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손-하 신야권 삼국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08 10:43:18
  • 호수 1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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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 다음은? 권력지형 ‘꿈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으로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통합에 방점을 찍은 가운데 향후 정계개편 국면에서 새로운 인물의 부상이 예상된다. <일요시사>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이후 새롭게 야권을 이끌 3인방의 역할론을 짚어봤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사실상 통합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말 국민의당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율은 23%로 집계됐고, 찬성 투표수는 74.6%로 집계됐다. 해당 결과를 두고 이동섭 선관위원장은 “(안 대표의) 재신임이 확정됐음을 선포한다”고 밝혀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교두보를 마련한 모습이다. 

시간문제

현재 양당 통합 논의는 안철수 대표, 유승민 대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바른정당과 통합을 통해 외연확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전 당원 투표 이후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교섭창구인 ‘통합추진협의체’를 출범시켜 오는 2월 내 합당을 목표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반대로 통합 반대파는 통합파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일 통합을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은 안 대표와 더는 함께할 수 없다며 개혁신당 창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대를 통한 통합·합당을 저지하는 데에 전력을 다하면서 동시에 개혁신당 추진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당을 구하기 위해 배수진을 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행보를 두고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는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안 대표는 일찌감치 양당이 통합이 될 경우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통합을 이루고 2선에 머물러 훗날 대권행을 위한 발판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연스럽게 안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 대표가 통합정당의 수장으로 나설지 아니면 안 대표와 나란히 ‘2선 후퇴’를 선택할지 주목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 대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당 대표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서 당 통합을 이유로 다시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은 이치에도 안 맞고 당내 여론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이 분출되는 과정서 크게 통합과 반대로 나뉘어 3개 진영이 형성됐다. 

통합 반대에는 박지원 의원이 대표격으로 활동했고, 반대로 통합 찬성에는 국민의당 안 대표와 바른정당 유 대표가 앞장섰다. 실제로 양당 통합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3인이 뒤로 물러서고 새로운 인물들이 전면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통합 반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정동영 의원이다. 정천박(정동영·박지원·천정배) 트리오로 불리면서 사실상 통합반대에 선봉장에 선 그지만 실제 통합 후 분당이 되면 대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 의원은 17대 대선서 당시 여권 유력 대선 후보로 나선 뒤 정치 1선과는 거리를 뒀다.

20대 총선 이후엔 국민의당 운영과 관련한 인터뷰도 자제하는 등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앞선 2016년 6월 국민의당이 리베이트 파문을 겪을 당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놨다. 당시에도 정 의원이 국민의당에 중책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박지원 의원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정 의원은 2선에 머물렀다.  
 

최근에 국민의당이 통합론에 휩싸이면서 정 의원의 역할론이 다시 한 번 대두되고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이제는 정 의원이 호남을 중심으로 전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박 의원이 킹메이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 의원을 잠재적 대선주자로 보고 앞세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바른 통합 논의 급물살…정국은?
분당신당 정…통합신당 손·하 주도 

이런 와중에 손학규 상임고문의 역할론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손 상임고문 측근인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손 상임고문은 지난 대선 때에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시도했었다”면서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합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유성엽 의원도 손 상임고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안 대표가 막무가내로 추진해 통합이 된다면 분당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서 손 상임고문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찬성과 반대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서 손 상임고문이 양측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른정당도 '손학규 카드'를 긍적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현재 국민의당의 분란이 심각한데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손학규 카드도 좋다”고 말했다. 

손 상임고문은 지난 2일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란과 관련해 “우리 당이 분열되지 않고 통합이 돼야 한다”며 “7공화국 건설을 위해 제3당, 개혁적인 중도통합 세력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고 말해 통합론에 힘을 실었다. 

특히 최근에는 손 상임고문가 통합당 대표로 추대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바른정당 내부에서 충돌이 발생한 모양새다.

지난 3일 바른정당 지상욱 정책위의장은 하태경 최고위원이 라디오 방송서 통합정당의 대표로 손 상임고문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 “구태한 세대와 절연하고 미래와 개혁을 기반으로 하는 올바른 통합, 국민의 사랑을 받는 통합으로 절차가 진행되기를 당의 한 사람으로 바라마지 않는다”며 우회적으로 손 상임고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지 정책위원장이 지적한 것은 하 최고위원이 국민의당과 합당 이후 당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일선서 물러나고 손씨(손학규)랑 하씨(하태경)가 주도하지 않을까”라는 발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대표 측이 의장 교체를 하거나 전당대회를 전자투표로 대체하는 방안들을 고심하고 있는 이유”라며 “때문에 귀국 후 존재감 있는 중재 행보를 보이지 못한 손 상임고문이 전면에 나서야 할 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상임고문이 통합 후 대표 및 통합 과정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바른정당에선 유 대표가 물러나고 하 최고위원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바른정당 전당대회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유승민 의원에 이어 2등을 차지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누가 전면에?

일각에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에 나서면 결국 하 최고의원이 앞에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하 최고위원 스스로도 본인의 역할론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 최고위원이 손 상임고문과 본인이 향후 통합신당을 주도할 것이란 발언도 신야권 구도에 본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프레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합당되면 안 대표가 못 챙기는 일, 제가 다 챙기겠다. 호남이 홀대받지 않는다. 바른정당이 호남 분들 최대한 끌어안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통합신당 선봉장에 설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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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