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했던 스토브리그 '총정리'

누가 새 둥지 찾았나 어떤 팀 새로 생겼나

새해 들어 프로 골퍼들이 속속 후원사를 찾게 되면서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스타성과 실력 등을 두루 갖추고도 1년간 메인 스폰서를 찾지 못하던 전인지가 KB금융그룹과 후원계약을 맺었고, 기업들의 골프단 창단도 이어졌다.

무술년 황금 개띠 스타 골퍼 전인지에게 새해 첫 달부터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LPGA에서 활동하는 한국 여자 골퍼 중 스타성, 실력, 인성 등에서 첫손에 꼽히는 전인지는 5년 동안 메인스폰서를 맡던 하이트진로와 2016년 연말 계약이 종료된 뒤 2017년 1년 동안 메인 스폰서 없이 활동했다.

드디어 결정된 
탑 선수들 거취

Nefs와 계약이 종료된 박성현이 KEB하나은행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한 후에도 전인지의 스폰서 계약은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2015년 국내 무대를 석권한 데 이어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전인지는 2016년 미국 무대에 뛰어들어 신인왕과 평균타수 1위에 주는 베어트로피를 받는 등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2017년에는 우승 없이 준우승만 5회를 차지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상금랭킹 11위, 평균타수 3위 등 정상급 활약을 펼쳤고 연말 세계랭킹 5위에 올랐다. 이렇듯 실력과 더불어 항상 환한 미소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전인지가 자신에게 걸맞은 메인스폰서를 찾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드디어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이 전인지와 후원계약서에 사인함으로써 그동안 비어 있던 전인지의 모자 정면 자리에 KB금융 로고가 들어선다. 그동안 전인지는 모자 정면에 아무런 로고가 없는 ‘민모자’를 쓰고 경기했다.


전인지는 “메인 스폰서는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겠기에 지난 1년 동안 심사숙고해왔다”며 “KB금융그룹이 저의 꿈을 공감해주시고 뒷받침해주기로 하니 가슴이 설레고 기운이 솟구친다. 힘찬 새 출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인지가 KB금융 후원을 받게 된 것은 2015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우승으로 맺은 인연에서 비롯됐다고 전인지의 매니지먼트 회사는 설명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는 KB금융은 박인비, 이미향 등 두 명의 LPGA투어 선수와 오지현(21), 안송이(27) 등 2명의 KLPGA투어 선수를 후원하는 등 골프 마케팅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이번 전인지 메인 스폰서 계약의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전인지의 실력과 인기, 인성에 걸맞은 최고 대우를 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전인지의 도전 정신과 뜨거운 열정을 오랫동안 지켜봤고 전인지의 성실함과 성장 가능성을 주목해 후원을 결정했다”며 “더 안정적인 훈련을 받고 좋은 경기를 펼치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앞다둬 이뤄진 이적·계약연장
전인지, KB금융과 메인스폰서

데뷔 4년 만인 지난해에 2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오른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샛별인 장이근은 지난달 11일 신한금융그룹과 2년간의 후원 계약을 맺어 신한금융그룹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유니폼을 착용하고 국내외 대회에서 활약하게 된다. 그동안 메인스폰서가 없었던 장이근은 김밥집 표식, ‘코리아’ 문구, 용품후원사 마크를 달고 뛰었다.

1993년생인 장이근은 2013년 프로에 데뷔했으며, 아시안 투어 Q스쿨을 수석 통과해 2016년 잉더 헤리티지 대회에서 PGA 디오픈 챔피언십 공동 44위를 기록하며 해외 무대에서도 활약을 펼친 선수다. 장이근은 지난해 국내 무대에서 코오롱 한국오픈과 티업·지스윙 메가오픈을 제패했다. 

메가오픈에서는 28언더파 260 타를 기록해 한국 남자 프로골프 사상 72홀 최다 언더파, 최소타 신기록을 경신하며 스타성 있는 루키로 떠올랐다. 이번 후원 계약으로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서 2010년과 2015년 상금왕을 차지한 김경태, 2016년 SMBC싱가포르오픈에서 연장 승부 끝에 조던 스피스(미국)를 꺾고 우승한 송영한, 지난해 9월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약관의 나이로 첫 우승을 기록한 서형석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또한 장이근은 ‘마스터바니 에디션’ 골프웨어와의 후원계약도 체결했다. 마스터바니 에디션 관계자는 “올해 단독 브랜드로서 처음 프로골퍼 후원을 진행하는데 뛰어난 외모와 신체조건, 그리고 화려한 플레이와 스타성까지 겸비한 장이근 프로와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장이근 프로가 2018년 더욱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CJ그룹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은 계약이 만료된 이수민과 이창우를 방출하고 김민휘와 PGA투어 진출을 위해 웹닷컴투어서 활동 중인 임성재, 이동환과 이경훈, 강성훈까지 새로 영입했다. 이로써 기존 김시우와 안병훈 등 총 7명으로 팀이 재정비됐다. 이들 7명이 모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어 역대급 남자 골프단으로 평가받는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골프단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 중에서 계약 선수 전체가 PGA투어 멤버로 구성된 경우는 CJ대한통운이 처음이다. 이 역대급 골프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시우는 두드러진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말로 만료된 계약이 2022년까지 5년간 연장됐다.

