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발 터지는 BH 미스터리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02 10:29:42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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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더라’ 키우는 이상한 해명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출범된 지 반 년이 지났다. 적폐 청산을 강조하며 힘차게 출발한 문 정부는 곳곳서 암초를 만난 모양새다. 특히 전 정권에 ‘세월호 7시간’ 등 투명하지 못한 국정활동을 비판했던 문 대통령이 반대로 야권에 공세를 받고 있다. <일요시사>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청와대 미스터리를 살펴봤다. 
 

청와대 미스터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과정서 처음 불거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방중을 마쳤다. 문제는 이튿날 터져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국빈 만찬을 했음에도 현장 사진이 단 한 장도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
의문의 만찬

전날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의장대 사열 등 공식 환영식에 이어 양국 정상회담이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청와대 기자단이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고 사진 취재도 가능했다. 

하지만 6시20분(현지시각)부터 8시까지 1시간40분 동안 이어진 국빈 만찬과 ‘한중 수교 25주년 문화 교류의 밤’ 일정에 한국 취재진은 아예 없었다.  

청와대에선 “양 정상의 모두발언이 없다”는 이유를 둘러댔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당일 중국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으로 수행기자단 역시 어수선한 상태였다고 알려진다. 


이날 만찬장에는 청와대 전속 사진기자도 들어갔지만 청와대는 “기록용으로 들어 간 것”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만찬장 비공개는 문 대통령이 조어대 인근 식당서 아침으로 먹은 만두와 빵, 두유나 식당 관계자들과 사진 촬영까지 상세하게 브리핑한 것을 감안하면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미심쩍은 행적에 중국 측이 만찬 장면을 일절 공개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 측에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주최 측인 중국 역시 정부나 보도기구를 통해 만찬이나 공연 사진을 단 한 장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측 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이 회담 전 환영 의식을 했다'는 언급만 있을 뿐 국빈 만찬을 열었다는 내용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단 이날 만찬에 한국 측에서 한류스타 송혜교와 추자현-위샤오광 부부, 배구선수 김연경 등이 배석한 사실만 청와대가 알렸을 뿐이다. 정치권에선 통상 외교 정상을 초청한 국빈 만찬자리는 메뉴, 술, 양 정상의 건배사 등 일거수일투족이 외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녀 상세히 공개하는 것을 정석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비공개 방침에 대해 야당의 한 정치인은 “두 양국 관계에 그쪽 국가에서 비공개를 요청했던 부분이 있다면 왜 그것이 비공개인지, 그것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인지, 이런 것들을 얘기해서 정치적 공방으로부터 벗어나오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지는 청와대 의혹들…갑자기 왜?
한중 정상회담서…의문의 1시간40분


최근에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두고 원전 무마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청와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임 비서실장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문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UAE를 방문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임종석 비서실장은 해외파견 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12월9일부터 12일까지 2박4일 일정으로 UAE 아크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를 차례로 방문 중”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변인은 “임 비서실장의 이번 특사 방문은 문 대통령을 대신해 중동지역서 평화유지 활동 및 재외국민 보호 활동을 진행 중인 현장을 점검하고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외교 일정도 수행하게 된다”고 했다. 

이 과정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자와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도 예방했다. 

하지만 야당과 일부 언론들은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앞서 해당 부대들을 방문한 것은 물론,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코앞에 둔 시기에 출국을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임 비서실장의 북한 인사 접촉설이 제기됐지만 곧 UAE와 원전 문제를 두고 벌어진 마찰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의혹이 제기된 후 임 실장과 모하메드 왕세자가 면담하는 자리에 한국이 수주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라바카 UAE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의혹은 더 증폭됐다.

아울러 지난 2008년 한국전력 해외자원개발 자문역을 지낸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도 UAE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의혹은 꼬리를 물고 ‘UAE 왕세자가 날짜를 지정해 이에 맞추느라 급해졌다’는 언론 보도마저 나왔다.

청와대 3실장 중 한 명이 가야 된다고 문 대통령이 언급하자 중국 방문과 무관한 임 비서실장이 가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를 더욱 키운 건 청와대의 엇갈린 해명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연말까지 해결해야 하는 ‘시급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MB정부 때 UAE에 원전을 수출한 다음에는 관계가 좋았는데 박근혜정부로 들어와 소원해졌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베이트 마찰설
공사대금 체불설


엇갈린 청와대 반응을 정리하기 위해 한병도 정무수석은 지난 26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서 UAE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한 수석은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증진 목적서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관급인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국회를 방문해 야당 지도부와 기자들에게 UAE 의혹에 대해 해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가 적극 해명에 나선 이유는 ‘UAE 왕가 비자금 관련설’ ‘리베이트 마찰설’ ‘한국업체 공사대금 체불설’ 등 여러 종류의 의혹과 가설이 난무하는 데 있다. 

