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39>한옥의 재발견

웰빙 거주공간…별장같은 세컨드하우스 ‘열풍’


서울지역에 ‘한옥 열풍’이 불고 있다. 한옥 밀집지역을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존 한옥을 고쳐 짓는 것은 물론 낡은 양옥을 헐어내고 한옥을 신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3㎡당 3000만∼5000만원…집 한채 수십억 호가
건축비는 1000∼1500만원 수준 “아파트 2배 이상”

서울시에 따르면 누하·가회·성북동 등 한옥 밀집지역에서 서울시의 융자·보조를 받아 한옥을 개량하거나 신축하는 사례는 2008년 7건에 그쳤으나 지난해 43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선 1분기에만 14건이 접수됐다.

개량·신축 작년 43건
올 들어선 1분기 14건

투자 열기가 뜨겁다 보니 투자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경복궁 동쪽 가회동 일대의 ‘북촌’을 벗어나 ‘서촌’이나 계동 현대건설 앞쪽의 운현궁 일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서촌은 행정구역상 종로구 옥인동, 체부동, 누하동, 필운동 일대로 조선시대에 아전이나 역관이나 의관 등 중인들이 주로 모여 살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면서 최근 들어 북촌을 잇는 한옥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촌 일대 한옥은 1900년대 이후 지은 생활형 개량 한옥이 대부분이다. 현재 이 곳에는 600여 동의 한옥이 남아 있다. 서촌 일대에서만 리모델링 또는 신축이 진행 중인 한옥이 10여 동에 이른다.

아직까지 한옥에 투자하는 이들은 주로 강남 큰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쓸만한 한옥의 경우 가격이 수십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북촌의 경우 현재 3.3㎡당 가격은 3000만원대에서 최고 5000만원대까지 이르고 있다. 강남 단독 주택지의 가격이 3.3㎡당 2000∼3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어지간한 재력이 아니고서는 북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이처럼 가격이 뛴 것은 한옥을 찾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한옥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북촌 일대 한옥에 투자하려는 자산가들은 주로 한옥이 개인 취향에 맞거나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통해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자연 경관과 쾌적한 자연 환경에 이끌려 한옥을 주로 여가를 위한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사 두려는 목적이 강하다. 한옥을 신축할 경우 건축 비용 역시 많이 드는데 실제 3.3㎡당 건축비가 1000∼1500만원 수준으로, 아파트에 비해 2배 이상, 단독주택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주로 강남 큰손들이 투자
은평 한옥타운 18억 필요

하지만 아파트와 한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옥은 단층이면서 지붕, 벽 등 기본적인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 기본적으로 마당과 같은 외부 공간을 같이 쓰는 개방적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동일한 건축 면적일 경우 아파트에 비해 쓰는 공간이 넓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는 한옥 열풍이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옥은 아파트와 기본적으로 다른 주택이어서 현대화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불편할 수밖에 없지만,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멋을 찾는 최근의 흐름을 타고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중산층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다만 한옥은 아직은 틈새 상품에 불과한 만큼 투자에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옥은 환금성이 떨어져 투자용인지, 거주용인지를 분명히 구분하고 낡은 한옥을 리모델링할지, 신축할지, 아예 온전한 한옥을 살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단기간의 시세차익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 불과 몇 년 전이다. 2008년 서울시가 한옥 선언을 내놓은 이후부터다. 서울시는 북촌 한옥마을 등 경복궁 북측과 서측 1종지구단위계획 구역 등을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 한옥을 보전하거나 신축하면 최대 6000만원의 지원금과 4000만원의 무이자 융자 등 최고 1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한옥이 주거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만족도가 상당함을 느낄 수 있다.

서울 누하동 사는 김연희(41)씨는 최근 25년간 거주한 양옥집을 한옥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8개월가량 후엔 66㎡(20평) 규모의 한옥이 들어서게 된다.

김씨는 “지난해 서울시가 이 일대를 한옥권장구역으로 지정하고 800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40년 된 양옥을 한옥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전업주부 이해경(43)씨는 자칭 한옥 마니아로 유명하다. 이씨는 “50년을 살았던 집인데 새로 개축된 한옥에서 지내보니 아주 상쾌하고 한옥은 건강에 좋은 집 같다”고 전했다.

건물면적 63㎡(19평)인 이씨 집은 서울시가 보조금 6000만원, 융자금 4000만원을 지원해 깔끔한 한옥으로 재탄생했다. 20cm 두께의 단열벽에, 환절기에도 거의 불편함을 못 느끼고 지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한 한옥 시공업체의 대표는 “한옥 고유의 친환경성과 정서적 친밀감이 부각되면서 시공을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었다”며 “누하동에서만 8가구를 신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옥 등을 전문적으로 컨설팅을 하는 업자는 “낡은 1층 양옥을 헐고 한옥으로 지을 경우 서울시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묻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2008년 시 ‘한옥선언’
이후부터 인식 달라져
 
최근엔 공평동 도심재개발구역에 남아 있는 40여 가구의 한옥 주인들도 재개발 대신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해 서울시에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한옥전문가는 “고층 아파트 숲으로 바뀌는 서울 도심에서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한옥이 부동산 경기와 무관하게 가치를 인정받는 트로피에셋(기념비적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 같다”며 “감소 일로였던 서울 시내 한옥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양옥 대신 한옥으로 신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누하동 주민 김해영씨(52)도 서울시 지원금과 집값 상승에 힘입어 최근 한옥 신축을 시작했다.

