래 전문기업 점포라인이 지난 6월 말부터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시내 신흥 상권 중 가장 크게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 응답자 340명 중 130명(37%)이 구로디지털단지역을 향후 가장 크게 발전할 상권으로 지목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다음으로 많은 선택을 받은 곳은 이태원 꼼데가르송길(76명·22%)이었다. 이어 신사동 세로수길(59명·17%), 종로 삼청동길(51명·14%), 합정역 카페거리(37명·10%) 순이었다.

‘크게 발전할 것’
37%가 구로 선택
 
이번 조사 결과는 일반 대중이나 언론들이 보는 유망지역과 실제 자영업계 종사자들이 유망하다고 보는 상권의 간극이 적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설문조사에 함께 기재된 지역들은 삼청동길, 신사동 세로수길, 합정역 카페거리, 이태원 꼼데가르송길 등 향후 2∼3년 내 서울에서도 내로라하는 상권이 될 것으로 촉망받는 곳들이다.

그러나 실제 자영업계 종사자 중 상당수는 구로디지털단지역이 가장 크게 발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자영업 종사자들이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보다 실제 지역 내 점포들의 수익이나 영업 활성도 측면을 살핀다는 관점의 차이가 발현된 것으로, 구로디지털단지역이 신흥 상권으로써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역 내 점포들의 권리금 시세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최근 구로·금천지역 소재 점포 권리금은 지난 3년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2008년 시세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 지역 점포의 권리금(3.3㎡당)은 2009년 180만491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만8332원(24.58%) 하락했다. 하지만 2010년 188만1343원으로 7만6426원(4.23%) 올랐고, 올해(7월 말 기준)는 95만7179만원(50.87%) 증가하는 등 2년 동안 상승세를 이어왔다.

아울러 올 상반기 지역별 권리금 동향을 살펴봐도 구로·금천 지역의 강세가 돋보인다. 점포라인이 발표한 올 상반기 서울 구별 점포시장 동향자료를 보면 서울 25개 구 중 권리금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금천구였다.

이 지역 권리금은 지난해 상반기 7303만원에서 1억2775만원으로 5472만원(74.93%) 올랐다. 이와 함께 구로구는 금천구에 이어 3번째로 권리금이 많이 오른 지역이었다(2위는 강북구). 지난해 상반기 8878만원에서 1억1923만원으로 3045만원(34.3%) 올랐다.

자영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구로·금천 지역 관내에 집중된 ‘디지털단지’가 활성화되면서 인근 상권 역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상가 투자자나 자영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디지털단지는 예전 공단이었던 지역이 환경개선 및 입주기업 조정을 통해 새로운 업무지구로 거듭나면서 붙여진 이름으로 주로 구로구와 금천구 일대에 집중돼 있다.

특히 IT업종의 비중이 상당해 이 업에 종사하는 인근 직장인들의 소비가 활발하고 야간영업도 활성화돼 있는 상태. 주말에도 의류브랜드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몰리고 있어 일반 오피스상권과는 달리 복합적인 성격을 보인다. 이에 따라 인근에 위치한 상권은 불경기 영향을 덜 받았고 이 소식을 접한 자영업자들의 창업 수요가 집중되면서 권리금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업체 10만개
근로자만 14만명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가투자자 역시 이 지역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상가투자자 입장에서는 임대난으로 고생하는 타 지역에 비해 세입자 구하기가 편하고 월세 수익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지역 점포들이 모두 영업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영업이 활발한 지역은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과 가산디지털단지, 대형할인마트 등 유동인구량이 많은 곳 위주다. 나머지 지역 중에서는 상가 밀집도나 소비력 등이 떨어져 투자나 창업 시 주의를 요하는 곳도 있다.

연기 나는 공장지역서 최대 IT 산업단지로 변신
상주·유동인구, 종로·여의도·강남 이어 4번째

점포라인 측은 “구로·금천 지역은 낙후됐다는 예전 이미지를 벗어나 첨단 업무지구로 거듭나고 있다”며 “아직 구내에서도 세부지역별 위상에 차이가 있는 만큼 투자하기 전에 관련 정보를 최대한 모아보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상가투자자나 자영업자들 중 상당수는 매우 기초적인 정보 수집도 하지 않은 채 소개자 말만 믿고 투자나 창업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에는 직접 현장에 가보지 않아도 지역이나 상권 현황을 실제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지도나 로드뷰 서비스가 대중화돼 있다”며 “이를 통해 실제 투자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1차로 판단할 수도 있으니 정보수집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구로공단은 어떻게 변했을까.

