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회의장은 명예직으로 불리지만 ‘직권상정’이라는 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여야 간 자리싸움이 치열했다. 관행적으로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했지만, 현재 여야 간 의석차가 단 5석에 그쳐 어느 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일요시사>는 국회의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을 꼽아봤다.
6·13지방선거가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시기와 맞물리면서 차기 국회의장 자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세균 현 국회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29일까지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 임기 만료시 임기만료일 5일 전까지 선출 선거를 치르도록 돼있다.
이-문 2파전
하지만 이 기간은 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인 시기기 때문에 후반기 원 구성은 사실상 지방선거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장은 관행적으로 원내 1당서 맡아왔다. 20대 총선 당시 야당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 자격으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배출했다.
우선 차기 국회의장이 여당서 나올지 혹은 야당서 나올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의석 수가 단 5석에 그치기 때문. 남은 기간 동안 바른정당 의원, 한국당을 탈당했던 무소속 이정현 의원,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 중 6명만 한국당으로 복당해도 한국당은 제1당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반대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는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에 합류한다면 원내 1당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의 원내 1당 자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이번 지방선거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다.
현재 보궐선거가 확정된 곳은 서울 노원병, 송파을, 울산 북구 등 3곳이다. 한국당 박찬우 의원, 국민의당 박준영, 송기석 의원이 2심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보궐선거 규모가 현재보다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광역단체장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현역 의원들이 후보로 확정되면 해당 지역의 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 특히 여당에서만 광역단체장을 노리는 현역의원은 10여명에 달한다. 한국당에선 경북지사 후보에만 3명의 현역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공직선거법상 현역의원이 올해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일 30일 전인 5월1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원내 제1당 자리가 결정됨과 동시에 국회의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뒤를 이어 20대 국회의 수장이 누가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국회 내 각 정당이 법안·예산안·임명동의안 등을 두고 대립할 시 직권상정을 통해 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새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여야를 대표하는 다선 의원들이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해찬(7선), 이석현(6선), 문희상(6선), 박병석(5선), 원혜영(5선)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친노(친 노무현)좌장’인 이해찬 의원은 참여정부서 총리를 지낸 바 있다. 이 의원은 충남 출신으로 지역 안배 차원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선 참여정부를 사실상 계승한 문재인정부서 이 의원이 국회의장이 될 경우 정치적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의원은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했지만 내심 의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해찬·문희상·김무성…다선 의원 포진
정계개편·재보선 결과…국회 운명 가른다
민주당서 국회의장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인물은 문희상 의원이다. 문 의원은 참여정부 당시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 ‘원조 친노’로 불린다.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부의장 등을 역임한 중량급 정치인이다.
문 의원은 새해 첫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20대 국회로서 정치 인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뜻이 있다”며 “마무리되는 과정에 국회의 지도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말해 국회의장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 역시 국회의장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은 대선과정서 문재인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아 문 정부 출범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 2016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20대 국회가 개원되면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 국회의장에 도전, 국회 전면에 나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바 있다.
일각에서는 5선인 원혜영 민주당 의원도 후보군으로 언급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올해 선거제도 개혁을 조율하면서 국회의장 진출의 문턱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 하반기 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의원도 꾸준히 국회의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의원은 이해찬 의원과 문희상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주류 성향으로 분류된다.
당내 국회의장 경선이 치러질 경우 문희상·이해찬 의원에 친문(친 문재인)계의 표가 분산되면 어부지리로 이 의원이 국회의장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친박(친 박근혜)계를 청산하고 당내 주류로 떠오른 친홍(친 홍준표)계와 바른정당 복당파가 사실상 한국당을 장악해 국회의장 선출 국면에 이르면 복당파의 핵심인 김 의원이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국가 의전서열 2위이긴 하지만 사실상 명예직으로 평가받는 국회의장직에 출마하지 않을 공산도 크다. 당초 20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에 가장 유력한 후보는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당시 한국당이 제2당으로 밀리면서 전반기 의장을 민주당이 맡는 것으로 합의해 서 의원의 국회의장 꿈은 무산됐다. 서 의원이 야권의 유력한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꼽히고 있지만 현재 당내 친박계 입지를 고려할 때 국회의장직 도전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밖에 최근까지 한국당 원내대표로 활동한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 의원은 4선으로 해양수산부장관, 충북도지사 등을 지낸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다. 다만 서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국당 내 친박계의 현재 입지를 고려할 때 국회의장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다음은 대권
정치권에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별개로 국민의당-바른정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과정에서 이탈자들이 각각 민주당과 한국당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의 경우 17명가량이 통합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고, 바른정당에선 몇몇 의원들이 한국당 복당을 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원내 제1당이 결정돼 국회의장 선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