후원사측 한 관계자는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연소 합격자로 2016년 윈덤 챔피언십과 지난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서 우승한 김시우의 활약을 평가해 계약기간을 다년으로 연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 계약금은 양측 합의에 따라 밝혀지지 않았다.

별로 꽉채워
선수단 재편

다음으로는 탁구스타 안재형 ·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인 안병훈이 있다. 안병훈은 2015년 유러피언골프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그해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5년 KPGA투어 메이저급 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면서 국내 골프팬들과 친숙해졌고 활동 무대를 본격적으로 미국으로 옮긴 2016년 PGA투어 취리히클래식에서 2위에 입상했다.

또 다른 멤버 김민휘는 2013년 PGA 2부인 웹닷컴투어를 거쳐 2015년 PGA투어 진출에 성공했다. 2012년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한 차례 우승이 있지만 PGA투어에서는 아직 무관이다. 2016~2017시즌 페덱스 세인트주드 클래식 준우승으로 자신감을 갖게 된 김민휘는 2017~2018시즌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CJ컵@나인브릿지 4위, 11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준우승 등 이번 시즌 7개 대회에 출전, 두 차례 ‘톱10’에 입상하면서 현재 상금순위 12위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다.

팀의 막내인 기대주 임성재는 지난달 17일 막을 내린 웹닷컴투어 시즌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다음 시즌 PGA투어 진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PGA투어는 웹닷컴투어 시즌 상금랭킹 25위 이내 선수에게 다음 시즌 시드를 준다. 임성재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17세 때인 2015년 KPGA투어에 입문해 지난해까지 국내와 일본을 오가며 활동했다. JGTO투어에서 상금순위 12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가능성이 검증됐다.

건설사 앞장
신생팀 창단

마지막으로 골프단에 합류한 선수는 지난달 23일 후원 계약을 체결한 강성훈이다. 말이 필요가 없는 한국 남자골프 간판 중 한명인 강성훈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이자 2008년 KPGA투어 신인상(명출상) 등을 수상한 선수다.

Q스쿨을 통해 2011년 PGA 투어에 진출한 후 지난해 4월 셸 휴스턴 오픈에서 준우승하는 등 정상 문턱에 다가갔으나 아직 첫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모교인 연세대 이름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대회에 나서다 메인스폰서 로고를 달게 된 강성훈은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된 만큼 더 책임감을 느끼고, 집중력을 키워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우리 그룹이 국내 최초로 PGA투어 CJ컵@나인브릿지 대회를 오는 2026년까지 10년간 개최한다. 상금 등 제반규모 면에서 특급대회로 분류되는 이 대회가 손님들의 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뛰어난 국내 선수 발굴과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며 “골프단을 PGA투어 멤버로 구성한 것은 바로 그런 차원에서다. 아울러 우리의 이번 전략이 자극제가 돼 국내 남자 프로골프의 발전에 기여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여자프로골프에서는 새롭게 팀을 창단한 기업과 기존 후원기업과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른팀으로 이적하는 등 후원 계약 풍성하게 이뤄졌다. 주방가구 회사 넥시스는 지난해 12월28일 골프단 창단식을 열고 박유나 등 6명을 후원키로 했다.

2011년 대우증권클래식에서 우승한 박유나는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톱 10을 기록했다. 넥시스는 2015년 포스코 챔피언십 우승자인 최혜정,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김보아도 후원한다. 또 2부 투어의 유망주인 안소현과 이지현, 방송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임미소도 넥시스 모자를 쓴다. 국가대표 유해란(숭일고)에게는 주니어 육성 차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최민호 넥시스 대표는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국내 여자프로골퍼로 구성된 골프단을 창단해 무척 기쁘다. 창사 이래 매년 흑자를 기록 중인 넥시스처럼 소속 후원선수들도 함께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올해 골프단 창단을 시작으로 대회 개최 등 지속해서 스포츠마케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부건설도 여자골프단을 창단한다. 2016년 KLPGA투어 신인왕 지한솔과 박희영의 동생인 박주영, 여기에 신인급 2~3명의 선수를 추가로 영입할 예정이다. 페어라이어 골프단도 지난달 16일 창단식을 가졌다. 올해 KLPGA투어에서 활동할 송남경과 2부 투어에서 활동할 김도연, 이예슬, 탁경은, 이지현3의 5명으로 구성됐다.

