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43> 8·18 대책 해부

‘전월세 안정’ 3번째 야심작 먹힐까


정부가 또 다시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 올해 들어서만 6번째 정책이며, 전월세 대책으로는 3번째다. 이번엔 과연 ‘약발’이 먹힐까. 8·18 전월세 대책을 해부해봤다.

세제지원 요건 완화 등 파격적인 혜택 부여
공급 늘리고 시장 활성화 ‘일석이조’기대

정부는 앞으로 다가올 가을철 이사수요와 재정비 이주수요 증가, 전세선호 현상 등으로 전월세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는 등 시장불안 우려가 나타남에 따라 서민 주거불안을 해소하고 전월세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전월세 안정대책을 지난 8월18일 확정·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13일과 2월11일에 이은 세 번째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으로 민간의 여유자금을 끌어들여 민간에서 전세 물량 공급을 더 늘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8·18 전월세 대책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2차 기존 대책서
더 나아간 내용없다”

하반기 전월세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추가대책 마련으로 수도권 매입임대사업의 세제지원 요건을 현행 3호에서 1호 이상 임대하는 경우로 완화, 임대주택사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또 주거용 오피스텔도 임대주택으로 등록 가능토록 해 임대주택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을 늘리고 LH공사에서 민간이 신축한 다세대주택 2만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추가 공급한다.

위의 대책과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1·2차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에서 기존 대책과 더 나아간 내용이 별로 없고 지금의 세제혜택은 공급량을 늘리기보다 등록절차의 변화로 달라질 뿐이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이 국토부에 도입을 요청한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 상승률을 연간 5% 이하로 유지하는 임대사업자에게 소득세 및 재산세를 인하하는 방안이지만 이번 안에는 빠졌다.

한 세무전문가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효과보단 1가구 2주택 중과세가 완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이번 같은 감세 혜택은 기존의 다주택 보유자들에겐 희소식으로 임대사업자로 정식 등록하는 사람은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새로운 임대주택 희망자들의 부동산 구입 동기를 자극할 순 있어도 부동산 시장 회복과 가격 상승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세무전문가는 정부의 주거용 오피스텔 확대 방안에 대해 “오피스텔의 경우 이미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만 세금 문제로 주거용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피스텔도 임대주택으로 등록 가능토록 해 임대주택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면 지금보다 오피스텔 거래가 활발해 지는 것에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매매의 경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거나 떨어지면 구입을 미루거나 포기해도 되지만 전월세의 경우는 매매와 달리 꼭 사야 하는 생필품과 같아 수요를 조정하기 어렵다”며 “때문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은 맞다. 다만 지금 정책들로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미 월세 시장은 차고 넘친다. 이번에 감세 혜택을 주는 임대사업자나 오피스텔의 경우 대부분 월세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정책이 실질적인 전세 값 안정에 도움이 되진 못 할 것”이라며 “현재 소형평형에만 감세 혜택을 주고 있는데 최소 106㎡(32평) 이상은 돼야 월세가 아닌 전세로 넘어가기 때문에 혜택을 주는 평형 규제를 없애는 것이 좋다. 또 월세가 아닌 전세를 놓는 임대사업자들에게 또 다른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보다 현실적인 효과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정부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들썩이는 전세시장을 잡겠다며 올해 들어 세 번째 전월세 대책을 내놨는데도 부동산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8·18 전월세 안정방안은 수도권 임대주택사업자에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해 전월세 주택 공급을 늘리고 거래시장도 활성화하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지만 시장 침체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뭘 알고나 하는거야”
현장 반응 ‘시큰둥’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8·18 대책이 발표된 이후 수일이 지나도록 임대주택사업에 새로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취득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도권 임대주택사업자 요건을 종전 3가구 임대에서 1가구 임대로 대폭 완화하고 본인 거주 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를 허용함으로써 가을 전세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시작부터 벽에 부딪힌 모습이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부동산 관계자는 “정부 대책에 대한 문의가 전혀 없다”며 “매매시장이 죽어서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더구나 대출 규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서민들은 더욱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이번 전월세 대책이 발표된 지난 8월18일 시중은행들이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수요자 심리가 더욱 얼어붙었다는 전언이다. 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경고로 실수요자를 상대로 대출을 재개하기는 했지만 위축된 심리가 쉽게 살아나지는 않는 모습이다.

