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십니까’ 재기 꿈꾸는 김미희 전 의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1:37:44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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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으로 이정희 잃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과 함께 김미희 전 의원은 의원직이 박탈됐다. 국회를 나온 김 전 의원은 생계를 위해 시간제 약사로 근무하고 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던 김 전 의원은 최근 민중당에 합류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일요시사>는 청와대 앞 분수대서 김 전 의원을 만나 근황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김 전 의원은 어떻게 정계에 입문했을까. 1995년 김 전 의원은 ‘터사랑’이란 청년회에 일원으로 몸담았다. 터사랑서 그는 민주화·평화통일·노동자 및 농민의 삶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그러던 중 터사랑 회원들을 중심으로 김 전 의원이 정치권에 나서 줄 것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직접정치 실현

김 전 의원은 “당시 우리가 직접 지방의회에 들어가 보자. 우리의 주장을 정치에 실천해보자는 논의를 했다”며 “무소속으로 성남 수정구 태평3동 시의원에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상을 깨고 당선된 김 전 의원은 다시 한 번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두 번째 시의원 활동 당시 민주노동당이 창당하면서 김 전 의원은 자연스럽게 민노당에 합류했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성남시 중원구서 야권단일 후보로 나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통진당 소속으로 2년 여간 나랏일을 했던 김 전 의원은 당 해산과 함께 정치 일선서 물러나 지난해 10월 창당한 민중당에 몸을 풀었다. 민중당은 흙수저당, 비정규직 철폐당, 농민당, 엄마당 등이 뭉친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이 연합해 출범한 정당이다.

김 전 의원은 “민중당 경기도당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며 “당의 중요한 정책이나 정세에 대한 대응, 후보 선출, 선거운동 지휘 등의 역할도 담당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민중당에 대해 “민중당은 직접정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직접정치란 어려운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이 직접 뭉쳐 당과 정책을 만들고 나아가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사실상 민중당의 전신이라고 평가받는 통진당의 해산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한 판결을 내렸다”며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소신과 양심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금이라도 헌재가 잘못을 인정하고 재심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해산과정의 문제를 조목조목 밝히기도 했다. 통진당 해산을 위해 당시 박근혜정부가 주장한 근거인 내란음모가 조작이라는 것이다. 그는 “재판과정서 실제로 내란음모는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검찰은 내란음모가 무죄로 선고될 것에 대비하여 재판 중간 공소장에 내란선동 혐의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특히 현재 수감 중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박근혜정권이 들어서면서 김기춘이라고 하는 조작사건 기술자가 비서실장에 들어와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했다”며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보면 김 전 실장이 헌재에 압력을 행사하고 기획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통진당 해산으로 국민들이 두 가지 큰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통진당 해산으로 이정희 대표라는 정치인과 이석기 전 의원을 잃었다”며 “진보정치에 훌륭한 두 사람이 정치무대서 사라진 것은 큰 아픔”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당 해산을 막지 못하고 진보정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두문불출하고 있다. 주변의 정치 재개 권유에도 이 전 대표는 출마를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내란선동 혐의로 9년형을 선고 받고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에 대해 “CNP라는 정치 기획사를 세워 진보정당 후보들의 여론조사, 선거전략, 선거운동 등에 기여했다”며 “현재 민중당 시도당위원장 및 전현직 의원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의원시절 활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은 김종훈 장관 후보자의 CIA 활동 이력을 최초로 폭로해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 미군 방위비 분담금 잉여금 문제를 제기해 정치권에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직 박탈…약사로 근무 중 
민중당 합류 경기도당 상임위원장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이 대통령 특별사면을 통해 정치권에 재기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에게 출범 초기인 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70%가 원하는 것은 하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 비정규직전환 등은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반수가 원하는 것은 하고 있지 않다”며 양심수 석방 문제를 거론했다. 김 전 의원은 “양심수 석방은 독재정권도 임기 내에 실천한 부분”이라며 “이번에 많은 수의 석방을 하면서 양심수를 뺀 것은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통진당 해산으로 진보정치의 세가 크게 위축된 상황서 김 의원이 생각하는 진보정치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는 민중당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이라도 진보정당인 민중당이 집권을 한다면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들이 몇 가지 있다”며 전면적 비정규직 정규직화, 식량주권 법제화, 북한과의 교류 등을 언급했다.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좋지만 보다 전면적 시행을 통해 일자리 안정을 꾀한다는 생각이다. 식량주권 법제화의 경우 국내의 현 식량 자급도 20%를 10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식량자급도 100% 달성하기 위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국민들의 다소비 제품을 기초농산물로 정해 그 농산물을 국가가 제값을 주고 사주는 것”이라며 “국가수매제가 정착돼야 농민들이 풍흉에 상관없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문제도 언급했다. 김 전 의원은 “요즘 민주노총 구호가 ‘노동조합하기 좋은 나라’”라며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이 헌법상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노조 자체를 싫어하고 금기시 하는 것이 기업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진보정치(민중당)를 통해 노조를 철저히 보장하고 그들이 직접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13지방선거를 5달여 남겨둔 현 시점 김 전 의원에게 출마 계획을 물었다.

앞서 2010년 지방선거서 김 전 의원은 성남시장에 출마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한 바 있다. 다만, 당장 성남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 전 의원은 “현재까지 직접 출마하는 계획을 결심하진 않았다”며 “중앙당이나 도당 차원서 필요로 한다면 나설 생각이다. 그런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에 있을 21대 총선 출마에 대해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20년 총선에는 꼭 출마해 당선이 돼서 2014년 부당하게 박탈된 의원직을 되찾을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못다 한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것과 별개로 민중당 경기도당 상임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민중당 출신으로 안소희 현역 파주시의원과 송영주 전 경기도의원이 있다”며 “이분들이 다시 주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방선거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 결합

김 전 의원은 흩어진 진보정당의 결합을 언급했다. 그는 “민중당 말고도 녹색당, 민중민주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지금의 정의당까지도 예전 민주노동당 때는 모두 하나였다”며 “당장 당을 하나로 합치기는 어렵더라도 진보정당들이 서로 힘을 합쳐 적폐 청산, 사회대개혁,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김미희 전 의원은]

▲서울대학교 약학 학사
▲제2·3대 성남시의회 의원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민주노동당 성남시위원회 위원장
▲제19대 국회의원(경기 성남시중원구/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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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