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했어도…’ 대한민국 판검사의 민낯

70대 노인에게 “양보해라” 이의 제기하자 “양아치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달 25일,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7 법관 평가’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두 사례에 따르면 막말을 퍼붓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판검사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정적이고 몰상식한 언행으로 신뢰를 깎아 먹는 판검사가 많았다. 그동안 수사와 재판서 인권 침해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한변호사협회는 소속 변호사들이 수사와 재판서 경험한 검사들의 모습을 평가한 ‘2017년 검사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1∼11월 변호사 1828명이 전국 검사 1327명을 평가한 것이다. 

변협은 하위 검사 10명의 명단을 공개하는 대신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피의자를 고압적으로 윽박지르고 참고인들을 협박하거나 피의자들을 무분별하게 소환한 뒤 ‘밤샘 조사’한 사례가 나왔다. 

수사 단계서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모욕이나 협박을 한 사례도 많았다. 

이날 서울변호사회도 ‘2017년 법관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1∼12월 소속 변호사 2214명이 전국 법관 2385명을 평가한 것이다. 하위 법관으로 뽑힌 판사 5명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법관 평가에서는 고압적이고 예의 없는 태도, 막말이 주된 문제로 지적됐다. 

고압적 태도·막말
일방적 조정 강권


▲‘푸흡’ 비웃은 검사 =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조정을 강권하고 원고와 피고의 면전서 대놓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 생각에 대해 증거를 제시하면서 변론을 해도 비웃는 듯한 웃음을 ‘푸흡’하고 크게 터트리면서 일축해 버리기도 했다.

▲“내 생각대로 해라” = 자신의 생각대로 하라고 조정을 강요하다가 이를 거부하자 자신의 생각대로 판결하겠으니 항소하라면서 변론을 종결했다. 원고와 피고가 조정을 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일방적 양보를 강요 = 사건을 조정위에 회부해 조정을 강요해 성립시켰다. 그 과정서 3시간 동안 기다린 소송대리인을 밖으로 내보내고 70대 노인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했다. 소송대리인은 너무도 일방적인 조정절차에 기가 막혀 조정안에 대한 서명을 거부하기까지 했다.

▲고압적인 언행 여전 = 변호인에게 “왜 이런 식으로 주장을 했느냐, 증인을 불러서 변호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면 피고인에게 가중처벌을 하겠다”라고 고함을 치며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다. 

변론요지서의 특정 표현이 거슬렸다 하더라도 재판을 통해 시비를 가릴 문제이지 본인의 권한을 이용해 피고인을 가중처벌을 하겠다는 말로 변호인을 위협할 수는 없다.
 

▲“동네 양아치나 하는짓” = 한 법관은 변호인이 반대신문하는 과정서 꼭 필요한 질문이었음에도 유도신문을 한다는 이유로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면서 신문을 제지했다. 반대로 검사의 유도성 질문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자 “동네 양아치나 하는 짓을 한다”며 변호인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다.

▲유죄로 추정하고 면박 = 처음부터 유죄로 추정하면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고압적으로 대했다. 피고인이 증인을 신청하자 “별로 신문할 것이 없다”며 20분씩만 진행한다고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보다 못한 배석판사의 귓속말에 그제야 “봐준다”며 1시간씩 진행해주겠다고 했다.


▲소송대리인에게 ‘거기’ = 재판 도중 소송대리인을 지칭하면서 ‘거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또한 재판장이 물어보는 사실관계를 소송대리인이 당사자에게 확인해 다음 기일에 답변하겠다고 하자 화를 내면서 지금 당장 말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검사·법관 평가 발표
툭하면 인권침해…몰상식한 언행 여전 

▲변호사에게 XXX씨? = 변호사에게 XXX씨라고 부르는 등 예의가 없었고, 가정폭력 피해자가 보복을 두려워해 대리인만 출석했음에도 곧바로 불출석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재판진행이 일방적이었다. 

▲“지금 재판이 장난입니까?” = 큰 소리로 대리인에게 “지금 재판이 장난입니까?”라며 호통을 치고 대리인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으며 “당신 말고 그 옆에”라고 반말을 했다. 대리인이 이름을 밝히자 “당신은 지난 번 기일에도 안 나왔잖아!”라고 언성을 높였다.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거 싫어…” = “나는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거 싫어한다”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이 아닌 여성으로 보고 한 발언으로서 담당 소송대리인뿐만 아니라 당사자들도 듣고 불쾌함을 느꼈다.

예의없는 언행
망신과 면박주기

▲“그렇게 사니 행복하십니까?” = 조정기일에 이혼을 원하는 원고에게 “(집 나와서 혼자)그렇게 사니 행복하십니까?”라며 창피를 주는가 하면 “결혼은 신성한 계약이라 함부로 깰 수 없다”고 말함. 그러나 이후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이혼판결에 위자료까지 인정된 사건.

▲“이딴 식으로 하면 혼난다” = 원피고 쌍방 대리인에 대해 석명사항을 전달하면서 종전 재판부(재판부 변경된 사건임)와 대리인들에 대한 개인적인 불쾌감과 적대감을 보였다. “나는 이런 식으로는 재판 안 한다” “대리인들도 이딴 식으로 하면 나한테 혼난다” 등의 발언을 했다. 대리인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대리인, 정신 못 차린다” 등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의뢰인 앞에서 대리인 무시 = 재산분할명세표를 다시 정리한다는 명목 하에 대리인이 작성한 명세표를 무시하고 “엉망이다” “이해하고 작성한 거냐” “제대로 된 거 하나 없다” 등 의뢰인 앞에서 민망할 정도의 표현을 사용하며 윽박질렀다. 양쪽 대리인 모두 나와서 굉장히 기분이 상했다. 