‘증시 폭락, 대출 중단…’ 별다른 호응 얻지 못해
"정부 정책 믿지 않으니 관심 보이는 사람 없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 종사자도 “정부 정책을 믿지 않으니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며 “민간 임대사업도 이익이 나야 하는 것이지 지금은 전망이 어두워 세제지원을 해준다고 선뜻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간 임대주택사업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자의 최우선 고려사항은 가격 상승으로 인한 투자 수익이지 임대 소득이나 세제 혜택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불안 사태로 연일 증시가 폭락하는 바람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전반적인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마저도 반응이 신통찮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시세가 전주 대비 0.01% 떨어져 4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만 따지면 -0.08%라는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는 일주일 동안 0.31%나 떨어져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개포지구 인근의 중개업자는 “재건축은 투자자 중심의 부동산이라 미국발 금융사태의 영향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일부 단지는 7월 말 실거래가에 비해 1000만∼3000만원 정도 조정됐다”며 “아직 임대사업 세제 지원에 관해 묻는 손님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남권은 이번 대책으로 임대주택사업을 하면 세제혜택을 누릴 다주택자가 많고 늘 투자 수요가 대기하는 곳이라 잠재적인 수요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대표는 “8·18 대책이 강남에는 호재가 된다. 중과세 폐지나 마찬가지여서 상당한 호재이기는 한데 미국발 신용위기로 당장 반응은 없다”며 “앞으로 시장이 안정되고 매수심리가 살아날 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보다 가격은 좀 더 저렴하면서 학군 수요가 탄탄한 양천구 목동의 경우에는 실제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한 세제 혜택이 얼마나 될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다주택자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목동의 부동산 관계자는 “1가구 2주택자를 중심으로 전화 문의가 많이 온다. 세금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에 관한 질문을 해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장 안정되면
대책 효과 나타날 것”


수도권에서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임대주택은 전용면적 149㎡ 이하, 취득가액 6억원 이하로 정해져 있어 4억원대 중반에서 5억원에 이르는 목동 일대의 70∼90㎡ 크기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해볼까 고민하는 수요자들이 문의를 해온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경기도 용인과 고양 등에 광역 급행버스 노선을 확충키로 한 데 대해서도 해당 지역에서는 미분양 해소 기대감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다.

용인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광역버스가 생기면 강남까지 20분이면 가니까 문의가 조금씩 들어온다”며 “원래 용인시에서 추진하던 사업인데 광역버스망의 소관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직접 힘을 실어줬으니 거의 확정이 될 것으로 본다. 버스가 신설될 때 본격적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전월세 대책으로 나홀로 호황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부동산 분양시장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사업자의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대상에 오피스텔을 포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집을 한 채만 더 사면 임대사업자로 등록 후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에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금액 부담이 크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보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을 임대상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가구 이상만 임대를 해도 취득세는 전용면적 기준 60㎡ 이하는 면제되고 60∼149㎡는 25% 감면받는다. 재산세는 40㎡ 이하는 면제되고 40∼60㎡는 50% 감면, 60∼85㎡는 25% 감면된다. 여기에 양도세를 일반세율(9∼35%)로 적용받고 종합부동산세에도 합산배제 된다.

특히 지금까지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쓰더라도 주택이 아닌 업무시설로 분류됐기 때문에 임대해도 주택임대사업자로는 등록할 수 없고 세제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오피스텔 보유자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 재산세 등의 세금을 지금보다 절반 이상 줄일 수 있게 돼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형생활주택도 주택법상 주택으로 간주돼 주택 보유자가 도시형 생활주택을 사들이면 다주택자로 분류돼 매매에 제한이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도시형 생활주택 선호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그동안 양도세 부담 때문에 추가로 주택 구매를 꺼리는 1가구 1주택자가 많았다. 이번 정책 이후로는 다주택자가 되더라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기존 주택에 양도세 비과세가 적용, 매매 동기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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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