과거 연기 나는 공장지역에서 현재 이 지역은 중소업체 10만개 이상을 수용하는 아파트형공장 밀집지역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변신을 하고 있다. 서울 구로·가산동에 198만2000㎡ 규모로 조성됐으며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등록된 상주 근로자 수만 14만명에 이르는 서울 최대 IT 산업단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이 지역 상권이 심상치 않다. 해가 갈수록 단지에 입주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근무자 수도 10만명을 넘어서면서 3대 오피스 상권인 종로·강남·여의도에 준하는 상가·점포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권리금·보증금·임대료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상주·유동인구는 종로·여의도·강남에 이어 4번째를 차지할 만큼 늘어나고 있지만, 권리금·임대료 등은 훨씬 싸기 때문이다. 이 일대 상권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상권을 구성하는 점포들의 수준도 서울 강남 테헤란로와 비슷하다.

한 상가전문가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예전 구로공단이 있었던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있지만 지금은 여의도나 준 강남 상권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다만 아직도 상권이 형성되는 중이기 때문에 디지털단지 세부지역별 유동인구 경로를 잘 파악한 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권이 확대되고 수준도 높아지다 보니 인근 주택 시세도 상승세다. 이전까진 공장 등 혐오시설이 많고 치안이 좋지 않다는 의식이 있어 주택 시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었다.

그러나 LG전자·코오롱 등 대기업의 연구소와 IT(정보기술), 디자인 등 다양한 중소·벤처 기업이 고층의 아파트형공장에 입주하면서 생활환경이 좋아졌다. 현재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오피스텔 46㎡형은 보증금 1000만원, 임대료는 55만∼65만원 사이가 시세며 원룸은 16.5㎡형이 보증금 1000만원에 임대료가 35만원 수준이다.

아파트 전세도 오름세다. 삼성래미안과 두산위브는 69∼70㎡형이 2억2000만∼2억3000만원 선이지만 매물이 동난 상태다. 경남아파트와 한솔자이도 99㎡∼102㎡가 2억6000만∼2억8000만원이지만 매물을 찾기 어렵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팀장은 “구로·가산 등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쪽의 출퇴근 수요 덕분에 인근 광명·시흥 등의 주택시세도 덩달아 오름세”라고 분석했다.

수요가 공급 초과
‘항아리상권’ 주목

구로디지털단지와 함께 ‘항아리상권’도 주목받고 있다.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들이나 임차인이 가장 선호하는 상권은 당연 역세권이다. 역세권의 경우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 인프라 등 편의시설은 잘 되어있고 임차인의 유치가 수월하며 유동인구가 많아 희망하는 임대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세권 상가는 분양가가 높고 적지 않은 투자금액이 요구되며 업종간 경쟁도 치열하다. 또한 영업 경험이 적거나 신규 임차인을 만나면 해당 부동산의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최근 작지만 알짜 상권으로 불리는 항아리상권에서 물량이 공급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위에서 말하는 항아리상권이란 특정 지역에 상권이 한정돼 더 이상 팽창하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상권을 말한다. 다른 말로 섬상권 또는 저수지상권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물이 넘치는 항아리처럼 수요가 항상 공급을 초과한다는 뜻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은 상권이지만 임차인이나 실수요자들이 역세권만큼 선호하는 상권인 셈이다.

지금은 높은 권리금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강남 신사동의 가로수길 상권이나 흑석동 중앙대 상권처럼 ‘흙속의 진주’처럼 묻혀 있다가 입소문을 통해 부각 받는 상권들이 항아리 상권들이다.

하지만 투자를 고려할 경우 몇 가지 주의점이 있다. 항아리상권은 외부 인구에 의존하기보다는 배후세대에 의존하는 상권인 만큼 배후세대의 입주율이나 주거 선호도를 잘 따져봐야 한다. 같은 상권에 있는 상가라도 입지에 따라 향후 가치가 달라지는 만큼 인근에 집객효과가 있는 주동선상에 있는지 따져본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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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