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23 09:04:00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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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에 똥파리가 꼬이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이 고심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국정지지율이 지방선거판에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야권 인사들의 입당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은 ‘외연확장’과 ‘인재영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위해 지역사회의 비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고공행진 중인 민주당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대선 이후 10% 중반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경우를 가정한 ‘통합 신당’은 소폭상승에 그쳐 시너지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조사 됐다. 

7개월간
50% 지지율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8∼12일 조사해 지난 15일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주 대비 0.7%p 오른 51.6%로 2주 연속 상승하면서 50%대 초반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은 이명박정부의 ‘UAE 유사 시 한국군 자동 군사개입’ 비밀 군사협정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1.7%p 내린 16.9%로 지난주의 반등세가 멈추고 10%대 중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세연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던 바른정당은 0.7%p 내린 5.3%로 지난주의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정당의 탈당 사태와 전당대회 개최를 둘러싸고 통합파와 통합반대파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국민의당은 지난주 주간집계과 비슷한 5.1%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민주당은 7개월째 지지율 조사 때마다 타 정당의 꼭대기에 서 있다. 그러나 높은 인기에 비례해 고민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지율에 의존해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의원들이 속출하면서 의석 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이 민주당 입당을 위해 줄을 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은 권민호 거제시장이다. 지난 15일 민주당 경남도당은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권 시장 입당을 승인했다. 권 시장은 지난 3일 민주당 경남도당에 입당원서를 재출했는데 10일 첫 심사에선 승인을 보류했다. 

앞서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권 시장이 입당원서를 내자 반대를 외쳐왔다. 거제지역위원회는 “권민호 거제시장의 입당에 결사 반대한다”며 “각종 부정부패와 사익을 추구하는 개발계획 추진 의혹, 난개발, 부당노동행위, 추락하는 거제 경제의 책임을 지고 권 시장은 지금 당장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사퇴해야 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민홍철 위원장을 포함한 6인으로 구성됐다. 당원자격심사를 맡은 한 위원은 “권 시장의 입당에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검토했다. 반대 사유가 의혹에 불과했고, 아직 법적으로 처벌되지는 않았다”며 “당원이 된 이후에 불법적인 사안이 있으면 당 차원서 관리가 될 것이라 보고 입당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역정가에선 권 시장의 행보를 전형적 ‘철새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해 4월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민주당 입당을 타진했다. 
 

권 시장은 거제시장 3선에 나서지 않고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경남도지사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지역위원회의 반대 여론에 부딪쳐 번번이 입당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번 승인 결과에 대해 권 시장은 “감사드린다. 입당 승인이 돼 참으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려했다. 거제시장을 7년6개월 하는 동안 손톱만큼도 의혹이 없었다. 입당 반대하는 분들이 숱한 의혹을 제기했는데 혹여 그 일로 입당 못하면 개인적으로도 불명예”라며 “밤낮으로 잠이 안 왔다. 해명자료도 단호하게 냈다. 입당을 허용해줘 고맙고 개인 명예가 회복돼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여당에 둥지 튼
철새 정치인들

한국당 텃밭인 대구서도 민주당 입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지역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대구지역 전·현직 지방의원 5명 이상이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던 최기원 전 수성구의회 의원도 지난해 11월 민주당에 입당했다. 

한국당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구시당 측도 당적 이동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새로 입당한 정치인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 텃밭인 부산 강서구에서는 유력 구청장 후보 두 명이 모두 한국당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눈길을 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선 당적을 옮긴 인사들끼리 구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노기태 현 강서구청장은 지난해 3월 민주당에 입당했고, 안병해 전 청장은 20대 총선 때 입당했다. 한국당에서는 아직 유력한 강서구청장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두 사람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자천타천 민주당 입당설에 휩싸이는 한국당 정치인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은 공주시장 출마를 위해 조만간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란 지역 신문의 보도로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긴급 소집된 한국당 의원총회서 윤 의장은 “늦은 시간에 기자가 전화를 해 ‘한국당 탈당하고 민주당 가느냐’고 묻길래 떠도는 이야기일 뿐이고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이 전부”라며 “왜 이런 논란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줄곧 50%이상 지지율 
줄줄이 입당·복당…들끓는 여론 

하지만 확실히 당을 옮기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는 요구에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말 저런 말 할 수 있다. 이 자리서 나에게 앞으로 탈당을 안 하겠다고 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내 인권과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거부해 입당설을 완전히 진화하진 못했다. 

한국당 이적 정치인에 대한 민주당 내의 시각은 둘로 갈리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현재 우리 당 지지율이 높지만 보수 텃밭의 경우 한국당 가입 이력이 없는 출마자를 찾기가 어려운 지역도 있다. 과거 한국당에 몸 담았던 인사라도 적극 영입해서 지역주의를 깨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또 다른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당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 상황에선 아무리 보수 텃밭이라고 해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아예 우리 당 후보가 없다면 모를까. 그 지역서 활동해온 우리 당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며 “여러 명분을 내세우지만 최근 우리 당 지지율이 높아져서 오려는 것 아닌가.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한꺼번에 당에 들어오면 잡음만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주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강갑중 진주시의원도 민주당 입당을 선언해 파란을 예고했다. 

