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47>‘수익형’분양대전

물 만난 ‘임대 트로이카’…봇물 터진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가을 분양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수익형 부동산 분양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증시불안 요소로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수익형 부동산이 관심을 끄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투자패턴도 바뀌고 있는 것 역시 임대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상가·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인기 꾸준
1~2인 수요 겨냥…가을 성수기 물량 ‘풍년’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 상품을 꼽으면 당연 상가,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이 1∼2인 임대수요를 겨냥해 인기가 높다면, 수익형 부동산의 원조인 상가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는 상품이다.

“상가, 투자범위
포커스 맞춰야”

먼저 상가는 입지와 배후수요에 따라 수익률은 물론 향후 보유가치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된다. 상권이 검증된 지역이라면 안정적인 임대수익 창출에 부수적으로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특히 상가 투자의 경우 선호하는 상품으로 투자 범위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며 “수익형 부동산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임대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타깃으로 해야 하며 현장에서 주어지는 혜택보다는 개발호재가 풍부해 향후 발전가능성이 있는 지역인지 따져보고 임차인이 선호라는 입지인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업계에 따르면 이남건설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강남역 역세권에 고급 주상복합 상가인 서초 한일유앤아이(02-2052-6225) 회사보유분을 특별 분양하고 있다. 지하 2층∼지상 3층 총 5개층 88개 점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현재 브랜드 커피전문점, 음식점, 편의점, 부동산사무실 등을 비롯한 근린생활이 입점해 운영 중이다.

이번에 분양을 실시하는 점포는 총 38개로 분양가는 지하 2층∼지상 1층 기준으로 3.3㎡당 1200만∼6900만원대다. 현재 주변에서 분양중인 상가에 비해 30∼40%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해 상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이 걸어서 7분·2분 거리며 오는 2011년 신분당선 개통시 트리플 역세권이 된다. 주변에 교보타워 등 업무지역이 밀집되어 있다.

대우건설은 판교역 인근에서 푸르지오 월드마크(031-711-3200) 상가를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2층의 스트리트형 상가로 올해 10월 개통 예정인 판교역 앞에 자리 잡고 있다. 판교역세권 중심사거리 코너와 3개의 도로에 접하는 삼면 스트리트형 상가로 주변 아파트 거주자 출퇴근 유동인구가 통과하는 길목 상가의 장점도 누릴 수 있다.

테라스 상가, 대형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 금융, 전시, 판매, 클리닉 등 대형 고급 점포 입점이 가능하다. 중도금 30% 무이자 혜택도 적용된다. 입주는 2013년 6월이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은평뉴타운과 광교신도시에서도 상가가 분양 중에 있다. 구파발역과 은평뉴타운의 1·3지구를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한 에코테라스(1577-2449)는 연면적 1만5764.23㎡, 지하 4층∼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된다. 지하 1층∼지하 4층에는 23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주차전용공간이 마련된다.

상가 1∼3층에 들어서는 매장의 전용률은 1층 91%, 2∼3층 83% 등으로 구성됐으며 최고 층고는 6m다. 1층 일부 매장에는 7.2㎡, 2∼3층 전 매장에는 29㎡ 이상의 테라스를 무상 제공한다. 3층은 최대 165㎡의 테라스 면적이 포함됐다. 완공은 2012년 2월로 예정됐다.

경기 수원시 영통 광교신도시 근생 5-3블록에선 에듀프라자(031-917-9000)가 분양 중이다. 지하 3층~ 지상 5층 총 40개 점포, 연면적 7662.74㎡ 규모로 3.3㎡당 분양가는 지상 1층 기준으로 1900만∼3580만원선이다. 사업지는 광교신도시 내 교육복합시설인 에듀타운 내 있으며 신분당선 연장선 도청역이 인접한 곳이다. 시행은 믿음씨앤디, 시공은 우성개발, 자금관리는 생보부동산신탁이 맡았다. 2012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복합상가로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400-7일원 송파푸르지오시티(02-416-4400)가 분양 중에 있다. 지하 5층∼지상 15층 50개 점포, 연면적 8만5402.96㎡ 규모다. 3.3㎡당 분양가는 지하 1층 505만∼1110만원선, 지상 1층 2530만∼5234만원선, 지상 2층 1207만∼1867만원선이다.

오피스텔 4000실
생활주택 6000실

지하철 8호선 문정역과 장지역 더블역세권 상가로 KTX수서역(2014년 예정)과 수서역세권 복합개발(2018년 예정)에 따른 교통거점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제2롯데월드, 위례신도시 등 주변 초대형 개발호재들도 눈에 띈다. 시행은 한국자산신탁, 시공은 대우건설이 맡았으며 2013년 8월 준공 예정이다.