실체와 무관하게 논란이 계속 될 경우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와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비롯한 민생법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 수석은 “너무 많은 의혹이 생산되고, 또 확대 재생산돼 정치적 이슈처럼 불거지는 것에 대해 굉장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서 UAE 관련 사정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어찌하겠나’라는 물음엔 “아직 제안 받은 적도 없고, 제안이 온다면 한 번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해명 의지를 밝혔다. 

한 수석과 별개로 같은 자리에 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 사안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것도 있다”며 “상대가 있어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그것이 어떤 대화 내용을 숨기려는 차원은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가 적극 해명에 나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야당은 총공세에 돌입한 모양새다. 지난 26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 진상을 규명할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미 현지에서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원전 관련 수주가 끊겨 관련 업체들이 하나둘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며 “청와대가 그저 ‘쉬쉬’하면서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원내지도부 역시 “현지대사관이 나서서 교민 입단속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지금까지 UAE 방문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의 말이 각각 다르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탄저균 도마 
도대체 왜?

이어 “정부는 의혹이 더 부풀려지기 전에 임 비서실장의 UAE 방문 전말 등을 국민 앞에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뚜렷한 해명을 못하고 있는 상황서 야권의 공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청와대가 취임 초기부터 모든 일정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태 해결 과정이 국민들의 문 정부에 대한 신뢰를 결정짓는 중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탄저균 미스터리’도 청와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23일 <뉴스타운>은 ‘청와대 식구들, 탄저균 백신 수입해 주사맞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청와대가 탄저균 백신 500개를 3050만원에 긴급 구매했고, 현충일에 식약청에 공문을 보내 백신 주사약 수입을 명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통령경호실발 문건까지 공개됐는데 이는 지난 10월13일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미 폭로한 내용이라고 해당 언론은 밝혔다. 탄저균은 가루 형태로 존재해 감염되면 폐혈증,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탄저균에 노출된 사람은 항생제를 다량 투여하지 않으면 10명 중 9명은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언론의 보도로 촉발된 탄저균 논란은 정부와 야당 간의 공방으로 이어졌다. 지난 24일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참고자료를 내 탄저균 백신 도입이 이전 정부 때 추진된 사안이며 예방이 아닌 치료목적의 구매였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모 언론매체는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는 과정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극히 소극적이었으며 반론조차 받지 않았다”며 “스스로 ‘아마도 500명이 이 백신주사를 맞을 것’이라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적시하기까지 했다”며 법적 조처를 강구할 방침을 세웠다. 

임 실장 갑작스런 UAE행…엇갈린 해명
탄저균 구입 드러났는데 전 정부 핑계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미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가 있었을 때 이전 정부가 치료제 목적으로 예산을 잡았고 이 정부는 (예산)집행만 한 것”이라며 “문재인정부 들어 생긴 일인 것처럼 말하는 자체도 아주 잘못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 내용과 섞어서 현 정부가 기획된 구매를 한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는데 바로 잡아달라”며 “국민에게 명료하게 사실관계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탄저 백신은 탄저 감염 시 항생제와 병행해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커질뿐, 해당 백신은 국내 임상시험이 시행되지 않아 예방접종은 고려하지 않고 치료 목적으로만 이용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질병관리본부는 생물테러 대응요원과 국민 치료 목적으로 1000명분의 탄저 백신도입을 완료해 이 또한 모처서 보관 중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의 해명에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 대변인은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 경호처가 지난 11월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이 사용할 탄저균 백신 350도즈(1회 접종분)를 도입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백신은 예방주사용이 아니고, 테러대응요원과 국민 치료용으로 1000명분도 도입했다고 변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5000만 국민이 북한 핵 인질도 모자라 생화학무기 인질이 될 위기에 놓여있는데 고작 1000명분 구입을 해명이라고 하는 것인가”라며 “문재인정권서 사람은 350명의 청와대 직원과 1000명만 사람인가 보다”고 비꼬았다. 

논란만 확산
“명확히 밝혀라”

일련의 청와대발 미스터리에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한중 정상회담, UAE 의문, 청와대 탄저균 백신 구입 등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카더라’는 더욱 증폭된다”며 “촛불혁명의 산물이며 적폐 청산 등 국가 대개혁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책임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도나 어떤 정당을 초월해 역대 어떤 대통령과도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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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