건설사들도 여자 골프 선수 후원에 적극적이다. 호반건설, 요진건설, 대방건설, 문영그룹도 경쟁적으로 여자 골프단을 운영하고 있다. KLPGA 2017시즌 6관왕에 오른 스타 이정은은 대방건설과 3년간 24억원을 받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KLPGA투어 통산 4승에 빛나는 김민선5은 기존 스폰서였던 CJ오쇼핑의 품을 떠나 문영그룹과 후원계약식을 통해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175㎝의 큰 키를 자랑하는 김민선5은 타고난 장타력을 앞세워 KLPGA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4년 11월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승씩을 추가해 통산 4승을 기록 중이다. 문영그룹은 김민선5을 비롯해 최가람, 박유준, 황율린, 안나린 등을 추가로 영입해 총 11명의 선수단을 꾸리게 됐다.


배선우와 홍란 등 이미 걸출한 선수를 보유하고 있던 삼천리는 올해 3승을 거든 김해림을 영입했다. 김해림은 롯데 모자를 벗고 삼천리와 계약을 맺었다. 삼천리는 3년간 열리던 삼천리 투게더 오픈을 내년부터 개최하지 않는 대신 선수 후원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삼천리는 일본에서 활동하게 될 김해림의 투어 경비도 지원하게 된다. KLPGA투어 3승을 거둔 조윤지, 이주미도 삼천리가 후원한다.

KPGA 신인왕 장이근 신한금융으로
연일 쏟아진 골프단 창단 낭보

올해 5년 만에 우승하며 부활한 김자영은 SK네트웍스의 모자를 쓴다. 2012년 3승을 거두며 스타덤에 올랐다가 한 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김자영은 우승과 함께 대기업 후원사를 맞게 됐다.

2014년 상금랭킹 3위, 2015년 상금랭킹 4위에 올랐다가 지난 2년간 스윙 교정으로 성적을 내지 못한 이정민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이정민은 올해 상금랭킹 81위로 부진했지만 한화는 가능성을 믿고 후원하기로 했다. 

한화큐셀이라는 이름으로 골프단 간판을 바꿔단 한화는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김인경과 지은희, 노무라 하루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내 투어 3승을 한 김지현과 일본 투어에서 2승을 한 이민영도 한화 모자를 썼다. 

한화는 지난해 소속 선수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친 성과가 골프단 확대로 이어졌다. 한화는 김지현과 김인경, 이민영, 지은희 등이 2017시즌 한·미·일 필드에서 무려 10승을 합작했다.

하이트진로는 김하늘과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3년 연장했다. 김하늘은 말이 필요 없는 선수다. 2008년 KLPGA투어에 데뷔해 통산 8승을 수확했고 2011년과 2012년에는 2년 연속 상금왕에 등극했다. 2015년부터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해는 3승을 쓸어 담아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JLPGA 투어의 골프 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진영에 이어 최예림도 하이트진로의 새 식구로 합류했다. 최예림은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점프(3부)투어와 드림(2부)투어를 거쳐 지난해 11월 시드순위전 6위로 단숨에 KLPGA투어 2018시즌 풀시드를 확보한 특급 루키다. 

KLPGA 최장 기간 후원사인 하이트진로는 2000년부터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주최함은 물론, 국내외에서 큰 활약을 펼친 스타플레이어들을 다수 배출하는 명문 골프단을 운영하며 한국 골프 발전에 힘쓰고 있다.

친환경 창호 선도기업 피엔에스(이하 PNS)도 KLPGA 루키 김지윤을 새식구로 맞이했다. 19살의 김지윤은 공격적인 경기운영과 아이언 샷, 쇼트게임 운영능력이 강점이다. 지난해 7월 점프투어 7차전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11월 펼쳐진 2018 KLPGA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19위, 2018 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 with SBS’ 36위를 기록했다.

치열한 영입전 
용품 계약 활발

출범 3기를 맞은 PNS골프단은 김지윤을 포함, 기존 후원 선수인 LPGA 양희영, KLPGA 김소이, 김규리 등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PNS는 향후 유망 선수의 추가 영입과 체계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고, 골프단을 활용한 스포츠마케팅도 활발히 펼칠 방침이다.

한국미즈노는 LPGA투어에서 6승을 올린 김세영, KLPGA투어 통산 8승을 거둔 이정민, 퍼팅 달인 이승현 등과 용품 후원 계약을 맺으며 골프스타 마케팅을 강화했다. 6년째 미즈노 아이언을 사용하고 있는 김세영과 이정민은 재계약이고, 이승현은 이번에 처음 미즈노 아이언을 사용한다. 

LPGA무대에서 활약하다가 지난해 한국으로 복귀한 백규정, KLPGA 투어 3년 차 김아림과도 계약을 맺었다. LPGA 투어 베테랑 박희영도 계약을 연장했다. 박희영은 8년째 미즈노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미즈노 아이언을 후원받게 된 남자 골퍼는 문경준과 이태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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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