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41>세제개편안 효과

또 촉매제…약발 먹힐까 ‘기대반 우려반’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폭 완화 또는 폐지안이 담길 전망된다. 양도세에 대한 궁금증과 세제개편안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알아봤다.

‘오락가락’다주택 양도세 중과 폐지안 급물살
야당 반발과 총선·대선 등 정치적 변수 주목

정부가 이번 달 내놓을 예정인 세제개편안의 부동산 관련 핵심 세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폭 완화 또는 폐지 기조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부처 장관이 ‘징벌적 과세’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고, 전·월세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에도 여전히 고유가 지속과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라 물가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소비자물가 비중이 큰 주택의 임대료의 안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부는 참여정부가 2005년 도입한 양도세 중과제도를 완화하거나 영구 폐지할 방침으로,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임대소득 과세와 전·월세 소득공제 등도 완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5월 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을 폐지하고 취득세 인하를 추진한데 이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의 폐지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 대책으로 내놓은 세제들이 차례차례 정리되고 있는 셈이다.

양도세 중과세는 참여정부 때인 2005년 3주택에 대해서 중과(60%)한 데 이어 2007년엔 중과대상을 비사업용 토지(60%)와 2주택(50%)으로 확대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중과 완화를 시작으로 2009년 미분양·신축주택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감면 등 완화 기조가 이어졌다.

2009년 4월 양도세 중과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이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2년 한시 유예로 통과됐으며 지난해에서 2012년까지 2년 추가 유예됐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다시 완화 또는 폐지 법안을 제출할 방침으로 양도세 중과는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전 정부 투기대책
하나하나씩 정리

양도세 중과에 대해서는 고가의 1주택 보유자는 9억원까지는 양도차익이 생겨도 비과세되지만, 저가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면 중과되는 모순과 양도세 부담으로 실수요 중심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호가만 높아지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의 강력한 반대가 예상되고 있어 양도세 중과 폐지가 정부의 원안대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안의 시기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뜩이나 정치권의 법인세·소득세 추가 감세 철회 주장과 맞서고 있는 정부는 논란거리가 더 생기는 것이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야당이 부동산 거품 축소를 위해서는 양도세 중과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올해 양도세 중과세 제도 폐지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에 따라 휘둘릴 수도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고민스럽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양도세 중과세 제도 폐지를 추진할 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 서 있지 않다. 원칙적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우세하지만, 올해 세법 개정에서 이를 다룰 필요가 있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는 2012년까지 양도세 중과 제도가 한시적으로 유예되면서 실제로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매매심리 살려 주택거래 활성화
단기적으론 매물 쏟아져 집값 하락 부채질

올해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세제개편안에 반영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의 여유자금이 주택시장으로 들어오면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동시에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전·월세 시장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주택거래를 옥죄는 대표적 규제로 지목돼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의 폐지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녹이는 기폭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발표할 예정인 세제개편안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완전폐지와 장기보유특별공제 4년 만의 부활 등 다주택자 세제완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장기적으로는 거래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다주택자들이 한꺼번에 매물을 내놓을 경우 집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잇달아 내놓은 방안들
오히려 거래 더 줄어

비관론의 중심에는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삼기에는 이미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 2년 전 당시 폐지 방안이 처음 나왔을 때 현실화됐다면 당장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가 컸겠지만 보금자리주택 등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게 떨어진 데다 주요 대책들이 정치권에서 번번이 흐지부지된 상황에서 시장에 약발이 먹힐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올 들어 정부는 여러 차례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때마다 기대감은 커졌지만 시장에서는 거래가 더 줄고 집값 하락폭은 더 커져 반대로 흘러갔다. 분양가상한제 등 발표만 하고 실망감만 키운 내용이 적지 않은 데다 5·1대책 중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했지만 되레 거래는 줄고 집값이 더 떨어진 게 대표적이다. 엇박자 정책이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동안 징벌적 과세로 집을 못 팔았던 다주택자들이 이제야 팔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매물을 쏟아내면 주택시장 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며 “내년 말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 상황에서도 매수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거주 요건 폐지 후 매물이 늘어난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장기적으로는 매매심리를 살리는 순기능으로 작용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더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발표시점도 실제 시행시기보다 한 달 이상 앞선 데다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 뭐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쪽에서 묶고 한쪽에선 풀고
‘엇박자 정책’부터 개선해야”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지속되고 있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한다고 해서 거래가 살아나길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한쪽에서는 규제를 풀고 한쪽에서는 묶는 엇박자 정책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2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시 세금은 얼마나 줄까.

서울 강남과 강북에 각각 아파트를 한 채씩 소유한 허창(40)씨는 3년 보유한 강북 아파트를 최근 매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2008년 구입한 강북 아파트를 팔 경우 1억원 정도의 양도차익이 생기는데 현재 세율과 공제 항목을 적용하면 2110여만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부활하면 세금 부담액은 350여만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일반 부동산에 적용되는 3% 수준에서 부활한다고 가정하면 주택 여러 채를 갖고 있다가 팔아 차익을 얻는 이들의 세금부담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상한제 폐지도 관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이외에도 하반기 주택시장의 향배를 가를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또는 폐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이 대표적인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각종 규제완화 대책들이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 심의될 예정에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월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도 완화되고 여기에 이사철로 접어드는 계절적인 성수기로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취득세 감면 종료시점도 3개월 정도 앞두고 계절수요와 절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최근 강남권 중심으로 재건축시장 바닥 기대감과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주요 매매수요로의 전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내달 주택시장에서 각종 호재들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추세가 바뀌는 변곡점이 되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물량과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9월부터 각종 규제완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올해에는 특히 9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들이 나올 것으로 보여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고 금리상승 기조 등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유동성도 한계가 있어 보이고 규제완화 등 호재가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로의 변화를 주도할 만한 강력한 변수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이 멈추고 전세가율은 꾸준히 상승하는 등 수치상으로는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거래가 급매물 위주로 이뤄지고 급매물이 빠지면서 관망세로 돌아서는 등의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회복을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상황 위기에 따른 불안과 물가 및 금리 인상 요인 등이 상존해 전세에 눌러앉아 있는 매수대기수요가 본격적으로 매매시장으로 뛰어들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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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