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손-하 신야권 삼국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08 10:43:18
  • 호수 1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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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 다음은? 권력지형 ‘꿈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으로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통합에 방점을 찍은 가운데 향후 정계개편 국면에서 새로운 인물의 부상이 예상된다. <일요시사>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이후 새롭게 야권을 이끌 3인방의 역할론을 짚어봤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사실상 통합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말 국민의당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율은 23%로 집계됐고, 찬성 투표수는 74.6%로 집계됐다. 해당 결과를 두고 이동섭 선관위원장은 “(안 대표의) 재신임이 확정됐음을 선포한다”고 밝혀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교두보를 마련한 모습이다. 

시간문제

현재 양당 통합 논의는 안철수 대표, 유승민 대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바른정당과 통합을 통해 외연확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전 당원 투표 이후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교섭창구인 ‘통합추진협의체’를 출범시켜 오는 2월 내 합당을 목표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반대로 통합 반대파는 통합파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일 통합을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은 안 대표와 더는 함께할 수 없다며 개혁신당 창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대를 통한 통합·합당을 저지하는 데에 전력을 다하면서 동시에 개혁신당 추진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당을 구하기 위해 배수진을 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행보를 두고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는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안 대표는 일찌감치 양당이 통합이 될 경우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통합을 이루고 2선에 머물러 훗날 대권행을 위한 발판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연스럽게 안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 대표가 통합정당의 수장으로 나설지 아니면 안 대표와 나란히 ‘2선 후퇴’를 선택할지 주목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 대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당 대표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서 당 통합을 이유로 다시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은 이치에도 안 맞고 당내 여론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이 분출되는 과정서 크게 통합과 반대로 나뉘어 3개 진영이 형성됐다. 

통합 반대에는 박지원 의원이 대표격으로 활동했고, 반대로 통합 찬성에는 국민의당 안 대표와 바른정당 유 대표가 앞장섰다. 실제로 양당 통합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3인이 뒤로 물러서고 새로운 인물들이 전면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통합 반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정동영 의원이다. 정천박(정동영·박지원·천정배) 트리오로 불리면서 사실상 통합반대에 선봉장에 선 그지만 실제 통합 후 분당이 되면 대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 의원은 17대 대선서 당시 여권 유력 대선 후보로 나선 뒤 정치 1선과는 거리를 뒀다.

20대 총선 이후엔 국민의당 운영과 관련한 인터뷰도 자제하는 등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앞선 2016년 6월 국민의당이 리베이트 파문을 겪을 당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놨다. 당시에도 정 의원이 국민의당에 중책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박지원 의원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정 의원은 2선에 머물렀다.  
 

최근에 국민의당이 통합론에 휩싸이면서 정 의원의 역할론이 다시 한 번 대두되고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이제는 정 의원이 호남을 중심으로 전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박 의원이 킹메이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 의원을 잠재적 대선주자로 보고 앞세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바른 통합 논의 급물살…정국은?
분당신당 정…통합신당 손·하 주도 

이런 와중에 손학규 상임고문의 역할론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손 상임고문 측근인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손 상임고문은 지난 대선 때에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시도했었다”면서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합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유성엽 의원도 손 상임고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안 대표가 막무가내로 추진해 통합이 된다면 분당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서 손 상임고문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찬성과 반대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서 손 상임고문이 양측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른정당도 '손학규 카드'를 긍적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현재 국민의당의 분란이 심각한데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손학규 카드도 좋다”고 말했다. 

손 상임고문은 지난 2일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란과 관련해 “우리 당이 분열되지 않고 통합이 돼야 한다”며 “7공화국 건설을 위해 제3당, 개혁적인 중도통합 세력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고 말해 통합론에 힘을 실었다. 

특히 최근에는 손 상임고문가 통합당 대표로 추대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바른정당 내부에서 충돌이 발생한 모양새다.

지난 3일 바른정당 지상욱 정책위의장은 하태경 최고위원이 라디오 방송서 통합정당의 대표로 손 상임고문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 “구태한 세대와 절연하고 미래와 개혁을 기반으로 하는 올바른 통합, 국민의 사랑을 받는 통합으로 절차가 진행되기를 당의 한 사람으로 바라마지 않는다”며 우회적으로 손 상임고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지 정책위원장이 지적한 것은 하 최고위원이 국민의당과 합당 이후 당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일선서 물러나고 손씨(손학규)랑 하씨(하태경)가 주도하지 않을까”라는 발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대표 측이 의장 교체를 하거나 전당대회를 전자투표로 대체하는 방안들을 고심하고 있는 이유”라며 “때문에 귀국 후 존재감 있는 중재 행보를 보이지 못한 손 상임고문이 전면에 나서야 할 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상임고문이 통합 후 대표 및 통합 과정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바른정당에선 유 대표가 물러나고 하 최고위원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바른정당 전당대회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유승민 의원에 이어 2등을 차지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누가 전면에?

일각에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에 나서면 결국 하 최고의원이 앞에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하 최고위원 스스로도 본인의 역할론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 최고위원이 손 상임고문과 본인이 향후 통합신당을 주도할 것이란 발언도 신야권 구도에 본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프레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합당되면 안 대표가 못 챙기는 일, 제가 다 챙기겠다. 호남이 홀대받지 않는다. 바른정당이 호남 분들 최대한 끌어안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통합신당 선봉장에 설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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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