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41>세제개편안 효과

또 촉매제…약발 먹힐까 ‘기대반 우려반’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폭 완화 또는 폐지안이 담길 전망된다. 양도세에 대한 궁금증과 세제개편안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알아봤다.

‘오락가락’다주택 양도세 중과 폐지안 급물살
야당 반발과 총선·대선 등 정치적 변수 주목

정부가 이번 달 내놓을 예정인 세제개편안의 부동산 관련 핵심 세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폭 완화 또는 폐지 기조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부처 장관이 ‘징벌적 과세’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고, 전·월세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에도 여전히 고유가 지속과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라 물가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소비자물가 비중이 큰 주택의 임대료의 안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부는 참여정부가 2005년 도입한 양도세 중과제도를 완화하거나 영구 폐지할 방침으로,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임대소득 과세와 전·월세 소득공제 등도 완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5월 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을 폐지하고 취득세 인하를 추진한데 이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의 폐지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 대책으로 내놓은 세제들이 차례차례 정리되고 있는 셈이다.

양도세 중과세는 참여정부 때인 2005년 3주택에 대해서 중과(60%)한 데 이어 2007년엔 중과대상을 비사업용 토지(60%)와 2주택(50%)으로 확대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중과 완화를 시작으로 2009년 미분양·신축주택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감면 등 완화 기조가 이어졌다.

2009년 4월 양도세 중과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이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2년 한시 유예로 통과됐으며 지난해에서 2012년까지 2년 추가 유예됐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다시 완화 또는 폐지 법안을 제출할 방침으로 양도세 중과는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전 정부 투기대책
하나하나씩 정리

양도세 중과에 대해서는 고가의 1주택 보유자는 9억원까지는 양도차익이 생겨도 비과세되지만, 저가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면 중과되는 모순과 양도세 부담으로 실수요 중심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호가만 높아지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의 강력한 반대가 예상되고 있어 양도세 중과 폐지가 정부의 원안대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안의 시기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뜩이나 정치권의 법인세·소득세 추가 감세 철회 주장과 맞서고 있는 정부는 논란거리가 더 생기는 것이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야당이 부동산 거품 축소를 위해서는 양도세 중과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올해 양도세 중과세 제도 폐지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에 따라 휘둘릴 수도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고민스럽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양도세 중과세 제도 폐지를 추진할 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 서 있지 않다. 원칙적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우세하지만, 올해 세법 개정에서 이를 다룰 필요가 있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는 2012년까지 양도세 중과 제도가 한시적으로 유예되면서 실제로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매매심리 살려 주택거래 활성화
단기적으론 매물 쏟아져 집값 하락 부채질

올해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세제개편안에 반영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의 여유자금이 주택시장으로 들어오면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동시에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전·월세 시장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주택거래를 옥죄는 대표적 규제로 지목돼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의 폐지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녹이는 기폭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발표할 예정인 세제개편안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완전폐지와 장기보유특별공제 4년 만의 부활 등 다주택자 세제완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장기적으로는 거래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다주택자들이 한꺼번에 매물을 내놓을 경우 집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잇달아 내놓은 방안들
오히려 거래 더 줄어

비관론의 중심에는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삼기에는 이미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 2년 전 당시 폐지 방안이 처음 나왔을 때 현실화됐다면 당장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가 컸겠지만 보금자리주택 등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게 떨어진 데다 주요 대책들이 정치권에서 번번이 흐지부지된 상황에서 시장에 약발이 먹힐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올 들어 정부는 여러 차례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때마다 기대감은 커졌지만 시장에서는 거래가 더 줄고 집값 하락폭은 더 커져 반대로 흘러갔다. 분양가상한제 등 발표만 하고 실망감만 키운 내용이 적지 않은 데다 5·1대책 중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했지만 되레 거래는 줄고 집값이 더 떨어진 게 대표적이다. 엇박자 정책이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동안 징벌적 과세로 집을 못 팔았던 다주택자들이 이제야 팔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매물을 쏟아내면 주택시장 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며 “내년 말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 상황에서도 매수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거주 요건 폐지 후 매물이 늘어난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장기적으로는 매매심리를 살리는 순기능으로 작용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더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발표시점도 실제 시행시기보다 한 달 이상 앞선 데다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 뭐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쪽에서 묶고 한쪽에선 풀고
‘엇박자 정책’부터 개선해야”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지속되고 있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한다고 해서 거래가 살아나길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한쪽에서는 규제를 풀고 한쪽에서는 묶는 엇박자 정책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2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시 세금은 얼마나 줄까.

서울 강남과 강북에 각각 아파트를 한 채씩 소유한 허창(40)씨는 3년 보유한 강북 아파트를 최근 매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2008년 구입한 강북 아파트를 팔 경우 1억원 정도의 양도차익이 생기는데 현재 세율과 공제 항목을 적용하면 2110여만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부활하면 세금 부담액은 350여만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일반 부동산에 적용되는 3% 수준에서 부활한다고 가정하면 주택 여러 채를 갖고 있다가 팔아 차익을 얻는 이들의 세금부담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상한제 폐지도 관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이외에도 하반기 주택시장의 향배를 가를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또는 폐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이 대표적인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각종 규제완화 대책들이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 심의될 예정에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월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도 완화되고 여기에 이사철로 접어드는 계절적인 성수기로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취득세 감면 종료시점도 3개월 정도 앞두고 계절수요와 절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최근 강남권 중심으로 재건축시장 바닥 기대감과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주요 매매수요로의 전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내달 주택시장에서 각종 호재들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추세가 바뀌는 변곡점이 되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물량과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9월부터 각종 규제완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올해에는 특히 9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들이 나올 것으로 보여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고 금리상승 기조 등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유동성도 한계가 있어 보이고 규제완화 등 호재가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로의 변화를 주도할 만한 강력한 변수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이 멈추고 전세가율은 꾸준히 상승하는 등 수치상으로는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거래가 급매물 위주로 이뤄지고 급매물이 빠지면서 관망세로 돌아서는 등의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회복을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상황 위기에 따른 불안과 물가 및 금리 인상 요인 등이 상존해 전세에 눌러앉아 있는 매수대기수요가 본격적으로 매매시장으로 뛰어들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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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