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부부 자살사건 전말

‘죽어서도 복수하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30대 부부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부부가 성폭행 사건을 겪었다는 것이다. 한 폭력조직 조직원이 아내를 성폭행하고 폭행했다. 하지만 그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억울함을 참지 못한 부부는 ‘죽어서도 복수하겠다’는 유서만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성폭행 피해로 법정 싸움을 벌이던 30대 부부가 “죽어서도 복수하겠다”는 원망 섞인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유서 쓰고 자살

지난 3일 오전 0시28분쯤 전북 무주의 한 캠핑장 카라반서 A(38)씨와 아내 B(34)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B씨는 2일 오후 11시29분쯤 ‘차는 ○○에 있고 차 안에 유서와 영정 사진이 있다’는 문자를 가족들에게 보냈고, 이를 본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B씨는 숨졌고, 중태에 빠졌던 A씨마저 4일 오전 끝내 사망했다. 당시 현장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과 빈 소주병 등이 발견됐다. 

유족에 따르면 A씨 부부가 편지지에 기록한 유서는 모두 13장이다. A씨가 두 딸 앞으로 남긴 유서 2장, B씨가 양쪽 부모에게 쓴 유서 3장, 두 사람 이름으로 된 유서 4장 등이다. 나머지 유서 4장은 이들이 동반 자살하기 일주일 전쯤 A씨 혼자 본인 승용차 안에서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며 변호사에게 남긴 유서라고 한다. 


남편 A씨는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장모님께’라는 제목의 유서에서 “이 부족하고 못난 아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세상에서 가장 큰 불효를 저지르려 합니다”라고 썼다.

딸들에게는 “마음속 깊은 곳부터 우리 딸들을 아끼고 사랑했단다. 결코 (우리 죽음은) 너희들 잘못이 아니란다. 단지 아빠, 엄마가 어른 문제가 있는데 이제는 힘이 들고 너무 지쳐서 이 길을 택했단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유서 말미에 “너(C씨)는 내가 지금 내 성질을 못 이겨서 이런 선택을 하지만 죽어서라도 끝까지 복수할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라는 ‘추신(PS)’을 덧붙이며 C씨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A씨 부부는 두 사람 공동명의로 남긴 유서 4장에는 대부분 가족과 지인들에게 아직 미성년자인 두 딸을 부탁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B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에 쓴 유서에는 C씨에 대한 원망과 저주가 적나라하게 담겼다. B씨는 유서에서 C씨를 ‘무언의 살인자’ ‘가정 파탄자’라고 불렀다. 

그리고 “당신의 간사한 세치 혀가 죄 없는 예쁜 사춘기의 두 소녀를 한순간 고아로 만들었으며 여러 사람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했으니 그 죄는 어떠한 것으로도 갚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B씨는 “지난 일 년간 밤마다 우리 두 사람은 악몽에 시달려야 했고 사람들 앞에서 웃고 있어도, 살고 있어도, 웃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닌 지옥 불구덩이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피고인(C씨) 당신은 지금처럼 추잡하고 비굴하고 구차하게 그렇게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남은 평생을 우리가 보낸 일 년 지옥보다 천 배 만 배 더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야 한다”고 저주했다. 

그는 “제 마지막 이 글이 피고인 ○○○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든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가는 길에라도 속 시원하게 하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변호사에게 신신당부했다.   

조폭, 친구 출장간 사이 아내 성폭행
합의된 성관계? 수차례 정신과 치료

경찰에 따르면 충남 논산의 한 폭력조직 조직원인 C씨는 지난해 4월 A씨가 해외출장을 떠난 사이 B씨를 유인해 성폭행하고, 지인들을 협박하고 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검찰은 C씨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C씨의 폭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남녀관계로 발전해 성관계를 맺었다는 피고인 진술내용을 수긍할만하다”고 판시했다. 

C씨는 남편 A씨와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로 지낸 사이로 확인됐다. C씨는 앞서 2013년 7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2014년 4월 출소했다고 한다. 

법원에 따르면 C씨는 지난해 4월14일 오후 11시43분부터 이튿날 오전 1시6분 사이에 충남 계룡시 한 무인모텔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과 자녀들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해 B씨를 한 차례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B씨는 경찰에서 “4월10일 밤 C씨를 만나 폭행과 협박을 당한 후 며칠간 협박당하다 강간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C씨는 군 판사 출신인 경기 수원 소재 법무법인 변호사와 논산지역 변호사 등 2명을 선임했다. 

유족들은 “상식적으로 남편 친구와 합의된 성관계라면 부인이 남편에게 자발적으로 털어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입증할 수 없지만 가해자 측이 변호사 수임 비용 등으로 수억 원을 썼다고 한다. 돈 없고 연줄이 없어 당한 것 같다.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지법 논산지원 관계자는 “부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당시 판결도 상당히 고심 끝에 내려진 것으로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인사이동된 상태”라고 말했다. 


C씨의 변호인 측도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C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A씨 부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유족은 A씨 부부가 C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씨의 성폭행 혐의가 무죄로 판결나자 A씨 부부는 심한 충격과 절망감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유전무죄 판결에 대한 억울함을 견디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B씨는 수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수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아내 B씨는 지난달 26일에도 본인의 사진과 유서를 차량에 싣고 나가 음독을 시도했다가 남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의 추적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A씨 부부는 1심 판결 이후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며 “유서 내용이 성폭행 가해자에게 전달돼야 속이 시원하겠다는 글도 있었다”고 말했다.

성폭행은 무죄?


경찰 관계자는 “사건 이후 B씨의 정신적 충격이 커 성폭력피해지원센터에 연계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 진술 등을 바탕으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유족 요구에 따라 부검을 하지 않고 시신을 유족에 인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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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