강 시의원은 지난 17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참여해 진정한 지방자치와 서민을 위한 민생정치, 소통을 통한 통합의 정치를 이룩하는 데 저의 마지막 정치열정을 불태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입당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진주의 적폐를 청산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진주’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라며 “진주에 온존하는 구태 권력의 교체를 위해 썩은 물을 퍼내고 오물을 철거하겠다”고 주장했다. 

강 시의원은 오는 6월 진주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입당·복당 러시 
인재영입 딜레마

강 시의원의 민주당 입당 신청에 대해 진주참여연대는 ‘진주는 철새도래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강 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도의원 공천으 제안하자 망설임 없이 한나라당에 입당했으며 당선돼 활동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2016년 총선서 박대출 의원을 지지했다. 총선 후 새누리당 복당까지 신청하는 등 구여권 주변을 맴돌았다”며 “강 의원의 정치활동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새로운 진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정치공학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반성과 더불어 깊은 성찰을 해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지역 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듯 강 시의원은 “저 역시 사람인지라 떳떳한 길을 걸어 왔다고 자부하지는 않는다. 갈지자를 걸은 적도 있고, 발걸음이 꼬이기도 했다”며 “저의 정치적 행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계신 분도 있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충심으로 해량 있으시길 바라며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강 시의원과 마찬가지로 유명호 전 증평군수도 새누리당 출신이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유 전 군수는 2003년 재보궐선거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초대 증평군수에 당선됐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서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2010년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현 민주당 홍성렬 군수를 만나 3선에 실패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에 입당해 군수 선거에 출마했지만 역시 낙선했다. 

따라서 이번 민주당 입당을 놓고 정치권서 뒷말이 분분하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홍성렬 군수가 2014년 재선 당시 3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며 “아마도 그 점을 내세워 민주당 공천신청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재선까지 하고 고령인 분이 정당까지 옮겨가며 선거 철새처럼 처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엔 전직 전남도의원 4명 등 64명이 민주당에 복당했다. 지난 4일 김창남 전 전남도의원을 비롯한 전직 도의원 4명, 신현호 전 전남도 민원실장과 일반당원 등 모두 64명이 최근 민주당 전남도당으로 복당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고 복당계를 제출한 김 전 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와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일반당원 등 72명에 대한 복당심사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도의원 등은 “민주당의 발전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복당을 결심했다”며 “오는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전략공천 시끌
규정 손보기
 

이처럼 정치인들의 민주당 입당·복당러시가 심화되면서 민주당의 고심도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외부인사 영입과 내부인재 발굴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의 고공행진에 따른 후보 난립 현상이 두드러져 제대로 된 후보 검증 및 필터링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인재발굴위원회를 결성, 외부인사 영입과 동시에 내부인재 발굴에도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해당 기구는 당헌·당규에 따라 선거를 앞두고 설치하는 기존 인재영입위원회로, 외부 인사 영입과 함께 내부 우수 인재도 발굴하기 위한 차원에서 해당 명칭으로 잠정 결정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 이후 당원이 급증한 상태”라며 “단순히 과거와 같은 외부 영입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는 좋은 사람들도 발굴하고 육성하자는 취지서 인재발굴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재발굴위를 통해 영입하거나 발굴하는 인재에 대해서는 지방선거와 재보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당 일각에선 인재영입과 함께 전략공천 규정을 변경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겉으론 백의종군 속으론 권력욕심
인재 영입 나서고 공천 규정 고친다?

현재 민주당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전략공천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기초단체장 이하는 원천 금지돼있어 외부 영입인사를 영입해 출마시키기 위해선 관련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야당이 다양한 전략공천을 통해 지방선거 판세를 흔들 것이란 분위기가 퍼진 상황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선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야당이 현재처럼 전략공천 카드를 쓸 수 있는 상황서 우리 당이 예측 가능한 경기를 펼치면 승기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같은 여러 상황들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위원장들도 전략공천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기초 단체장 후보로 훌륭한 분을 영입했을 경우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분을 당내 경선에 붙여 상처를 내면 안 된다”며 “자기 사람 줄 세우기를 하는 무차별적 전략공천은 안 되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 제한적으로 전략공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 당 내부에선 시스템 공천 등 현행 규정을 사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기초단체장 이하에 대해서도 10% 이내 범위서 중앙당 전략공천 방안은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기획단 관계자는 “선거가 점점 다가오면서 당내서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태”라며 “아직 의견이 100% 하나로 모이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지난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폐지한 ‘기초단체장·기초의원’에 대한 전략공천이 부활할 경우 공천권 행사 주체를 놓고도 당내 이견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민주당이 전략공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공천권 행사 
잡음 가능성↑

일련의 민주당 복당·입당 러시에 대해 민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율이 유별나게 높기 때문에 오는 지방선거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보수텃밭서도 민주당 입당을 원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 지역서 활동해 온 우리 당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년 동안 철새정치인 몇 명인가 보니… 

2017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은 모두 94명으로 조사됐다.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을 보면 바른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의원들의 수가 79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당 12명, 더불어민주당은 3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바른정당은 당적을 변경해 한국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들 가운데 국회의원이 24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55명은 시의원과 도의원이다. 최근까지 근근이 두 자릿수 의석을 지켰던 바른정당은 박인숙 의원의 탈당으로 9석으로 줄어들었다.

박 의원의 탈당을 두고 김성동 사무총장은 “쫓기듯 빠져나가는 뒷모습이 처량하다”며 “당원과 국민의 여망을 짓밟고 나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오을 최고위원은 “변절로 국민을 우롱한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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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