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했어도…’ 대한민국 판검사의 민낯

70대 노인에게 “양보해라” 이의 제기하자 “양아치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달 25일,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7 법관 평가’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두 사례에 따르면 막말을 퍼붓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판검사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정적이고 몰상식한 언행으로 신뢰를 깎아 먹는 판검사가 많았다. 그동안 수사와 재판서 인권 침해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한변호사협회는 소속 변호사들이 수사와 재판서 경험한 검사들의 모습을 평가한 ‘2017년 검사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1∼11월 변호사 1828명이 전국 검사 1327명을 평가한 것이다. 

변협은 하위 검사 10명의 명단을 공개하는 대신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피의자를 고압적으로 윽박지르고 참고인들을 협박하거나 피의자들을 무분별하게 소환한 뒤 ‘밤샘 조사’한 사례가 나왔다. 

수사 단계서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모욕이나 협박을 한 사례도 많았다. 

이날 서울변호사회도 ‘2017년 법관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1∼12월 소속 변호사 2214명이 전국 법관 2385명을 평가한 것이다. 하위 법관으로 뽑힌 판사 5명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법관 평가에서는 고압적이고 예의 없는 태도, 막말이 주된 문제로 지적됐다. 

고압적 태도·막말
일방적 조정 강권


▲‘푸흡’ 비웃은 검사 =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조정을 강권하고 원고와 피고의 면전서 대놓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 생각에 대해 증거를 제시하면서 변론을 해도 비웃는 듯한 웃음을 ‘푸흡’하고 크게 터트리면서 일축해 버리기도 했다.

▲“내 생각대로 해라” = 자신의 생각대로 하라고 조정을 강요하다가 이를 거부하자 자신의 생각대로 판결하겠으니 항소하라면서 변론을 종결했다. 원고와 피고가 조정을 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일방적 양보를 강요 = 사건을 조정위에 회부해 조정을 강요해 성립시켰다. 그 과정서 3시간 동안 기다린 소송대리인을 밖으로 내보내고 70대 노인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했다. 소송대리인은 너무도 일방적인 조정절차에 기가 막혀 조정안에 대한 서명을 거부하기까지 했다.

▲고압적인 언행 여전 = 변호인에게 “왜 이런 식으로 주장을 했느냐, 증인을 불러서 변호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면 피고인에게 가중처벌을 하겠다”라고 고함을 치며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다. 

변론요지서의 특정 표현이 거슬렸다 하더라도 재판을 통해 시비를 가릴 문제이지 본인의 권한을 이용해 피고인을 가중처벌을 하겠다는 말로 변호인을 위협할 수는 없다.
 

▲“동네 양아치나 하는짓” = 한 법관은 변호인이 반대신문하는 과정서 꼭 필요한 질문이었음에도 유도신문을 한다는 이유로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면서 신문을 제지했다. 반대로 검사의 유도성 질문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자 “동네 양아치나 하는 짓을 한다”며 변호인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다.

▲유죄로 추정하고 면박 = 처음부터 유죄로 추정하면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고압적으로 대했다. 피고인이 증인을 신청하자 “별로 신문할 것이 없다”며 20분씩만 진행한다고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보다 못한 배석판사의 귓속말에 그제야 “봐준다”며 1시간씩 진행해주겠다고 했다.


▲소송대리인에게 ‘거기’ = 재판 도중 소송대리인을 지칭하면서 ‘거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또한 재판장이 물어보는 사실관계를 소송대리인이 당사자에게 확인해 다음 기일에 답변하겠다고 하자 화를 내면서 지금 당장 말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검사·법관 평가 발표
툭하면 인권침해…몰상식한 언행 여전 

▲변호사에게 XXX씨? = 변호사에게 XXX씨라고 부르는 등 예의가 없었고, 가정폭력 피해자가 보복을 두려워해 대리인만 출석했음에도 곧바로 불출석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재판진행이 일방적이었다. 

▲“지금 재판이 장난입니까?” = 큰 소리로 대리인에게 “지금 재판이 장난입니까?”라며 호통을 치고 대리인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으며 “당신 말고 그 옆에”라고 반말을 했다. 대리인이 이름을 밝히자 “당신은 지난 번 기일에도 안 나왔잖아!”라고 언성을 높였다.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거 싫어…” = “나는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거 싫어한다”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이 아닌 여성으로 보고 한 발언으로서 담당 소송대리인뿐만 아니라 당사자들도 듣고 불쾌함을 느꼈다.

예의없는 언행
망신과 면박주기

▲“그렇게 사니 행복하십니까?” = 조정기일에 이혼을 원하는 원고에게 “(집 나와서 혼자)그렇게 사니 행복하십니까?”라며 창피를 주는가 하면 “결혼은 신성한 계약이라 함부로 깰 수 없다”고 말함. 그러나 이후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이혼판결에 위자료까지 인정된 사건.

▲“이딴 식으로 하면 혼난다” = 원피고 쌍방 대리인에 대해 석명사항을 전달하면서 종전 재판부(재판부 변경된 사건임)와 대리인들에 대한 개인적인 불쾌감과 적대감을 보였다. “나는 이런 식으로는 재판 안 한다” “대리인들도 이딴 식으로 하면 나한테 혼난다” 등의 발언을 했다. 대리인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대리인, 정신 못 차린다” 등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의뢰인 앞에서 대리인 무시 = 재산분할명세표를 다시 정리한다는 명목 하에 대리인이 작성한 명세표를 무시하고 “엉망이다” “이해하고 작성한 거냐” “제대로 된 거 하나 없다” 등 의뢰인 앞에서 민망할 정도의 표현을 사용하며 윽박질렀다. 양쪽 대리인 모두 나와서 굉장히 기분이 상했다. 