지하철과 직접 연결되는 상가들도 분양에 돌입한다.
GS건설은 서교자이 상가인 웨스트밸리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철 2호선·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과 집적 연결되며 지하 2층에 홈플러스가 입점이 확정되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1242번지에선 고고플레이스가 임대 분양 중에 있다. 일산 최초 터미널 복합쇼핑몰로 일산의 랜드마크적인 새로운 상업중심지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터미널 뿐만 아니라 지하철3호선 백석역까지 바로 연결되어 교통 접근성이 매우 우수하다. 시행은 골든핏, 시공은 현대엠코가 맡았으며 2011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상가 외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 등도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면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와 가을 주택 전세난이 맞물리면서 소형주택의 수요가 넘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정부에서도 주택 임대 사업자에게 세제혜택을 주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권 검증 지역 안정적 수익 창출
부수적으로 가치상승 가능성 높아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연말까지 서울·수도권에서 오피스텔 4000여실, 도시형 생활주택 6000여실이 분양될 예정이다. 이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하는 단지 내 상가는 성남 판교·도촌지구, 세종시 첫마을 등지에서 210개 점포가 나온다.

임대수입과 함께 시세차익도 기대한다면 도심 오피스텔이 유리하다. 주거용이나 오피스용으로 매입하려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최근 1인 창조기업 등 소형 법인이 급속도로 늘고 있어 소형 오피스 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 3월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인 기업 증가세는 두드러질 전망으로 이는 소형 오피스 임차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 경기가 별로 호전되지 않으면서 비용 절감 움직임이 커지는 것도 이유다. 소형 오피스는 오피스텔과 비교해 화장실과 주방 공간 등이 없다 보니 같은 면적이라도 사무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소형 오피스는 실당 개별 분양하는 투자상품으로 최근 1인 기업 육성 등 정부 정책과 맞물려 향후 수요가 커질 수 있다”며 “임차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도 소형 오피스가 투자재로서 갖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가 쉽지 않아 환금성이 낮고 상품 자체가 경기 혹은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전문가는 “다만 임차 수요는 많은 대신 매수 수요가 별로 없어 환금성이 낮고 아파트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며 “경기 상황에 따라 수요 변동 폭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소형 오피스에 대한 수요 확대를 겨냥해 도심을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41-4 월드코아 7층에 수익형 부동산인 오렉스빌(031-403-4334)이 분양 중에 있다. 소호인을 위한 도심형 오피스로 각종 오피스 업무를 겸할 수 있는 럭셔리 서비스 라운지를 제공하고 있다. 넓고 럭셔리한 공용시설을 완비했으며 복층형 구조로 넓은 실내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게다가 각 호실에 주방, TV, 냉장고, 드럼세탁기, 쿡탑 등이 있어 풀옵션으로 제공이 된다. 4호선 중앙역·신안산선 환승역 등 교통편이 우수하며, 서울예술대학·한양대·안산공과대학 등 대학가 수요도 풍부하다.

신우R&D건설은 1·5호선 환승역세권인 신길역 초역세권 도시형 생활주택(70세대), 오피스텔(22실)로 구성된 수익형 부동산 여의도의 아침(02-833-5156)을 분양 중이다. 1·5호선 환승역세권과 30m거리에 있고, 바로 앞 17개 노선의 버스가 다니는 버스정류장, 여의도까지 걸어서 불과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학가 수요도 있다.
일성건설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경원대 근처에 도시형 생활주택 일성오퍼스원(1577-1251)을 분양하고 있다. 전용면적 15∼32㎡의 149채로 이뤄졌으며 지하 1층∼지상 2층엔 다양한 편의시설과 함께 휴식공간으로 쓰일 정원도 마련된다. 분당선 경원대역이 인접해 있으며 경원대·동서울대·을지대·신구대·한국폴리텍1대 등 대학가가 형성되어 있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52번지에선 도시형 생활주택 파크스퀘어(032-329-9517)가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8∼10층 도시형 생활주택 1차 138세대, 6∼7층 2차 92세대 총 230세대를 공급 예정에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수요 변동폭 크다”

사업지가 위치한 부천은 서울과 인접하며, 2012년 7호선 개통 예정으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 도시다. 그중에서도 부천 중동 신도시의 중심 인프라를 갖춘 소형 임대 건물의 경우 공실률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수요가 많다. 파크스퀘어는 부천시청과 3만8000여평의 중앙공원 바로 옆에 인접해 최고의 조망권을 확보함은 물론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과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가 5분에서 10분 정도의 도보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2012년 3월 입주 예정이다.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주변에선 이대역 마에스트로가 분양 예정에 있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단지로 전용면적 12∼13㎡의 54채로 이뤄졌다. GS건설도 하반기에 대현동 이화여대 근처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92채와 오피스텔 166실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10∼11월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신촌역 푸르지오시티(342실)를 준비 중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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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