김씨는 “한때는 재건축 단지로 빨리 지정돼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건강이나 주거여건 등을 감안해 한옥을 새로 짓기로 마음먹었다”며 “서울시에서 받은 보조금 6000만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성북동의 한 중개업자는 “한옥은 위치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3.3㎡당 1500만∼20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며 “작년 초만 해도 관리비가 많이 들고 생활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양옥보다 300만∼500만원가량 싸게 거래됐는데 지금은 비슷할 정도로 부동산 가치가 많이 올라간 상태”라고 말했다.

부유층 전유물서 중산층 확산
환금성 떨어져 장기 투자해야


한 한옥 전문가는 “웰빙 거주공간이란 인식도 한옥의 수요를 늘리고 있어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오세훈 시장의 ‘서울 한옥선언’발표 이후 지금까지 시에 들어선 보전 대상 한옥은 총 2358가구. 발표 전과 비교해 거의 두 배(1125가구)가 증가했다.

서울 한옥선언은 한옥 주거지를 보전하거나 신규 조성함으로써 시의 미래 자산으로 키운다는 사업 방침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한옥 밀집지역으로 지정되면 금전적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건물면적 66㎡(20평)짜리 한옥을 예로 들면 보조금과 융자금 도합 약 1억원이 지원된다.

개·보수에 드는 비용이 2억5000만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집 주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에 한옥이 아닌 집을 헐고 한옥으로 신축하는 가구 수가 늘어나는 등 ‘한옥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아파트 일변도의 뉴타운 지구에도 한옥마을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14년까지 은평뉴타운 3-2지구 단독주택부지 3만㎡에 100여 가구의 미래형 한옥마을을 새로 짓는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SH공사가 발주하는 현상 공모를 통해 전체 계획안이 선정되면, 이후 제반 절차를 거쳐 시공된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3700억원을 투입, 총 4500가구의 한옥을 보전·진흥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발주처인 SH공사의 모듈화(집단 공급) 과정을 거쳐, 드는 비용을 평당 1000만원선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에 연면적 211㎡(64평) 규모의 한옥을 지으려면 18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한옥 공사비 절감방안을 강구, 필요한 자금을 11억원대로 줄이기로 했다.

현재 한옥을 지을 때 들어가는 공사비는 3.3㎡당 평균 1500만∼1800만원. 국토해양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해 책정한 기본형건축비(3.3㎡당 406만∼424만원)보다 최저 3.7배에서 최고 4.2배 정도 비싸다. 이처럼 한옥 공사비가 비싼 이유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데다 기계화된 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옥 공사비 가운데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항목은 당연 인건비다. 한옥기술자들은 와공(기와공사 인부), 소목장, 대목장 등으로 세분화됐고 인건비도 일당 25만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처럼 기계화된 시공이 불가능하고 자재 역시 규격화가 어렵다는 점도 공사단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 SH공사가 한옥 공사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은평 한옥타운 내 264㎡(80평) 부지에 용적률 80%를 적용, 연면적 211㎡(64평) 규모의 한옥을 지으려면 공사비가 12억원가량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보조금으로 8000만원과 1% 저리의 융자금 2000만원 등 1억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실제 공사에 필요한 자금은 11억원이다. 여기에 땅값이 3.3㎡당 700만원대여서 추가로 6억원대 자금이 필요하다.

SH공사는 당초 단독주택용지로 공급하려던 해당 부지가격을 3.3㎡당 730만∼740만원으로 책정했다. 결국 은평 한옥타운에 연면적 211㎡ 규모의 한옥을 지으려면 18억원의 거금이 필요한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사업비가 은평 한옥타운 조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8년 ‘한옥 선언’이후 보존 대상 한옥을 늘리고 지원을 강화하면서 새로 짓는 한옥이 증가하고 있지만 급속히 확산되지 못하는 것은 역시 경제성 때문”이라며 “공사비가 비싸 보조금과 융자금으로 1억원을 지원받아도 직접 투자비가 만만치 않다보니 투자를 망설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0평짜리 지으면
1억원까지 지원

이에 따라 사업시행사인 SH공사는 한옥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 인하가 필수라고 판단, 땅값 재감정에 나서는 한편 한옥모듈화를 통해 공사비를 3.3㎡당 1000만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자재를 대규모로 조달하고 한옥모델을 표준화하면 한옥모듈화가 가능해 공사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