▲장애인에 코웃음 = 당사자가 장애인이었는데 장애인으로서 제때 소제기를 할 수 없었다. 장애인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코웃음, 비웃음 치며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장애인 진술보조인까지 재판이 끝나고 “판사님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건 당사자들에게 짜증 = 준비서면의 제출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읽었다고 하면서도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건당사자들에게 심하게 짜증을 내고 모든 증거신청을 다 배제하며 편파적인 선입견을 드러냈다. 

▲사건 파악에 의지 없음 = 1심 과정이 2년이 넘게 판결문이 나오지 않았다. 사건의 쟁점이 어려운 사건도 아닌데 원고 주장의 쟁점을 매 기일마다 물어보고 적용법조를 물어보는 등 사건 파악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었다.


변호사 윽박지르고 
반말·욕설 등 난무

▲예단과 선입견을 드러냄 = 증거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재판부가 아직 기록을 보지 않은 상황임에도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예단을 가지고 재판에 임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이 검찰증인에 대한 반대신문 시 불필요한 개입으로 질문을 제한했고 변호인에게는 “증인들을 울리는 것을 매우 즐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인과 재판부를 째려봤다” = “변호인이 증인을 째려봤다” “변호인이 재판부를 째려봤다” 등 불필요한 막말을 언급했다. 더 나아가 변호인이 증인에 대해 질문하는 상황서 변호인에게 “그 질문이 향후 갈림길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겠다”고 협박에 가까운 말로 재판을 진행했다. 

▲피고대리인에 대한 편들기 = 소송 진행 초기부터 선입견을 갖고 상대방인 피고대리인에 대한 편들기 수준의 일방적 소송지휘와 사안에 대한 단정적 발언을 일삼았다. 최초 조정기일서부터 “관련 형사 건 무혐의 처분됐으니 원고의 청구는 안된다. 알아서 입증해 보든지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기일에서는 “피고 측 항변을 들어 더 이상 심리할 필요도 없다”며 예정된 증인 신청도 취소하고 종결을 강행했다.

검토없이 재판 진행
예단과 선입견 표출


▲“설명을 잘하면 증거가 없어도…” = 합리적인 이유 없이 조정을 강요했다. 제출한 주요 증거에 관해서도 조사를 제대로 하지않고 변론을 종결한 후 해당 증거에 대한 판단 없이 증거가 없다고 판결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재판을 진행했다. 심지어 “설명을 잘 하면 증거가 없어도 다 사실처럼 느껴진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진짜 해보겠다는 건가요?” = 변론기일에 “진짜 해 보겠다는 건가요?”라며 나무라듯이 말하는 한편, 상대방인 원고측 소송수행자에게는 일방적으로 칭찬하듯 말했다. 1심 판결의 판결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항소했는데 항소심에서는 1심 재판장이 배척했던 피고의 법률적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피고의 항소가 받아들여졌다.

▲부당한 합의를 강요 = 아직 심리를 다하지 않은 쟁점임에도 초반 변론기일부터 불필요한 선입견을 드러냈다. 심지어 “식당서 어떻게 퇴직금을 다 주냐”면서 법관이 소송 중에 강행규정에 따른 임금지급의무를 부정했다. 또한 아무런 근거 없이 “청구금액 몇 %선에서 합의하라”는 등 부당한 합의를 강요했다. 
 

▲50일 동안 구치소에… = 9명의 구속피고인에 대한 형사사건서 7월 공판기일 후 다음 기일을 무려 50일 후인 8월로 지정했다. 변호인이 최대한 빠른 시기에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일이 꽉 찼다는 이유로 무려 50일 동안 무더운 구치소에 기다리게 했다. 

▲“첫 기일에 종결하겠다” = 무조건 첫 변론기일에 재판을 종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늘어 놓았다. 증거신청도 거의 받지 않았다. 이혼 사건서 가사조사절차도 진행하지 않았으며 당사자들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원고 모친이 이혼사건 변론을 보려고 하자 “왜 엄마가 방청을 하나요”라고 하면서 방청을 허용하지 않았다.

▲법원 출신 특별대우 = 법원 출신 공동변호인의 변론이나 증인신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서도 법원 출신이 아닌 변호인의 신문은 일일이 간섭하며 과도하게 개입했다. 증인의 답변이 불충분해서 보충적 신문을 하려고 하면 변호인에게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 매우 감정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지금 판사에게 변론하는 겁니까?” = 무죄변론을 하는 변호인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서 “내가 이만큼 얘기하는데 계속 무죄 변론할 겁니까?”라고 말했다. 변호인이 무죄변론을 끝까지 마치자 “지금 변호사님은 판사한테 변론하는 겁니까, 의뢰인에게 보여주느라 그러는 겁니까?”라고 빈정거렸다. 

피의자·참고인에 
모욕과 협박하기도

▲법관이 직접 “인정 못한다” = 항소심 첫 변론기일서 법관이 직접 “저는 원심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 약정은 원고들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적극적으로 심증을 드러냈다. 

▲기본적 법리조차 모르는… = 기본적인 법리조차 숙지하지 못한 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판결을 내렸다. 조세부에 근무하며 조세책을 발간하고, 책 표지에 자신의 지위를 명시적으로 기재했다. 강의를 통해서 “저는 국고주의(조세소송에서 국가에 유리하게 판결하는 주의)입니다”라고 밝히는 등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지 못했다. 

노골적 편들기
우습게 깔보기도 

법관 평가는 판사들과 직접 이해관계가 얽힌 변호사들이 내놓았다는 점에서 공정성이 완벽하게 담보됐다고 볼 순 없지만 사법부에 대한 신뢰 확보 차원에서 문제점에 대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법관 평가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귀감이 되는 법관을 알리고, 그렇지 못한 법관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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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