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른 이탈자 예상 명단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02 10:53:21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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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철수하고 신당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정치권이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양당이 합당에 나설 경우 소속 의원들의 이탈이 예상돼 자연스러운 정계개편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서 탈당이 예상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추려 향후 정국을 예측해봤다. 
 

국민의당은 크게 두 세력으로 양분됐다.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한 ‘통합파’와 정동영, 천정배, 박지원 의원 3인을 중심으로한 ‘통합반대파’다. 양 세력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전 당원 투표
가처분 신청

먼저 칼을 빼든 건 안 대표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바른정당과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대표직을 걸고 전 당원 투표를 제안했다.

안 대표는 이날 “계속해서 당이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서서 여전히 자신의 정치 이득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 당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통합반대파는 전 당원 투표를 극렬히 반대했다. 이들은 ‘나쁜투표 거부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꾸려 전 당원투표 거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운동본부 대변인을 맡은 최경환 의원은 지난 26일 “거액을 들여 진행하려는 전 당원 투표는 한 마디로 쓸데없는 짓”이라고 표했고 운동본부의 일원인 장병완 의원 역시 “의총서 나왔던 통합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마치 안 대표 본인은 회사 창립자고 국회의원과 당원은 직원이라는 재벌 총수와 다름없는 천박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7일 법원에 안 대표 재신임 투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관련한 안 대표 재신임 전 당원 투표는 지난 27일 개시돼 31일 ‘통합 찬성’으로 결론이 났다.

안 대표의 재신임 여부와 별개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부에선 통합에 극렬히 반대한 인원들이 탈당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당 안팎에선 안 대표 측과 통합 반대파 의원들이 이미 심정적으로는 분당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승부수 던진 안…호남의원들 반발
터지는 불만…계산기 두드리는 의원들

향후 전당대회가 열리고 바른정당과 물리적 결합이 이뤄지고 나면 당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주로 호남계 의원들이 될 전망이다. 특히 탈당 선봉에 선 이들은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이다. 

세 사람은 반 통합파의 모임으로 불리는 평화개혁연대(이하 평개연)를 주도하고 있다. 평개연에 포함된 국민의당 의원은 세 사람을 포함해 장병완, 조배숙, 유성엽 의원 등이다. 


앞서 박 의원은 “안 대표가 통합을 선언하면 분당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탈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안 대표의 무리한 통합 노력이 결국 당을 갈라지게 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정 의원도 “안 대표가 추진하는 통합은 보수세력과의 야합”이라며 “이것은 통합이 아니라 청산해야 할 세력인 적폐와 손을 잡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천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촛불혁명이 만든 국가대개혁의 기회를 살려 선도정당인 국민의당이 적폐 청산과 개혁에 매진하는 것만이 나라를 살리고 우리 당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헌·당규상 전당대회란 절차를 통해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에는 회의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19일 유성엽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통합이 됐다고 가정한다면 호남 중진 의원들이 탈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통합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탈당할 일도 없다고 본다”며 “지금 이 상황서 만약에 온갖 무리를 다해서 통합을 하게 되면 합쳐서 지금 현재 국민의당 의석수 39석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들썩이는 호남
탈당 움직임

유 의원은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을 한다고 하더라도 통합반대파로 인해 사실상 통합당의 의석은 현 국민의당 의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관측했다. 사실상 분당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통합반대파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3선 이상’ ‘호남’이란 점에 있다. 이들은 바른정당의 통합이 사실상 ‘DJ-노무현정신’을 위배해 당의 정체성이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통합반대에 열을 올리는 의원들이 평개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개연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은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 모임)를 구성해 안 대표의 통합론에 반발하고 있다. 구당초에 속한 의원은 김경진, 김광수, 김종회, 윤영일, 이용주, 이용호, 정인화, 최경환,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의원 등 11명이다.

구당초는 앞서 ‘통합을 추진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양당 정책협의체가 통합을 위한 매개기구가 될 수 없음을 천명한다’ ‘당의 분란을 야기할 수 있는 어떤 언행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8일 평개연과 구당초는 오전 조찬회동을 갖고 안 대표의 통합 행보 제동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통합에 반대하는 구당초 의원들 대부분도 호남에 적을 두고 있다. 이들도 평개연 의원과 마찬가지로 안 대표의 통합추진은 “호남을 무시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바른정당과 통합이 되면 평개연, 구당초 의원들은 자연스럽게 정계개편 소용돌이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에선 크게 두 가지 길이 언급되는데 하나는 ‘민주당 합류’ 다른 하나는 ‘신당 창당’이다. 다만, 민주당 합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반대가 완강하기 때문. 
 

추 대표는 지난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복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 당의 확고한 정체성에 어긋나는 어떤 일도 우리 당의 누구도 해선 안 되는 것”이라며 “눈길을 준 바도 없고, 앞으로 줄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이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복당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선택지는 탈당을 통한 신당 창당이 될 공산이 크다. 신당을 만든다면 선제 요건은 원내교섭단체 성립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개연, 구당초 의원을 모두 합친다고 하더라도 18명에 불과하다. 또 다른 변수는 구당초에 포함된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의원은 비례대표라는 점에서 섣불리 탈당을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합의 이혼’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안 대표 측에서 이들을 ‘제명’시키는 방식으로 탈당을 용인해 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밖에 통합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의원들이 탈당열차에 탑승할 가능성도 있다. 입장을 유보한 의원은 권은희, 김동철, 김성식, 박주선, 박준영, 손금주, 이찬열, 주승용, 황주홍 의원 등 9명이다. 


