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건국대 사태’ 검찰 책임론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6.04 10:09:41
  • 호수 1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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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무서워 발 빼기 바빴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제2의 건국대 사태’를 두고 검찰 책임론이 급부상했다. 2014년 김경희 전 이사장은 법인 자금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으며, 대법원서 집행 유예가 선고됐다. 당시 검찰의 배려(?)로 수사가 용부사미가 됐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이 배경에 김 전 이사장 시절 석좌교수로 임용된 법조계 거물들이 뒷배 노릇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제2의 건국대 사태가 불거지면서 김 전 이사장을 둘러싼 법조계 거물들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4월26일. 학교법인의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은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업무상 횡령,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이사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검찰 거물들
석좌교수로

김 전 이사장은 법인재산인 스타시티 펜트하우스를 무상으로 사용함으로써 약 11억4000만원을 법인에 부담시켰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판공비·해외출장비 등 3억6500만원의 법인 자금을 개인여행 경비나 딸의 대출원리금 변제 등에 사용한 혐의도 있다. 법인 소유의 골프장 사용료 6100만원을 면제받은 혐의 역시 불거졌다.

당시 건국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유현경 여사 측은 교육부에 건국대 특별감사를 신청했다. 교육부는 김 전 이사장을 총 27가지의 불법행위를 한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유 여사는 건국대 설립자 상허(常虛) 유석창 박사의 셋째 딸이며 김 전 이사장의 시누이다. 

그런데 유 여사 측은 당시 동부지검이 김 전 이사장 수사를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유 여사는 “최근 김 전 이사장을 수사했던 관계자로부터 ‘법인 계좌를 들여다보기 위해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윗선서 묵살당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재판 과정서 김 전 이사장에게 골프 접대를 받았던 동행인들을 익명 처리하기 위해 공소장을 변경하는 이례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과연 유 여사 측은 어떤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걸까. 우선 제2의 건국대 사태로 불거진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본지 1167호 ‘건국대 7000억원 증발 공방전’ 참고)다. 문제의 요지는 김 전 이사장 시절 건국대가 ‘학교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에 따라 금융기관에 예치, 보존해야 할 임대보증금 수천억원을 임의대로 사용했다는 것. 

4년 전 김경희 전 이사장 수사 용두사미
당시 제대로 했다면…“현 상황 없었다”

그동안 임대보증금 사용으로 인한 재정 위험 경고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 문제는 김 전 이사장을 수사할 당시 수습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동부지검이 학교법인계좌를 압수수색하지 않아 임대보증금 문제는 그대로 묻혔다. 

당시 검찰 내부와 유 여사 측은 지속적으로 법인 계좌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이와 관련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특수 사건서 법인계좌를 보지 않은 것은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입 모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동부지검 형사6부(일선 지검에선 통사 형사6부를 특수부라고 칭한다)서 진행한 특수 사건”이라며 “법인계좌를 들여다보는 것은 특수 수사의 ABC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걸 하지 않았다는 것은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동부지검 수사팀의 김 전 이사장 공소장 변경도 ‘검찰이 사건을 축소했다’라는 비판을 받기 충분했다. 지난 2015년 10월26일 서울동부지법형사합의 11부 심리로 열린 김 전 이사장 결심공판서 검찰은 김 전 이사장 공소장에 기재된 골프장 무료 라운딩 동행인의 이름을 익명으로 바꾸겠다며 공소장 변경신청을 했다. 

김 전 이사장은 정·관계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골프 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수사 전 영입
인맥 풀가동?

동부지검의 뒤늦은 공소장 변경을 두고 김 전 이사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정·관계 유력 인사를 감싸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검찰 출신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 김학용·김도읍·주호영 당시 새누리당(현재 자유한국당) 의원 및 국가정보원·교육부 고위 관료들에게 골프 접대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이상한 일’이라고 입 모았다. 통상적으로 공소장 변경은 공소를 유지하기 위해 혐의 사실을 변경하거나 적용 법조를 변경하는 경우에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동부지검 수사팀이 공소장 변경으로 범죄행위에 관련된 관계자의 이름을 덮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시 김 전 이사장을 직접 수사한 검사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현재 변호사 개업을 한 O 변호사는 “(내가)직접 수사와 공판 항소심을 다 했다. 할 만큼 했다. 당시 수사 관련해서 추가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동부지검이 석연치 않은 눈초리를 받으면서까지 김 전 이사장을 배려(?)한 이유는 뭘까. 당시 김 전 이사장 수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윗선서 눌렀다. 김 전 이사장 시절 석좌교수로 임용된 법조계 거물들이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복수의 건국대 관계자와 검찰 내부에선 당시 수사 외압이 없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정관법조계 출신 고위인사 임용
우연의 일치? 혹시 연관성 있나