▲장애인에 코웃음 = 당사자가 장애인이었는데 장애인으로서 제때 소제기를 할 수 없었다. 장애인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코웃음, 비웃음 치며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장애인 진술보조인까지 재판이 끝나고 “판사님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건 당사자들에게 짜증 = 준비서면의 제출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읽었다고 하면서도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건당사자들에게 심하게 짜증을 내고 모든 증거신청을 다 배제하며 편파적인 선입견을 드러냈다. 

▲사건 파악에 의지 없음 = 1심 과정이 2년이 넘게 판결문이 나오지 않았다. 사건의 쟁점이 어려운 사건도 아닌데 원고 주장의 쟁점을 매 기일마다 물어보고 적용법조를 물어보는 등 사건 파악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었다.


변호사 윽박지르고 
반말·욕설 등 난무

▲예단과 선입견을 드러냄 = 증거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재판부가 아직 기록을 보지 않은 상황임에도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예단을 가지고 재판에 임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이 검찰증인에 대한 반대신문 시 불필요한 개입으로 질문을 제한했고 변호인에게는 “증인들을 울리는 것을 매우 즐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인과 재판부를 째려봤다” = “변호인이 증인을 째려봤다” “변호인이 재판부를 째려봤다” 등 불필요한 막말을 언급했다. 더 나아가 변호인이 증인에 대해 질문하는 상황서 변호인에게 “그 질문이 향후 갈림길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겠다”고 협박에 가까운 말로 재판을 진행했다. 

▲피고대리인에 대한 편들기 = 소송 진행 초기부터 선입견을 갖고 상대방인 피고대리인에 대한 편들기 수준의 일방적 소송지휘와 사안에 대한 단정적 발언을 일삼았다. 최초 조정기일서부터 “관련 형사 건 무혐의 처분됐으니 원고의 청구는 안된다. 알아서 입증해 보든지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기일에서는 “피고 측 항변을 들어 더 이상 심리할 필요도 없다”며 예정된 증인 신청도 취소하고 종결을 강행했다.

검토없이 재판 진행
예단과 선입견 표출


▲“설명을 잘하면 증거가 없어도…” = 합리적인 이유 없이 조정을 강요했다. 제출한 주요 증거에 관해서도 조사를 제대로 하지않고 변론을 종결한 후 해당 증거에 대한 판단 없이 증거가 없다고 판결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재판을 진행했다. 심지어 “설명을 잘 하면 증거가 없어도 다 사실처럼 느껴진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진짜 해보겠다는 건가요?” = 변론기일에 “진짜 해 보겠다는 건가요?”라며 나무라듯이 말하는 한편, 상대방인 원고측 소송수행자에게는 일방적으로 칭찬하듯 말했다. 1심 판결의 판결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항소했는데 항소심에서는 1심 재판장이 배척했던 피고의 법률적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피고의 항소가 받아들여졌다.

▲부당한 합의를 강요 = 아직 심리를 다하지 않은 쟁점임에도 초반 변론기일부터 불필요한 선입견을 드러냈다. 심지어 “식당서 어떻게 퇴직금을 다 주냐”면서 법관이 소송 중에 강행규정에 따른 임금지급의무를 부정했다. 또한 아무런 근거 없이 “청구금액 몇 %선에서 합의하라”는 등 부당한 합의를 강요했다. 
 

▲50일 동안 구치소에… = 9명의 구속피고인에 대한 형사사건서 7월 공판기일 후 다음 기일을 무려 50일 후인 8월로 지정했다. 변호인이 최대한 빠른 시기에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일이 꽉 찼다는 이유로 무려 50일 동안 무더운 구치소에 기다리게 했다. 

▲“첫 기일에 종결하겠다” = 무조건 첫 변론기일에 재판을 종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늘어 놓았다. 증거신청도 거의 받지 않았다. 이혼 사건서 가사조사절차도 진행하지 않았으며 당사자들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원고 모친이 이혼사건 변론을 보려고 하자 “왜 엄마가 방청을 하나요”라고 하면서 방청을 허용하지 않았다.

▲법원 출신 특별대우 = 법원 출신 공동변호인의 변론이나 증인신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서도 법원 출신이 아닌 변호인의 신문은 일일이 간섭하며 과도하게 개입했다. 증인의 답변이 불충분해서 보충적 신문을 하려고 하면 변호인에게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 매우 감정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지금 판사에게 변론하는 겁니까?” = 무죄변론을 하는 변호인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서 “내가 이만큼 얘기하는데 계속 무죄 변론할 겁니까?”라고 말했다. 변호인이 무죄변론을 끝까지 마치자 “지금 변호사님은 판사한테 변론하는 겁니까, 의뢰인에게 보여주느라 그러는 겁니까?”라고 빈정거렸다. 

피의자·참고인에 
모욕과 협박하기도

▲법관이 직접 “인정 못한다” = 항소심 첫 변론기일서 법관이 직접 “저는 원심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 약정은 원고들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적극적으로 심증을 드러냈다. 

▲기본적 법리조차 모르는… = 기본적인 법리조차 숙지하지 못한 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판결을 내렸다. 조세부에 근무하며 조세책을 발간하고, 책 표지에 자신의 지위를 명시적으로 기재했다. 강의를 통해서 “저는 국고주의(조세소송에서 국가에 유리하게 판결하는 주의)입니다”라고 밝히는 등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지 못했다. 

노골적 편들기
우습게 깔보기도 

법관 평가는 판사들과 직접 이해관계가 얽힌 변호사들이 내놓았다는 점에서 공정성이 완벽하게 담보됐다고 볼 순 없지만 사법부에 대한 신뢰 확보 차원에서 문제점에 대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법관 평가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귀감이 되는 법관을 알리고, 그렇지 못한 법관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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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