비례대표인 박선숙, 최도자 의원도 입장 유보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들도 대부분 중진이자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반대파 입장에 기울어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평개연은 당이 통합국면에 들어설 경우 이들이 사실상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개연·구당초·입장유보 의원들을 모두 합치면 28명에 이른다. 교섭단체 구성요건은 갖추게 되는 셈이다. 다만, 사실상 국민의당이 안 대표 체제로 총선에 승리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들이 분당한다 하더라도 ‘호남당’으로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실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에 이를 경우 동교동계를 주축으로 한 국민의당 상임고문단의 집단 탈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들은 20여명으로 지난 총선 및 대선 과정서 국민의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상임고문단은 줄고 안 대표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불만을 표해왔다.
 

한 고문은 “당 대표가 발표 전에 구성원들과, 의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들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비쳐져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문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같이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국민의당) 정체성은 목숨과 같다”고 강조했다. 

평개연-구당초
동교동계도?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 내부서도 탈당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9일 바른정당 20명 의원 중 9명은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이들은 홍준표 체제서 모두 당협위원장직을 회복했다.

당초 국정농단 세력과는 같이 할 수 없다며 당을 박차고 나온 바른정당 의원들은 ‘외연확장’과 ‘보수정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으며 표류했다. 그 결과 절반의 의원들은 큰물을 찾아 한국당 복당을 택했고 나머지는 명분을 중시하며 잔류를 택한 상황이다. 

9명의 의원들이 복당하면서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도 상실했다. 유승민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통해 중도보수 재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24일 “지금은 11명 전원이 똘똘 뭉친 상태”라며 “추가 탈당 사태는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의원들 중 일부는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서 유력하게 탈당이 거론되는 인물은 김세연 의원과 이학재 의원이다. 두 사람의 탈당설이 불거지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원함과 동시에 한국당 복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지역민심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은 지역 당원들을 상대로 계속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이 의원의 경우 국민의당과의 통합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탈당 가능성은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바른정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일 남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으로 출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밝혀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평개연·구당초·유보…28명 움직임
바른 1∼2명…남경필·원희룡 만지작

특히 바른정당 유 대표와 국민의당 안 대표가 양당 통합 추진 과정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탈당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남 지사는 향후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이 통합하는 것이 제일 좋은데 불가능하다면 이번에 두당(바른정당-국민의당)이 먼저하고, 한국당과 연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표명으로 그동안 ‘선 보수통합 후 중도통합’을 주장해온 남 지사가 한국당 복귀를 강력히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남 지사가 한국당으로 복귀할 명분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남 지사는 “김성태 의원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당선 과정서 확실히 친박(친 박근혜)당의 이미지가 줄어들었고, 소멸되어가는 중”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남 지사가 새 보수 정당을 창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남 지사 한 측근은 “새보수 정당 창당은 시기적으로 어렵다. 그런 동력이 없다. 무소속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원희룡 제주지사의 경우 복당 혹은 잔류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고 있지 않지만 제주도 내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 복당에 무게를 두면서 원 지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국당 지도부서도 원 지사의 복당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원 지사 입장에서는 내년 제주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이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만약,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지지부진해 지거나 통합을 하더라도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내년 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원 지사는 한국당에 복당함으로써 잠재적 한국당 제주지사 후보를 제거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이 원 지사 복당 가능성에 대해 “(복당 의사를)타진해서 온다면 받을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복잡한 셈법
남·원 선택은?

바른정당 의원 및 잠룡들의 셈법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복당은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던 입장을 바꿔 영입 모드로 돌아섰다. 홍 대표는 “샛문은 열려 있다”고 말해 바른정당 일부 의원의 추가 복당을 위한 길을 터줬다. 당 지도부 차원서도 바른정당 잔류파에 대한 ‘러브콜’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바른 통합 지지율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만약 양당이 합당할 경우 ‘두자릿수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양당 통합 후 지지율은 12.4%로 나타났다. 이는 민주당(45.3%)과 한국당(16.7%)에  이어 3위인 결과다. 

특히 양당 통합 후 민주당 지지율은 45.3%로 3.5%P 빠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당 역시 16.7%로 지지율이 1%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폭은 아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지지율 이탈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 속 기사> 요동치는 호남민심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호남 민심은 ‘격동’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요동쳤다. 

호남은 지난해 4·13총선서 국민의당 녹색돌풍의 진원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민의당은 광주 8석을 모두 석권하는 등 호남 28석의 지역구 가운데 23석을 휩쓸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호남 맹주 자리를 곧바로 민주당에 빼앗겼다. 지난해 연말 촛불·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30% 초반에 그친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60%가 넘는 지지율로 안 후보를 2배 이상 앞질렀다. 

최근에는 안 대표의 통합 강행에 호남 민심이 다시 한 번 출렁이는 모양새다. 통합 및 분당 결과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이 국민의당을 지지할지 아닐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올해처럼 정치권에 대한 지역민심이 요동친 적은 없었다”며 “국민의당이 차갑게 식은 호남민심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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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