‘말도 안 된다’라고 강력히 주장한 이유는 뭘까. 당시 김 전 이사장 주변 인맥을 보면 이런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시 검찰 수사를 대비해 김 전 이사장이 정치권과 법조계 인맥을 풀가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이사장은 김앤장, 태평양, 율촌, 세종 등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을 선임했다. 특히 건국대 석좌교수로 임용된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계 거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건국대는 안대희(전 대법관)·박희태(전 국회의장)·조영곤(전 서울중앙지검장)·박영수(전 서울고검장) 등을 석좌교수로 임용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특수통 검사들에게 ‘대부’격으로 불린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1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만 25살에 최연소 검사가 됐다. 검찰 입문 이후 부산지검 특수부장과 대검 중수1, 3과장, 서울지검 특수1, 2, 3부장을 역임하는 등 ‘정통 특수통’이었다. 부산고검장, 서울고검장, 대법관 등을 지낸 인물로 법조계 거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안 전 대법관은 김 전 이사장과 누이동생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복수의 건국대 관계자들은 “김 전 이사장이 사석서 안 전 대법관을 ‘대희야’라고 불렀다. 안 전 대법관도 김 전 이사장을 ‘누나’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시작 그럴 듯
끝은 흐지부지

실제로 안 전 대법관은 건국대 법학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김 전 이사장의 골프 접대 리스트에도 등장했다. 김 전 이사장 공소장의 범죄알림표에 따르면 현직 대법관으로 재직하고 있던 2011년 9월 건국대 골프장서 골프를 쳤다.

2012년 7월 대법관서 물러난 지 8개월 만에 건국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한 달 뒤인 2013년 4월20일 김 전 이사장과 골프를 친 것. 리스트에 ‘동반자’로 표기돼있다. 

또 당시 건국대 동부지검 수사팀에 있었던 C검사와 김 전 이사장 수사 직전까지 동부지검 차장검사로 있었던 L검사는 안 전 대법관 로펌인 법무법인 ‘평안’서 함께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박희태 전 의장은 정치 검사들의 롤모델이다. 1958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으며, 제13회 사법고시 시험에 합격해 오랫동안 검사로 재직했다. 당시 검찰의 주요 요직을 거치며, 5년 가까이 검사장 생활을 했다. 이후 정치에 입문해 6선 국회의원으로 국회의장(2010년 6월∼2012년 2월)까지 지냈다. 


박 전 의장 역시 건국대 석좌교수였으며, 김 전 이사장과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의장은 총 4차례 김 전 이사장과 골프를 쳤다. 골프친 시기를 보면 국회의장에 선출되기 전(2010년 3월)과 후(2011년 9월)에 각각 1번씩이다.

법인계좌 보지 않고
결심 때 공소장 변경

특히 김 전 이사장은 박 전 의장이 국회의장으로 임명된 직후인 2010년 7월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서 만찬을 함께했다. 이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명된 후에 두 차례(2013년 4월과 10월) 김 전 이사장과 골프를 쳤다.

건국대 내부서 당시 박 전 의장의 석좌교수 임용은 큰 논란이었다. ‘돈봉투 사건’으로 그가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박 전 의장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서 고승덕 의원에게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돌린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12년 2월 국회의장직을 중도사퇴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게다가 박 전 국회의장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9월 한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했다가 1심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건국대는 지난 2015년 3월 박 전 의장의 로스쿨 석좌교수 재임용을 강행했다. 

총학생회 등 학내 반발에 부딪혔고, 궁지에 몰린 박 전 의장이 재위촉을 사양하면서 석좌교수 재임용은 철회됐다. 

2014년 3월 김 전 이사장은 갖은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그런데 이때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영수 특별검사(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를 석좌교수로 임용했다. 조 전 지검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 직원의 체포와 압수수색을 저지해 ‘수사 외압’ 논란의 장본인이었다. 

선배들 앞서 
꼬리 내렸나

이 때문에 당시 정관계 출신 고위인사를 석좌교수로 채용해 자신의 인맥으로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김 전 이사장의 비리로 2014년 촉발된 건국대 사태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그로부터 4년 뒤 제2의 건국대 사태가 불거질 조짐이다. 

건국대 비대위 측은 “과거 검찰이 건국대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가 더욱 망가졌다”며 “제2의 건국대 사태의 원죄는 검찰에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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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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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